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2)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2화(2/119)
삐비비빅! 삐비비빅!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
나는 알람을 끄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
일어나자마자 나오는 한숨.
슬쩍 걸어 놓은 바지를 살펴보자 어느새 다 말라 있었다.
전날 위아래로 전부 젖어 버렸다.
위는 눈물로, 아래는 슬라임으로.
확실히 새로 각성한 능력의 효과가 있는지 던전에 꼴랑 한 마리 있는 슬라임은 무척이나 질척댔다.
나름의 호감 표시인 것 같은데, 말도 못 하고 표정도 보이지 않는 녀석의 속내를 내가 정확히 알 리는 없었다.
“근데…….”
또 어느새 다가왔는지 슬라임이 곁에 보였다.
근데 한 마리가 아니었다.
“슬라임이 분열도 하나? 왜 두 마리냐?”
어느새 두 마리가 된 슬라임이 침상에 누운 나에게 애정을 갈구하듯 꾸물대고 있었다.
“싱숭생숭하니까 저쪽 가서 놀고 있어.”
꾸물!
내 말을 알아듣고 곧바로 꿈틀꿈틀 기어 가기 시작하는 슬라임들이 신기했다.
……그냥 신기하기만 했다.
“하아.”
이래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군.
지금껏 담배나 술을 하지 않았던 나는 왜 사람들이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지 알 것만도 같았다.
“근데 소문들은 다 사실이었네. 내가 운이 나빴을 뿐이지.”
던전 개변은 막대한 보상을 준다.
이중 각성은 존재한다.
모두 실존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동시에 두 가지를 모두 겪은 내가 있으니.
솔직히 새로 얻게 된 각성 능력이 슬라임 군주 따위라 그렇지 보상 자체로만 따지면 막대한 보상은 맞았다.
“흐읍! 이규성! 정신 차리자!”
짜악!
뺨을 때린 나는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기쁜 상황은 아니었으나 당장 좌절한 채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옳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반사적으로 텃밭을 향해 움직였다. 일단은 퀘스트부터 해결이 되어야 앞으로 나아가든 하니 습관적으로 텃밭을 먼저 확인했다.
‘아, 그러고 보니 두 번째 각성 능력에 대한 퀘스트도 새로 생겼을까?’
비록 뭐 같은 능력이었지만 혹시 모르지 않나.
퀘스트를 깨다 보면 킹왕짱 대단한 능력으로 진화할 수도?
[각성 퀘스트 : 몬스터를 사냥해라]슬라임을 이용해 몬스터를 사냥하십시오.
고블린 : 0/10
“허허, 지금 나랑 장난치는 것이여?”
나는 근처에서 노닥거리는 슬라임 두 마리를 보았다.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꾸물거리며 서로의 위로 올라가려는 두 슬라임이 보였다.
꾸물-
그러다 한 마리가 미끄러지며 내려오자 다른 한 마리가 그런 녀석의 위로 올라가려 했다.
꾸물-
물론 그 녀석도 곧바로 미끄러졌다.
그 모습들이 너무나 하찮기 그지없었다.
“허허, 허허허.”
저런 놈들로 고블린을 사냥하라고?
한 10마리로 덮친 다음에 질식사를 시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도 고블린이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내가 직접 사냥할 수도 있었으나 퀘스트 내용을 보니 무조건 슬라임이 사냥해야 카운팅될 것 같았다.
내 과채즙 퀘스트도 사소한 단어 하나 때문에 못 깨고 있는 걸 보면 무조건이었다.
“하아.”
괜히 확인했다는 생각과 함께 한숨만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얼핏 텃밭을 살펴보자 모두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물을 준 적이 없는데 젖어 있는 걸 보니 금세 범인을 알 수 있었다.
“슬라임이네.”
아주 거하게 흔적을 남기셨구먼.
근데 이래도 괜찮은 건가?
생각해 보니 슬라임의 체액이 인간에게 무해하다는 건 알아도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었다.
“야, 너. 일로 와 봐.”
슬라임 하나를 손짓했다.
그러자 한 마리가 내게 꾸물대며 다가왔는데, 이 짧은 거리를 오는 데 10초가 넘게 걸렸다.
