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6화(16/119)
“저번에도 평범하진 않았는데 품종까지 개량했다면 확실히 기대가 되는데?”
“흐음. 규성 동생. 난 솔직히 불안하구만. 괜히 욕심을 부려서 원래 맛있던 토마토가 이상해진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가지고 오지도 않았죠.”
“그러면 기대가 되는구만! 으하하하!”
토마토의 색깔은 각양각색이었다.
게다가 투명하리만치 빛나는 모습에 둘은 선뜻 먼저 먹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말…… 신기하게 생겼네.”
“꼭 던전 식물 같군.”
공짜로 시식권을 준다고 해도 못 드시네.
나는 결국 직접 시범을 보였다.
토마토를 하나 꺼내 입에 넣었다.
그러자 저번처럼 마치 녹아내리듯 사라지며 진한 토마토의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이것도 중독 성분이 있는 거 아니야?’
사실 던전에서 나오기 전에 나도 모르게 몇 개 먹어 버렸다. 그만큼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괜찮아졌었다.
그러나 다시 하나 먹게 되자 아까와 같이 손을 멈추기 힘들었다.
결국 난 하나를 더 꺼내먹었다.
“규성아?”
“아, 알겠으니 이제 그만…….”
음? 왜 그러지?
순간 내 손을 내려다보자 토마토를 한 움큼 쥐고 있는 게 보였다.
꿀꺽.
입에 가득 찼던 토마토를 넘기며 나는 다급히 수습했다.
“이, 이러려던 게 아닌데 저도 모르게…… 하하.”
“흐음.”
강한울이 내가 건네는 토마토를 하나 집어먹었다. 그러더니 두 눈을 부릅뜨며 내 손에 들린 토마토 봉투를 노려보았다.
“규성아, 형도.”
“예, 여기요.”
그렇게 토마토 하나를 건네려는데 갑자기 다른 손이 튀어나와 냉큼 가져갔다.
“어이! 강한울!”
“냠냠.”
얄밉게 토마토를 뺏어 간 강한울이 그대로 본인의 입에 가져가 버렸다.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는 듯 영성이 형은 다급히 손을 뻗어 내가 주는 토마토를 받아 냈다.
“흐읍!”
“어때요? 맛있죠?”
장담하건대 마력이 깃든 토마토보다 이게 더 맛있었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도 존재했으나 객관적으로 마력 방울토마토가 더 맛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건 미쳤어!”
“확실히 더 맛있긴 해.”
“아니! 그게 아니야!”
흥분한 강한울이 다시 한번 이글거리는 눈으로 외쳤다.
“마력이 올랐다고!”
“뭐? 그게 무슨…….”
“동생! 하나만 다시 줘 봐!”
둘에게 주려고 4kg, 그리고 가족들 몫까지 16kg는 가져왔기에 토마토는 넉넉했다.
물론 슬라임들의 몫까지 계산해서 가져온 거다.
“여기요.”
“흠!”
강한울이 이번에는 입에 가져가지 않고 방울토마토를 유심히 살폈다. 누가 봐도 아이템 설명을 읽는 듯한 모습에 영성이 형이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3초! 이건 조금 아쉽군!”
이내 설명을 다 확인한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냉큼 다시 먹어 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뭐가 3초라는 거야?”
“제가 이번 토마토의 정보도 메모해 왔습니다.”
곧바로 내 메모를 확인해 본 영성이 형은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아니, 이게 말이 돼?”
“하하…….”
“하하……가 아니야! 물론 강한울의 말대로 3초라는 건 아쉽지만 각성자들은 그 3초만으로도 생사의 갈림길을 결정할 수 있어.”
저렇게 말하니까 또 대단해 보이네.
“물론 마력이 얼마나 상승하는지도 확인해 봐야겠지만 만약 여기서 더 개량이 가능하다면…….”
“시도는 해 볼 건데 아마 레벨을 올리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고작 1레벨 토마토였지!”
작물의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아직 몰랐다.
그러나 하다 보면 이번처럼 우연이라도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슬라임이 답일 것 같은데.’
결국 모든 건 엮이고 엮였다.
액체 합성과 슬라임 군주, 하나만 있으면 전혀 쓸모없는 능력이지만 둘이 모이면 결국 답이 나왔다.
