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1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19화(118/119)
[마력의 파프리카 두유 LV.1]재료 : 백태, 고소고소, 파프리카
수백 개의 콩과 파프리카가 농축된 액체.
고소고소로 맛과 향을 더했다.
섭취 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합니다.
섭취 시, 체내에 흡수되지 않은 지방을 조절합니다.
섭취 시,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합니다.
섭취 시, 1초간 마력을 증폭시킵니다.
섭취 시, 마나의 순환을 탁월하게 만듭니다.
엄청난 스펙의 두유가 완성되었다.
건강식품이라는 단어가 어느 무엇보다도 어울리는 먹거리.
그냥 파프리카나 파프리카 과채즙보다 효능도 좋아졌다. 원래는 마나의 순환을 더욱 원활하게 만든다는 문구였으나 이제는 탁월하게 만든다는 업그레이드 된 설명.
자랑스레 두유를 꺼내고 있자 한울 형님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두유를 확인하셨다.
“콩?! 콩을 재배한 건가!”
“맞아요. 어제 미리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었네요.”
한울 형님이 잔뜩 흥분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한울 형님을 보며 그렇게 흥분할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메주는?!”
“이번에 돌아가서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고추도 수확하고 나면 된장하고 고추장이 만들어지겠네요.”
“헉!!”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휘둥그레진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이제야 한울 형님이 흥분한 이유를 눈치챘다는 듯.
된장과 고추장!
한국인으로서 이 둘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내 식재료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은 기존의 것과 다른 맛이 날 게 분명했다.
“규성 씨가 만든 된장과 고추장…….”
“된장찌개, 김치찌개, 된장국이랑 김치도 만들고, 제육볶음에 된장 나물무침을…… 크으!”
“메주를 만들면 간장도 만들 수 있잖아!”
“미, 미쳤다.”
물론 맛이 좋을지는 만들어 봐야 안다.
원래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나? 오히려 내가 기른 작물로 만든 건 조금 특이하거나 독특해질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맛있을 거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맛있는 것이다!”
아라가 두유를 들고 류천에게 건넸다.
내가 류천에게 줄 물건이라고 미리 말해 뒀더니 먼저 다가가서 건네주는 아라였다.
만들어 낸 두유는 총 20개.
그중 하나를 길드원들에게 확인하라고 보여 주고 반응을 기다렸다.
“먹어 보고 싶네.”
“우리는 다음번에 먹어 보자.”
류천을 위한 치료제라는 인식이 강해서 모두들 입맛을 다시면서도 묵묵히 다시 돌려놓았다.
“그럴 줄 알고 가져온 게 또 있죠.”
“음?”
보끔이에게서 새로운 플라스틱 병을 꺼냈다.
방금 꺼냈던 파프리카 두유와 비슷한 색상의 액체가 들어 있는 병들.
“이건 그냥 두유예요. 파프리카 두유가 아니라.”
“오?”
“어차피 치료는 파프리카의 효능으로 하는 거라 그냥 두유는 드셔도 상관없어요. 딱히 제 능력으로 합성한 것도 아니라서.”
“규성 동생! 그런 식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면 어떡하자는 건가!”
그사이 두유의 스펙을 확인한 마천루 길드 측이 말을 걸어왔다.
“이거, 지금 마셔 봐도 되나?”
“예, 물론이죠.”
류왕진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뚜껑을 따고 원샷을 때리는 모습이었다.
근데 그걸 왜 당신이 마십니까?
마셔 봐도 되냐기에 류천이 마시는 줄 알았는데?
“……류천 님 드리려고 만든 건데.”
“죄송해요, 규성 님. 저희 길드장님께서는 호기심이 일면 반드시 직접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인지라.”
유비홍이 대신 사과를 해 왔다.
류천도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슬쩍 고개를 숙이며 류왕진의 갑작스런 행동에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크하! 맛이 좋구나!”
단숨에 파프리카 두유를 마셔 넘긴 류왕진이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두 번째 병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안 되는 것이다!”
아라가 류왕진의 앞을 막아섰다.
“음?”
“이건 류천의 것이다!”
아라는 그리 말하더니 길드원들을 위해 꺼내 놓은 평범한 두유를 가지고 와서 건넸다.
