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2)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2화(12/119)
슬슬 영성이 형을 통해 보냈던 마크투의 체액과 독독이의 독, 그리고 당근의 결과가 나왔나 싶어서 던전 밖으로 나오자 잠깐 사이 밀렸던 연락이 우르르 표시되었다.
“뭐지?”
나한테 연락을 할 사람은 고작해야 가족밖에 없었다. 용산의 영성이 형도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따로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기에 대체 뭔가 싶었다.
“헉!”
연락을 보낸 인물을 확인해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포식자 강한울이었다.
꽤 여러 번 통화를 걸었는지 부재중 전화가 쌓여 있었고 메시지도 여럿 남겨져 있었다.
“뭐, 뭐지? 왜 이렇게 많이 연락하신 거야? 어제 헤어졌지 않나?”
또 한 명 눈에 띄는 건 영성이 형이었다.
당연히 분석 결과에 대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토마토를 개인적으로 조금 구할 수 있겠냐고?”
그렇게 맛있었나?
물론 먹어 본 나도 맛있는 건 알고 있지만 영성이 형이 보여 주었던 당시의 반응이 미묘했기에 의외였다.
이번에는 강한울의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동생, 바쁜가?
-시간 있으면 나중에 식사나 한 끼 같이 하지?
-혹시 토마토나 당근 남는 건 더 없나?
-만약 살 수 있는 물건이면 내가 좀 사고 싶은데.
그 외에도 뭔가 아재 같은 농담이나 전날 있었던 일, 그리고 소갈비찜의 레시피 등을 보내왔다.
“이건 왜?”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메시지들을 대충 넘기면 결국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하나였다.
마력이 깃든 작물 좀 더 가져와라.
“흐음.”
마침 토마토도 수확을 끝냈고 곧 있으면 레일라도 수확할 수 있다.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일단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하시니 고민이 되긴 했다.
“강한울이랑 친해지면 절대 손해 보는 건 아니지.”
성격은 좀 괴팍했지만 사람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그와 연을 맺어 보려는 사람들이 한 트럭일 정도로 각성자 사회에서 강한울의 위명은 대단했다.
“일단 영성이 형한테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그나저나 영성이 형도 토마토에 푹 빠졌구나.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먹어 봐도 지금까지의 토마토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으니…….
나는 토마토가 더 있으니 가져간다고 답장하고 강한울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연락이 늦어, 죄송, 합니다, 혹시 레일라가, 있는데, 그것도 괜찮습니까? 당근은 없고, 토마토는 좀, 있습니다. 발송.”
예전에는 핸드폰 타자도 빠르게 잘 쳤었는데 3년간의 던전 생활이 문명으로부터 나를 떨어뜨려 놓았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 놓고 답장을 기다리는 김에 바깥소식이나 살피기 위해 웹서핑을 했다.
“오? 아라홍련이네.”
마침 강한울이 소속된 아라홍련 길드에 관한 소식이 보였다. 바로 클릭해 보니 썩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위기의 아라홍련 길드! 고작 4급 던전을 해결하지 못하다?
“흠!”
당연한 말이지만 던전의 급수가 올라가면 위험도도 올라간다. 막 던전이 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4급은 최상위 던전이었으나 지금은 중간축에 속했다.
“이건 의외네. 아라홍련이 4급 토벌에 실패할 줄이야.”
기사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니 새로운 유형의 몬스터가 등장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정보는 풀리지 않았으나 아라홍련의 대표 각성자인 정소연이 직접 진두지휘한 토벌이었음에도 실패했다는 건 큰 의미를 시사했다.
-ㅋㅋ이제 아라홍련도 한물갔네.
-5대 길드라고는 하지만 가장 먼저 만들어진 길드라 예우로 포함시켜 준 감도 있지. 이제야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거고.
-아, 정소연은 차라리 다른 길드로 가면 좋겠다. 요즘에 테러 길드에서는 각성자들 예능에 자주 비춰주던데 테러 길드로 이적하면 안 되나?
└와 테러 길드로 이적하면 대박일 듯!
댓글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음…….”
최근 들어 민간인들에게 친숙한 길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여러 매체에 각성자들이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라홍련이나 몇몇 길드들은 여전히 던전 토벌에 주력했는데 그 상황을 반영한 듯한 의견들이었다.
‘아라홍련은 특히 더 그렇지. 아무래도 대한민국 최초의 길드라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솔직히 아라홍련의 길드장인 한석준의 내심을 내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한다기보다 전통을 지키려는 느낌으로 그 자리를 고수하는 게 아닐까?
“뭐가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이내 다른 기사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각성자와 연관된 기사들이었다.
“박수호가 김혜린이랑 사귄다고? 이야, 대박이네.”
가십거리는 언제나 즐거웠다.
나도 한때는 스타 각성자를 꿈꿨으니 이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묘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물론 씁쓸한 감정도 있었으나 이제는 저런 연예인과 같은 각성자들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띠링!
그렇게 이런저런 소식들을 살펴보자 누군가에게서 답장이 왔다.
영성이 형이었다.
-혹시 지금 만날 수 있나? 이번에는 형이 그쪽으로 가마.
이 형이 많이 급하신 모양이시다.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아무래도 토마토의 맛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 때문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 수 있었다.
“아이템이라서? 아니면 효능?”
그게 뭐든 간에 일단 오봉산 입구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나는 다시 던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새 조금 줄어든 토마토의 양을 보며 이 먹보들의 위력을 실감했다.
“많이는 못 가져가겠는데.”
그러고 보니 얼마나 원하시는지 확인을 못 했다. 부족하면 나중에 또 챙겨 주면 되겠지, 뭐.