“그럼 이제 가격을 매겨 볼까?”
강한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kg당 50. 어때?”
“흐음.”
솔직히 전날에 영성이 형에게 받은 2천이 너무 과했던 거지 이 정도의 가격을 예상하긴 했다.
kg당 50만 원으로 생각해도 4kg면 200만 원이었다.
‘수확할 때마다 40kg씩 나온다. 물론 슬라임들의 몫도 생각해야겠지만 단순 계산만으로 2,000씩이야.’
아직 마력 방울토마토의 수확 주기는 몰랐다.
마력이 깃든 건 하루마다 가능했는데 얘는 아직 확인을 못 해 봤단 말이지.
그리고 슬라임의 몫을 제외하면 내가 팔 수 있는 건 결국 10kg 남짓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에는 가족들에게 줄 것까지 좀 무리해서 가지고 나왔지만.
‘10kg여도 500만 원이다.’
이제 진짜 부자가 되는 건가.
하루 10만 원씩 벌던 내가 갑자기 돈벼락을 맞게 생겼다.
“일단 그렇게 하죠. 첫 손님 혜택입니다.”
“으하하하! 고맙군!”
아직은 내 농작물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 가격에 합의를 봤지만 경쟁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가격을 올릴 셈이었다.
물론 영성이 형한테는 도움을 받은 것도 있으니 가격을 올려 받을 생각은 없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별개다.
“나는 당장 이걸 길드에 보고해야겠어. 계좌번호를 문자로 알려다오. 곧바로 대금을 치르지. 아! 저 레일라와 마비독도 값을 매겨야 하는군.”
“레일라는 kg당 30 받겠습니다. 할 알에 대략 5kg니까 150이네요. 독은…….”
내가 잠시 고민하자 영성이 형이 도움을 주었다.
“저 정도 마비독이면 우리 가게 기준으로 15만 원 정도 하지.”
“음, 그 정도면 서비스로 드릴게요.”
“으하하! 정말 그래도 되겠나?”
“저야 한울 님과 친해져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요.”
“뭘 좀 아는 동생이군!”
씨익 웃어 보인 강한울은 곧장 내가 보낸 계좌로 돈을 보냈다.
“확인했습니다.”
“내일 던전 토벌을 마치고 다시 연락하마! 먼저 가 보지!”
강한울이 급하게 떠났다.
뒤를 이어 영성이 형도 물건들을 챙기고 곧바로 입금했다.
[12,500,000원 입금되었습니다.]“어, 형? 형 거는 당근 빠진 과채즙이라 이렇게 많이 받을 생각 없어요.”
“일단 받아라.”
“어제도 너무 많이 받았는데 그건 좀 그렇죠.”
나는 200만 원을 다시 영성이 형에게 보냈다.
그러자 영성이 형이 피식하며 웃었다.
“인마, 돈 계산은 철저해야 하는 건 맞지만 네가 걱정할 정도로 형이 돈 없는 건 아니야. 너 내가 아라홍련에서 얼마나 벌었는지 모르지?”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제 마음이 불편해서 안 돼요. 하루 이틀 볼 사이예요?”
내가 손사래를 치자 결국 영성이형이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래, 고맙다. 일단 네가 만들어 준 건 분석부터 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너한테도 알려 줄게.”
“제발 잘됐으면 좋겠네요.”
“잘될 거야. 내 감이 강하게 말해 주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영성이 형도 떠났다.
아마 조금이라도 빨리 분석을 해 보고 형수님을 치료하고 싶으신 거겠지.
혼자 남은 나는 던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요즘 따라 유독 자주 들르는 것 같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예전에는 사실 집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났다. 분명 가족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 거란 건 알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는 혹시라는 감정이 꺼리게 만들었다.
‘이젠 그럴 필요 없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슬라임에 대한 고마움.
생각해 보면 퀘스트에게도 고마웠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
그렇게 생각하며 집에 도착했다.
“엄마, 저 왔어요.”
“어머, 또 왔니?”
이제는 또 왔냐는 말로 나를 반겨 주시네.
나는 실실 웃으며 가방을 먼저 풀었다.
