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27)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27화(27/119)
어떻게 해야 하지?
요 일주일 동안 아라에게 정신이 팔려 바깥의 소식과 단절된 채 지냈다.
물론 아동복이나 밀짚모자, 그리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영성이 형한테 과채즙을 주러 한 번 나갔던 적은 있지만, 그때는 아라를 던전에 놔두고 간다는 초조함에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슬라임이라고 설명해도…….’
여전히 고구마를 쌍검처럼 들고 서 있는 아라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 모습을 보고 과연 애들이 믿어 줄까?
나는 아라의 입술에 검지를 올려 조용히 할 것을 부탁하고 재빠르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오, 뭐야? 고구마 냄새가 진동하는데?”
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본 재성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리고 선아도 코를 킁킁대더니 이내 내 모습을 보며 웃었다.
“오빠 완전히 농사꾼 다됐다. 옷 입은 것 좀 봐.”
“아니 선아는 왜 갑자기 온 거야? 여기 찾아오기도 힘든 곳인데…….”
무한 던전의 월세가 그렇게 세지 않은 이유에는 이런 점도 포함됐다. 바로 문이 없으니 누군가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점.
물론 대부분의 무한 던전은 주인들이 주변에 새로 건물을 지어 올려 아예 출입을 관리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그만한 가치가 없어서 방치되는 곳이었다.
‘돈 벌어서 던전을 매입하면 그다음에는 던전을 둘러쌀 건물부터 지어야겠다.’
그간 던전에 손님이 올 일이 없었기에 전혀 위기감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경종이 울렸다.
“주말이라 오랜만에 집에 내려왔는데 재성이 오빠가 오빠 보러 간다길래 따라간다고 했지.”
선아의 두 눈이 초롱초롱했다.
생각해 보니 이 녀석은 각성자 매니아였다.
선아는 유명한 각성자의 이름과 기술, 그리고 각성자 관련 사건 등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이번에 입학한 대학교 학과도 던전 몬스터 연구 학과였다.
그런 그녀에게 던전에 간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따라온다고 했겠지.
“흠, 일단 잠깐만 기다려 봐. 고구마 구운 게 좀 있으니까 가지고 올게.”
“굳이? 우리도 내려갈게. 오랜만에 슬라임 구경도 하고.”
재성이가 무신경하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나는 그런 재성이의 앞을 다급히 막으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아, 아니 내가 가져올게. 그냥 여기서 쉬고 있어. 산 오르느라 힘들었을 거 아니야.”
“……갑자기 왜 그래, 형?”
그때 선아가 가볍게 주변을 구경하다가 텃밭을 발견하며 외쳤다.
“와! 그때 먹은 야채들이 여기서 나온 거야? 진짜 신기하다. 그리고 나도 슬라임 구경하고 싶어! 재성이 오빠가 슬라임 귀여웠다고 얼마나 자랑했는데…….”
말을 하던 선아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재성이를 막고 있던 나는 선아가 왜 그러나 싶어 살펴보자, 어딘가를 보고 그대로 굳어 버린 그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뭐지 싶어서 그녀의 시선을 따라 쭉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크르르.”
사다리와 연결된 구멍에서 호랑이 귀가 달린 밀짚모자와 두 눈만 빼꼼 내민 아라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
들켰구나.
뭐,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다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들키게 될 줄이야.
“……저, 저 애는 누구야, 오빠?”
“슬라임.”
“거짓말하지 마. 저, 저렇게 귀여운 애가 어떻게 슬라임이야!”
이내 흥분한 선아가 날아가듯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라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사라진 아라를 따라 선아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고 그런 둘을 보며 재성이가 물었다.
“왜 막나 했더니 저 애 때문이었어? 근데 진짜 뭐야? 숨겨 둔 자식?”
“내가 낳은 자식이면 호랑이 귀가 달려 있겠냐?”
“그거 장식 아니었어? 진짜 귀야?”
“하아…….”
이미 들킨 이상 괜한 씨름을 할 필요도 없지.
나는 재성이에게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해 보이며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아가야, 언니한테 좀 와 봐!”
“무서운 것이다! 무서운 것이다!”
열심히 뛰어놀고들 있구만.
처음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올 때만 해도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고구마를 무기인 마냥 들었던 녀석이 지금은 눈물을 매달고 죽어라 뛰고 있었다.