그렇게 방울토마토를 2kg 정도 챙겨 들고 약속했던 카페로 향했다.
거리로 따지면 내가 훨씬 가까웠지만 슬라임 던전의 위치가 길이 없는 산 중턱이었기에 하산하는 시간을 따지면 얼추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았다.
“와, 벌써 오셨네요?”
그래도 내가 좀 더 일찍 도착하지 않을까 했는데 카페 안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영성이 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하다, 규성아.”
“아니에요. 저도 불쑥불쑥 찾아가는데.”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 있는 토마토부터 꺼냈다. 그러자 영성이 형의 시선이 내 손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한 2kg 정도 될 거예요. 더 드리고 싶었는데 당장은 많지가 않아서…….”
“규성아, 혹시 네가 재배하는 거냐?”
영성이 형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만 들리게끔 말했다. 어차피 사람도 없는 카페 안이라 듣는 사람도 없었는데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비슷해요.”
“비슷해?”
“예.”
“그렇구나.”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말하자 그 의도를 알아차린 영성이 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일단 여기 네가 저번에 맡긴 자료들이랑 물건들. 당근도 그쪽에서 반쯤은 남겨줬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라홍련 길드에서 혹시 이 독을 더 구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내가 대답은 미뤄 뒀다. 혹시 이 독을 더 구할 수 있냐?”
“아라홍련 길드에서요?”
갑자기 여기서 아라홍련 길드가 왜 나와?
아, 생각해 보면 영성이 형은 아라홍련 길드의 강한울하고도 아는 사이처럼 보였었다.
어쩌면 내가 보낸 물건들의 분석 의뢰를 맡긴 곳이 아라홍련인가?
“아, 형이 말하지 않았나? 형은 예전에 아라홍련 길드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었어.”
“와아! 진짜요? 처음 들었어요!”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한 적이 없었나 보네.”
용산에서 자그마한 가게를 하니까 설마 아라홍련 길드에서 일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인맥이 많다고 항상 자랑할 때부터 조금은 알아봤어야 했는데.
“독은 더 구할 수 있어요. 양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완전 자연인이 됐구나.”
“……그러게요. 던전 자연인이 돼 버렸네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영성이 형이 자연인이라고 하자 진짜 자연인처럼 느껴졌다.
농작물부터 독까지.
나중에는 다른 것도 나오는 거 아니야?
‘슬라임의 랜덤 능력이라면 가능할 수도…….’
혼자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영성이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드에 말해 놓겠다고 했다.
“아, 형. 안 그래도 형한테 연락 온 거 확인하면서 보니까 강한울 님한테도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 녀석은 원래 오지랖이 넓어. 대충 상대해 줘.”
진짜 친한 사이이신가 보네.
그러던 중에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강한울 님은 이게 맛있어서 찾는 느낌이었는데 형도 이게 마음에 드신 거예요? 그날은 딱히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 가지고…….”
“음.”
영성이 형은 잠시 침음을 내더니 이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내가 아파.”
“예? 아내분이 아프시다고요?”
“혹시 김시영 아냐?”
“김시영 각성자님 당연히 알죠. 아라홍련 길드…….”
거기까지 말한 나는 설마 하는 눈초리로 영성이형을 쳐다봤다.
“방금 말한 아내분이 혹시?”
“그래. 시영이가 내 와이프다. 그리고 지금 많이 아파.”
“아…….”
모를 수가 없었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알 만큼 파장이 컸던 사건이었으니까.
칠대죄악이라 불리는 몬스터.
던전의 이름조차 그 죄악의 이름이 붙었다.
‘인색.’
무려 9급 던전이었다.
현재까지 나온 던전 중에서 가장 높은 급을 가진 던전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당시에 수많은 각성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던전이었다.
‘9급 던전 중 몇 군데를 토벌에 성공하고 한껏 자신감에 차올랐던 각성자들을 단번에 절망으로 빠트렸지.’
세간에는 칠대죄악 던전만큼은 10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설마 김시영 각성자님의 남편분이 형일 줄은 몰랐네요. 그럼 그 토마토를 달라고 했던 것도 아내분 때문이신가요?”
“그렇지.”
이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영성이 형이 급하게 여기까지 온 게 이해가 됐다.
“혹시 독에 중독되신 건가요?”
“맞아. 근데 아직도 해독하지 못했어. 지난 몇 년 동안 별별 연구를 다 했지만…….”
영성이 형은 침중한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항상 시원시원했던 영성이 형이 이런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자 나도 마음이 아파 왔다.
“해독이라…….”
나는 문득 과채즙이 떠올랐다.
분명 과채즙의 효능 중 하나가 해독이었다.
‘애매한 과채즙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혹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도움을 주려면 내 액체 합성 능력을 드러내야만 했다.
이미 반쯤 짐작하고 있을 테지만, 음…….
“형.”
“응?”
“제 능력, 짐작하고 계시죠?”
내 갑작스런 물음에 영성이 형은 움찔하더니 이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특정될 수밖에 없었지. 항상 포션을 가져다 팔아 줬으니까.”
“형, 아무래도 제 능력으로 형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뭐?”
마침 당근이 반쪽짜리가 남았다.
과채즙을 굳이 만들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양.
그리고 던전에서는 지금도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애초에 해독의 핵심은 토마토이니 토마토를 수확해서 이것저것 더 만들어 봐도 되는 일이고.
“형, 이제 제가 형을 도울 차례인 것 같네요.”
“규성아…….”
영성이 형의 형수님?
내가 반드시 치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