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화(1/11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
“끄응.”
날이 갈수록 굽어져 가는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났다.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름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텃밭이 아무것도 자라고 있지 않은 모습으로 덩그러니 존재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농사에 대한 공부도 해 보았다. 심지어 몇몇 던전의 원주민들에게까지 어떻게 하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나 물어보았다.
그러나 무려 3년째.
내가 만든 텃밭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했다.
“퀘스트.”
나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퀘스트창을 소환했다.
[각성 퀘스트 : 공물을 바쳐라]제시되는 아이템을 모아 제출하십시오.
마력이 깃든 하수오 : 0/1
직접 만든 마력이 깃든 과채즙 : 0/1
각성 퀘스트.
던전을 드나들 수 있는 각성자에게만 나타나는 홀로그램 비슷한 창이었다.
각성자라면 누구에게나 뜨며 그 내용도 전부 제각각.
깰 때마다 새로운 퀘스트가 바로바로 부여되는데 난 이번이 고작 3번째 퀘스트였다.
먼젓번의 두 퀘스트도 모두 공물을 바치라는 내용이었는데, 몬스터를 사냥하라는 퀘스트를 받는 대부분의 이들과 달라서 처음에는 횡재했다고 생각했었지.
……했었지. 하아.
‘내 능력이 아무리 ‘합성’이라도 그렇지 이딴 퀘스트라니…….’
정정하겠다.
내 각성 능력은 합성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액체 합성’이었다.
액체를 합쳐서 뭐 하냐고?
쓸 곳은 많았다.
예를 들면 각기 다른 효능을 가진 포션 두 개를 합쳐서 기존보다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지만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당장 몬스터가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포션을 두 개나 꺼내 마시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한 번에 마시는 게 효율적이지.
그럼 아이템 제작자로서는 굉장히 뛰어난 각성 능력이지 않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쿨타임이 23시간 50분이다. 하루에 하나 합성하면 대체 뭐에 써먹으라는 거냐.’
원래는 정확히 24시간이었는데 그나마 두 번의 각성 퀘스트 클리어로 10분이 줄어든 것이었다.
그렇다.
각성자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란 필수불가결의 존재였다.
또한 능력이 전부인 각성자의 세상에서 이 말의 의미는 단순했다. 퀘스트 클리어가 곧 각성자의 가치를 올려 준다는 것.
“하아…….”
그러니 3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는 일이어도 나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떻게 각성자가 됐는데.”
각성자가 되었다는 것 자체는 엄청난 축복이었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내 능력은 전투에 쓸 만한 능력이 아니었다.
현재도 활발히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유수의 각성자들에 비하면 그리 중요도가 높지 않은 각성 능력이었다.
덕분에 난 어느 길드에도 속하지 못한 채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이러고 있었다.
짝!
“후우, 정신 차리자.”
감상에 빠져 있는 건 여기까지다.
나에겐 그런 시간조차 사치였다.
지난 3년.
나를 믿고 기다려 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더라도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뭔가를 시도해 봐야 했다.
“하, 어느 쪽이든 만만한 게 없구만.”
마력이 깃든 하수오.
직접 만든 마력 깃든 과채즙.
전자는 던전에서 나오는 걸 채집하거나 다른 사람이 파는 걸 구입하면 된다. 물론 상당히 비싼 금액이겠지만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었다.
문제는 후자였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던전이 존재했고, 지금도 클리어로 인한 소멸과 새로운 생성이 무한 반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던전도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자연이 있고 생물이 있다. 그러니 던전 내에서만 존재하는 과일이나 식용 식물도 종종 발견되었다.
“아무거나 구해다가 즙으로 짜서 합성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직접 만든’이라는 문구가 굉장히 모호했는데. 3년간 삽질을 해 본 결과, 마력이 깃든 과일이나 채소를 직접 재배한 후 만들어야 인정받는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난 각성자가 되어서 농사나 짓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케이스는 전 세계 모든 각성자를 통틀어도 나밖에 없겠지.
텃밭을 잠시 바라본 나는 던전 입구로 향했다.
참고로 이곳은 던전 중에서도 가끔씩 나온다는 닫히지 않는 무한 던전으로, 소형 1급 던전이었다.
그러나 내가 주인은 아니었기에 매달 월세를 내고 사용하고 있었다.
“농사는 당장에 결과를 볼 수는 없는 거니까 하수오나 찾으러 가 봐야겠다.”
만약 과채즙이 해결된다면 하수오는 구입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내가 직접 던전들을 돌아다녀 찾아볼 생각이었다.
다행히 매일 ‘액체 합성’으로 버는 돈이 10만 원씩은 되기에 생활이나 던전의 월세는 빠듯하게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고작 일당 10만 원을 벌려고 각성자가 된 것은 아니기에 하루라도 빨리 퀘스트를 해결해야 한다.
밖으로 나온 나는 곧바로 신규 던전에 대한 정보부터 검색해 보았다. 하수오가 있을 법한 던전들을 찾아보았지만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냥 괜찮은 매물 없나?”
그렇게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스마트폰을 끼적거리다 문득 주변이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월세를 내고 있는 소형 던전은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오봉산에 존재했다. 산 중턱에 작은 동굴 형태로 있는데 당연히 조용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내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을 받았을까.
“깜짝이야! 뭐야 이건.”
뒤를 돌아보자 조금 전에 내가 나왔던 던전의 입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지켜보았다.
조금씩 꿈틀대던 동굴의 입구는 이내 잠잠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10분 정도 더 기다려 본 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던전 개변?”
가끔.
아아주 가끔.
원래 있던 던전이 변하는 일이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변하게 된 던전은 급수나 크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던전 개변이 일어난 던전은 굉장한 보상이 존재한다고 전해 들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데?”
