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00)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01화(100/119)
“빨리빨리 움직여!”
고함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아라를 데리고 영성이 형과 함께 온 길드는 부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아! 최영성 부장님!”
“상황은 어떻게 됐어?”
“중국 내에서 0급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현재 주변 국가들에 전부 지원 요청이 떨어진 상황이고요.”
“그렇게 심각해?”
“사실 인색의 던전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난 지 벌써 하루나 지났다고 합니다.”
“뭐? 하루?!”
하루나 지나서야 지원 요청을 했다는 소식에 영성이 형의 이마로 깊은 고랑이 일었다.
“저희 추측으로는 인색의 던전 주 몬스터는 고블린에 불과하니 마몬 등장만 제외하면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일리가 있어. 그런데도 0급 경보에 지원 요청까지 때린 걸 보면 마몬이 등장한 모양이지?”
“그게…… 아니랍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보고를 하던 길드원의 표정이 굳었다.
동시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고블린들이 독이 담긴 무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독침을 쏘는 대롱이나 화살, 그리고 근접 무기까지.”
“아!”
역시 영악한 몬스터가 아니랄까 봐 다른 몬스터와 달리 머리를 굴릴 줄 알았다.
아마 저 독이라는 건 마몬의 독이겠지.
“경계를 서던 각성자들은 물론이고 벌써 꽤 많은 수의 각성자들이 중독됐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희석시켜 대량으로 만들어 낸 독인지 상세가 위급한 환자는 없다고 합니다.”
“일이 복잡해지네. 길드장님은?”
“이미 2팀장님과 함께 중국으로 떠나셨습니다. 현재 길드를 조율하고 있는 건 1팀장님과 고강연 부팀장님이십니다.”
상황의 급박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소식이 전해지고 바로 왔음에도 이미 중국으로 출발하신 뒤라니…….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멀리서 바삐 움직이고 있던 사람이 영성이 형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최 부장님! 여기, 여기!”
“어, 지성아.”
“급합니다. 지금 바로 연구실로!”
다급히 부르는 직원의 말에 영성이 형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런 형에게 어서 가 보시라고 말을 하며 보냈다.
영성이 형이 급하게 사라지고 제자리에 남은 나는 괜히 바쁜 사람들 귀찮게 하지 말고 돌아가기로 했다. 애초에 나는 불린 게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달려온 거여서…….
“이규성 각성자님.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예? 예, 물론이죠.”
그는 잠시 무전을 통해 어딘가와 연락을 취하더니 곧장 나를 어디론가 안내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분위기를 파악한 아라는 내 손을 붙잡은 채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용무가 있지?’
이미 해독제의 경우 만드는 족족 길드에 보내 놨었다. 그렇기에 내가 필요한 일은 딱히 없을 거라 생각되는데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그렇게 도착한 곳은 전장을 방불케 하는 집무실이었다.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간부급의 인원들이었다.
그리고 그사이에서 서류에 파묻힌 정소연도 보였다.
“1팀장님, 이규성 각성자님을 모여 왔습니다.”
“아! 오셨군요! 고마워요.”
안내한 길드원이 사라지고 나는 서류를 바삐 확인 중인 정소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라는 아는 얼굴을 보자 반가웠는지 쪼르르 다가가 갸우뚱거렸다.
“예쁜 언니 바쁜 것이다?”
“아, 아라야. 이리로 와 봐.”
“응!”
정소연은 냉큼 달려드는 아라를 그대로 안아 들어 볼을 비볐다. 꺄르륵거리며 좋아하는 아라의 웃음소리가 삭막했던 주변 분위기를 밝게 물들였다.
“하아, 살 것 같다.”
……설마 이거 때문에 부른 건가.
정소연의 표정을 보자 아마 맞는 것 같았다.
“많이 바쁘신 듯하네요, 소연 씨.”
“규성 씨, 오랜만이에요. 후후. 팀장의 자리를 얻었으니 그만한 책임을 져야죠. 제가 나이는 어려도 꽤 능력이 있답니다.”
아라의 얼굴에 볼을 붙인 채 찡긋해 보이는 정소연이 대단하게 보였다. 역시 아라홍련 같은 대길드 간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혹시 제가 따로 도울 일이 있을까요?”
“이미 충분히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아라를 다시 한번 꼬옥 껴안은 정소연이 배시시 웃었다. 아라도 싫지 않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규성 씨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을 이미 받았어요. 혹시 들으셨나요?”
“듣다니요?”
“아, 아직 못 들으셨구나. 규성 씨가 지금까지 준비해 주신 해독제를 지금 길드장님과 2팀장님께서 직접 건네주러 가신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출발하신 거죠.”
아, 왠지 빠르게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해독제 때문이었구나.
해독제로 따지면 이번 사건에 대한 내 지분이 많긴 하지. 아무도 치료하지 못하는 독을 유일하게 치료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
게다가 처음의 해독제보다 스펙 업이 되어 훨씬 효과도 좋아졌다. 방울토마토의 레벨도 3이나 되었고, 그 이외에 추가한 재료들도 이전에는 없던 것들이었으니까.
“해독제만으로도 규성 씨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 주신 거죠. 그러니 나머지 일은 저희한테 맡기셔도 돼요.”
“으음……. 알겠습니다.”
정소연이 좋게 말해 줬지만 살짝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내 할일이야 다 하고 있지만 최전선에 선 사람들을 그저 지켜본다는 느낌?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답답한 이 심정을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곧 저와 아라홍련의 정예 길드원들도 전부 출발할 거예요. 규성 씨는 계속해서 해독제를 만들어 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역시 다른 사람들도 떠나는 건가.
칠죄종의 출현인 만큼 이 일은 비단 타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접한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위협이 될 수 있는 일.
