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01)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02화(101/119)
길드 건물, 아무도 없는 화장실로 들어가 탐식의 주인을 사용했다. 그러자 익숙한 문구가 떠올랐다.
-던전의 주인, 이규성을 확인합니다.
-입장이 허가됩니다.
-남은 마력 : 19/20
[문을 여세요.]처음에는 저 문을 열라는 소리가 뭔 소리지 했는데 몇 번 시험을 해 본 지금은 알고 있었다. 나는 아라와 함께 가까운 화장실 칸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열린 문 안쪽으로 던전의 풍경이 펼쳐졌다.
“온 것이다!”
아라가 방방 뛰며 달려갔다.
그 뒤를 쫓아 한쪽에서 놀고 있던 보끔이를 불러 저장고로 향했다.
“흐음!”
“흐음!”
나와 아라는 신중하게 저장고 내부를 살폈다.
아무리 길드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음식을 제공한다지만 해독제를 위한 재료는 따로 남겨둬야 했기에.
자, 하나씩 살펴보자!
고소고소, 상추, 양파, 마늘, 파프리카.
그리고 위층에서 가지고 온 방울토마토, 꼬마 당근, 레일라, 가지, 오이, 감자, 고구마, 엠버그릴, 딸기.
많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수확하지 못한 고추와 콩, 그리고 벼까지 있었다. 특히 이 셋은 수확 이후에도 내가 따로 관리를 해야 했기에 바빠질 예정이었다.
“고소고소 챙기고.”
“고소고소!”
“음, 상추, 양파, 마늘…… 일단 챙기고.”
“상추, 양파, 마늘!”
“토마토도 해독제 재료지만 양이 많으니까 문제없고, 레일라는 안 되겠네. 딸기도 아슬아슬하니 안 되고…….”
“츄릅.”
어느새 침을 흘리며 내가 말한 작물들을 챙기고 있는 아라였다. 귀엽네.
“으음, 그리고…… 아! 세계수 버섯이랑 꿀도 여기 있네. 꿀은 꽤 많이 모였는데?”
내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요정들이 알아서 여기에 보관해 두고 있었나 보다. 종종 아라나 곰곰이에게 간식처럼 챙겨 주긴 했는데 먹을 게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조금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꿀도 챙겨 보자.”
“응!”
초롱초롱한 눈,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
나는 결국 꿀 한 통을 열어 아라에게 건넸다.
“먹을래?”
“머, 먹어도 되는 것이냐!”
“그럼! 우린 건데 당연하지.”
아라는 활짝 핀 얼굴로 손을 뻗다가 이내 멈칫했다. 왜 그러지 싶어서 내가 잠시 기다려 주자 아라는 이내 꿀통을 닫았다.
“아라야?”
“같이 먹는 것이다.”
“응?”
“혼자만 먹는 것보다 다 같이 먹는 게 좋은 것이다!”
아라가 애써 침을 닦아 내며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라를 끌어안고 말았다.
“아이고, 우리 아라는 어쩜 이렇게 귀엽고 대견할까.”
“난 대견하고 귀여운 것이다!”
더 이상 우리 귀여운 아라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생각해 둔 작물들을 재빨리 챙겨서 보끔이에게 건네고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규성규성!”
“응?”
“꿀맛 온천이 있는 것이다!”
아라가 보끔이를 번쩍 들더니 이내 우다다 뛰쳐나갔다. 뒤를 따라가자 보끔이를 꿀맛 온천에 데리고 가는 모습.
꿀꺽! 꿀꺽!
보끔이가 온천수를 마셨다.
참 신기한 게 보끔이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래도 뒤섞이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끔이가 진짜 효자야.’
마크투나 독독이, 그리고 다른 슬라임과 비교해도 우리 보끔이는 과묵한 편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타입이라고 할까.
꿀꺽! 꿀걱!
“캬아!”
