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0)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0화(10/119)
벽을 허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나 혼자 곡괭이로 허물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의외로 슬라임들의 도움이 있었다.
뽀롱!
슬라임들이 균열 사이를 비집고 왔다 갔다 하자 벽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평소처럼 부드럽게 지나다니는 것과 달리 억지로 힘을 가하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들이었다.
“잘한다, 잘한다.”
덕분에 나는 곡괭이로 몇 군데 균열만 내놓고 꿀을 빨고 있었다.
꾸물!
“어허, 나는 군주다. 군주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법.”
마치 왜 넌 놀고만 있냐는 듯 꾸물댄 마크투를 향해 나는 근엄하게 말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금세 벽이 허물어지고 내부의 정경이 드러났다.
“컴컴하네.”
묘하게 스산했다.
슬라임들을 대동하고 슬쩍 발을 옮겨 보자 천천히 시야가 적응이 되며 안쪽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간 자체는 생각보다 넓었는데 마치 동굴 안처럼 생겼다.
“제단?”
내가 제단이라는 걸 잘 몰라서 확실치는 않지만 누가 보더라도 제단? 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법한 구조물이 안쪽에 있었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난 이번에도 당연히 슬라임들을 먼저 보냈다.
“위험한 게 없는지 살펴봐 줘.”
꿀렁!
귀엽게 꿀렁거린 슬라임들이 사방으로 퍼져 주변을 살폈다. 이미 처음에 들어갔던 독독이가 대충 파악했겠지만 이왕이면 확실하게 확인하는 게 더 좋겠지.
꿀렁!
이내 10분 정도 확인하고 돌아온 슬라임들이 아무 이상이 없음을 알려 왔다.
“딱 봐도 피스인데?”
피스.
말 그대로 숨겨진 조각이라는 뜻이었다.
이 던전의 역사라든가 던전을 만든 주인의 정보가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보스 몬스터가 나올 수도 있었고 그저 텅 빈 공간일 수도 있었다.
보상이 될 수도, 해로운 무언가일 수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피스였다.
대체로는 찾은 이에게 이득이 될 확률이 훨씬 높은 요소였기에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제단에서 몬스터라도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어? 뭔가 플래그를 세운 것 같은데?
끼익-
내가 다가가자 가만히 있던 제단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드드드 소리를 내며 뚜껑이 열리듯 윗부분이 개봉된 제단에서 스산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허억!”
꿀러어엉!
슬라임들이 반사적으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나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감동적이었으나…….
‘하나도 도움이 안 돼!’
슬라임은 평범한 중고생에게조차 질 정도로 굼뜨고 약했다.
지금껏 보여 준 신기한 능력들 때문에 만능처럼 보였지만 원래 슬라임이라는 족속들이 그러했다.
철퍽!
꾸물?
나는 세 슬라임을 일단 품에 안아 들었다.
어찌 되든 일단은 살고 봐야지.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타다다닥!
그렇게 잽싸게 도망치는 와중에도 아무런 방해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벽 뒤의 공간에서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사다리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아, 안 따라오지?”
꾸물?
슬라임 세 마리가 올망똘망한 모습으로 내 품에 안겨 갸웃댔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쫓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데 내 착각이었던 건가?
“분명 뭐가 있었어. 그치?”
꾸물?
“아니라고? 아닌데, 분명히 뭐가 있었는데.”
꿀렁! 꿀렁!
괜한 호들갑이었나.
하지만 아무리 이곳이 편하다고 한들 던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를 위해 조심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 그럼, 그럼.
“다시 가 볼까?”
꾸물!
슬라임들이 내 몸을 타고 내려가 느릿느릿 벽이 뚫린 장소로 다시 기어갔다.
나도 녀석들의 속도에 맞춰 주위를 경계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진짜 뭐가 없네? 아까 그건 뭐지? 헛걸 느낀 건가?”
이내 벽이 뚫린 동굴과 같은 장소에 다시 도착하자 왠지 모를 스산하고 축축한 기운이 다시 나를 감쌌다.
