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1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19화(19/119)
갑작스런 말에 뇌가 작동을 멈췄다.
정소연이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오올~!”
“휘익!”
“정소연 당돌한데? 그대로 직진해 버리네?”
이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자 정소연의 표정도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곧이어 얼굴이 점점 빨갛게 물들더니 양손을 휘저었다.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제, 제 말은……!”
당황한 정소연이 말을 잇지 못하고 파닥거리자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띵!
“아! 에, 엘리베이터! 가시죠, 규성 씨!”
“예? 옙!”
정소연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터트리며 놀리기 바빴다.
“우리가 괜히 방해했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정소연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당황한 목소리로 오해라고 손을 내저었으나 결국 아무 해명도 하지 못한 채 문이 닫혔다.
“저…….”
문이 닫히자 정적이 내부를 감싸 안았다.
결국 내가 먼저 슬며시 입을 열자 정소연은 여전히 붉게 물든 얼굴로 슬쩍 시선만 주었다.
“오, 오해예요.”
“예. 근데 탐이 난다는 건 무슨 뜻이었습니까? 제 아이템을 말씀하신 겁니까?”
당연하지만.
나는 전혀 오해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대한민국 5대 길드에 속한 간판 각성자였다. 우리나라 최연소 6급 각성자인 동시에 벌써부터 팀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그녀가 처음 보는 나를 좋아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아! 맞아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강한울 각성자님과 인연이 있으니 운이 좋으면 제 아이템을 아라홍련에 납품할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템의 효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 자신이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과채즙의 효과가 얼마나 좋았길래 이리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내가 직접 먹고 사용해 본 건 아니라서…….
“안 돼요!”
“예?”
혼자 실실대며 기뻐하는데 대뜸 정소연이 내 앞에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고운 이마와 긴 속눈썹, 반짝이는 눈망울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2팀장님 말고 저한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정소연 각성자님한테?”
“아! 죄송해요. 또 급발진했네요. 그니까 제 말은…….”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내 문이 열리고 넓은 회랑이 눈에 띄었다.
“와아…….”
아라홍련 길드의 최상층부.
그곳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천장과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진 별세계였다.
“길드장님이랑 2팀장님은 갑작스레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자리를 비우셨어요. 금방 다시 돌아오실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했던 말은 그냥 제가 헛소리했구나 하고 잊어 주세요.”
정소연이 상큼하게 웃어 주며 말했다.
뭔가 파릇파릇하면서 당당해 보이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소연 각성자님은 바쁘지 않으신 겁니까?”
“이번 영등포 던전 때문에 뭔가 말이 많거든요. 전 그래서 잠시 매스컴에 나오지 않기로 했어요. 그것도 금방 풀릴 것 같지만.”
“아…….”
괜히 어색한 대화 주제를 꺼냈나.
구설수에 올라서 마음고생하고 있을 텐데 무신경하게 얘기한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규성 씨가 만든 아이템, 아니 그걸 아이템이라고 해야 하나?”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어쨌든 그거 엄청 맛있었거든요!”
“아!”
이제 보니까 과채즙을 직접 먹은 사람이 정소연이었구나!
아무래도 과채즙의 능력에 놀랐다기보다 그 맛에 놀란 느낌이었다. 난 당연히 아이템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산 줄 알았었다.
“하아, 너무 아쉬워요. 하나밖에 없는 데다가 능력 유지 시간도 짧아서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급하게 움직여야 했거든요.”
“으음…….”
나는 마침 가방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떠올렸다. 마력 방울토마토는 못 가져왔지만 막 수확한 마력이 깃든 방울토마토는 한 보따리 들고 왔다.
스윽-
“어? 그건?”
“정소연 각성자님이 드신 과채즙에 들어간 거랑 비슷한 재료입니다. 조금 열화판이긴 하지만…….”
방울토마토를 꺼내 봉투를 풀었다.
반투명한 토마토가 윤기를 좌르르 쏟아 냈다.
“드셔도 됩니다.”
“정말요?! 아, 근데 이러려고 제가 말을 꺼낸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귀한 물건이라 생각했는지 망설이는 듯한 기색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걱정이 무색하게 내가 먼저 하나 꺼내먹었다.
톡!
“으음!”
마력 방울토마토처럼 녹아내리는 느낌은 없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별미였다. 오히려 식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맛있네요. 한번 드셔 보세요.”
