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0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09화(108/119)
아마 이중 각성을 하게 되며 받았던 퀘스트로 알고 있었다. 꽤나 시간이 흐른 뒤라 기억도 안 났는데 여기서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심각한 수준으로 초과 달성?’
근데 또 이런 적은 처음이네.
뭔가 이상하게 어긋난 단어의 조합이었다. 초과 달성이면 좋은 거 아니야? 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초과된 할당치가 보상으로 치환됩니다.] [슬라임 군주 LV.1 -> 슬라임 대군주 LV.2로 진화합니다.] [새로운 각성 퀘스트가 부여됩니다.]“오오?”
“왜 그러는 것이냐, 이규성규성!”
갑작스레 껑충 뛰어 버리는 각성 능력이었다.
‘이제 진짜 대군주가 됐네.’
가진 능력은 슬라임 군주였으나 주변에서는 나를 대군주라고 부르곤 했다. 그런데 이제 진짜로 대군주가 되어 버렸다.
그뿐 아니라 레벨도 1이 올라 슬라임 대군주 레벨 2가 되었다.
“아라야, 나 이제 진짜 대군주야.”
“헉!”
깜찍한 표정으로 놀란 시늉을 해 보이는 아라를 품에 안고 마몬에게 말했다.
“애들 다 불러 모아. 한 번에 가자.”
-알겠습니다, 군주님!
마몬이 우렁차게 외치며 고블린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조금 전에 말한 인식 저하의 독이라는 것 덕분에 사람들에게 들키진 않은 것 같았다.
바글바글-.
-키릭?
-키릭!
아무래도 방어선 근처는 눈에 띌 위험이 있어 조금 멀리 떨어져 나왔다. 전기가 끊어져 컴컴한 도시의 골목에 모인 500여 마리의 고블린은 녹색의 물결을 만들어 냈다.
-다 모였습니다, 군주님!
“잘했어.”
“잘한 것이다!”
혹시 몰라 수를 세자 정확히 522마리, 마몬까지 합쳐 523마리였다.
나는 지체 없이 탐식의 주인을 사용해 근처 건물에 있는 문을 열었다.
“다 같이 들어가.”
-여, 여길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마몬은 영문 모를 명령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순순히 앞장섰다. 그런 마몬의 뒤로 고블린들이 차례대로 문을 통해 던전으로 들어갔다.
“337, 338…… 521, 522!”
아라와 같이 하나씩 숫자를 센 나는 모두 정확히 들어간 걸 확인하고 뒤따라 들어갔다.
안에는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고블린들이 보였다.
-여, 여긴 대체……!
“어서 와. 이제부터 여기가 너희 집이야.”
“환영하는 것이다, 마몬! 그리고 고블린!”
그와 동시에 오늘따라 유독 자주 보이는 시스템창이 또 한 번 나타났다.
[ 퀘스트 : 새로운 주민을 영입하라.]탐식의 던전으로 새로운 주민들을 영입해 보세요.
새로운 주민 : 523/30
[할당량 초과 달성!] [연계 퀘스트가 부여됩니다.]또 초과 달성이네.
이제는 오히려 기대되는 문구를 보며 히죽거리자 마몬이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우, 우리 군주님께선 괜찮으신 분인가?
“가끔 바보같이 웃어도 착한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고맙다, 아라야.
나를 변호해 주는 아라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이어지는 보상을 살폈다.
[아티팩트 ‘탐식의 주인’이 업그레이드됩니다.]첫 번째 보상이었다.
그러나 보상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던전의 활성도가 증가합니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이로운 효과들이 던전 내부에서 무작위로 발생합니다.]두 번째 보상.
이건 좀 희한한 보상이었다.
‘이로운 효과가 무작위로 발생?’
직접 겪어 보기 전까지는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쁜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온 김에 처음에 받았던 보상과 탐식의 주인을 모두 확인해 보기로 했다.
[슬라임 대군주 LV.2]모든 슬라임이 대군주의 명령을 따릅니다.
매일 1마리의 슬라임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소환되는 슬라임이 희소한 확률로 레벨 2가 됩니다.
