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2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26화(26/119)
설마설마했지만 아예 대놓고 설명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칠죄종이라니…….’
일곱 개의 대죄, 칠대죄악이라고도 불리는 악마들로 그 기원은 성경이었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실제로 이 성경에 나오는 악마의 컨셉을 가진 몬스터가 던전에서도 튀어나왔다.
가장 유명한 것은 영성이 형의 아내분, 그러니까 김시영 각성자 및 세계 유수의 각성자들이 힘을 합쳐 토벌하려다 실패한 ‘인색(吝嗇)의 마몬’이 있었다.
‘그 녀석도 특이하게 하급 몬스터인 고블린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고 했지.’
그렇다면 슬라임이라고 죄악이 못 될 건 없었다. 그래, 분명 못 될 건 없지만…….
와구와구!
다시 쪄 내고 삶아 낸 감자를 정신없이 먹던 뿌우가 시선을 느끼고 금발을 찰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있는 것이다! 더! 더 먹고 싶은 것이다!”
이 작은 체구에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포만감 효과까지 있는 감자인데 벌써 20개가 넘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배는 안 불러?”
“배부른 것이다! 그래도 더! 더 먹을 것이다!”
와구와구!!
이 모습을 보고 누가 칠죄종 중 하나인 탐식이라고 생각할까. 겉으로 보기에는 노란 호랑이 귀가 달린 귀여운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머리도 장발이라 그렇지 자르고 나면 남자아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어찌 됐든 열심히 감자를 먹고 있는 뿌우의 상태창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확히는 이 녀석이 지닌 능력을 살펴봤다.
[탐식 LV.??]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먹은 것에 따라 능력이 성장한다.
포만감과 성장의 한계가 사라진다.
??
뭐 이런 괴랄한 능력이 있냐?
뭐든 먹을 수 있고 먹은 음식에 따라 능력이 성장한다고?
“허허.”
그리고 포만감의 한계가 사라진다는 문구.
벌써부터 등골 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규성규성?”
내가 이상한 소음을 내자 품에 안겨 있던 뿌우가 금세 나를 뒤돌아봤다.
“이규성규성! 어디 아픈 것이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입가에 감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히고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는 뿌우를 향해 차마 먹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고 했던가.
확실히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외모의 뿌우였다.
‘일단은 지켜보자.’
그래도 명색이 칠죄종이었다.
수많은 7급 이상의 각성자들을 쓸어 버린 그 괴물 같은 녀석이랑 동급이라는 소리.
당장은 이래 보여도 저 탐식이라는 능력을 통해 성장해 나가다 보면 든든한 아군이 될 수도 있었다.
“다음은 브레스인가.”
두 개밖에 없는 능력 중 나머지 하나.
브레스라고 하면 흔히 드래곤의 브레스를 떠올리게 되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곧바로 브레스의 설명도 살펴보았다.
[브레스 LV.1]마나의 파괴력만을 추출해 입김에 실어 내뿜는다.
“흐음…….”
설명이 이게 끝이야?
어딘가 좀 아쉬웠다. 하지만 여태까지 느껴 왔던 시스템창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게 됐다.
달가닥! 달가닥!
어느새 냄비의 물이 끓었다.
감자를 양손에 쥐고 열심히 흡입하던 뿌우가 두 눈을 빛내며 나를 불렀다.
“이규성규성! 감자인 것이다! 완성인 것이다!”
“오냐.”
그래. 칠죄종이든 탐식이든 브레스든 일단은 이 녀석도 슬라임, 즉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외모까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더욱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 주렴.
* * *
그렇게 뜻밖의 식구가 생기고 일주일이 더 지났다.
투욱! 투욱!
“우와! 많이 많이 나온 것이다! 이규성규성! 이걸 보는 것이다!”
마크투를 보며 부러워하기에 바깥에서 구해 온 밀짚모자를 선물해 줬다. 귀여운 외모와 언뜻 잘 어울렸다.
이제는 뿌우가 아닌 ‘아라’라는 이름이 생긴 녀석이 드디어 첫 수확을 맞이하게 된 고구마를 캐며 기쁜 함성을 내질렀다.
“오, 잘했는데?”
“더 칭찬하는 것이다! 더!”
“그래, 그래. 우리 아라가 일도 열심히 하니까 고구마도 쑥쑥 자라서 많이 수확할 수 있게 됐네.”
모자를 쓰다듬어 주자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헤실헤실거렸다.
꾸물!
“그래, 너희도 열심히 했지. 모두 대견하다.”
마크투와 슬라임들이 꾸물대며 열심히 수확한 고구마를 옮겼다. 그렇게 저장고로 고구마를 옮긴 우리는 드디어 첫 고구마를 먹어 볼 수 있게 됐다.