“그, 그냥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야 정소연 각성자님한테 눈도장도 찍고 좋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알 듯한 유명인을 앞에 두고 있으면 친해지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 기회로 각성자 사회에서 인맥도 키우고, 내 작물의 명성도 높이고.
톡!
생각을 하는 사이 정소연이 조심스레 토마토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나타나는 반응,
“으음?!”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귀엽게 오물거리던 그녀는 이내 토마토를 넘기며 사르르 녹아내린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요…….”
진짜로 녹아내렸네.
저런 반응을 보자 과연 다른 작물을 먹었을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해졌다.
‘이런 게 농부의 마음인가.’
사람들이 자신이 재배한 작물을 먹으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때, 예상보다 훨씬 큰 만족감과 뿌듯함이 몰려왔다.
“더 드셔도 돼요.”
“네? 정말요?”
“반 정도만 남기면 돼요.”
반 정도만 있어도 재성이는 충분히 쓸 수 있겠지. 부족하면 또 재배하면 되는 거고.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이내 하나를 또 집어먹더니, 나중에는 멈추지 못하고 계속 손을 뻗었다.
거의 20kg은 되는 양이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가져왔으면 순식간에 사라졌을 것 같았다.
“뭐야! 정소연! 왜 혼자 그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어!”
“아!!”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인물이 등장했다. 한 명은 익숙한 덩치의 강한울, 그리고 한 명은 TV에서 자주 보았던 아라홍련의 길드장 한석준이었다.
‘형, 님이라고……?’
강한울이 형님이라고 불렀었는데 외모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규성 님. 전 한석준이라고 합니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규성이라고 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허리를 숙이며 한석준의 인사를 받았다. 강한울은 그런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갑자기 힘껏 끌어안았다.
“한울 님?”
“으하하하! 덕분에 우리가 기록을 세웠어! 다 동생 덕분이라고!”
“아, 알겠습니다. 숨 막혀요!”
툭!
간신히 바닥에 발이 닿은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정당한 대가를 받고 판 아이템이었습니다. 제 덕분이 아니라 한울 님의 판단 덕분인 거죠.”
“무슨 소리! 아! 일단 돈부터 받게.”
강한울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내게 돈을 보냈다. 이로써 천만 원이 더 들어와 내 재산은 7,000만 원을 넘기게 되었다.
“저번에 말했던 던전 토벌에 성공하면 더 주겠다는 약속. 으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때 강한울의 시야에 토마토가 들어왔는지 은근슬쩍 물어 왔다.
“나도 좀 먹어도 되나?”
“돈 내셔야죠.”
“흠! 당연히 내지!”
돈 이야기가 나오자 정소연의 안색이 살짝 하얘졌다. 왜 저러지?
“아, 저, 죄송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어서……. 저도 돈 지불할게요!”
“아, 정소연 각성자님은 괜찮습니다. 첫 만남 할인이에요.”
“네? 그, 그게…….”
내가 장난치듯 말하자 강한울이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에는 공짜로 먹었었지. 그게 함정인지도 모르고.”
“네?”
“그 함정에 걸린 덕분에 이제 난 규성 동생의 토마토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 몸이 되어 버렸어.”
“…….”
장난 좀 쳤다고 더 무서운 장난을 쳐 버리네.
어찌 됐든 난 웃으며 재성이에게 건네줄 토마토만 따로 제외하고 이들에게 그냥 주었다.
생각해 보니 강한울의 말대로 이렇게 한번 맛보게 한 뒤에 구입하게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내 농작물은 확실히 경쟁력 있고 중독성도 있어서 한번 맛보면 벗어나지 못할 것 같거든.
“오오.”
한석준 길드장도 안경 뒤에 위치한 두 눈을 빛내며 토마토를 음미했다.
그러고는 대뜸 내게 물었다.
“원래는 감사의 표시를 전하기 위해 초대를 한 것인데 규성 님만 괜찮다면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예. 말씀하세요.”
“이런 토마토와 같은 것들을 정기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대가는 치르겠습니다.”
오오!
아라홍련에서 직접 납품 제안을 줄 줄이야!
그래도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침착하게 생각했다.
‘나도 아직 며칠 안 돼서 얼마만큼의 물량을 뽑을 수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아.’
슬라임들을 챙기고 남은 것만 틈틈이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라홍련과 같은 거대 길드에 납품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나중이 되면 능력도 올라가고 농사 경험도 늘어서 훨씬 효율적으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의 계약은 무리로 느껴졌다.
“길드장님의 말씀은 감사합니다. 근데 아직 물량을 감당할 자신이 없네요.”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나중에라도 제 쪽에서 다시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죠.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물꼬라도 터놓은 게 어디야.
