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2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25화(25/119)
영성이 형과 헤어지고 다시 던전에 돌아왔다.
다행히 새로 만든 과채즙은 효과가 훨씬 좋아 형수님의 치료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녀왔다.”
슬라임들이 뽈뽈대며 내게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통통 몸을 튕기며 춤을 추듯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꾸물!
“그래, 그래. 고생한다, 다들.”
밀짚모자를 쓴 마크투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무언가를 바라듯 꾸물댔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마크투를 조물딱조물딱 만졌다.
“오늘은 뭔 일 없었어?”
꿀렁!
“오? 슬슬 수확할 때가 됐다고?”
서서히 슬라임의 언어를 깨달아 가고 있었다.
아니, 제스쳐를 어렴풋이 이해한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근데 뭘 수확할 때가 됐다는 거야?”
한참을 슬라임을 손에 두고 만지작거리다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될 수만 있으면 그냥 평생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겠지.
“으차. 가 볼까?”
슬라임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마크투가 가장 앞에서 우리를 이끌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저번에 미처 수확하지 못한 감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마력이 깃든 감자가 나오는 건가. 기대를 품고서 손으로 직접 땅을 팠다.
“멀쩡히 있는 괭이를 놔두고 뭐 하는 짓인가 싶지만…….”
위로 올라가서 괭이를 들고 내려오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 어차피 이중 각성으로 인해 튼튼하기 짝이 없는 몸을 지녔으니 인간 포크레인이 되기로 했다.
후두둑-
두렁을 파내자 토실토실한 감자알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유분방하게 생긴 모양새가 썩 먹음직스러웠다.
“우선은 확인!”
나는 가장 먼저 수확한 감자를 들고 아이템창이 뜨는지부터 확인했다.
[마력이 깃든 감자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3분간 체력이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포만감이 감소하지 않습니다.
됐다!
저번 것과 달리 제대로 아이템 표식이 뜬다.
나는 기쁨의 춤을 추며 계속해서 두렁을 파냈다. 이내 감자가 줄줄이 엮여 나오며 밭을 점령했다.
그런 내 옆에서 슬라임들도 열심히 뽈뽈거리며 감자들을 옮기거나 줄기와 잎을 쳐 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밭을 뒤엎자 드디어 끝이 보였다. 잠시 허리를 들어 살피자 꽤나 넓은 땅에 감자를 심었다는 걸 깨달았다.
꾸물!
“오! 끝났냐?”
방금 캐낸 감자도 수거를 해 간 슬라임들이 통통거렸다. 그리고 그런 슬라임들 사이로 마크투가 공손히 감자를 들고 왔다.
꿀렁!
“으음? 뭐라고?”
꿀렁! 꿀렁!
삶은 감자를 먹고 싶어요! 감자를 익혀 주세요! 라고 애절하게 외치는 마크투가 보였다. 그리고 그런 마크투의 곁으로 슬라임들이 모여 초롱초롱한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물론 입도 없고 눈도 없는 녀석들이었지만.
“하아, 할 수 없네. 내가 또 나서 줘야지.”
나는 유세를 부리며 마크투가 건네는 감자를 집었다. 솔직히 슬라임들이 먹는 양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감자로는 터무니없이 적었기에 결국 위에서 가스 버너 자체를 가지고 내려왔다.
저장고 옆에 옹기종기 모인 슬라임들을 보며 나는 저번과 같이 연못에서 물을 떠 감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저번과 달라진 점이라면 삶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굳이 찍어 보지 않았다는 것.
‘재성이가 그렇게 하면 감자에 수분이 들어가서 맛이 덜해진다고 했지.’
삶는 시간도 정확히 알려 주었기에 까먹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되자 고소한 향과 함께 삶은 감자가 완성되었다.
뾰롱! 뾰롱!
꾸물! 꿀렁!
흥분한 녀석들이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댔다.
그래도 난 차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감자를 그릇에 옮겨 담았다.
내가 먹을 건 이렇게 미리 빼 둬야지 안 그러면 뜨거운 것도 못 느끼는 저 녀석들이 싹 다 먹어치워 버릴 게 분명했다.
내 몫을 옮기고 나머지를 녀석들에게 건네자 감자를 먹기 위해 앞다투어 돌진해 왔다.