대군주의 위엄 : 하루에 한 번, 지정된 슬라임의 무작위 능력을 10분간 사용 가능합니다. (기존 수치의 20%)
어? 어어?
새롭게 생긴 능력들이 있었다. 우선 슬라임 소환 시 레벨 2짜리가 소환될 수도 있게 된 것. 이건 솔직히 음, 나쁘지 않네? 정도였다.
그러나 그다음 효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대군주의 위엄!!’
무려 슬라임 하나의 능력을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는 효과. 물론 무작위 능력인 데다가 그대로 베끼지는 못하고 2할의 능력치였지만 그게 어디냐!
이 능력을 당장 아라한테 사용해서 금강불괴나 심안, 아니 탐식이나 브레스라도 당첨되면 나도 10분간 먼치킨 능력자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미, 미쳤다.”
“이규성규성! 드디어 미친 것이냐!”
품에 안긴 아라가 나를 걱정스레 바라봤지만 지금은 그저 멍하니 능력을 다시 읽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라는 먹으면서 계속 성장한다. 결국 아라가 강해지면 나도 강해지는 거잖아?!’
이제는 정말 슬라임 대군주라는 이명이 어울리는 각성자가 되어 버렸다. 물론 여전히 농부가 메인이지만.
“후우, 후우.”
떨리는 감정을 애써 가라앉히고 이번에는 탐식의 주인을 확인했다.
[탐식의 주인 (귀속-성장형)]미니맵 기능 추가
미니맵 기능 추가?
이건 뭐지 싶어서 사용해 보자 내 시야에 작은 창이 하나 떴다.
“오오?!”
마치 게임 속 미니맵처럼 탐식의 던전이 보였다. 내가 가 보지 못한 구역은 검게 칠해져 있었는데 아라와 마몬의 위치가 귀여운 아이콘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슬슬 무서워지는데.”
보상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확대와 축소도 가능한 미니맵을 최대로 축소해 보자 어마어마한 넓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 길을 잃을 걱정도 없네.’
안심하고 던전을 탐색해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나 혼자 지지고 볶자 아라가 내 품에서 내려 일장연설을 펼쳤다.
“흠흠! 모두 반가운 것이다! 나는 아라인 것이다!”
-키릭! 키릭!
-키리릭!
“앞으로 잘 지내는 것이다! 내 말을 잘 들으면 맛있는 것을 이규성규성이 줄 것이다! 하지만! 이규성규성은 오직 내 것인 것이다!”
-키릭!
-마, 맛있는 거!
귀엽게 노는 광경에 정신을 차리고 새 식구가 된 고블린들을 보았다.
모두 황홀한 표정으로 주변을 구경하며 아라의 말에 호응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원래 지내던 인색의 던전과는 다른 모양이다.
“칠죄종의 던전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건 아닌가 봐?”
-저희가 살던 땅은 쩍쩍 갈라진 기근의 땅이었습니다. 밤낮없이 항상 뜨거운 빛이 내리쬐는 곳이었죠.
“그렇구나.”
어차피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없어져 버린 장소였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던전은 지금까지 전부 사라졌으니까.
-헥헥.
어느새 우리의 기척을 확인한 멍멍이가 달려왔다. 그러더니 고블린들을 보며 순둥순둥한 얼굴로 갸웃거렸다.
-왈!
“인사해. 같은 식구인 멍멍이야.”
-잘 부탁한다. 이 몸은 고블린 대왕! 마몬이라고 한다.
나를 대할 때와는 달리 굉장히 거만한 몸짓과 말투였다. 원래는 저런 성격인 거겠지?
하지만 짜리몽땅한 녀석이 저러니까 오히려 하찮게 귀여웠다. 실제로 고블린은 처음 보는데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달리 그냥 초록 피부를 지닌 귀여운 난쟁이들이었다.
마몬은 붉은 피부에 조금 통통하다는 것만 달랐다.
“일단 나는 바로 나가 봐야 하거든? 멍멍이가 너희들이 지낼 장소를 안내해 줄 거니까 따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알겠습니다, 군주님!