아무래도 이 분위기 탓에 그런 것 같다며 스스로를 위로할 때, 슬라임들이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
꾸물- 꾸물!
꿀렁!
나를 다급히 부르는 듯한 모양새에 슬쩍 확인해 보자 제단이 있는 방향이었다.
“뭔데 그래?”
이내 제단 쪽으로 다가간 나는 뜬금없이 나타난 무언가에 깜짝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와, 뭐야 이건 또.”
그곳에는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는 슬라임 하나가 있었다. 그래도 살아는 있는지 녀석은 힘겹게 꾸물거리며 마치 관짝처럼 변한 제단 밖으로 나오려 노력했다.
근데 모양이랑 색이 좀 특이했다.
딱 봐도 보통 슬라임은 아닌 게 느껴졌다.
“줄무늬가 있는 노랑색 슬라임이라…….”
외형도 그냥 동그란 게 아니라 마치 고양이의 귀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물론 모양만 그렇고 슬라임이라는 건 변함없지만.
“아, 나는 그냥 확인해 보면 되지?”
생각해 보니 나는 슬라임의 상태창을 불러올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제단 밖으로 나오려 꿈틀대는 녀석을 확인해 보았다.
[?? 슬라임 LV.10]평범하지 않은 슬라임이다.
봉인된 상태.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
곧바로 확인되는 상태창을 보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여간 이놈의 시스템은 친절한 구석이 단 1도 없었다.
“평범하지 않은 건 나도 보면 안다고. 그리고 물음표는 뭔데? 봉인은 또 뭐고?”
아무튼 녀석도 결국 슬라임이니 내 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이, 꼬마야. 내가 하는 말 들리니?”
추욱-
녀석은 내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늘어져 버렸다.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보였기에 나는 슬라임들에게 녀석을 맡기고 식량이 아직 남아 있나 확인하러 갔다.
“쓰읍, 조금밖에 안 남았네.”
이 먹보 녀석들.
어느새 남아 있던 토마토도 전멸 직전이었다.
그래도 이제 수정이 끝나고 열매가 만들어져 가는 2회차 방울토마토를 보면 여유가 있었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슬라임을 감당하려면…….
“뭐, 그래서 지하에는 훨씬 많이 심었으니까.”
무려 7종류의 작물을 심었다.
뭔가 계산하기 복잡해지지만 그런 건 상관없고 일단 이것저것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남은 토마토를 가지고 온 나는 제단에 죽은 듯 박혀 있는 녀석에게 토마토를 건넸다.
“이거 먹고 기운 좀 차려 봐라.”
추욱?
여전히 기운 없어 보이는 녀석이 내 손에 들린 토마토를 보고는 힘겹게 움직였다.
그러고는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위로 앙증맞은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집어 먹었다.
“어때? 맛있지?”
추욱-
토마토를 먹은 녀석이 더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아쉽게도 토마토는 그게 전부였다.
“하루만 견뎌 봐. 내일이면 토마토를 또 수확할 거니까. 레일라도 내일쯤 수확할 수 있을 텐데 특별히 너한테도 하나 주마.”
레일라는 총 30개를 심었다.
씨앗이 없던 탓에 조금밖에 못 심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나도 낙오되지 않고 전부 자라 주었다.
처음부터 슬라임들에게 하나씩 줄 생각이었지만 갑작스레 생긴 이 돌연변이 슬라임까지 계산하진 않았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제 내 식구인데.’
슬라임은 모두 내 식구들이었다.
그리고 이 특이한 녀석이 내 부하가 돼 주면 나도 꽤 기쁠 것 같았다.
나름 각성자 공부를 하며 알아본 몬스터 도감에는 없었던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넌 이름을 뭐라고 할까? 레벨이 10이니까 10이라고 부를까?”
뿌우-
“싫다고? 그럼 물음표니까 물음이?”
뿌우-
“자꾸 뿌우뿌우거리니까 뿌우라고 부른다.”
뿌웁!
다시 뭐라고 불만을 토하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뉘앙스만 알아들을 수 있단다.
결국 녀석이 마음에 들어 하든 말든 뿌우라고 부르기로 하며 일단 제단에서 꺼내 주었다.