“으억.”
순식간에 나를 에워싼 슬라임들은 이내 감자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감자를 먹은 녀석들은 하나같이 몸을 부르르 떨며 기쁨을 표현했다.
“아직 감자는 많으니까 천천히 좀 먹어라.”
녀석들의 먹성은 역시 대단했다.
나는 곧바로 감자를 또 준비하였다. 이번에는 재성이가 저번에 두고 간 찜기를 활용했다.
이름하여 찐 감자!
찐 것과 삶은 건 그리 차이가 크지 않지만 그 재료가 내 농작물이라면 맛도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재성이에게 배운 대로 찜기를 준비하고 감자를 찌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자가 익는 동안 내 몫으로 빼 둔 삶은 감자를 먹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어느새 조금 식어서 내가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된 감자의 껍질을 천천히 벗겼다. 그럼에도 아직 뜨거움이 남아 있어 손 위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호오, 호오.”
감자에는 소금이겠지만, 이 진동하는 고소한 향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미 저번에 먹어 본 감자로 그 맛을 증명했기에 사실 조미료도 필요 없었다.
하암!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러자 고소한 맛과 향이 입 안 구석구석 전체로 퍼져 나가며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허어, 하아! 쓰읍! 맛있다!”
뜨거움에 입김을 불면서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어느새 본인들의 몫을 다 먹어치운 슬라임들이 그런 날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입 안에 막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포슬포슬한 식감. 그뿐만 아니라 저번과 다르게 마력이 깃든 감자는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녹아내려 사라졌다.
그렇게 액체 상태가 된 감자는 진하고 고소한 즙이 되어 그대로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여전히 따뜻함이 느껴지는 온도가 위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아…….”
마치 뜨뜻한 욕탕에 들어간 기분.
몸이 나른해지며 충만함이 가득 들어찼다.
“어?”
어느새 감자 하나가 사라진 것을 느끼고 난 주위를 살폈다. 벌써 다 먹었다고?
그리고 하나를 더 먹을까 하며 감자를 집어 든 순간 왠지 배가 부른 게 느껴졌다.
“이야, 이거 물건이네.”
포만감과 관련한 효과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효과를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아쉬운 건 이 포만감 효과가 저 식성 좋은 슬라임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
“자, 너희들 먹어라.”
나는 내 몫으로 빼 둔 감자까지 전부 슬라임에게 양보했다. 어차피 찌고 있는 감자도 있으니 하나만 더 먹으면 충분히 배가 부를 것 같았다.
슬라임들이 기특하게도 감자를 쪼개 서로 나눠 먹는 모습을 보며 슬슬 시간이 되었을 찜기를 확인했다.
“됐다, 됐다.”
나는 불을 끄고 찜기를 열었다.
삶은 감자와 그다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찐 감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똑같은데?”
그럼 맛은?
나는 뜨거운 감자를 조심히 꺼내 아까와 같이 옮겨 담았다. 그러고는 내 몫을 제외한 나머지를 슬라임들에게 배분했다.
다시 한번 우르르 몰려와 찐 감자를 먹어치우는 녀석들을 보며 나도 입김을 열심히 불었다.
한동안 온도를 식힌 감자를 천천히 살펴보다 이내 한 입 먹어 봤다.
“음?!”
삶은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삶은 감자는 삶았던 물에 소금을 조금 넣은 탓인지 그 풍미가 더 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건 좀 슴슴했다.
그러나 식감은 더 단단해졌는데, 그게 묘하게 어울려 나는 쉼 없이 구강운동을 했다.
“또 먹어도 맛있네. 아니, 계속 먹어도 맛있겠지.”
감자 두 개로 배가 찰 정도였다.
이거 잘만 하면 차세대 식량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빠!”
“?”
뭐지?
방금 사람의 목소리가…….
“나도 주는 것이다, 아빠!”
나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느새 기척도 없이 나타난 발가벗은 금발의 꼬맹이를 확인했다.
“읭?”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앞의 꼬맹이는 양손을 활짝 펼쳐 보이며 내게 내밀었다.
“나도 먹고 싶은 것이다!”
넌…… 누구니?
* * *
쫑긋! 쫑긋!
