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4)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4화(14/119)
마침 위로 올라온 뿌우와 함께 신병까지 셋이서 레일라를 확인하러 갔다.
보랏빛의 양배추 잎과 같은 것에 싸인 레일라는 벌써부터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달콤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향긋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향이었다.
“이거 향수로 써도 되겠는데?”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으나 진짜로 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내가 직접 만들 필요도 없지.
저 잎사귀만 따다가 일단 향수 제조사에 의뢰해 보면 되는 거 아니겠어? 요즘에는 그런 맞춤 제작 향수 공방도 있던 것 같은데.
“저 잎사귀도 따로 수확해 둬. 버리지 말고.”
꾸물!
뿌우-
자, 그렇게 됐으니.
일단 난 수확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숙달된 조교의 시범부터 살펴봐야지.
“누가 먼저 수확해 볼래?”
꾸물?
뿌우!
뿌우가 신병을 가리켰다.
신병은 뾰롱뾰롱 거리면서 냉큼 레일라의 보랏빛 잎사귀에 달라붙었다. 곧이어 꾸물대며 한 장씩 떼어 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몸놀림이었다.
뿌우!
함께 지켜보던 뿌우도 감탄사를 터트리듯 소리를 내더니 이내 작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슬라임한테 질 수 없지.”
나도 곁눈질로 녀석들이 하는 걸 살피며 레일라의 열매를 수확했다. 의외로 어렵지는 않아서 겹겹이 둘러싸인 잎사귀를 순서에 맞춰 조심스레 떼기만 하면 되었다.
“슬라임은 손이 없어서 더 섬세하게 작업을 하는구나.”
이제 보니 나는 손으로 작업을 하기에 쉽게 느껴진다는 걸 깨달았다. 손도 없이 이런 작업들을 해내는 슬라임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옆에서 작업을 보며 따라 하자 내가 먼저 레일라의 과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잎사귀가 걷어져 밖으로 드러난 과실은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평소에도 과일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나 이걸 과연 과일이라는 단어로 단순하게 치부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이제 이걸 어떡하지?”
그냥 따면 되겠지만 혹시 몰라 대기했다.
일단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마저 살펴보도록 하자.
똑!
그러나 내 거창한 기대와 달리 신병은 레일라의 과실을 툭 하고 떼어 냈다. 얇은 밑동이 보였는데 그걸 그냥 꺾은 듯했다.
“그럼 나도.”
툭!
열매를 잡고 살며시 옆으로 꺾자 밑동이 부러지며 분리되었다.
“오오.”
보라색의 반들반들한 겉껍질의 레일라.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대한 보라색 도토리로 보일 것 같았다.
“과육이 겉으로 드러난 건 아니라 보관하기는 편하겠네.”
이내 셋이서 열심히 레일라를 따자 금방 30개의 과일을 채집할 수 있었다.
차곡차곡 쌓인 레일라를 보자 내 마음도 풍족해진 느낌이었다.
“캬아.”
그런데 이것도 혹시 아이템이 되었을까 싶어 자세히 한번 살펴보자…….
[마력이 깃든 레일라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1분간 몬스터 친화력이 올라갑니다. 이후 영구적으로 극소한 친화력 상승.
보통의 레일라는 분명 아이템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아니 슬라임들이 기른 작물들은 특별해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전혀 예상 못 한 효과가 붙어 있다.
몬스터 친화력이라고 하면 몬스터랑 친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이건 못 써먹겠는데.’
당근이나 토마토는 그래도 어느 정도 활용할 방도가 보였는데 이건 좀…….
“맛만 좋으면 되지.”
애써 그리 생각하며 레일라 열매 하나를 들었다. 수확을 했으니 이제는 맛볼 차례지!
“밑에 있는 애들도 불러.”
뿌우!
뿌우가 부르러 간 사이에 나는 슬라임의 몫까지 총 6개의 레일라 껍질을 갈랐다. 단단한 겉껍질을 갈라내고 과육이 드러나자 달콤한 향이 던전 전체를 휘감았다.
“크으.”
침이 고이는 걸 억지로 삼켜 가며 준비를 끝마쳤을 때쯤 뿌우가 다른 슬라임들을 모두 데리고 올라왔다.
“자! 고생했다, 애들아! 먹자!”
꿀렁!
꾸물~!
마크투, 독독이, 달리기, 뿌우, 신병.
총 다섯 마리의 슬라임과 나까지 모두 레일라를 하나씩 맡았다.
“과육이 꽤 많네.”
알맹이가 거의 한 아름 정도 되는 크기였기에 껍질 속에 숨어 있던 과육의 양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과육의 안쪽에 위치한 씨앗의 비중이 크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배부르게 먹을 양이었다.
‘배부른 수준이 아니라 배가 터지겠는데.’
