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04)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05화(104/119)
출발부터 도착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광저우 근처 공항까지 길드 전용기를 통해 도착한 우리는 미리 마중 나온 차를 타고 달렸다.
척척 진행되는 상황에 나는 정말 몸만 움직이면 됐다.
‘위험한 상황이라 조금 더 막힐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길드 차원에서 모든 준비를 빠르게 끝내 놓은 듯했다.
이동 내내 아라는 조용히 따라왔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거라 더 들뜬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의젓한 모습. 가끔씩 처음 보는 풍경에 재잘대기는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광저우 방어선까지 도착한 우리는 삼엄한 경계를 확인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착했습니다.”
우리를 마중 나오고 운전까지 해 준 이해솔 부팀장이 말했다.
“운전 고마워요, 해솔 씨.”
“아닙니다, 부길드장님. 두 분 다 바로 안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해솔은 속을 알 수 없는 실눈으로 반달을 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하는데, 듣기로 우리 어머니께 식사를 대접받은 적이 있다고 하셨지.
차에서 내리자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드문드문 보이는 각성자들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이번 임무에서의 내 역할은 후방 지원.
그러니 아마 이곳은 후방 지원을 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분위기가 차가웠다.
“음?”
그때 저 멀리서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해솔이 의문을 표하는 사이 점차 가까워져 오는 사람들이 어딘가 익숙했다.
“이재성재성!”
아라의 갑작스런 말.
그리고 나는 이내 그들이 이노 준이치와 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아니 왜…….”
왜 저놈이 여기 있는 거야?!
내가 경악하는 사이 다가온 사람들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마 일본의 길드원들인 듯했다.
“김시영 부길드장님,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로 몸이 나으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이해솔 부팀장, 규성 님도 오랜만에 뵈어 반갑군요.”
준이치의 살가운 인사에 형수님이 대표로 나서서 응대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이한테 들어서 소식은 종종 들었는데 여전하시네요. 지원 오신 건가요?”
“마침 저희도 막 도착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세 분이 곧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죠.”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라가 도도도 달려가 이재성의 앞에 멈춰 서서 당돌하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이재성재성!”
“하하, 아라야. 정말 오랜만이야.”
재성이가 아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 준이치나 일본 쪽 각성자들이 온 건 그렇다 쳐도 저놈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정말 이재성재성인 것이냐?”
“그럼! 우리 아라한테 맛있는 맛탕을 만들어 준 이재성이지.”
“마탕! 진짜 이재성재성인 것이다!”
아라의 이재성 감별법이 독특했다. 하여간 형수님과 준이치의 대화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여서 슬쩍 나서 보았다.
“저…… 오랜만입니다, 이노 님.”
“편하게 준이치라고 불러주십시오. 핫핫!”
“예, 준이치.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설마 제 동생도 여기서 볼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지원을 떠나려던 찰나에 이재성 셰프도 함께하고 싶다 하더군요. 핫핫.”
“형, 나 벌써 셰프 달았다.”
“…….”
머리가 꽃밭처럼 보이는 둘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그러고 있자 준이치가 눈치 보였는지 슬쩍 변명을 했다.
“재성 셰프의 요리 실력이라면 이 시들시들한 방어선의 사기도 올릴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규성 님도 오신다는 소식이 때마침 전해졌기에 바로 승낙했지요.”
“형의 식재료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건 나니까.”
재성이 녀석도 자신의 의견을 살짝 보탰다. 덩치는 산만 한 게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나름 볼만했다.
“하아, 제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제 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핫핫핫! 물론이죠! 아, 참. 마침 규성 님에게 알릴 좋은 소식도 있었는데 식사 자리에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
어쨌든 대화는 거기서 끝마쳤다. 일단은 우리가 머무를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이런저런 수속을 밟아야 했으니.
일본 측 각성자들과 헤어지고, 아라가 맛탕이 없냐고 매우 아쉬워했다, 숙소까지 확인한 우리는 다시 나왔다.