“안녕, 얘들아. 나 기억하지?”
그사이 재성이가 슬라임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는 고구마를 스윽 준비했다.
‘찜기에 넣어 놓은 거 간신히 건져 냈다.’
하마터면 너무 익힐 뻔했는데 운 좋게 살려 냈다. 그렇게 고구마를 준비해 놓는 사이 뭔가가 내 허벅다리에 콩! 하고 부딪혀 왔다.
“이규성규성! 살려 주는 것이다! 모르는 여자가 쫓아오는 것이다!”
내 다리를 붙잡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웅얼거리는 아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말았다.
“허억! 이규성규성! 설마 저 여자와 한패인 것이냐! 매우매우 심각한 위기의 상황인데 왜 웃는 것이냐!”
“아라야, 이 둘은 내 동생들이야. 인사해.”
“동생!!?”
아라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재성이와 선아를 보았다. 선아는 어느새 내 다리를 꼭 붙들고 있는 아라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안녕, 아라야? 이름이 아라구나. 난 이선아라고 해.”
“이선아?!”
“나는 이재성. 잘 부탁해.”
“이재성!”
한 마디 한 마디에 느낌표가 팍팍 박히는 아라의 말은 결국 재성이마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역시 귀여움은 세상을 구한다. 저 웃음기 없는 재성이마저 웃게 만들다니.
근데 왜 동생들 이름은 잘 부르면서 난 이규성규성인 거냐?
“그래서 아라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왜 여기 있어?”
“난 이규성규성의 부하다!”
순간 싸늘한 시선이 내게 쏠렸다.
아, 아니 그렇게 노려봐도 사실인걸?
“아라는 슬라임이야. 외모는 사람 같지만.”
“거짓말!”
선아가 냉큼 아라에게 달라붙어 볼을 만져 댔다. 갑작스런 스킨쉽에 아라가 어버버거리며 당황했다.
“이렇게 말랑말랑한 볼따구. 그리고 이 오밀조밀한 손발이 슬라임이라고?”
“진짜야.”
“나는 슬라임인 것이다! 대군주 이규성규성의 위대한 슬라임!”
언제 눈물을 머금고 도망 다녔냐는 듯 갑자기 가슴을 펴며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제 딴에는 그게 멋있는 자세인 것 같은데, 이제 와서 그래 봤자 소용없었다.
“꺄아! 귀여워!”
……아니, 효과는 만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 선아가 아라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있을 때 재성이가 고구마를 살폈다.
“이번에 수확한 거야?”
“어. 방금 수확했다. 한번 먹어 봐. 찐 거 먹을래, 구운 거 먹을래?”
“둘 다.”
정신이 없네.
나는 고구마를 반으로 쪼개 찐 것과 구운 것 반씩 재성이에게 건네주고, 한참 아라와 아웅다웅하고 있는 선아에게도 건넸다.
“고구마네?”
“맛있는 것이다!”
“이거 맛있어?”
“매우매우 맛있는 것이다! 이런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이규성규성은 역시 대단한 것이다!”
고구마를 보자 본인도 먹고 싶어졌는지 아라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럴 줄 알고 당연히 아라의 몫까지 들고 온 나는 대충 10개가 넘어 보이는 군고구마를 건넸다.
“역시 이규성규성이다! 나의 대군주인 것이다!”
자기가 선아나 재성이보다 많은 고구마를 받았다는 게 기쁜 모양인지 아라는 품 안에 고구마를 가득 안은 채 내게 몸통박치기를 해 왔다.
“오오?!”
그리고 뒤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재성이의 놀란 탄성이 터지고 있었다.
곧이어 선아도 군고구마를 한 입 먹어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표정이 마치 ‘내가 지금 뭘 먹은 거야?’라고 묻는 듯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구강 운동을 하고 계셨다.
“뭐야! 군고구마는 더 미쳤잖아? 이건 진짜…….”
고구마를 노려보며 혼자 심각하게 고민에 빠진 재성이를 놔두고 나는 밀린 일을 하기로 했다.
일단 군고구마를 만들었던 잿더미를 정리하고, 아직 다 정리하지 못한 밭도 천천히 치웠다.
꾸물! 꾸물!