“너, 내 말 알아듣냐?”
꾸물-
대답인지 뭔지 어쨌든 몸을 꾸물거렸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여기가 밭이거든? 식물을 키우는 밭. 네 체액이 닿으면 밭이 망하지 않을까?”
물어보는 나도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걸 슬라임이 어떻게 알겠니?
그러나 슬라임은 잠시 고민하듯 가만히 있다가 꾸물대기 시작했다.
꾸물- 꾸물-
“뭐라는겨.”
명색이 슬라임 군주인데 슬라임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다. 다시 한번 능력의 하찮음에 좌절하고 있는 가운데 슬라임이 빨빨거리며 밭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뭐야.”
땅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무언가가 떠올라 슬라임에게 명령했다.
“만약 네 체액이 밭에 도움되는 거면 계속하고, 아니면 멈춰.”
말을 했음에도 계속 움직이는 녀석을 보며 이번에는 반대로 명령했다.
“도움되면 멈추고, 아니면 계속해.”
멈칫!
오오. 이 녀석 똘똘한데?
내 명령을 정확히 알아들은 듯했다.
그렇다면 슬라임의 체액이 밭일에 도움된다는 건데…….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는데 말이지.’
여기저기 물어보며 얻은 정보에는 슬라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슬라임을 사용해 볼 생각도 못 했었고.
나는 멈춰 있는 녀석을 다시 불렀다.
“연구소에 네 체액 좀 보내 봐야겠다.”
무슨 성분이 들었는지 돈 좀 써서라도 알아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슬라임을 손에 든 순간.
[슬라임 LV.1]상태창과 비슷한 창 하나가 떴다.
“오오?”
이건 뭐지? 슬라임 군주 능력하고 연관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었다.
몬스터의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었으니까.
‘아, 3의 눈인가 뭔가 하는 능력을 얻은 각성자는 볼 수 있다고 했지.’
따로 능력이 있어야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내가 슬라임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것도 결국 내 능력의 영향이라는 뜻.
[슬라임 LV.1]평범한 슬라임이다.
‘액체 합성 가능’
“엥?”
상태창을 조금 더 자세히 보자 빛나고 있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액체 합성…… 가능?”
이, 이게 뭔 소리야.
이 녀석도 액체라는 소리냐?
꾸물?
내 손에 들린 녀석이 꾸물댔다.
동시에 혼자 놀고 있던 두 번째 슬라임도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치 포션은 아직 안 만들었지.’
전날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쿨타임이 돌 때마다 빠르게 능력을 사용했던 내가 오늘은 사용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슬라임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슬라임이랑 뭐랑 합성하지? 포션? 그러면 포션 뿜는 슬라임이 되나?’
미쳤다.
설마 그런 게 가능하면 나는 더 이상의 가난과 작별이었다. 가족들도 제대로 부양할 수 있겠지.
나는 곧장 포션을 가져와 슬라임과 함께 손에 들었다.
“액체 합성!”
기합을 잔뜩 넣고 굳이 소리 내지 않아도 되는 능력명을 외쳤다.
그러자.
[슬라임 LV.1과 슬라임 LV.1이 합성합니다.] [합쳐지는 슬라임들이 모든 기억과 경험을 공유합니다.]놀라운 일이 벌어졌…… 아니, 잠깐!
[슬라임 LV.2가 완성되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3시간 49분 59초]어느새 발밑에 있던 또 다른 슬라임 하나가 후루룩 빨려들더니 손에 들고 있던 놈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등장한 슬라임 마크2, 아니 LV.2.
꾸물?
외형의 변화는 없었다.
대신 내형의 변화가 있었다.
“핵이 생겼네?”
보통의 슬라임도 핵이 있긴 했다.
그러나 너무 작아서 집중해서 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합성이 된 녀석의 핵은 한눈에 보아도 보일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아아, 포션이랑 합성시키고 싶었는데…….”
어쩌면 불가능한 걸지도 몰랐다.
물론 내일이 되면 다시 시도는 해 볼 테지만 굳이 가까이 있던 포션이 아닌 바닥에 있던 슬라임과 합성이 된 걸 보면 가능성이 낮았다.
“그러고 보니 슬라임 군주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었네.”
