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8화(18/119)
새로운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전날 감자를 배불리 먹고 하루 종일 밭일을 끝마친 나는 1층에서 능력의 쿨타임을 기다리며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흐음, 여기 이쪽 구역은 이걸로 다시 심고…….”
아이템이 되지 못한 감자들은 대부분 먹어 치웠다. 대신 아직도 자라고 있는, 아마 아이템일 감자들은 전부 다 모종으로 키워서 다시 심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마력의 감자가 되겠지.”
‘마력이 깃든’보다 상위라고 생각되는 새로운 품종의 감자.
어차피 새로운 작물을 발견하라는 퀘스트도 겸사겸사 클리어해야 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자 신병이 마력이 깃든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었다. 식물의 상태를 보니 이제 슬슬 마지막 수확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끝나면 여기에도 다시 마력 방울토마토 씨앗을 새로 심고, 레일라는 이미 다시 심었고…….”
어차피 일은 대부분 슬라임들이 해 주니 내가 할 건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게 주였다.
그렇게 한참 노트에 끄적이던 나는 슬슬 다시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이면 영성이 형도 과채즙의 분석 결과를 봤을 테고, 아라홍련 던전 토벌도 궁금하고, 재성이한테 재료 좀 건네주고.”
물론 그 전에 능력을 사용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노트를 끼적이고 있자 시간이 되었다.
현재 내가 보유한 슬라임은 총 6마리.
뿌우, 마크투, 독독이, 그리고 신병 셋이었다.
과채즙을 만드느라 슬라임 합성을 잠시 소홀히 했더니 어느새 신병이 셋이나 되어 버렸다.
“자, 오늘은 너희 차례다.”
마크투와 독독이를 합성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놔두었다. 대신 새로운 레벨 2를 만들기로 했다.
[슬라임 LV.1과 슬라임 LV.1이 합성합니다.] [합쳐지는 슬라임들이 모든 기억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슬라임 LV.2]평?범한 슬라임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아크로바틱 LV.1
저번에는 달리기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또 괴상한 능력이 나왔다.
“팔다리도 없는 놈이 뭔 놈의 아크로바틱이냐.”
처음에 나온 마크투와 독독이가 천운으로 느껴졌다. 물론 독독이의 독을 아직 활용해 본 적은 없다지만 달리기나 아크로바틱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그렇게 액체 합성을 사용한 나는 마저 수확한 토마토와 남은 레일라를 이용해 과채즙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병까지 하나 더 만든 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남은 감자를, 그래 봤자 3개였지만, 챙기고 방금 수확한 마지막 마력이 깃든 방울토마토, 그리고 레일라를 하나 더.
재성이한테 일단 건네줄 생각이었다.
미리 만든 과채즙까지 챙기고 열심히 일하는 슬라임들에게 외쳤다.
“돌아왔을 때 보고 사항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특히 수확했을 때!”
꾸물!
뿌우-
단단히 일러둔 뒤 밖으로 나오자 곧바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음……!”
곧바로 확인해 보자 역시나 영성이 형과 강한울이었다. 그나저나 벌써 던전에서 나온 건가?
“아직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문자를 보자 무사히 던전 토벌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시에 내가 건네준 과채즙과 마비독이 큰 활약을 했다는 말도 있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그렇게 멍하니 문자 내용을 읽고 있는데 뜻밖의 말도 함께 있었다.
-동생! 우리 석준이 형님이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데 어떻게 안 될까? 이번 토벌의 일등 공신을 보고 싶다고 슬쩍 귀띔해 달라고 하시는군.
“뭐?!”
석준? 설마 아라홍련 길드장 한석준?
강한울도 사실 어마어마한 거물이었다. 그런데 무려 아라홍련 길드의 길드장이 직접 보자고 하다니…….
“언제 보낸 거지?”
시간을 확인해 보니 몇 시간 전에 온 문자였다.
나는 망설일 기색도 없이 일단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저 지금 나왔습니다. 한석준 길드장님을 뵐 수 있다면 저야 영광이죠.
안면을 터 놔서 나쁠 건 없다.
게다가 입에 바른 칭찬이겠지만 내 아이템들이 나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으니 좋은 인상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링!
-오! 혹시 저번에 봤던 카페로 갈까? 석준 형님과 같이 가겠네.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갈 거라 생각했는데 이쪽으로 직접 온다는 말에 다급히 문자를 남겼다.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무려 아라홍련이다.