“뭘 또 그렇게 가져왔어.”
“아이, 좋은 거 가져왔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아직 밖에 있는 듯했다. 좀 일찍 오긴 했네.
“어머, 어머. 이건 또 뭐니?”
“레일라라고 하는 던전 과일. 아마 한 알로 넷이서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아! 다음에 다시 왔을 때 이거 씨앗 가져갈 거니까 따로 보관해 주세요.”
레일라 두 알, 그리고 마력 방울토마토 16kg.
토마토가 좀 많았다. 그만큼 가족들을 챙기고 싶은 마음에 좀 무리를 했다.
“규성아, 혹시 농사짓니?”
“비슷해요.”
“다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만 말아. 농사일도 안 해 봤는데 괜히 또 무리하다가 몸 상할라.”
“저 각성자예요, 엄마. 몸은 튼튼하니까 걱정 마세요.”
그렇게 짐을 대충 풀어 놓은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게?”
“예, 할 일이 많아요.”
“좀 쉬었다 가지.”
“괜찮아요.”
그때 어머니가 조심스레 말을 다시 꺼냈다.
“규성아.”
“예, 엄마.”
“재성이가 일을 그만둘 생각인 모양이더라.”
“재성이가요?”
이직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그만둔다라…….
철든 녀석이니 생각 없이 그만두는 건 아닐 거다.
“뭐, 다른 걸 한대요?”
“요리 공부를 더 할 거라네. 그리고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런 말도 하더라고.”
“뭐라 했는데요?”
“규성이, 네가 가져오는 것들로 요리를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는 재성이의 의견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난 이걸 그냥 먹고 과채즙으로 만들 생각만 했지 요리해 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해 봤다.
“……대박인데요?”
“어머, 그러니?”
“예.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진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나는 재성이의 요리 열정을 알고 있다.
게다가 어쩌다 먹어 본 재성이의 요리도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형이라 좀 점수를 짜게 매긴 것도 있지.’
만약 모르는 사람이 먹었으면 충분히 엄지를 척 할 정도로 재성이의 요리 실력은 뛰어났다.
“다행이네. 엄마는 걱정을 좀 했거든.”
“아니 진짜 걱정할 필요가 없으셨는데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근데 조금 걱정되는 게…….”
나는 슬쩍 말을 흐리며 단가를 계산했다.
아무래도 내 농작물은 평범하지 않았기에 그 자체로도 값이 비쌌다. 원가가 비싼 건 아니지만 비싼 가격을 형성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작물로 요리를 한다면 또 얼마의 가격을 책정해야 할까.
‘뭐, 결국 공급자가 나니까 큰 문제는 없지만.’
싸게 판다고 해서 내게 손해인 건 아니었다.
단지 이윤이 줄어들 뿐이지.
애초에 노동력부터 모든 게 공짜나 마찬가지였기에 동생이 만약 식당을 운영하더라도 길드에 판매하는 것처럼 가격을 매기지는 않을 거다.
말 그대로 내 마음이다.
‘재성이 요리 학원 비용도 내가 대 줘야겠다. 아니면 유학이라도 보낼까?’
이제는 떳떳해질 수 있었다.
오늘 번 것과 같은 정도의 수입이 꾸준하게만 들어와 준다면 유학쯤이야 뭐.
안 그래도 마음의 빚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 기회에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나 혼자만의 빚이었지만.
“뭐가 좀 문제가 되니?”
“아니요. 잠깐 생각해 보니까 별거 아니었어요. 아무 문제 없어요.”
유학, 요리 공부, 거기다 식당까지.
결국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돈이었다.
던전을 사는 것도 급하니 일단 재성이랑 얘기를 좀 해 봐야겠다.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재성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 * *
“……2팀장님, 이거 어디서 구한 겁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강한울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으하하! 내가 아는 동생 중에 기가 막힌 녀석이 하나 있지!”
“이건…… 완전 미쳤는데요?”
1팀의 부팀장, 고강연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장소에 모인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다.
심지어 길드장인 한석준은 조금 전부터 말없이 강한울이 가져온 물건들만 살펴보고 있었다.
시작은 아라홍련 길드부터.
각성자 사회에 파란(波瀾)이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