“이걸 먹는 것이다!”
“당돌한 꼬맹이구나!”
“나는 아라인 것이다!”
순간 분위기가 굳었다. 마천루 측은 설마 아라가 류왕진 길드장을 가로막을 거라 생각 못 한 눈치였고, 우리 쪽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으로 사태를 지켜보았다.
“아라? 이름이 아라인 것이냐?”
“아라인 것이다!”
“그렇구나! 나는 류왕진이다. 제천대성이라 불리고 있지.”
“제천대성이 무엇이냐?”
“손오공이다!”
“손오공은 무엇이냐!”
뭔가 뇌가 녹을 것만 같은 대화였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이어지는 둘의 대화였지만 결국 류천이 슬쩍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음? 왜 한국어로 말하냐?”
“이건 규성 씨가 저의 치료를 위해 직접 만들어 준 거예요. 조금 더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도 의미가 전달되게끔 한국어로 말하는 류천이었다. 그리고 안하무인 같았던 류왕진은 이내 머리를 긁적이더니 대뜸 내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아니, 너무 행동이 확확 튀는 것 아닙니까. 따라가기가 벅차네.
그래도 깔끔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게 사과받을 일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본인들 손해라고요.’
조금 특이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는 사이 드디어 류천이 파프리카 두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동안 두유를 음미하던 류천은 이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不疼…….”
“오! 효과가 바로 오는구나?”
중국어라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천루 측 사람들의 표정이 대번에 환해졌다.
“하하하! 좋구나, 좋아!”
그중에서도 류왕진이 가장 기뻐하는 모습이었는데, 아예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게 감정에 참 솔직한 사람 같았다.
“가서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이템의 설명을 보면 아가씨의 병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건 분명해 보이네요.”
“저번에 마셨던 거나 그냥 파프리카를 먹었을 때보다 훨씬 몸이 편해졌어.”
유비홍과 류천의 대화가 이어졌고 이내 마천루 측의 사람들도 진지하게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그럼 이제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볼까요?”
한석준 길드장님이 나서며 협상을 이끌어 냈다.
여기서부터는 내 영역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 물건에 관한 일이다 보니 옆에서 조용히 듣고는 있었는데, 알아서 잘 해 주겠거니 하는 믿음을 지닌 채 아라의 간식을 챙겨 주었다.
“규성 씨.”
“예?”
나처럼 본인의 일이긴 했지만 협상은 맡겨 놓은 류천이 아라가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말을 걸어왔다.
“아라랑 같이 사는 거죠.”
“예, 그렇죠.”
“너튜브에 나온 곳, 거기서 사는 건가요.”
“너튜브? 아!”
선아가 찍은 너튜브의 배경은 대부분 탐식의 던전이었다. 너튜브 댓글로도 종종 우리가 찍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는데 딱히 신경 쓴 적은 없었다.
“맞아요. 거기가 저희 집이에요.”
“던전?”
“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해진 류천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놀러 가도 돼요?”
“놀러 온다고요?”
안 될 건…… 없지?
그렇지만 마천루 길드의 8급 각성자이자 길드장의 손녀인 류천이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걸까? 애초에 몸 상태 확인이 먼저 아닌가.
“안 돼요?”
표정이 거의 없는 그녀였지만 시무룩해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돼요. 근데 일단 돌아가서 몸 상태를 검사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음.”
미간이 살짝 좁혀지며 곤란한 기색을 띠는 류천이었다. 그러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돌아가서 병원에 가 볼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몸이 건강해지면 언제든 놀러 오셔도 됩니다.”
“그러면 규성 씨도 마천루에 한번 방문해 주세요. 답례를 해 드릴게요.”
“아, 초대해 주시면 무조건 가죠.”
마천루 길드의 답례라.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답례 자체보다 그냥 세계 50위권의 길드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더 강했다.
“협상 끝났습니다, 규성 님. 여기 한번 거래 내용 확인해 보세요.”
“예!”
거래 내용을 보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역시 중국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라는 것일까. 통이 큰 액수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특약 사항도 존재했다.
‘준길드원 대우?’