길드장의 초대라면 길드 내부 구경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터. 나름 동경해 왔던 곳이라 상상만으로도 흥분됐다.
‘아라홍련 길드 각성자들도 볼 수 있겠네! 정소연이나 데이비드, 유시후도 볼 수 있으려나?’
나는 고작 1급 각성자라 언감생심 마주치기도 힘들 각성자들이었다.
아마 아라홍련 길드에서 제일 낮은 급수의 각성자가 4급일 것이다.
띠링!
-오오! 그래 주겠나? 그럼 미안하지만 기다리고 있지!
문자에 불과한데 강한울의 강렬한 말투가 느껴졌다. 그렇게 아라홍련 건이 끝나고 영성이 형의 문자를 살폈다.
-규성아, 혹시라도 확인하게 되면 과채즙을 하나 더 구할 수 있을까?
마침 과채즙을 두 개나 더 만들어 놨다.
나는 된다고 답장을 남긴 뒤에 아라홍련에 초대를 받았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띠링!
-그러면 나도 아라홍련 쪽에서 기다릴게. 거기서 보자.
대화를 마무리한 나는 곧바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라홍련 길드가 위치한 강남 서초구로 향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향하는 도중에 잠시 인터넷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온통 아라홍련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또 뭔 일이지?’
순간 저번처럼 부정적인 기사인가 싶어 움찔했지만 이내 내용을 살펴보자 내 예상을 벗어난 내용이 담겨 있었다.
-27시간! 4급 던전을 해결하는 데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전 세계 최단 기록 갱신! 아라홍련 길드 또 한 건 해냈다!
-포식자 강한울, “누가 실패했다는 거지?” 모두를 향해 포효하다!
후후.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주제들이군요.
나는 마치 내가 칭찬이라도 받은 것 마냥 기사들을 하나씩 세세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야말로 호평과 칭찬, 경악 일색의 기사들이었다. 댓글 반응도 나쁘지 않았는데 몇몇 꼬인 댓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역시 한국 최초의 길드. 노익장의 저력인가.
-미친 27시간! 그 이전 기록이 52시간이었는데 거의 두 배나 단축시킴ㅋㅋㅋ
-보았느냐. 이것이 김치 파워다.
-근데 강한울이 참가했다고 바로 달라지네. 정소연은 아직 경험 부족인가?
└그래도 우리나라 최연소 6급 각성자니까 잠재력은 더 높지 않음?
└그건 모르는 거지.
기사와 댓글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러자 어느새 나는 아라홍련의 건물이 위치한 서초구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저 멀리 번쩍이는 빌딩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길드인 아라홍련의 건물이었다.
“크으.”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각성을 해 보겠다며 돈을 쏟아붓던 당시에 동기 부여를 한다고 왔던 것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다시 오게 될 줄이야.’
감흥이 묘했다.
각성을 하고 얻은 애매한 능력에 고작 1급 판정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다시는 이런 곳에 올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한껏 어깨를 펴며 아라홍련으로 향했다.
비록 여전히 그때와 다르지 않은 1급 각성자에 불과했지만 그 속 내용은 달라졌다.
무려 이중 각성자.
그것도 오직 나 혼자만 가능한 농사일로 유니크한 경쟁력까지 가졌지.
“아! 영성이 형!”
마침 영성이 형이 건물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를 발견한 형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요새 너무 자주 부르는 것 같아 미안하네.”
“아니에요, 형. 일단 이거 받으세요.”
나는 준비한 과채즙을 건넸다.
형은 두 개나 준비된 과채즙을 보며 미안한 얼굴을 해 보였다.
“돈은 지금 바로 입금해 줄게.”
“형, 저번처럼 막 1,000만 원이나 주실 필요 없어요.”
“아니다. 이건 그만한 값어치를 지닌 아이템이야.”
[20,000,000원 입금되었습니다.]“사실 더 주고 싶다. 근데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나도 이 정도만 주는 거야. 나한테 남은 건 지금 돈밖에 없거든.”
다시 또 들어온 거액의 금액에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이면 오히려 가격을 부풀려서라도 받아 내겠지만 영성이 형은 힘들었던 시절 나를 도와줬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 과채즙을 사 가는 이유도 알고 있으니 더욱 미안했다.
“앞으로 새로운 걸 만들게 되면 무조건 형한테 먼저 팔게요.”
“하하! 그래 주면 고맙지. 그래도 난 가격을 후려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지만.”
“그나저나 분석 결과는 어때요?”
