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9화(99/300)
◈ 제99화
50. 매우 잘못된 선택 – 1
둘의 대결에 이변은 없었다.
괴물 취급받는 오스넨이라고 하더라도 이안을 이기는 것은 무리였다.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헐떡거리던 오스넨은 힘겹게 말했다.
“예상은…… 했다.”
산에 올라 본 자만이 다른 산의 높이를 아는 법.
이안이 마스터 수준에서 넘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오스넨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아봤었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인지 그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방에 끝날 줄은 몰랐군. 너의 강함에 경외심까지 드는구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들었지만 단 일격을 버티지 못했다.
고작해야 그의 기술을 막아내며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다.
오스넨은 숨을 크게 내쉰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풀린 다리는 그를 다시 주저앉게 만들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주저앉아 있던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제국 아카데미 쪽의 진형을 보았다.
“저쪽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나 보군.”
B반의 전법은 언제나 심플하다.
이안 혼자 방어.
나머지가 전원 공격.
그것만으로도 중급 B반은 협력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은 무시할 수 없다.
이럴 때 이안은 늘 명상을 했기에 가부좌를 틀었고 먀네는 언제나처럼 그의 무릎에 앉았다.
“어제 제국에 다녀왔었던 결과에 대해서 묻지 않는 건가?”
“해 봐. 들어 줄 테니까.”
그 말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
이안이 눈을 뜨며 말하자 오스넨은 바로 입을 열었다.
“제국은 원래 계승권자들에게 영지를 제공한다. 그건 알고 있겠지?”
<블라드 제국의 황위 계승은 다른 곳과 다릅니다.>
<황제의 모든 자식들은 10살이 되었을 때 영지를 하사받고 그것을 키워 내야 합니다.>
<이후 가장 훌륭한 영지를 만들어 낸 자가 후계자가 됩니다.>
‘세력으로 평가한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이안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10살짜리 꼬마가 뭘 할 수 있겠나.
결국 그를 누가 지지하느냐,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후계자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 전례가 오스넨의 대에서 바뀌었습니다.>
“폐하께선 날 선택하셨지.”
그가 10살이 되고 영지를 받아야 할 때.
황제는 그를 곧바로 후계자로 삼아 버렸다.
그것 때문에 귀족들 간에 꽤나 반발이 있었지만 황제는 강력한 힘으로 그것을 내리눌렀다.
이후 오스넨이 황태자가 되고 그의 밑에서 수련한 후 수많은 전쟁을 승전으로 이끌었다.
그렇기에 제국의 귀족들은 만족했다.
어쨌든 오스넨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고 강하다.
그러니 다음 대의 제국도 번창할 것이다.
많은 귀족들이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겠지.’
오스넨에게는 형과 누나들이 있었다.
그것도 이미 뛰어난 영지를 꾸리고 있었던.
“영지를 하사받은 자들 중 하나. 가장 크고 강한 영지를 가지고 있고, 제국의 철혈공 퐈드베 공작의 지지를 받는 키리슈난 루드 블라드.”
황제의 장녀.
오스넨이 태어나기 전까지 다음 대의 황제가 될 것이라 여겨지던 여인이었다.
6서클의 마법 실력에 뛰어난 정치력을 지닌 그녀를 언급한 오스넨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노페이스를 지원하고 있다.”
딱히 이상할 일도 아니다.
오죽했으면 권력 앞에서는 부모 자식도 없다고 하겠나.
권력을 노리는 자가 암살자들과 손잡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스넨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보내 놓은 내 수하 중 하나가…… 한 가지를 알아냈다.”
“뭘 알아냈는데?”
“키리슈난은 익스퍼트가 되었다.”
그녀는 뛰어난 마법사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오러를 다루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정도로 강해졌다?
이건 충분히 비상식적인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키르케. 확인해 봐.’
<진리 접속 레벨이 부족합니다.>
‘기록 따위는 남기지 않았다는 거군. 그럼…….’
“오스넨. 그녀를 아무나 만날 수 있나?”
“그럴 리가. 아무리 후계권에서 멀어졌다지만 그녀는 황족이다. 또한 블라드 제국에서 꽤나 큰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다.”