굳이 슬라임을? 이라는 생각 때문에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다르지.
나는 곧바로 슬라임을 한 마리 생성했다.
[슬라임 LV.1을 생산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3시간 59분 59초]하얀 빛 덩어리 같은 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생겨났고, 이내 빛이 가시자 슬라임 하나가 덩그러니 만들어졌다.
“다시 두 마리가 됐네.”
아, 그것보다 우선은 합성이 된 슬라임부터 확인해 봐야지.
나는 곧바로 마크2, 아니 LV.2의 상태창을 열었다.
[슬라임 LV.2]평?범한 슬라임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농사 LV.1
“슬라임이 농사?”
농사? 내가 아는 그 농사?
농부들이 하는 그거?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꾸물?
마크2, 아니 LV.2는 그래서 뭐냐는 듯 꾸물거렸다.
* * *
조금 놀란 감정이 가시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슬라임에게 능력이 붙었다는 사실이었다.
각성 능력이라고 봐도 될까?
솔직히 그만큼의 거창한 능력은 아닐지라도 떡하니 상태창에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니 예삿일은 아닌 듯했다.
[농사 LV.1]농작물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수확량을 늘려 줍니다.
간단한 설명이었다.
그런데 설마 슬라임이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될 줄이야.
“마크투.”
꿀렁?
이 녀석의 이름은 이제 마크투였다.
다른 슬라임과 구별해서 불러야 하니 이름은 붙여야지.
“넌 이제 저 밭 담당이다.”
꾸물!
마크투가 기쁘다는 듯 꾸물거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텃밭에 다가가 뒹굴기 시작했다.
“……잘할 수 있겠지?”
슬라임이라는 편견 때문에 영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3년 동안 헛고생한 나보다 잘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농사라는 능력을 달고 있는 녀석이었다. 뭐가 됐든 나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밭을 맡기고 나자 어제는 미처 생각 못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던전 개변이 일어난 건 확실해. 내가 이중 각성을 했으니까. 그러면 뭐가 바뀐 거지?”
슬라임이 생겨난 것 하나?
정말 그게 전부일 수도 있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어차피 200평 남짓의 초극소형 던전이니 구석구석 둘러본다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바뀐 게 없는데…….”
놀고 있는 슬라임1을 데리고 던전 내부를 둘러보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아니면 내가 볼 수 없는 뭔가가 따로 있는 걸지도.
“너한테도 임무를 주마.”
꾸물?
“이 던전 내부를 구석구석 수색해서 특이한 게 있으면 나한테 보고를 해라. 알겠나, 제군?”
꿀렁!
슬라임이 내 손에서 빨빨거리며 내려가 이내 땅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비좁은 틈도 들어갈 수 있는 액체 같은 녀석들이니 내가 발견하지 못한 틈새나 비밀의 방 같은 걸 찾을지도 몰랐다.
“흐흐.”
따로 볼 때는 하잘것없는 능력들이었지만, 둘이 합쳐지니 활로가 보이는 듯했다. 물론 성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희미한 빛이 보인다고 할까.
사실 그동안은 칠흑 같은 어둠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저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과 무너지지 않는 성격 때문에 버텨 온 것일 뿐.
“이젠 달라.”
희망이 생겼다.
아직까지는 그 실체가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돈이 필요하겠네.”
나는 한쪽에 잘 정리해 둔 합성 포션들을 보았다. 그동안 시세 관리를 한다며 바로바로 팔지 않고 남겨둔 건데 반 정도는 팔아야 했다.
앞으로 합성 능력을 계속 슬라임에게만 사용한다면 더 이상 합성 포션을 만들지 못한다는 의미였으니 미리 생활할 돈을 땡겨야 했다.
나가는 김에 겸사겸사 가족들의 얼굴도 한번 보고, 각성자나 던전에 대한 정보도 좀 확인하고.
“바로 가야겠다.”
시간은 금이었다.
나는 포션을 챙기고 곧장 나갈 준비를 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온다. 집 잘 지키고 있어. 아! 이건 명령이 아니라 아까 시키던 것들 잘하면서 있으라고.”
꿀렁!
나는 대답 대신 꿀렁거리는 마크투와 슬라임1을 보며 던전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