우선은 아라홍련 길드원들을 만나 볼 생각이었다.
‘길드장님은 내 해독제로 치료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독의 후유증이 있을 것 같았다.
시영 형수님이나 백승현도 해독제 하나만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했으니까.
“어! 규성 동생이랑 김시영이 왔는가! 아라도 왔네? 으하하하!”
“오셨습니까.”
“안녕인 것이다~! 무사한 것이냐?”
“하하. 걱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아라 양. 전 괜찮아요.”
그러나 그런 내 기대가 무색하게 길드장님은 멀쩡해 보이셨다. 어찌 된 영문인지 묻자 길드장님이 설핏 웃어 보이셨다.
“희석시킨 독이었습니다. 게다가 규성 님의 해독제도 처음보다 훨씬 좋아졌으니까요.”
“아…….”
들었었는데 순간 잊고 있었다. 희석된 거였지, 참.
그만큼 인색의 독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아무튼 이렇게 부길드장님과 규성 님을 뵙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죄송스럽네요.”
“죄송하다니요. 아닙니다.”
내가 손사래를 치는 사이 한울 형님을 오랜만에 만난 아라가 쫄래쫄래 다가갔다. 길드장님과 달리 한울 형님은 다친 곳 없이 멀쩡해 보이셨다.
“내가 온 것이다!”
“하하하! 우리 아라가 오니 아주 든든하구만!”
“내가 마몬을 혼내 주는 것이다!”
양 주먹을 부딪치며 전의를 다지는 아라가 너무 귀여웠다. 이 모습을 선아가 봤으면 환장했을 텐데.
“그러고 보니 1팀장님은…….”
“전선에 있습니다. 곧 있으면 교대 시간인데 아마 저녁 식사 전까지 돌아올 겁니다.”
“정말 고생이 많군요.”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결국 해독제를 만들어 주는 것과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해 사기를 증진시키는 일뿐이었다.
해 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는 게 아쉽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전투 능력 각성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난 그냥 소소하게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야지.
“오늘 식사는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오오오! 규성 동생! 믿고 있었다고!”
“저도 여기 와서 알았는데 재성이도 이노 준이치 님을 따라 여기에 와 있더라고요.”
“준이치?”
아, 소식을 못 들으신 건가?
이내 이해솔이 나서서 일본 측 각성자들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자 한울 형님의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하하하! 아주 좋구만! 그래, 고생을 하는데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지!”
“2팀장님. 그래도 조금은 자중하시죠.”
“크흠! 물론이오, 형님.”
그렇게 간단한 대면 안부가 끝나고 우리는 각자 저녁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은 저녁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식재료만 전달해 주면 그만이었다.
“재성이 보러 갈까?”
“가는 것이다!”
슬슬 재료를 전달해야겠다 싶어 아라와 보끔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재성이가 요리사 복장의 사람들과 있는 게 보였다.
“재성아.”
“어, 형 왔어? 아라도 왔구나.”
“안녕인 것이다. 마탕은 준비된 것이냐?”
“하하.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보끔이에게 재료들을 꺼내게 했다.
레벨 4가 된 보끔이의 용량은 웬만한 공간 확장 아이템보다 넓었는데 덕분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먹을 식재료를 충분히 담아 올 수 있었다.
“역시 직접 공수한 건 느낌이 달라.”
재성이가 당근의 냄새를 맡으며 만족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요리사들도 점차 모여들어 재료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뭐라 대화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나지막한 감탄사와 화끈한 리액션을 보니 마음에 든 듯했다.
“잘할 수 있겠어?”
“뭐가?”
“다른 요리사들이랑 소통할 수 있겠냐고.”
“괜찮아. 대충 영어로 뉘앙스만 전달하면 되니까.”
그 이후로는 금세 재료 손질이 시작되었다.
재성이는 해외에서 생활한 몇 개월의 경험을 통해 무리 없이 다른 요리사들과 소통하며 요리를 진행했다.
그동안 나와 아라는 재성이가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기다렸다.
‘오오.’