아직 급할 건 없었다. 내 농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아, 혹시 괜찮다면 이것도 드셔 보시겠어요?”
나는 토마토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어필했다. 감자 하나와 레일라를 하나 꺼내자 모두의 눈이 흥미로 물들었다.
“레일라도 가져왔군! 그리고 감자는 나도 처음이야! 으하하!”
“2팀장님은 저희보다 먼저 규성 씨의 아이템들을 독점해 온 거예요? 너무해요!”
“억울하면 규성 동생을 나보다 먼저 알았어야지! 으하하하!”
정소연과 강한울이 잠깐 티격댔다.
그사이 나는 레일라의 겉껍질을 까고 과육을 한 사람씩 먹을 양으로 베어 내주었다.
‘나머지는 재성이한테 가져다주고…….’
그렇게 진한 레일라의 과실향이 진동하자 모두 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드셔도 돼요.”
“집에 남은 게 있지만 아껴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횡재를 할 줄이야! 으하하하!”
“2팀장님. 집에 남겨둔 게 있다고요? 저한테는 말도 없이?”
“아, 형님, 그게…….”
생감자는 먹을 수 없으니 직원을 불러다 간단하게 매쉬드포테이토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3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2개는 무조건 재성이의 몫이었다.
‘한 입씩 먹으면 사라지겠네.’
물량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그 후 레일라를 먹은 이들은 모두 감동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어 댔다.
“이거 던전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는 것 같은데 뭐지?”
“으하하하! 던전에서 나오는 건 아이템이 아닌데 이건 아이템이지 않나! 당연히 더 맛있겠지!”
“그런가요?”
정소연의 의문을 가볍게 해결한 강한울이 자신 몫의 레일라를 다 먹을 걸 아쉬워하며 말했다.
“형님, 감자를 기다리는 동안에 지금 가시죠?”
응? 어디를 간다는 거지?
내가 의문을 품고 둘의 대화를 지켜보자 한석준이 내게 말했다.
“이번에 규성 님의 아이템 덕분에 정말 큰 덕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라홍련 측에서는 규성 님께 답례를 하고자 합니다.”
“답례라면……?”
“저희 아라홍련 길드의 보물 창고가 있습니다. 던전 컬렉션이죠. 귀한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별되어 있는데 규성 님께 2단계 이하 컬렉션 중 하나를 무상으로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아아!”
길드별로 숨겨 둔 창고가 존재하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게 아라홍련의 창고에서 아무 아이템이나 얻을 기회가 생기다니!
‘2단계에 불과하다지만 무려 아라홍련 길드다. 1단계조차 아무거나 허투루 창고에 보관하고 있지는 않겠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저 초대받고 밥이나 한 끼 얻어먹나 싶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가시죠.”
“아, 옙!”
얼떨결에 대답을 하며 뒤를 따랐다.
넓은 회랑을 지나가며 도착한 곳에는 대놓고 화려하게 만든 장소가 존재했다.
“와.”
“여기부터가 바로 컬렉션 구역입니다. 저기 위에 써져 있는 번호가 단계이니 저희와 함께 편하게 둘러보시죠.”
한석준의 안내를 받으며 나란히 걸었다.
강한울과 정소연도 뒤를 따라왔는데 소곤대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은근슬쩍 그냥 따라붙은 눈치였다.
“따라가도 되는 거죠?”
“우리가 구해 놓은 거 우리가 구경하겠다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어.”
“그렇죠? 근데 길드장님한테 말 안 해도 돼요?”
“…….”
그렇게 1단계 구역에 들어왔다.
각종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소모성 아이템이나 일회용 설치 아이템 등이 눈에 띄었다.
“여기는 1단계이니 빠르게 보고 넘기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모아 놓은 것들 중에서는 가치가 낮은 것들 위주라.”
한석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천천히 살폈다.
그러던 중 묘하게 익숙한 외형이 시야에 들어왔다.
‘슬라임?’
작은 슬라임 형태의 아이템이었다.
색깔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누가 봐도 슬라임이었는데 그냥 슬라임의 모형 따위가 이곳에 있을 리는 없으니 당연히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이나 아티팩트겠지.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어서 슬쩍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해 보자…….
[슬라임 복사기]슬라임 하나를 지정해 복사할 수 있습니다.
지정할 수 있는 건 슬라임에 한정됩니다.
모든 슬라임에게 사용 가능합니다.
“이,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