어찌 됐든 슬라임들이 올 때까지 간신히 참고 있던 나는 곧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
쭈와악!
과즙이 터져 나오며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엄청난 향기의 대군이 내 코를 통해 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꿀꺽!
식감? 맛?
아니, 그보다 궁극적인 미식의 형태였다.
바로 향.
“하아…….”
고작 한 입만 베어 먹었을 뿐인데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목구멍을 지나가고 위 속에 안착했을 레일라건만, 아직도 레일라가 입 안에 가득한 느낌이었다.
꿀렁-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 듯 슬라임들도 여운을 느끼듯 멈춰 있었다. 순식간에 먹어 치웠던 당근이나 방울토마토와는 또 다른 반응이었다.
“어?”
그러다 문득.
순식간에 여운이 사라지며 입 안에 남아 있던 레일라의 향이 사라졌다. 깔끔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라진 레일라의 향에 나는 다시 놀랐다.
‘사라진 게 아니라 꼭 입가심이 된 것처럼…….’
아, 확실하다.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향이 순식간에 덮어 버렸다. 입 안이 마치 민트를 먹은 마냥 화사해지며 상쾌하게 느껴졌다.
레일라는 여러 가지의 향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것이었다.
“우와. 쥑이네?!”
나는 또다시 레일라에 입을 가져다 댔다.
다시 한번 처음과 같은 감동이 밀려오며 긴 여운이 이어졌다.
이후로는 무한 반복이었다.
끝에 남는 입가심의 향 덕분에 항상 처음 먹는 것과 같이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레일라 하나를 뚝딱 해치운 내 배는 어느새 볼록해져 있었다.
“끄윽.”
꾸울렁–
마치 중독된 듯 먹어도, 먹어도 너무나 맛있었던 탓에 무리를 해 버렸다.
“이거 설마 진짜 중독 성분 있는 거 아니야?”
보통의 레일라는 이미 인체에 무해하다는, 오히려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알려졌지만 내가 기른 마력이 깃든 레일라는 혹시 모른다.
이것도 의뢰를 맡겨 봐야 하나.
주위를 둘러보자 슬라임들도 자기들 몸통만 한 크기의 레일라를 전부 먹어 치우고 만족의 포만감으로 꾸물대고 있었다.
“씨앗은 전부 다시 심을 거니까 잘 모아 둬.”
꾸울러엉-
“그나저나 밑에 심은 것들도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되지 않았나?”
나는 슬라임들에겐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명령하고는 혼자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어느새 꽃봉오리가 생긴 토마토?가 보였다.
“토마토…… 맞지?”
어째 위에 심은 거랑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키도 훨씬 커서 거의 내 턱 밑까지 왔다.
덕분에 지지대 두 개를 엮어서 하나로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것도 다들 알아서 했구나. 진짜 만능 일꾼들인데?”
최근에 워낙 자주 나간 덕분에 거의 모든 농사일을 슬라임들에게 맡겼었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이렇게 척척 잘해 내는 모습들을 보니 너무나 기특하게 느껴졌다.
옆을 보자 다른 작물들도 슬슬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새싹이 이제 막 난 것부터 어느새 꽤 자란 듯한 모습들까지.
“토마토가 그래도 제일 빠르네.”
어쩌면 토마토는 내일 중으로 수확까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긴 게 평범한 토마토와 달리 좀 이상했지만 해독 능력이 더 뛰어나다면 이걸로 형수님을 치료할 생각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가 가지, 요건 딸기? 와, 오이는 아직도 이만큼밖에 안 자랐네?”
성장 속도에 대한 개념이 망가져 버렸다.
이미 충분히 빠르게 자라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투덜대었다.
“오, 엠버그릴! 너도 기대하고 있다.”
의외로 던전 식물인 엠버그릴의 성장 속도가 빨랐다. 솔직히 언제 다 자라는 건지 몰랐지만, 일단 자라난 모습만 보면 빠르게 느껴졌다.
꾸물?
내가 한참을 살피고 있자 휴식하다 지친 마크투가 고개를 내밀었다. 쉬라고 말했는데도 저러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농사일을 일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놀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야, 다 쉬었어?”
꾸물!
“그래. 마음대로 해.”
말을 듣자마자 마크투와 독독이, 그리고 뿌우가 내려왔다. 이내 밭을 둘러보다가도 연못에서 수영도 하며 평화롭게 지냈다.
“그래도 저번처럼 막 바쁘진 않나 보네.”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자리를 깔고 앉아 멍 때리며 바라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슬슬 졸음이 쏟아졌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잘 시간이 되긴 했다.
“내일이 기대되네. 애들아, 만약에 여기서 뭐 수확할 일 있으면 나도 좀 깨워 줘. 경험할 겸 구경해 보게.”
꿀렁!
하루하루가 보람찼다.