“우선 찜기에 고구마를 넣고……. 고구마라고 하면 군고구마를 빠뜨릴 수 없지.”
이제는 찌는 과정이 너무 익숙해져 순식간에 찜기의 준비를 마치고 고구마를 집어넣었다.
이제 군고구마의 차례.
미리 준비해 놓은 잘 말린 낙엽들로, 대부분 수확이 끝난 감자와 당근의 순들, 불을 지폈다.
“자, 이렇게 불이 타기 시작하면 숯을…….”
숯은 밖에서 사 왔다.
나는 숯을 달구고 이내 잘 타게 놔둔 다음 숯을 잘게 부쉈다.
“이규성규성! 부숴도 되는 것이냐?”
“어. 가루로 만들어서 불씨만 남기면 돼.”
“내가!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 데이지 않게 조심하고.”
어차피 할일도 없으니 나는 아라가 숯을 쪼개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아라는 가끔씩 힘 조절을 실패해 불똥이 튀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숯들을 잘게 부숴 나갔다.
“재밌는 것이다!”
“어? 너 얼굴 봐 봐. 하하하!”
불똥이 튄 게 간지러웠는지 얼굴을 몇 번 만진 아라가 검둥이를 묻힌 채 웃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어떻게 된 것이냐!”
“연못에 가서 한번 봐 봐. 하하. 간 김에 닦고.”
“알았다는 것이다!”
도도도도!
금세 연못으로 달려간 아라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놀란 얼굴로 들여다보았다.
“이, 이게 무엇이냐! 나는 병에 걸린 것이냐?”
“숯검댕이를 묻힌 거야. 손도 까매졌겠다.”
“허억! 맞는 것이다! 손도 까매진 것이다!”
이내 손에 묻은 검댕이로 여기저기 칠해 보던 아라는 씨익 웃으며 도도도 달려왔다.
“이규성규성!”
“어?”
조그마한 손이 군고구마를 만드느라 쪼그려 앉은 내게 향했다. 얼굴에 닿은 손길이 말랑말랑했다.
“이히히! 이규성규성도 나랑 똑같은 것이다!”
“어쭈?”
나도 반격하기 위해 잘게 부서진 숯에 손을 대 숯검정을 묻혔다.
“일로와.”
“히히! 이규성규성은 나보다 느린 것이다!”
어차피 고구마도 집어넣었겠다 남은 건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니 나는 열심히 아라의 뒤를 쫓았다.
‘진짜 빠른데?’
어른과 아이의 장난처럼 보였지만 아라의 속도는 진짜로 빨랐다. 처음에는 이렇게 빠르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점점 육체적인 능력이 성장하는 게 보였다.
‘탐식 때문인가.’
아라는 내 농작물을 끊임없이 먹었다.
덕분에 잉여생산물이 거의 남지 않게 되었는데 그만큼 성장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음식도 아니고 말이지.’
배를 채우기만 하려면 그냥 바깥에서 식량을 구해 오면 끝이었다. 하지만 내가 굳이 귀한 농작물을 먹이는 건 탐식의 능력 때문이었다.
먹은 것에 따라 성장하는 능력.
당연히 아이템의 효과를 보이는 내 농작물을 먹게 된다면 아라의 스펙이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건 너무도 당연했다.
효율이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이게 결국 쌓이고 쌓이다 보면 아라는 먼치킨 슬라임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퀘스트도 깰 수 있겠지!’
슬라임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라는 퀘스트를 아라로 클리어하면 된다. 아주 그냥 농사부터 해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굴러갔다.
“이규성규성?”
“어? 아! 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나는 어느새 헤벌쭉한 표정으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애써 침을 닦아 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이규성규성도 고구마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아마 엄청 맛있을걸!”
이쯤에서 아까 수확한 고구마의 정보를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마력이 깃든 고구마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3분간 미약한 신체 능력 상승. 영구적으로 소량의 건강 능력치 상승.
몸에 아주 좋은 고구마였다.
작물마다 이렇게 효과가 다르니 기쁠 따름이었다.
“이규성규성!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다! 맛있겠는 것이다!”
나는 슬쩍 잿불 속에 있는 군고구마를 뒤집어 주고 찜기 앞에서 방방거리는 아라의 모자를 쓰다듬었다.
“자, 한번 볼까?”
뾰롱! 뾰롱!
어느새 슬라임들도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모여들었다. 찜기를 열자 잘 익은 듯 보이는 보라색의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자나 고구마는 외형이 변하지 않네.’