확실히 전과 달리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졌다.
예전에는 요리 연구생의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셰프라는 직함이 어색하지 않았다.
“규성 씨!”
“어! 소연 씨, 복귀하셨군요.”
마침 복귀했는지 정소연이 깔끔한 모습으로 식당에 나타났다. 그런 정소연을 향해 아라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정소연소연!”
“아라야!”
와락 끌어안는 둘을 보며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좀 괜찮으신가요?”
“네? 아, 안 그래도 규성 씨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챙겨 주신 엄심갑 덕분에 목숨 한 번 건졌거든요.”
외투 사이로 살짝 드러난 푸른 판금을 두드리는 정소연이었다.
“지나가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서 설마 규성 씨가 오셨나 했는데 제 짐작이 맞았네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흐뭇하게 웃으며 자랑하는 사이 어느새 식당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모두 정소연처럼 냄새를 맡은 듯한데 하나같이 기대 어린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핫핫! 여기들 모여 계셨군!”
익숙한 웃음소리와 함께 준이치가 등장했다.
그의 등장과 함께 모여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길을 비켜 주었다.
8급 각성자인 이노 준이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각성자인 만큼 사람들은 선망의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규성 님! 이렇게 또 규성 님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 걸요.”
“핫핫! 전투에서 사기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항상 보급이 중요한 거죠. 게다가 이건 그냥 보급도 아닌 모두의 사기를 대폭 증가시킬 비장의 무기! 오직 규성 님만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과찬이세요.”
나를 치켜세워 주니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것도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각성자가 하는 말이니 더더욱.
“누구지?”
“그러게 일본어는 아닌데.”
“한국말이야. 한국 측 각성자 같은데?”
“정소연이랑 같이 있는 걸 보면 아라홍련이겠군. 평범한 각성자는 아닐 거야.”
그렇게 준이치가 나와 대화를 하고 있자 그제야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보였다. 물론 뭐라고 말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탁탁탁탁!
지글지글-
어느새 식당은 맛있는 냄새와 사람들로 가득 들어찼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나 싶었으나 그건 아닌 듯했다.
“냄새에 끌려온 모양이에요. 역시 규성 씨 식재료는 세계 제일.”
정소연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아라도 똑같이 따라 하며 내게 엄지를 들이밀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침내 요리가 끝나고 배식이 시작되었다.
아라홍련 길드에서와는 달리 뷔페식이 아닌 배식으로 진행되는 식사였다.
웅성웅성-
나도 아라와 함께 듬뿍 배식받고 아라홍련 길드의 지정석으로 향하려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워짐을 깨달았다.
“길드장님이시네.”
우리 길드장님, 그리고 그 옆에는 백발이 눈에 띄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류천!’
최연소 8급 각성자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마천루 길드의 류천 각성자였다.
사람들이 소란스러웠던 원인이 아무래도 저 류천 때문인 것 같았다. 중국의 각성자들이 모두들 다가가 걱정스레 안부를 묻는 듯한 모습들.
마침 정소연이 어찌 된 영문인지 말해 줬다.
“류천 아시죠?”
“예, 알고 있어요.”
“중독됐었어요. 그래서 어제까지만 해도 치료소에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나왔나 보네요.”
“다행인 일입니다.”
“다 규성 씨 덕분이에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기습 숭배에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때 소란이 뭔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싶어 시선을 돌려보자 길드장님과 마천루 길드원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규성 님, 여기 계셨군요. 미리 와서 준비하고 계셨던 건가요?”
“예, 재료도 전달해야 하고 동생도 볼 겸 해서 미리 와 있었습니다.”
“규성 님에게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기는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마천루 길드의 길드원분들이십니다. 여기 계신 이분이 이번 마천루 길드의 대표로 오신 류천 님…….”
자연스레 이어지는 소개에 나와 길드장님이 류천을 봤는데 그녀의 시선이 한쪽에 꽂혀 있었다.
“움?”
류천의 시선을 느낀 아라가 식판에 있는 맛탕을 먹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안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