그러나 들었던 것과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외형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
던전의 입구가 조금 더 화려해진다거나 재질이 바뀐다거나 하는 변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눈앞의 던전은 처음의 움직임 이후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살짝 동굴의 형태가 바뀐 것 같지만 사진으로 찍어서 비교 대조해 보지 않는 한 모를 정도의 변화였다.
슬쩍.
나는 수중에 있는 포션을 확인해 보았다.
오늘 할당량으로 만든 합성 포션 하나. 그리고 아직 팔지 않은 재고는 전부 던전 안에 보관해 둔 상태였다.
“미치겠네.”
이 던전은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끔 인터넷이 필요할 때와 식량을 구하러 나갈 때, 그리고 하수오를 찾으러 갈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머무는 장소였다.
몬스터가 모두 처치된 무한 던전이라 이게 가능했는데 던전 개변과 비슷한 상황을 눈앞에서 봐 버렸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 던전은 원래 슬라임 던전이라 했던 것 같은데?’
슬라임이면 몬스터라고 부르기도 힘든 무해한 생물이었다. 어쩌면 그냥 들어가 봐도 되지 않을까?
애초에 수중에 돈이 없었다.
각성자를 불러 던전 클리어를 맡기려 해도 돈이 필요했고, 던전 개변을 미끼로 데려오는 것도 뭔가 배 아팠다.
‘던전 개변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정작 던전 개변이 아니었으면 뒷감당도 힘들지.’
결국 난 혼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내 전 재산이 이 안에 있는 데다가 던전 개변으로 인한 보상, 그리고 고작 소형 1급 슬라임 던전이었다는 전적이 내게 무모한 용기를 불어넣었다.
‘3년을 정체했다. 남들은 날아다니고 있을 때 혼자서만 뒤처져 있었다고.’
각성자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그렇기에 처음 각성자가 됐을 때만 하더라도 매스컴에 소개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각성자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한몫했으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내 능력과 성장이 멈췄다는 사실.
한때 인생의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그 느낌을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모 아니면 도다.”
나는 던전을 향해 발을 뻗었다.
* * *
-띠링!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들린 소음.
뭔 개소리지 싶던 찰나에 여느 때와 같은 던전 내부가 날 반겨 주었다.
“뭐냐.”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아, 하나 있긴 했다.
꾸물-
슬라임 한 마리가 내 텃밭에서 뒹굴고 있었다.
너무나 평범한 초록색의 동글동글한 슬라임이 내가 나타났는지도 모르고 굴러다녔다.
“그 전에 방금 소리는 뭐지?”
각성이 완료됐다고 들었는데 뭔 헛소리지.
난 이미 각성자…….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나는 잔뜩 흥분했다.
만약 정말 들려온 게 맞다면?
“사, 사, 상태창!”
마치 괴담처럼 들려오는 풍문을 인터넷에서 보았던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각성자가 또 한 번 각성하는 이중 각성이 존재한다는 것.
말 그대로 각성 능력을 두 개나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허억, 허억!”
나는 숨을 가삐 고르며 눈을 감았다.
상태창을 불렀지만 차마 볼 자신이 없었다.
동시에 지난 3년 동안의 고생이 마치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가며 내 양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을 만들어 냈다.
“침착해, 이규성! 침착하라고!”
괴담은 괴담일 뿐, 실제로 이중 각성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존재했으면 나타나서 자랑이라도 했어야 함이 옳지 않았을까?
“그래, 잘못 들은 거겠지. 아니, 실제라고 해도 설마 이중 각성이라니 그런 게 어디…….”
눈을 감은 채 미친놈처럼 혼자 주절대고 있자 갑자기 바짓단이 뜨끈해지며 축축해졌다.
내가 설마 너무 흥분을 해서 실례를 한 건가 하며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꾸물?
어느새 내 바짓단을 붙잡고 있는 슬라임이 뭘 보냐는 듯 갸우뚱거렸다.
“넌 뭐어어어어억!”
슬라임에게 말을 걸던 나는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분명 하나밖에 없어야 할 각성 능력 항목에 두 번째 능력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능력]액체 합성 LV.1
슬라임 군주 LV.1
허어, 쓰읍, 하아?
나는 두 눈을 의심하며 몇 차례 볼을 꼬집어 보다가 이내 발 맡에서 질척이는 슬라임을 소리 나게 때려 보았다.
찰싹! 찰싹!
꾸물-!
마치 왜 때리냐는 듯 꿀렁대는 슬라임을 무시하고 다시 상태창을 노려보았다.
“근데…… 슬라임 군주가 뭐지?”
두 번째 각성 능력.
물론 미친 듯이 놀랍고 기뻤다.
그러나 뭔가 이름이 묘했다.
군주라는 말만 보면 굉장히 거창한 느낌이었으나 하필이면 앞에 붙은 수식어가 슬라임이었다.
나는 곧바로 슬라임 군주 항목을 확인해 보았다.
[슬라임 군주]모든 슬라임이 군주의 명령을 따릅니다.
매일 1마리의 슬라임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뭔…….”
털썩.
기뻤던 감정이 그대로 절망으로 변해 나를 덮쳐 왔다.
“하, 하하, 하하하하…….”
슬라임? 스을라이임??
슬라임이 내 명령을 따라서 뭐 할 건데?
애초에 전투력이라고는 0에 수렴하는 녀석들을 어디다 부려 먹냐고?!
그런 놈들을 뭐 수백 마리씩 소환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하루에 한 마리? 하안마아리이?!
“이 개 같은 세상아!!!”
감동의 눈물이 분노의 눈물로 변하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덕분에 내 눈에서는 물이 마르지를 않았다.
그렇게 울면서 소리 지르는 나를 향해 슬라임 한 마리만이 질척대며 꿈틀거렸다.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