“먹을 것도 걱정하지 마. 넉넉하게 챙겨 줄 테니까.”
-……크흑! 감사합니다! 평생 군주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쏟아질 것 같은 눈망울의 마몬을 보며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공짜로 주는 게 아니란다. 일해야지.
그렇게 고블린들을 모두 옮긴 후 이왕 들어온 김에 각종 식재료들을 다시 챙겼다. 아라가 보끔이를 데리고 와서 다행이었다.
“사고 치지 말고!”
-물론입니다!
“다른 애들이랑 싸우면 안 돼!”
-다른 녀석들도 있습니까?
“어. 다 사이좋게 지내고 있지.”
-알겠습니다! 절대 대군주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생명의 은혜! 무조건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다시 한번 밭을 보며 놀라는 고블린들을 광산 쪽으로 안내하라고 멍멍이에게 부탁해 놓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인 것이다!”
아라는 마몬과 고블린들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되어 기쁜지 아까부터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마몬은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야?”
“우음……. 알지만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지.”
자칭 3,501살의 아라이니 기억이 안 나도 그러려니 해야지.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돌아가지?
나갔을 때처럼 다시 철책을 넘어야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마몬한테 인식 저하의 독을 받아 올 걸 그랬다. 이미 쿨타임이 돌기 시작하는 탐식의 주인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네.
시간을 슬쩍 확인해 보자 어느새 6시가 넘었다. 이거 좀 애매한데. 어느새 동도 트려 하고 있었다.
“돌아가자, 아라야.”
“응!”
일단은 돌아가야 하니 무작정 걸었다.
그러나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일단의 무리와 마주치고 말았다.
“Stop!”
“헉.”
깜찍하게 반응한 아라가 긴장한 얼굴로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니…….
“음? 규성 님?”
“아, 이해솔 부팀장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일행 사이에 이해솔이 있었다. 정찰을 하고 돌아왔는지 피곤한 안색이었다.
“규성 님이 왜 여기에……. 그것보다 여긴 위험합니다. 빨리 돌아가시죠. 아니, 같이 갑시다.”
하마터면 꽤 심각한 문제로 번질 뻔했는데 이해솔 덕분에 아무 일도 없이 자연스레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확인하자 다른 사람들도 내 얼굴이 기억났는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영어라 대충 반응했지만 아마 저녁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치레 같았다.
“규성 님, 왜 혼자, 아니 아라랑 여기 나와 계시는 겁니까. 기지 밖은 위험합니다.”
“그게…….”
나는 머리를 긁으며 뭐라 변명을 해야 하나 곤란함에 빠졌다.
“내가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음?”
“내가 나가서 이규성규성이 나를 잡으러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왔던 것이다!”
이해솔은 아라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2팀의 부팀장인 그도 아라가 겉보기와 달리 각성자와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라가 나를 생각해서 이런 변명까지 할 줄이야. 뭔가 고마우면서도 짠했다.
품에 안은 아라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이해솔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걱정 끼쳐서.”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저희로서는 다른 무엇보다 길드원이 우선이거든요. 당장 마몬을 토벌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규성 님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규성 님이 저희에겐 우선입니다.”
차갑게 보였던 이해솔이 슬쩍 입가에 미소를 지어 주며 말했다.
뭔가 감동적이네.
내가 감사하다고 나직이 말하자 어느새 우리는 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오늘따라 고블린들이 안 보이네요. 그래도 정찰을 나가면 한 무리 정도는 발견하고 왔었는데.”
“……그, 그런가요?”
“혹시 또 무슨 꿍꿍이를 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습격 준비라도 하는 걸까요.”
“그,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 아무 일도 없지 않을까요?”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죠.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하니.”
와글와글-!
웅성웅성-!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기지에 도착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난 듯 보였는데 굉장히 소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마침 아라홍련 길드원이 보여 이해솔이 말을 걸었다.
“아! 부팀장님! 정찰 임무 고생하셨습니다. 그게…….”
미처 길드원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뭐?! 고블린들의 반응이 모두 증발했다고? 그게 사실이야?”
한울 형님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