즉 그냥 만나고 싶다고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난다 하더라도 그에 관한 것은 모두 기록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측근 중 하나가 판데모니움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키르케가 한 가지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안은 다른 가능성에도 눈을 돌렸다.
“그녀가 노력했을 가능성은?”
이안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 마법진이 만들어지자 오스넨은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그녀가 남모르게 노력해서 오러를 깨우쳤을 수도 있었다.
마검사라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니까.
“그래서 요청하는 거다. 이안. 나와 함께 가자. 가서 같이 확인해보자.”
오스넨이 바라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처단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철혈공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걸 상대할 것을 생각한다면 강자를 옆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말을 이었다.
“너는 악마를 싫어하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어때. 나와 함께하겠나? 그렇다면 판데모니움의 추적과 악마 사냥에 대한 지원은 얼마든지 해 주지.”
그의 무뚝뚝한 얼굴을 마주하며 이안은 웃었다.
“그런 건 지원 따위 없어도 혼자서 충분해.”
그리고 곧장 명상을 시작했다.
다음 날이 되자 제국 아카데미는 결국 떠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의 사정으로 떠나는 것이니 이번 교류전의 승리는 자동적으로 프레돈 아카데미의 것이 되었다.
꽤나 찝찝한 승리이지만 뭐 어떤가.
중요한 것은 이겼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갔지만 바뀐 것은 없다.”
그들이 떠나고 다음 날.
교실로 들어온 아란세는 엄하게 말했다.
“자만들 하지 말고.”
협력 전투에서 제국 아카데미를 상대로 승리했다.
물론 이안 외에 공격대도 그들의 깃발을 빼앗는 성과를 내긴 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너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영웅제의 우승. 그리고 상급 승급 시험이다.”
제국 아카데미와의 교류전은 그저 이벤트에 불과했다.
그가 냉정하게 말하자 들떠 있던 B반 생도들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특히나 승급 시험까지 생각하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거다. 알겠나?”
“예!”
B반 생도들이 답하자 아란세는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 짓고 나갔다.
그가 나가고 잠시 후 수업을 위한 교관이 들어왔고.
언제나처럼 아카데미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 * *
평소와 다를바 없이 수업을 받던 이안에게 키르케가 보고했다.
<검화단 단주와 약속한 날짜가 내일입니다.>
“그래?”
마침 내일은 아카데미의 정기 휴일이다.
잘 됐다 싶은 이안은 다음날 바로 스칼렛 왕국의 수도인 레드 시티로 향했다.
나름대로 수도라서 그런지 성에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은 꽤나 많았다.
하지만 아직 성문은 열리지 않았는지 성문 근처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족은 좀 빨리 못 들어가나?”
<자작 이상일 때 다른 입구를 통해 빨리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현재 이안이 가진 신분은 아카데미 생도.
그리고 브랜든 남작이었다.
이 두 신분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레드 시티에 빨리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키르케의 말대로 줄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것으로 보이는 귀족들이 꽤 있었다.
차림새나 마차를 보면 남작이나 준남작 수준으로 보인다.
자기 영지나 고향에서는 왕처럼 살았는데 수도에 오니 별 것 아니라는 것이 불쾌한 듯 보였다.
그들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힐끔 본 이안은 몸을 돌렸다.
그때 그의 어깨를 잡는 자가 있었다.
검은 경장 차림에 한 자루 검을 든 중년인.
모두 검지만 오로지 단 하나 수염만이 붉은 남자.
예전에 커티드 유적에서 만났던 붉은 수염 바바였다.
“어라? 젊은 친구 아……냐?”
“뭐야. 늙은 친구. 당신이 왜 여기 있어?”
“……전보다 더 강해졌나?”
“이래저래 일이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먼저 묻지 않았나?”
“아. 그게. 음…… 개인적인 용무로.”
스칼렛 왕국의 적이 스칼렛 왕국의 수도 근처에 있다.
이걸 알면 저기 있는 수도 경비대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날 거다.
이안은 그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남 말 할 처진가.
“그래. 그럼 수고하라고.”
그가 성문으로 향하려 하자 바바는 다급하게 잡았다.