온천수를 마시던 보끔이를 보자 아라도 갈증이 일었는지 쭈그리고 숙여서 보끔이와 함께 물을 마셨다.
그 두 슬라임의 뒤태가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나는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선아한테 보내 줘야지.
“이제 다 챙겼나?”
미스릴로 만든 장비는 다음번에 가져다줘야 했다. 아직 가공도 되지 않은 광석인데다 양이 많지 않아 뭐로 만들어야 할지 정하지 않았다.
“가는 것이다!”
아라가 보끔이를 안고 일어났다.
나는 보끔이 전용 이동장, 즉 가방을 챙기고 다시 들어왔던 문을 통해 나왔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시 길드 내부에 있는 화장실로 나올 수 있었다.
[탐식의 던전 포탈 쿨타임 : 24시간]나오는 순간부터 쿨타임이 계산되기 시작했다. 다행인 건 탐식의 던전에서 아무리 오래 있어도 상관없다는 점. 물론 남은 마력은 똑같이 떨어지지만.
‘위급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 같네. 그럴 일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보끔이를 챙긴 우리는 곧바로 길드 식당 쪽으로 움직였다. 이미 안면을 튼 요리사들과 식당 내부 관리자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 었다.
“규성 씨! 오랜만이에요. 식사하러 오셨나요?”
“하하, 규성 씨가 납품해 주시는 채소들 덕분에 요즘 일을 할 맛이 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아라가 도도도 뛰어가 보끔이를 내밀었다.
“맛있는 거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응? 아라야, 오랜만이야.”
“응!”
아라의 갑작스런 행동에 영문을 몰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말했다.
“갑작스런 일에 모두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먹을 걸 좀 들고 왔어요.”
“네에?! 아니, 규성 씨 물건은 제때제때 납품을 받고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이런 귀한 물건을 또 가지고 오시다니…….”
“제가 길드에 따로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더라고요. 여러분이 최대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주시는 것처럼요.”
“아, 아니…….”
황망함과 감격이 뒤섞인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는 식당 사람들의 반응은 괜히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물론 내 작물들의 가치는 높지만 내게 있어서는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물건이기도 했다.
‘……뱃사람들이 귀한 해산물로 라면을 끓여 먹는 걸 봤는데 그게 무슨 느낌인지 조금은 알겠네.’
가치가 높은 농작물? 물론 귀하다.
하지만 내겐 주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 주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물론 호구처럼 퍼다 주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가끔씩 서비스하는 것쯤이야.
이내 보끔이가 가지고 온 작물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나올 때마다 요리사들의 얼굴에서 광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식당 총괄 매니저가 다가와 내 손을 꼭 붙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사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규성 각성자님께서 작물들을 납품해 주시기는 하지만 대부분 길드원들의 버프 아이템 용도로 쓰입니다. 식당에 입고되는 건 아이템 판정을 받지 못한 작물이나 극히 일부의 잉여 작물뿐이죠.”
“음…….”
내 작물이 아이템이 되는 확률은 작물마다 달랐다. 어떤 건 8할 이상이 아이템이 되는가 하면 어떤 건 5할 정도.
그렇게 아이템이 되지 못한 건 일본에서 요리 수행을 하고 있는 재성이에게 일부 보냈고 대부분은 길드 식당으로 납품했다.
그래도 숫자가 많지는 않았다. 애초에 아이템이 되지 못한 작물은 우리 식구들의 식량이 되었기에 모두 먹이고 남은 것만 보내면 수량이 적었다.
“그래서 달에 한 번 정도, 많으면 두 번 정도만 규성 님의 식재료로 식단을 짤 수 있죠. 그날은 아라홍련 소속의 모든 직원들과 길드원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모이는 날이기도 합니다. 일종의 단체 회식날이 되어 버리죠. 하하.”