“이거 제단이 아니라 관이었던 건가…… 으아아아!”
순간 밑으로 꺼질 뻔한 나는 각성자의 뛰어난 신체 능력을 이용해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뭐지 싶어서 다시 살펴보자 뿌우를 꺼낸 순간 제단이 갈라지며 계단이 드러났다.
“계단? 비밀의 방? 보물?”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레 보물로 향했다.
아무래도 난 전생에 보물을 눈앞에 두고 죽었던 모양이다.
흠칫!
다시 한번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려던 나는 간신히 몸을 멈춰 세웠다.
이 아래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뿌우야, 여기 아래에 혹시 뭐가 있는지 알아?”
뿌우- 뿌우!
“뭐라는지 모르겠는데?”
토마토를 먹고 그래도 기운을 어느 정도 차린 뿌우가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는 듯했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녀석의 언어는 내 슬라임들보다 훨씬 고차원적이었다.
“역시 레벨 10의 슬라임인가.”
그러고 보니 레벨 10인 것치고는 아무것도 없네. 물론 봉인이 된 상태라고는 하는데, 쩝.
아무래도 봉인이라는 것도 나가서 정보를 좀 찾아야겠다. 물론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확률은 지극히 낮았지만 뭐라도 해 봐야지.
“이거 닫을 수는 있나?”
당장 확인하기보다 나중에 보고 싶었다.
일단 잠부터 자고.
벌써 3일이나 밤을 새웠다. 육체적으로는 문제없었지만 정신이 피곤했다. 그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겪기도 했고.
뿌우!
그때 뿌우가 제단의 근처를 부비부비하자 계단이 열렸던 문이 닫혔다.
“오오, 역시 너랑 뭔가 연관돼 있구나?”
여기서 뿌우가 발견됐으니 저 계단과 아래에 있을 무언가도 뿌우와 연관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뭐, 슬라임 던전인 데다가 내게 슬라임 군주의 능력까지 각성시켰던 던전이니 레벨 10짜리 슬라임이 여기 있는 것도 놀라울 일은 아니다.
저 계단 아래도 아마 슬라임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 확률이 높겠지.
‘그러고 보면 또 지하네. 설마 계속 지하로 이어지는 건가?’
200평 남짓의 던전이라 생각했는데 지하가 계속 발견된다. 집주인, 아니 던전 주인이 알면 아마 돈을 더 받으려고 할 거다.
그 전에 빨리 돈을 벌어 이 던전을 사야지.
“자, 자. 이제 다들 실컷 놀았으니 일할 시간이에요.”
꾸물?!
우리가 언제 놀았냐고 황당해하는 제스쳐를 본 것 같지만 아직 슬라임의 언어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녀석들은 꾸물거리면서도 다시 열심히 일하러 돌아갔다. 한 녀석만 빼고.
“음? 넌 여기서 뭐 하니? 너도 같이 일해야지?”
뿌우-
미소를 지어 주며 말하자 뿌우가 비틀거리며 슬라임들을 따라갔다.
흠,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군.
난 악덕 사장이 아니었다.
복지를 생각할 줄 아는 아주 착한 사장이었다.
“뿌우! 넌 아직 몸 상태가 안 좋으니까 여기 말고 위쪽을 관리하자. 위에는 얼마 안 되니까 여기보다 훨씬 일이 적어!”
하하, 이 얼마나 착한 사장인가!
게다가 위에는 이미 신병이 착실히 관리하고 있으니 할 일도 적을 거다.
“자, 레벨 10의 위엄을 보여 줘! 할 수 있다, 뿌우!”
대답이 들려오지 않은 건 착각인가?
어찌 됐든 또 하나의 새 식구가 생기며 내 농장도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었다.
“이제 잠 좀 잘까.”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텐션이 높은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피곤해서 그런 듯했다.
“알람 맞춰 두고, 끄응.”
마지막으로 뿌우와 신병의 모습을 한 차례 지켜보다가 스르르 잠에 빠졌다.
슬라임이 한 마리, 슬라임이 두 마리, 슬라임이 세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