마치 호랑이의 그것처럼 보이는 귀가 팔랑거렸다. 기분이 좋은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귀를 보며 나는 천천히 아이를 살폈다.
“그러니까 네가…… 뿌우라는 거지?”
“그런 것이다! 그것보다 이거 맛있는 것이다! 더 먹고 싶은 것이다, 아빠!”
“난 아빠가 아니야…….”
레벨 10의 물음표 슬라임 뿌우.
합성이 되어 변화한 모습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직도 이 꼬마가 뿌우인 게 믿기지 않았지만…….
[네임드 슬라임 ‘탐식(貪食)의 굴라’가 완성되었습니다.] [합성자의 영향을 받아 합성자의 종족과 유사한 외형으로 완성됩니다.]꼬마를 살피자 뜨는 메시지들.
시스템은 정보를 숨겨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꼬맹이는 분명 뿌우가 합성된 슬라임이 맞다는 거지.
‘근데 네임드 슬라임이라니? 그리고 탐식의 굴라?’
설마……. 설마 아니겠지.
탐식이라면 분명 칠죄종의 하나다. 슬라임한테 붙을 만한 칭호가 절대 아닌데 도대체 왜?
“아빠! 더!”
“뿌우, 난 아빠가 아니야…….”
“그럼 무엇인 것이냐?”
“난, 그, 어…….”
주인님? 아니 그건 어감이 좀 이상하다.
그렇다고 군주라고 부르라고 할 수도 없으니…….
“내 이름은 이규성이야. 규성이라고 불러.”
“알았다는 것이다! 이규성규성!”
“규성은 한 번만 말해도 돼.”
“이규성규성! 나는 이것을 더 먹고 싶은 것이다!”
어느새 껍질과 함께 통째로 사라진 감자였다.
뿌우는 조막만 한 손을 활짝 펴 보이며 다음 감자를 기다렸다.
“금방 준비할게. 잠시만 기다려 봐.”
“알았다는 것이다!”
감자를 익히는 동안 나는 뿌우가 입을 옷이 없나 위층을 조금 살펴봤다. 아쉬운 대로 내 옷이라도 입힐 생각으로 옷을 챙겨서 내려오자 뿌우가 슬라임들을 앞에 모아 놓고 일장연설을 펼치고 있었다.
“이규성규성은 내 것이다! 그리고 이 맛있는 것들도 전부 내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 것이다! 전부 사이좋게 나눠 먹을 것이다! 나는 착한 슬라임인 것이다!”
뭔 소리를 하는 거람.
근데 마크투를 필두로 한 슬라임들은 그걸 또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뿌우.”
“오! 이규성규성! 어디 갔다 오는 것이냐!”
팔을 활짝 벌려 나를 반겨 오는 뿌우를 향해 가져온 옷을 입혀 주었다. 그러자 뿌우는 몸을 좌우로 훑어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규성규성! 이것은 무엇이냐!”
“옷 입어야지.”
아무래도 슬라임인 모양이라 성별을 구별할 만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벌거벗은 채로 놔두는 건 좀 그랬다.
“오! 옷에서 이규성규성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이건 나만의 것이다!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뿌우의 귀가 쫑긋하며 슬라임들을 위협했다.
물론 제 딴에는 위협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귀엽기만 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얘를 어떻게 하냐.
분명 슬라임이긴 하지만 말도 하고 인간처럼 생긴 이 녀석을 다른 녀석들과 똑같이 대하기는 힘들었다.
“일단 능력치부터 확인해 볼까? 뿌우 일로 와 봐.”
그래도 슬라임이니 능력치가 보이겠지?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이름도 바꿔 줘야겠다. 계속 뿌우라고 부르기도 좀 어색하네.
“맛있는 게 준비된 것이냐!”
“아니 아직. 그 전에 확인만 좀 해 보자.”
뿌우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뚝뚝 떨어지는 군침을 뒤로하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띠링!
‘오, 역시 슬라임은 슬라임이네. 확실히 상태창이 떠…….’
뿌우의 상태창을 확인하던 내 사고가 천천히 멈췄다.
[탐식의 굴라(뿌우)]칠죄종의 하나이자 탐식을 담당하는 악마이다. 미지수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슬라임.
능력 : 탐식, 브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