그때 문득, 탐식의 던전에 있는 물건이 떠올랐다.
“혹시 언제 떠나시나요?”
“아마 상황을 조금 지켜볼 수도 있는데 늦으면 일주일, 빠르면 당장이라도 가야 해요. 마몬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말이죠.”
“음, 확인했습니다. 그 전까지 준비해 보죠.”
“준비요?”
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준비할 물건은 바로 미스릴로 만든 장비였다.
따로 말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주변에 알리기엔 이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채굴한 미스릴도 얼마 안 돼서 고작 조그마한 장비 하나 만들 정도밖에 없지.’
브레이크가 언제 일어날지 몰랐기에 사실 조금 더 채굴을 하고 시간을 들여 장비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있는 미스릴로 뭐라도 만들어서 빌려줘야지.
“흐흐흐. 기대해도 좋은 것이다.”
“그래? 뭘 준비하는 건지 궁금해지네.”
아라가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나 그 모습조차도 귀엽게 느껴지는 게, 역시 아라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
“그럼 떠나기 전에 규성 씨에게 미리 연락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눌러 붙어 있는 것 같아서 아라를 데리고 나왔다. 그러자 아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두 힘들어 보이는 것이다.”
“음.”
“이규성규성, 우리가 힘내게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냐?”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라.
나는 아라의 말에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먹는 거, 다들 좋아하겠지?”
“응!”
지금은 급하게 나오느라 보끔이도 챙겨 오지 못했다. 다시 던전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정도쯤이야 충분히 감안할 수 있었다.
‘……잠깐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손목을 들어 무언가를 확인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나무로 된 얇은 팔찌가 그곳에 있었다.
오직 나만 소유할 수 있는 귀속 아이템 ‘탐식의 주인’이었다.
“굳이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잖아?”
정확히는 금방 왔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었다.
사실 그동안 몇 번 시험해 봤는데 팔찌를 막 얻은 초창기에만 사용해 봤고 그 이후로는 광산과 인색의 던전 대비로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기도 했고 말이지.
“아라야, 맛있는 거 들고 오자.”
“응!”
* * *
중국 광저우시.
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0급 경보의 발령 이후 민간인들이 전부 빠져나간 도시는 썰렁함을 넘어서 음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아직 사람이 있었다.
“후욱-!”
수색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왕젠평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장시간 착용한 마스크의 안에는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고생했어.”
“아아.”
3인 1조의 교대 수색.
이미 인색의 던전을 중심으로 직경 50km를 빼앗긴 각성자들은 고블린들이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아, 한국에서 지원이 왔다.”
“뭐? 벌써?”
왕젠평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아직 중국 내에서도 준비가 덜 되어 지원이 늦는 길드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타국의 지원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각성자들로선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근데 2명이야.”
“……뭐, 그거라도 감사하지.”
순간 왕젠평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지만 이내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웃어 줬다.
대부분의 각성자가 첫 고블린들의 습격에 쓰러진 지금, 단 2명에 불과해도 환영해야 할 상황이었다.
‘너무 방심했지.’
왕젠평 또한 첫 습격 당시에 저항했던 각성자였다. 그 자신은 운 좋게 중독되지는 않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고블린들의 독 공격에 그의 동료들은 전부 환자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마몬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던 사람들의 패착이었다.
“오오오!!”
“아니 이럴 수가……!”
“이, 이게 말이 돼?!”
긴 시간 수색에 동원된 왕젠평이 이만 쉬러 가려고 할 때 한쪽에서 소란이 벌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이 지치고 피곤하지만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긴 그는 이내 그 소란이 환자들을 이송해 놓은 건물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 지금 한국에서 온 각성자들이 대단한 물건을 가져왔어!”
“대단한 물건?”
도대체 뭘 가져왔기에 이 정도의 반응이지?
왕젠평은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사이로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들의 중심에는 의사들과 몇몇 지원 각성자들이 존재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 팩을 들고 서있었다.
“뭔데 그래요? 저게 뭔데요?”
“아아! 해독제야!”
“해독제?”
왕젠평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점차 눈이 크게 뜨이기 시작했다.
“해! 독! 제?!”
“그래! 해독제라고! 아무도 치료할 수 없다던 마몬의 독을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
말도 안 된다. 저건 분명 사기임이 분명하다.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으나 그런 것치고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도 뜨거웠다.
“저걸 한국의 각성자가 가지고 왔다고요?”
“그래. 근데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
“한국의 누구요?”
“아라홍련이라는 길드의 길드장과 팀장이라고 하더라.”
“아라홍련!”
“오, 아는 길드야?”
말을 하는 동료는 아라홍련 길드를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왕젠평은 한국의 아라홍련 길드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가 처음에 소속했던 길드는 아라홍련과 자매 길드로 수교까지 맺었던 적이 있었기에.
‘1세대 각성자 길드라 각국의 여러 길드와 수교를 맺고 있는 길드.’
비록 지금은 한국에서 한물간 느낌을 주고 있다지만 여전히 대형 길드임을 부정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음?”
생각에 잠겨 있던 왕젠평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시끄럽던 소란이 고요해진 걸 뒤늦게 알아챘다.
‘왜…….’
의문을 가지고 사람들을 본 순간,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왕젠평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헉!”
또각- 또각-
중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
새하얀 머리카락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인이 표정 없는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 그녀를 보필하듯 걷는 두 인물이 존재했는데, 어느 누구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또각!
마침내 멈춰 선 여인의 시선은 의사가 들고 있는 액체 팩을 향해 있었다.
“그거…… 어디서 난 거죠.”
마천루 길드.
무려 중국 10대 길드에 드는 초거대 길드 간부들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