“이봐! 젊은 친구! 잠깐만!”
“왜?”
바바는 다급하게 이안을 잡고 싱글거렸다.
“나도 저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내가 좋은 개구멍을 알고 있는데. 거기 쓰겠나? 저거 검문 기다리려면 오늘 밤에나 들어갈 수 있을걸?”
바바는 스칼렛 왕국의 적으로 규정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니 정식으로 검문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
당연히 개구멍 정도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냥은 좀 그렇고. 날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어때?”
“흠.”
“레드 시티의 수도 경비대 놈들은 아주 지독한 놈들이야. 괜히 시비를 걸기도 하고. 수도에 사는 자들만 아니면 뭔 일 생겼을 때 막무가내로 잡아가기도 하지.”
“그래서?”
“날 도와준다면 레드 시티의 거주패도 주지. 이게 있으면 수도 경비대의 쓸데없는 검문도 피할 수 있어. 물론 위조긴 하지만 절대 안 걸릴거야. 어때?”
그의 제안에 이안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검문에 걸릴 일은 없을 것 같고 난 담 넘을 거라 괜찮아. 그리고 나도 볼일 보러 온 거라서. 댁 돕기는 힘들겠군.”
“아니 잠깐만. 저 담을 넘는다고?”
성벽은 꽤나 높았다.
아무리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쉽게 넘기는 힘들 거다.
바바가 다시 제안했지만 이안은 딱 잘라 거절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각자 할 일이나 하자.”
멍하니 서 있던 그가 머쓱해하며 돌아가자 이안은 성벽 쪽으로 향했다.
“키르케. 성벽 너머에 사람이 제일 적은 곳을 찾아.”
<현 위치입니다.>
“먀네. 저 성벽 오를 수 있겠어?”
“먀아!”
먀네는 바로 성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용케 쑥쑥 성벽을 올라버린다.
휙 안으로 들어가버린 먀네를 확인한 이안은 키르케에게 명령했다.
“시작해.”
<명계의 에테르화를 사용합니다.>
육체를 에테르화시켜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어떤 방해도 없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동하는 방법.
명계의 지배자만이 가질 수 있었던 기술로 해자를 훌쩍 넘고 성벽마저 통과했다.
사용 시간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뒷골목으로 보이는 허름한 골목 근처다.
이미 내려와 있던 먀네가 뛰어와 가방에 들어가자 이안은 바로 말했다.
“목적지로 안내 시작해.”
<전방의 골목으로 빠져나간 뒤 우회전 후 직진하시면 됩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외길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이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중년인의 가슴에서 한 남자가 칼을 뽑아내고 있었다.
이미 몇 차례나 찔렀는지 그의 가슴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흠칫 놀라며 자신을 보자 이안은 대충 손을 흔들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볼일 봐.”
“봐, 봤겠…… 봤겠다?”
일어난 그가 침까지 흘리며 달려들었다.
그걸 대충 쳐 날려 버린 그에게서 하얀 약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중년인의 시체 근처에도 같은 것이 몇 개씩이나 떨어져 있었다.
이안이 그걸 집어들자 키르케는 진리에 접속해 확인 후 보고했다.
<현재 스칼렛 왕국 몇몇 지역에서 유통되는 각성제 중 하나입니다.>
<마력이 섞여 있으며 복용 시 환각증세가 발현됩니다.>
<장기 복용시 중독됨과 동시에 이지심의 통제력을 잃게 됩니다.>
“이지심의 통제를 잃게 된다는 것은 악마에게 쉽게 홀릴 수 있다는 이야기군.”
<그렇습니다.>
“제작지는?”
<제작지는…….>
키르케가 말하려던 찰나.
골목에서 퀭한 얼굴의 사람들이 나온다.
하나둘씩 모여든 이들이 이안을 둘러쌌고, 비쩍 마른 남자가 덜덜 떨며 단검을 들고 말했다.
“그, 그, 그거…… 그거 내. 내놔.”
그들이 말이 끝났을 때.
키르케는 차분하게 보고했다.
<스칼렛 왕국의 백작가 중 하나. 펠레 백작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