아직 마력이 깃든 수준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이제 마력 감자나 마력 고구마가 되면 당근이나 방울토마토처럼 변하겠지.
“짜잔.”
찐 고구마를 꺼내 조심스레 껍질을 벗겼다.
그러자 황금빛 자태가 드러나며 빛을 뿌려 댔다.
아니, 비유나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게 뭔……?!”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라가 손을 뻗어 왔다. 그러고는 뜨겁지도 않은지 냉큼 한 입 베어 물었다.
“으음!!!”
부르르!
온몸으로 맛있음을 표현한 아라가 두 눈을 감고 여운을 만끽하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돌연 자신이 한 입 먹은 고구마를 내게 내밀었다.
“이규성규성!”
“어? 어.”
자연스레 입이 마중을 나갔다.
그리고 한 입.
“으음?!”
달콤함? 아니 그렇게 단순한 표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고소함과 달콤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고구마의 짙은 풍미가 나도 좀 봐 달라는 듯 입 안을 흔들어 댔다.
뭐라도 입을 열어 이 맛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마치 접착제를 붙인 듯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저 이 맛을 더 오래 느끼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음미했다.
“마크투! 독독이! 한 입씩 나눠 먹는 것이다!”
귓가에 들려오는 아라의 목소리에 나는 간신히 현실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아라의 리액션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나눠 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살짝 감동이었다.
쬐끄만 게 벌써부터 주변을 챙길 줄 알고 기특하구만.
“고구마 여기 더 있으니까 하나 가지고 그럴 필요 없어. 자, 여기.”
나는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애써 삼키며 고구마를 배분했다. 그리고 먹보인 아라를 위해 다시 찜기에 고구마를 집어넣고 군고구마를 살폈다.
“이제 꺼내 볼까.”
솔직히 말하면 난 군고구마를 더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 기대감은 지금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찐 고구마도 저렇게 맛있었는데 과연 군고구마는?
파사삭-
잿더미를 들추자 호일로 잘 감싼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식의 조리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아라의 두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삽을 이용해 고구마를 꺼낸 나는 장갑을 끼고 호일을 벗겨 냈다. 그러자 찐 고구마를 꺼냈을 때보다 강한 향이 던전 내부를 진동했다.
“크으.”
“맛있는 것이다! 맛있는 것이다, 이규성규성!”
냄새만 맡고 벌써부터 흥분한 아라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확실히 향으로만 따지면 불에 구운 게 훨씬 강렬했다.
화아악-
“오오.”
운이 좋았는지 태운 곳 하나 없이 절묘하게 구워 냈다. 이내 장갑을 낀 채로 살살살 껍질을 벗겨 내자 아까와 같은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아라의 머리카락과 같은 자태였다.
“이규성규성!”
“기다려 봐. 자, 여기. 뜨겁진 않지?”
아라는 내게 고구마를 건네받고는 대답도 없이 입에 넣기 바빴다. 그러더니 아까와는 달리 히죽거리며 몸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맛있어?”
“응!”
간단한 대답. 역시 맛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먹어 봐야 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음.”
고구마를 물자 촉촉하면서도 보드라운 식감이 입을 유린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강렬한 단맛과 담백함의 원투펀치를 날려 왔다.
“와아…….”
만약 찐 고구마를 먹기 전에 이걸 먼저 먹었으면 맛에 취해 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리 예방을 해 둔 덕에 이 정도였지 아니었으면 더 큰 충격에 빠졌을 거다.
꿀렁! 꿀렁!
“아! 미안, 미안.”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도 달라는 듯 온몸을 비틀어 대는 슬라임들에게 군고구마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군고구마는 찜기나 냄비처럼 한정된 공간에 넣을 필요가 없어 대량으로 만들어 냈기에 일을 또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이게 좋은 것이다! 이게 내 입맛에 더 맞는 것이다!”
“역시. 나도 군고구마가 더 좋아.”
“그래도 찐 고구마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 다 좋은 것이다! 둘 다 먹는 것이다!”
하나만 해라, 하나만.
나는 양손에 각각 찐 고구마와 군고구마를 들고 선전 포고를 하듯 허공에 휘젓는 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귀여움은 세상을 구한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거냐.
그때 아무도 없어야 할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응?”
“침입자인 것이냐! 침입자인 것이다!”
아라도 나와 같은 소리를 들었는지 먹던 고구마를 마치 무기처럼 겨누며 사다리 쪽을 노려봤다.
“형! 나 왔어.”
“아, 재성이냐?”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재성이가 돌아올 때가 되긴 했지.
그런데 목소리는 하나만 들려온 게 아니었다.
“오빠, 나도 왔지롱!”
“선아?”
남매들이 모두 던전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