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8화(98/300)
◈ 제98화
49. 저주에 대하여 – 2
늙지 않고,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절대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꿈꾸는 이상이 바로 불로불사다.
그럼에도 이안이 저주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꽤나 고통스러우실 텐데요.”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잠들 수조차 없지만…… 이 또한 제가 가져야 할 의무이니까요.”
얼어붙은 시간의 저주는 불완전한 불로불사다.
그저 육체가 멈춰 버린 것에 불과하니까.
멈춰 버렸기에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심지어 휴식조차도 취할 수 없기에 잠도 잘 수 없다.
말 그대로 움직일 뿐인 죽음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이것과 언데드가 무슨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이안이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자 소년은 부드럽게 웃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유스타치오라고 합니다.”
“성 유스타치오 님이시군요. 성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 유스타치오.
삼백 년 전 대악마와 싸웠던 태양교단의 성인이다.
이안도 태양교단의 역사서를 읽어 봤기에 그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유스타치오는 손사래를 쳤다.
“그리 대단한 신분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 일개 사제에 불과하니까요. 악마 하나 잡지 못한…….”
기록에 따르면 유스타치오는 대악마 볼쉐를 쓰러트렸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을 보니 단순하게 그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볼쉐와 싸우신 후 뭔가를 감당하기 위해 저주를 거셨군요.”
“하하. 예.”
그의 계약자를 쓰러트리고 깨어난 본체를 쓰러트릴 때쯤 볼쉐가 저주를 걸었다.
유스타치오가 죽고 저주가 사라지는 날 자신 역시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는 전승으로만 내려오던 저주를 자신에게 걸었다.
오직 대악마 볼쉐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지요.”
그가 미소지었을 때 휘성단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안이 고개를 돌려 보자 아우트를 비롯한 달의 교단 사제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안 성도님.”
아우트는 밝게 웃으며 이안에게 달려와 인사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서 있는 유스타치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성 유스타치오 님 아니십니까? 이럴 수가. 영광입니다!”
비록 다른 종파라고 하더라도 대악마를 봉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자다.
사제로서 존경해 마지않기에 아우트는 공손하게 예를 갖췄다.
“달의 교단의 아우트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우트 사제님. 그리고…….”
뒤쪽에서 걸어온 여인을 향해 유스타치오는 부드럽게 웃었다.
“오래간만이군요. 에리빈.”
“……오래간만이네요. 유스타치오.”
검은색 사제복을 입은 여우 수인.
달의 교단 대사제인 에리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당신은 볼 때마다 늙어 가네요. 보기 좋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군요.”
뭔가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꽤나 복잡해 보였다.
“그리고 이안 성도님.”
천천히 고개를 돌린 에리빈은 이안에게 양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했다.
“달의 교단에 신전을 기부해 주신 것. 그리고 많은 헌금을 주신 것.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늦게 인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달의 교단 대사제 에리빈입니다.”
“별것 아닙니다. 그 대가도 받았고요.”
“성월검이 성도님께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 베리스웰은 콧방귀를 뀌었다.
“태양과 달의 기운을 받을 뿐인 버러지들끼리 잘들 노는군.”
베리스웰의 빈정거림을 들은 이안이 다가간다.
그걸 본 그는 슬그머니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 그냥 한마디 한 것뿐인데…….”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입 열면 많이 아플 거다.”
어제의 그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베리스웰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자 이안은 그의 뿔을 잡았다.
“왜. 싫냐?”
“그, 그런 건 아니고요.”
이안이 없을 때는 온갖 건방진 척을 다 하며 악마의 기운을 뿜어 대던 베리스웰이 양처럼 얌전했다.
그걸 지켜보며 유스타치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악마를 그렇게 다루시는 분은 저도 처음입니다.”
“악마라는 족속들도 아프면 울고 기쁘면 좋아하는 자들입니다.”
“악마에 대해 잘 아시나 보군요.”
잘 알 수밖에.
한때 악마로 살아 보기도 했으니까.
그가 대답하는 대신 빙긋 웃었을 때 심문을 위한 마지막 준비가 끝났다.
유스타치오와 에리빈도 자리에 앉자 윌리스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성도님.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우리에서 벗어난 베리스웰이 끌려 나오자 이안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익…….”
“어제처럼만 하자. 사람 여럿 피곤하게 하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심문 결과는 어제와 같았다.
베리스웰이 했던 말을 전부 들은 사제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옥문이 열려 있다라…….”
그의 증언에 따르면 지옥문이 나타나는 위치는 무작위다.
그러니 특정 지역에 가서 대기하며 악마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다.
“시기라도 정확하면 좋겠지만…….”
그저 일 년에 네 번 정도 열린다는 것뿐.
시기마저도 정확하지 않아 지옥문 앞에서 대기하는 악마들도 꽤나 많다고 한다.
“성전을 준비할 수도 없고……. 골치 아프군요.”
유스타치오가 한마디 하자 에리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하던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경계를 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런 일은 결국은 두더지 잡기다.
어느 쪽에서 나올지 모르니 준비만 할 수밖에 없었다.
“성기사들의 더 육성하고 단련시켜야겠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교황님께 보고드리지요.”