내가 움직이자 슬라임들도 열심히 따라와 나를 도왔다. 아마 재성이랑 선아는 저 충격에서 빠져나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 작업이나 미리 해 놔야지.
‘마력이 깃든 고구마를 심어야지.’
마력이 깃든 고구마를 심으면 마력 고구마가 나온다. 이미 감자는 다 심었고, 이제 막 싹이 돋아나려는 단계였다.
그리고 최근에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인데 마력 방울토마토를 다시 심어 본 결과 똑같은 마력 방울토마토가 나왔다.
‘레벨도 똑같았어.’
더 이상의 개량은 불가능한 건가?
아직 여러 시도를 해 본 건 아니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아쉬웠다.
마크투의 레벨이 올라 농사 능력치가 성장하면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와, 이렇게 일하는구나? 슬라임들 귀여우면서도 기특하네.”
어느새 충격에서 빠져나온 선아가 한 손에는 여전히 고구마를 쥔 채 내가 하는 걸 구경했다.
“나도! 나도 이규성규성 열심히 돕고 있는 것이다!”
“와아, 아라도 정말 장하네. 귀여운데 못 하는 것도 없어요!”
“헤헤.”
아라가 몸을 비비 꼬며 기뻐하는 걸 보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동생들과 대면시켜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생고구마 좀 써도 돼?”
“음?”
“나 이거 지금 당장 요리해 볼게. 이번에는 선아 때문에 그냥 잠깐 놀러 왔던 건데 몸이 근질거려서 못 참겠어.”
재성이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아무래도 내 고구마가 재성이의 영감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나야 땡큐지. 그리고 지금까지 아라한테 요리한 걸 먹여 본 적이 없는데 잘됐네.”
“요리한 걸 먹어 본 적이 없다고?”
“어. 기껏해야 삶거나 찌거나 구운 게 전부지.”
“……이거 책임감이 막중한데. 아라한테 첫 요리라는 거잖아.”
아라는 본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요리가 무엇이냐?’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라야, 재성이가 요리하는 거 구경할래?”
“응! 구경하는 것이다!”
요리가 뭔지는 몰라도 일단 재밌어 보였는지 냉큼 재성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둘은, 아니 선아까지 셋은 그대로 위에 올라갔다.
솔직히 밖에 잠깐 나갔을 때를 빼고는 한 번도 아라를 떼어놓은 적이 없어 불안했지만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음, 너무 아라한테 신경을 쓰는 것 같네.’
아니 당연히 신경 써야지.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팔불출이 되는 건 조금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셋을 올려보낸 후 밭의 정리를 마치고 새로운 고구마까지 심어 준비를 끝냈다.
슬라임들이 있었기에 작업은 금방 끝났는데, 어느새 아래층까지 풍겨 오는 맛있는 냄새에 슬슬 올라가 보기로 했다.
‘달짝지근한 냄새네.’
너무나 익숙한 느낌.
아무래도 재성이가 맛탕을 준비 중인 모양이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슬쩍 고개만 내밀어 분위기를 살피자 후라이팬에 요리하고 있는 재성이, 그걸 지켜보며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아라와 침을 닦아 주는 선아가 보였다.
“미안해. 더 대단한 걸 만들어 주고 싶은데 재료나 도구가 없네.”
“왜 미안한, 츄릅, 것이냐.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걸, 츄릅,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이고.
아무래도 아라를 교육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저러다가 맛있는 걸 사 줄 테니 따라오라는 유괴범한테 그대로 납치당할 기세다.
‘맛있는 거에 납치당한다고 하니 갑자기 강한울 님이 떠오르네.’
그 형님도 먹을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아라와 쿵짝이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연락을 못 했는데 동생들이 온 김에 잠깐 나가서 연락 한번 드려야지.
“자, 완성.”
“우와아아아!”
아라의 과한 감탄사와 함께 재성이의 고구마 맛탕이 완성된 듯했다. 확실히 냄새가 더 달콤한 게 기대가 되었다.
“어? 형도 올라왔네.”
“오빠 빨리 와.”
“이규성규성! 마탕이라고 하는 요리인 것이다! 마탕!”
호들갑을 떠는 아라를 보며 빨리 가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의외의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력이 깃든 고구마 맛탕]“어?! 아이템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