영성이 형도 돕고 유명한 각성자랑 안면도 트고. 동시에 돈도 벌고.
아주 좋구만!
* * *
꾸물!
띠리리리-
축축한 느낌과 함께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자 내 배 위에 올라와 있는 마크투가 보였다.
“오, 좋은 아침이다. 마크투.”
꾸물!
수확할 때가 되면 깨워 달라고 했었는데 마침 일어날 시간이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던 건가.
“음, 10분 뒤면 쿨타임이 도네.”
앞서가는 마크투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자 키가 더 커진 토마토가 보였다. 동시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열매들이 보였다.
“이젠 너무 다른데?”
저번 방울토마토는 비유적으로 보석 같다고 표현했었다. 그러나 이번 건 정말 보석 그 자체였다.
색깔도 다채로웠다.
붉은 보석 같은 것도 있고 주황색, 노란색, 심지어 보라색이나 검은색도 있었다.
“……먹어도 되는 건가.”
수확할 때가 되었다는 거니 일단 수확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때 마크투가 꾸물거리며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오, 이미 수확한 게 있구나?”
하필이면 검정색으로 골랐네.
어찌 됐든 마크투가 건넨 방울토마토를 집어 확인해 보았다.
-빠바밤!
[새로운 작물을 발견했습니다.]이름을 지어 주세요.
뭐야 이건 또.
갑자기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음에 깜짝 놀랐다. 곧이어 문구를 살펴보자 의외의 메시지에 다시 놀랐다.
“오? 내가 이름을 지을 수 있구나.”
[?? LV.1]마력이 담겨 있는 작물.
인체에 무해합니다.
섭취 시, 3분간 독 내성을 얻습니다.
섭취 시, 해독 작용이 일어납니다.
섭취 시, 3초간 소량의 마력이 증가합니다.
이름은 지어지지 않았기에 물음표로 표시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 외로 친절한 문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웬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표시가 뜨냐.”
서비스인가?
어쨌든 효과 자체도 평범하지 않았다.
이전의 방울토마토가 무슨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지 노트를 꺼내 살펴보자…….
[마력이 깃든 방울토마토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3분간 독 내성을 얻게 됩니다. 이후 영구적으로 극소한 독 내성 상승.
뭔가 사라진 것도 있었고 늘어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무조건 새로 얻은 토마토의 효능이 더 뛰어날 것 같았다.
‘이번에 의뢰 맡긴 자료를 영성이 형한테 받자마자 읽어 봤지.’
이전의 방울토마토는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독 내성을 얻는다고 되어 있지만 효율이 너무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가장 마나량이 많은 각성자가 이걸 섭취해도 독 내성은 고작 0.1 정도가 오른다고 해야 하나.
영구적으로 얻는 독 내성은 그것보다 훨씬 적은 양이니 먹기 전과 후가 티가 나지 않을 정도.
“그렇지만 이건 꽤 효과가 있을 거야. 아니, 있어야 돼!”
절대적인 효과가 좋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제발 그러길 바란다.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증가하는 효과는 없어졌어도, 그냥 섭취 자체만으로 0.1 이상의 효율을 보이기만 하면 된다.
“이름 정하기 전에 일단 먹어 볼까?”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니 나는 곧바로 토마토를 입에 가져갔다.
곧이어 껍질이 없는 것처럼 순식간에 입 안에서 녹아 없어지더니 농축된 토마토의 맛이 입안 전체와 식도, 그리고 위까지 점령해 버렸다.
“허어…….”
그와 동시에 눈앞에 뜨는 상태창.
[3분간 독 내성이 상승합니다.] [3초간 마력이 증가합니다.]마력의 상승.
솔직히 나는 전투 각성자가 아니라 마력의 존재 유무를 확실히 느낀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이게 마력?”
액체 합성이나 슬라임 소환을 사용할 때 느껴졌던 묘한 탈력감.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기운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그러나 그것도 3초 남짓이었다.
“그래도 대박인데? 이렇게 확 느껴질 정도라고?”
정확한 수치는 다시 연구소에 맡겨야 알겠지만 내가 볼 땐 심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형수님의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마력 토마토의 발견은 한 줄기 빛이었다.
“그래. 이름도 그냥 마력 토마토라고 하자.”
[‘그냥 마력 토마토’로 등록하시겠습니까?]“아, 아니. 마력 방울토마토.”
[‘마력 방울토마토’로 등록하시겠습니까?]“응.”
[새로운 작물의 명칭이 ‘마력 방울토마토’로 결정되었습니다.]뭐, 보상 같은 건 없나?
슬쩍 기다려 봤지만 그 외에 다른 건 없었다.
“……작명이 너무 무난했나.”
차라리 이규성의 맛 좋은 토마토 같은 걸로 지을 걸 그랬나.
그러나 바로 그때.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보상 대신 일거리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