심문이 거의 끝난 듯하자 베리스웰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이. 이제 나는 풀어 주는 건가?”
이안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확 터트려 버리기 전에 입 다물고 있으렴.”
“다 말했잖아! 내가 아는 수준에서는 전부 말했다고!”
“말한다고 풀어 준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이 악랄한 놈이…….”
“누가 누구보고 악랄하다는 거야?”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입을 다물게 한 이안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쯤이면 협력 전투 훈련도 끝났을 것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십니까?”
“예. 수업이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몬스터 헌팅 수업에 참가해야 한다.
이안이 말하자 유스타치오는 사제 하나를 불렀다.
그 사제가 고급스러운 상자를 가져오자 그는 그것을 아쉬움없이 내밀었다.
“저번 킬레디 산에서의 일과 이번 일에 대한 답례입니다.”
“이게 뭡니까?”
“태양휘성석입니다. 성도님께서는 성물을 좋아한다고 하셨지요?”
그의 말대로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태양휘성석이었다.
그것도 무려 네 개나.
이안이 그걸 보고 만족하는 사이 에리빈도 다가왔다.
“달의 교단에서도 준비했습니다.”
그가 내민 상자에 담겨 있는 것은 풀문의 목걸이 두 개였다.
악마 좀 쓰다듬어 주고 얻은 것치고는 꽤나 많다.
이안은 사양하지 않고 성물을 챙겼다.
“앞으로도 이런 일 있으면 얼마든지 불러 주십시오. 아. 그리고 유스타치오 님.”
“예?”
“저주를 풀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시죠.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지옥문이 열렸고 칠대 죄악이라는 대악마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로불사의 저주는 악마들과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거기에 그 저주가 풀린다면 그의 시간이 다시 찾아올 것이고.
또 그것이 볼쉐가 부활을 야기할테니 지금은 저주를 풀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 저주는 저도 풀 수는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더 할 말은 없었다.
이안이 성물들을 챙기고 가려 하자 에리빈이 그를 잡았다.
“혹시 성기사가 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예. 없습니다.”
딱 잘라 거절한 그가 멀어지자 에리빈과 유스타치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몬스터 헌팅을 다녀온 이안이 기숙사로 돌아오자 오스넨도 돌아와 있었다.
무언가 심각한 표정으로 필로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이안이 오자 힐끔거렸다.
“간 일은 잘됐나?”
“음. 폐하께서 직접 움직이기로 하셨지.”
“그럼 노페이스는 다 잡겠군.”
“그래…….”
하지만 오스넨의 목소리는 그리 좋게 들리지 않았다.
이안이 의아해하자 필로아는 쓰게 웃었다.
“노페이스에 의뢰를 한 자로 예상되는 자가 누굴지 알 만하니까.”
“왜. 네 가족인가 봐?”
오스넨은 그를 말없이 보다가 나가 버렸다.
그 모습에 필로아는 볼을 긁적거리며 떨떠름하게 답했다.
“네 말대로 황가의 일원이 이번 일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라.”
“원래 권력 앞에는 가족이고 뭐고 없는 거니까. 설마 오스넨이 그걸 모를까?”
“아시겠지.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피를 나눈 가족을 쳐야 하는 것이 그리 좋지만은 않으실 거야.”
“그럼 황태자 자리는 관둬야지.”
뒤에서 하륜이 걸어오며 말하자 필로아는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부정하지는 못했다.
그의 말대로 싸움이 싫으면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튼 당분간은 제국도 조용하지는 않겠군. 노페이스와 관련된 자들이 밝혀지는 대로 피의 숙청이 벌어질 테니까.”
그 과정에서 제국은 크게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라 낼 때는 잘라 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오스넨은 돌아간다냐?”
하륜이 묻자 필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교류전이 문제가 아니니까. 협력 전투만 끝나면 교류전은 끝이다.”
“제국 아카데미의 코가 짓뭉개지겠군.”
원래 있던 일정이 제국 내의 사정으로 어설프게 끝나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그걸 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필로아가 사정을 설명하는 사이 메이가 윌디, 오에리나와 함께 들어왔다.
“야. 필로아. 우리 이틀 후에 떠난다면서?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이다…….”
그가 사정을 설명하자 이안은 로비의 소파에 앉았다.
그의 옆에 앉으며 하륜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도 협력 전투는 하고 간다니 다행이네. 프레돈 아카데미의 위엄을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게 말이다.”
다음 날이 되었다.
협력 전투 훈련장에 도착하자 오스넨은 이안에게 말했다.
“B반의 전법은 너 혼자 방어, 나머지는 전원 공격이라고 들었다.”
“그렇지. 왜?”
오스넨은 그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만약 내가 널 이긴다면. 제국으로 가자. 네가 맡아 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이번 휴가 때 이안은 브랜든 남작의 작위를 얻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영지마저도 전부 팔아 버렸으니 결국 이름뿐인 귀족이 된 것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제안할 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보상으로 제국 내 영지와 자작의 작위를 제안하지. 어떤가?”
그를 향해 이안은 피식 웃었다.
“네가 이길 수 있다면 그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