“이번에는 중요한 물건이다 보니 내가 직접 확인했다. 네 말대로 인체에 무해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임상 실험을 좀 해 봤는데 괜찮았어. 이제 아내한테 먹일 일만 남았지.”
“그럼 오늘……?”
“그래.”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아마 영성이 형은 훨씬 더 긴장했을 테지. 그런데도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잘되길 바랄게요. 만약 과채즙 부족하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고요.”
“고맙다, 규성아.”
영성이 형을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으니 그 말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형이 떠나고 나는 아라홍련의 건물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독된 사람이 직접 먹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네. 만약 효과가 별로 없으면 어떡하지? 아, 그때는 작물들을 더 개량하고 레벨을 높여서…….’
영성이 형을 만나서인지 아라홍련의 빌딩에 들어서는데도 머릿속은 온통 과채즙과 독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앞을 막아서는 사람을 피하지 못했다.
툭!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혹시 어디서 방문하신 손님이실까요?”
고개를 올려보자 마치 보디가드처럼 생긴 훤칠한 청년이 미소를 띤 채 친절히 묻고 있었다.
“아, 저는 이규성이라고 합니다. 강한울 님과 한석준 길드장님하고 약속이 되어 있어요.”
“……이규성 님이시라고요?”
“예.”
“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변을 슬쩍 살피니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뭐지?’
과채즙에 빠져 있느라 무슨 상황인지 바로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수군거리는 작은 말소리가 내 귀에 잡혔다.
“누군데 2팀장님이랑 길드장님하고 약속이 있다고 하는 거지?”
“그러게.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냥 이상한 사람 아니야?”
아!
이거 뭔가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갑자기 나타난 듣보잡이 아라홍련의 길드장과 팀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마침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던 남자가 내게 다시 돌아왔다.
“혹시, 1급 각성자 이규성 님 맞으실까요?”
“예.”
부끄럽게 굳이 각성자 신원 조회를 해야겠어?
1급인 게 밝혀지는 건 솔직히 부끄러웠다.
“미리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서 직원들이 잠시 확인하러 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 감사합니다.”
뭐야, 이 양반.
미리 준비도 안 해 놓은 거야?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물론 눈앞의 남자는 여전히 친절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니었다.
“1급 각성자라고?”
“이번에 우리 길드가 좀 대단한 일을 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아무나…….”
따끔한 눈총을 받으며 어색하게 기다리고 있자 사람들은 내가 내쫓기는 결말을 기대하는 눈초리로 함께 기다렸다.
‘아니 볼일들 보러 가시지 왜…….’
그렇게 대충 5분을 기다렸을까.
1분이 마치 10분처럼 느껴지는 어색한 상황 속에서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야, 역시 아라홍련. 건물도 대박이네.’
아마 던전에서 나온 부산물들로 만들어진 듯한 인테리어였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길드 내부를 구경했다.
“어?!”
그때 누군가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이내 소란이 퍼져 나가며 다들 어느 한 방향을 응시하자 내 시선도 자연스레 돌아갔다.
‘와, 정소연이네?’
TV나 인터넷에서만 봤던 아라홍련의 간판 각성자가 눈앞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건강미 넘치는 그녀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어어?”
뭐지? 왜 나한테 오는 거지?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그녀는 곧장 내게로 다가와 물었다.
“이규성 씨?”
“예, 제가 이규성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소연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옙. 반갑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의문이 계속 헤엄치고 있는 사이에 그녀가 손짓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죄송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2팀장님이랑 길드장님이 계신 곳에 데려다 드릴게요.”
“아, 옙!”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나도 정신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기에 일단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나저나 실제로 보니까 훨씬 이쁘네.
‘지금 뭔 생각하는 거야!’
애써 정신을 차리는 나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정소연이 돌아보았다.
“이규성 씨?”
“예.”
“그 아이템. 이규성 씨가 만드신 거라고 들었어요.”
그 아이템?
아마 과채즙이랑 독을 말하는 거겠지?
“예, 맞습니다.”
어느새 조금 전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은근슬쩍 따라왔다.
아니, 다들 각자 볼일 보러 가셔야지 왜 자꾸 달라붙는 거여?
그래도 이번에는 아까와 같은 부정적인 시선이 아닌 호기심과 기대가 어린 시선들이었다.
“규성 씨.”
“예.”
“탐나요.”
“예?”
두 눈이 초롱초롱한 정소연이 대뜸 이상한 말을 던졌다. 동시에 주변에서 환호성 비슷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규성 씨가 탐나요!”
“아니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