특약 사항 중에는 그런 특이한 문구도 있었는데 자세히 읽어 보자 말만 준길드원이지, 그냥 VIP 대우나 마찬가지였다.
즉, 책임은 없고 그저 마천루 길드의 모든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다. 물론 마천루 길드에 방문한 동안에나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나저나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하고 이번에 받게 될 돈까지 하면 슬슬 생각해 봐도 되겠는데?
‘던전이 있는 산을 통째로 사기!’
바로 한번 알아봐야겠다.
* * *
탐식의 던전.
오늘은 프레이와 알프헤임들이 고블린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는 날이었다. 안내라고 해도 별다른 건 없고, 온천 여행이 더 맞는 말에 가까웠다.
-흐음, 날씨가 쌀쌀해졌군.
별빛벌레를 탄 프레이의 뒤를 따르며 마몬이 중얼거렸다. 날이 갈수록 조금씩 차가워지는 날씨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었다.
-날씨가 쌀쌀하다고? 그렇다면 여기지!
-오, 도착한 건가?
오늘은 일단 스무 마리의 고블린과 함께 온 마몬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수증기가 자욱하게 낀 장소를 볼 수 있었다.
-지, 지옥이다! 키릭!
-무서운 요정들! 우리를 무서운 곳에 데려왔다!
-투, 투쟁!
그들의 눈에 비친 온천의 모습은 사뭇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렇기에 지레 겁부터 먹는 모습들에 프레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이런, 이런. 역시 이래서 고블린들이란.
-그게 무슨 말이냐! 감히 우리를 함정에 데려온 주제에!
마몬이 발끈하며 외치자 곁에 있던 고블린들이 오오오, 역시 우리 대왕님은 멋져 하며 찬양하기 시작했다.
-잘 보아라! 저건 온천이라고 하는 것이다!
-온천?
-따뜻한 물이 사시사철 나오는 곳이지! 물에 몸을 담그면 기분이 아주 좋을 거다!
-물에 몸을 담가?
고블린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알프헤임들이 차례대로 별빛벌레에서 내려 입수를 시작하자 호기심이 솟았다.
-크으.
-이야, 물 좋다.
-뜨뜻하이!
요정들의 반응을 본 마몬이 다른 고블린들이 망설일 때 용감하게 나섰다.
-이 몸이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러분!
-오오! 역시 대왕님! 너무나 용감하셔!
프레이는 그런 마몬을 보며 씩 웃었다.
-이곳은 원래 대군주님의 욕탕이었다. 그러나 아량을 베풀어 모두에게 내놓았지. 영광인 줄 알거라, 고블린들이여!
-대군주님의 욕탕?!
용기를 내려던 마몬이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프레이가 자연스레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질 수 없다 생각하며 발을 살짝 담갔다.
-뜨거워!
-고블린들의 대왕은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거군!
-이익!
마몬이 이내 조심스레 다시 입수를 시도했다. 그러나 뜨거운 물을 몸에 묻히는 일 자체가 처음인 마몬은 곤욕을 느끼며 바둥거렸다.
-대, 대왕님…….
-크윽, 우리가 이런 치욕을 당하다니!
-우리도 돕겠습니다, 대왕님!
지켜보던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러자 자연스레 떠밀려 버린 마몬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수를 하고 말았다.
-앗, 뜨거!
처음에는 뜨겁다고 느껴 파닥거렸지만 이내 점차 온도에 적응한 마몬은 나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 대체 무슨 감정이지?
-흐흐흐. 드디어 입수에 성공했구나, 어리석은 고블린! 어떠느냐 이 뜨뜻한 온천은!
-나, 나쁘지 않군.
애써 좋은 내색을 하기 싫었지만 점차 풀리는 표정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마몬을 보며 다른 고블린들도 하나둘씩 온천에 입수하기 시작했다.
-따뜻해!
-기분 좋아.
-펴, 평화…….
자연스런 정적이 뒤따르며 고블린과 요정 할 것 없이 모두 조용히 온천욕을 즐겼다.
-어?
온천에 몸을 맡긴 채 뒤로 기대고 있던 마몬은 무언가 얼굴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 보는 차가운 무언가였다.
-이게 뭐지?
-눈!
프레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호했다.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