“그렇군요.”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는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돼 줄 겁니다. 규성 님의 마음씀씀이에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 그래도 가격은 제대로 쳐서 계좌에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오늘은 서비스입니다. 저도 아라홍련 길드원으로서 일을 한 것뿐이에요. 매번도 아니고 오늘 같은 날 한 끼 식사 정도는 대접해 드릴 수 있습니다.”
“역시 규성 님은…….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요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감격한 총괄 매니저는 이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져온 작물의 수량이 꽤 되었기에 분류하고 요리하기까지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아라와 함께 선아가 너튜브에 올린 영상을 구경했다. 사실 그동안 바쁘기도 하고 큰 관심은 없어서 본 적이 없었는데 아까 찍은 사진을 보내며 생각이 났다.
“오오.”
조회 수가 꽤, 아니 굉장히 높았다.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무려 200만 재생을 넘겼을 정도. 나머지도 대체로 50만은 넘긴 모습이었다.
“나인 것이다!”
영상이 재생되자 아라가 신기해하며 까르르 웃었다. 영상의 길이는 여러 개가 짜집기 되고 편집이 되어 10분 정도였다.
그렇게 하나씩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자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물론 우리 아라의 귀여움은 세계제일이었지만 막상 뜨거운 반응들을 보니 믿기지가 않는 달까.
-이 아이가 그 아이 맞죠? 용산 사태 해결한?
└맞아요! 저도 잠깐 풀렸던 영상으로 봤어요!
└대박아니정말영재각성자아니에ㅛ
-아 너무 귀엽다 진짜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닌듯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볼 한번 만져보고싶다
└줄섭니다
└아니 근데 저 곰돌이는 CG예요? 인형인가? 어디서 살 수 있어요?
댓글 확인에 나머지 영상들까지 보고 있자 어느새 아라는 질렸는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놀고 있었다. 주방에도 드나들며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니는 모습.
민폐가 아닐까 싶어 데려오려 했지만 총괄 매니저가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좋아요.”
“……이해합니다.”
활력소와 같은 아라의 관심은 바쁜 요리사들과 식당 직원들의 얼굴에 꽃을 피게 만들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자 드디어 요리는 물론이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뷔페 형식이었는데 총괄 매니저는 웃으며 내게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길드 건문 내로 방송을 때렸다.
-아, 아. 식사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이규성 각성자님께서 식재료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셔서 진수성찬이 마련되었으니 길드에 남아 계신 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원래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방송을 하나? 안 그랬던 걸로 아는데…….
뭔가 사견이 길어 보이는 식사 방송을 듣고 있다가 아라를 데리고 뷔페를 즐기기로 했다.
“우와아아아!”
뷔페는 처음인 아라가 펼쳐져 있는 음식들의 향연에 잔뜩 흥분했다. 아마 작정하면 여기 있는 모든 음식들을 혼자서도 해치울 수 있겠지.
그리고 때마침 식당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
“이규성 님의 식재료라고!!”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정말입니까!”
“으아아! 내가 먼저야!”
마치 화난 코뿔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격해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나를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 진짜야! 규성 님이 오신 거면 진짜야!”
“크흑! 근 한 달 동안 고생했는데 신께선 아직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규성 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마치 광신도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모습들.
그러나 밀려오는 사람들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가장 바빠 보였던 정소연이 문을 박차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콰앙!
“규성 씨가 식재료를 들고 왔다고요!?”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는 1팀의 부팀장 고강연과 2팀의 부팀장 이해솔이 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뷔페 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식.”
“맛있는, 음식.”
너무 일에 치여서 어딘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은 반응들.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한 나는 음식을 대충만 담고 아라한테 말했다.
“아, 아라야. 먹고 싶은 거 적당히 그릇에 담고 먹자.”
“응!”
곧이어 전투가 벌어졌다.
재빨리 음식을 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뒤에는 끝없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주방이 덩달아 바빠진 건 덤이었다.
아아…….
아무래도 난 깨워선 안 될 무언가를 깨워 버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