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2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28화(28/119)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 표시에 동생들과 아라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잠시 설명을 살펴보았다.
[마력이 깃든 고구마 맛탕]3시간 동안 신체 강화 LV.1 획득.
설명은 짧았다.
그러나 그냥 고구마와는 확실히 달랐다.
‘3분 동안 미약한 신체 능력 상승이었는데 아예 각성 능력이 하나 붙는 걸로 변했어.’
비록 3시간, 그것도 레벨 1에 불과했지만 각성 능력 하나가 더 생긴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나와 같은 이중 각성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일이 고작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미쳤네.”
“왜 그래, 형?”
“네가 만든 요리에 각성 능력이 하나 붙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재성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동시에 선아가 흥분한 표정으로 맛탕을 노려봤다.
“각성 능력?!”
“일반인한테도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설명에는 신체 강화라는 각성 능력을 3시간 동안 얻을 수 있다고 써져 있어.”
“이거 우리가 먹어도 되는 거야?”
흥분했던 선아가 내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건지 냉정을 되찾았다.
그때 여전히 침을 질질 흘리던 아라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먹으면 안 되는 것이냐?”
“아…….”
순간 선아의 표정이 흔들렸다.
나는 그런 둘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먹어. 어차피 또 만들면 될 텐데.”
다시 만든다고 똑같은 효과가 나올지,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좋은 음식, 좋은 아이템을 먹일수록 아라의 능력도 강해진다. 효율이 조금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아라랑 동생들이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내게는 보상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마음이 급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 능력이라면 굳이 이런 맛탕 하나로 보는 이득을 훨씬 뛰어넘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먹자.”
“형, 그 전에 한 번만 더 만들어 보면 안 되나? 혹시 모르잖아.”
“그럼 식어 버리잖아.”
“원래 맛탕은 식어도 맛있어.”
재성이와 선아가 강렬한 시선을 보내왔다.
이 녀석들은 나와 달리 마음의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충분히 이해는 됐다.
“아라야, 조금만 더 참을 수 있어? 하나 더 만들면 그거 하나는 아라 혼자 다 먹어도 되니까.”
“으으…… 알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침을 흘리고 있는 아라의 턱밑을 선아가 닦아 주었다.
그렇게 고구마를 다시 가지고 와 요리를 하기까지 아라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인내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사이에 맛탕 하나 정도야 먹여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 눈이 뒤집히는 게 아닐까 싶어 견뎌 냈다.
“오래 기다렸지? 맛탕 다시 완성이다.”
“마탕! 마탕!”
대망의 순간.
나는 새로 만든 맛탕을 다시 살펴봤다.
[마력이 깃든 고구마 맛탕]2시간 13분 동안 신체 강화 LV.1 획득.
오? 시간이 조금 변했다.
“어때, 형?”
“됐어. 아이템 표시가 떠.”
“대박!”
선아가 나나 재성이를 대신해서 환호성을 질렀다. 각성자에 대해 빠삭한 만큼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하는 듯했다.
“근데 아까는 3시간 동안 지속이었는데 지금은 2시간 13분으로 뜨네.”
“아…… 이번에는 조금 급하게 만든다고 퀄리티가 좀 떨어졌는데 그거 때문인가?”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맛있어 보이지만 직접 요리를 한 재성이가 더 잘 알겠지.
‘그나저나 내 농작물로 요리를 만들면 아이템이 된다니……. 이거 잘 팔리겠는데?’
양산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잘만 하면 나중에 재성이가 식당을 차렸을 때 망할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이런 효과가 없어도 맛으로만 승부를 봐도 충분히 승산 있었지만.
“마탕!”
“그래, 그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이제 먹자.”
우리는 처음에 만들어 충분히 식은 맛탕부터 우선 먹어 보기로 했다.
물엿에 코팅이 되어 겉이 사탕처럼 굳은 맛탕은 여전히 그 황금빛 자태를 잃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더 반짝이는 듯한…….
‘요리할 때 눈부셨겠네.’
쓸데없는 감상을 하며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익숙한 단맛이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느낌이었는데 씹는 순간 돌변했다.
““으음!!””
우리는 동시에 신음을 흘리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치 너도 느낀 거지? 하며 공감을 바라는 얼굴들이었다.
이전의 고구마보다 단맛이 훨씬 도드라졌다. 그러나 그게 절대 균형을 깨뜨리지는 않았다.
설탕과 물엿으로 코팅되어 숨겨져 있던 농축된 고구마의 풍미와 단맛이 물풍선을 터트린 것처럼 폭발했다.
그 극적인 연출은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클라이맥스를 느끼게 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음식이 아니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재성이가 이해한다는 듯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 요리의 감동을 이 고구마 맛탕 조각 하나로 느낄 수 있었어! 이건 요리계의 혁명이야!”
흥분한 재성이가 맛탕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그러나 입에 넣지 않고 손에 든 채 뚫어져라 살펴봤다.
“만약 이런 음식들로 코스 요리를 의도한 대로 구성한다면 이건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연극이나 악단의 연주회를 본 것처럼 하나의 인생 경험이 될 거야.”
선아는 우리가 떠들든 말든 눈을 감은 채 맛탕을 음미하고 있었고 아라는 조막만 한 손으로 걸신들린 것처럼 흡입하고 있었다.
“이규성규성! 마탕 너무 맛있는 것이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아라가 입 안 가득 맛탕을 담은 채 외쳤다. 그러고는 흠칫하더니 두 번째 맛탕이 담긴 그릇을 들었다.
“그거 아라 혼자 다 먹어도 돼.”
나는 아라가 욕심이 나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녀석은 뜻밖의 행동을 했다.
“내려가서 나눠 주는 것이다! 맛있는 건 같이 먹는 것이다!”
“아!”
아이템이라는 사실에 눈이 멀어 슬라임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조그마한 몸으로 자기 몸통만큼 수북이 쌓인 맛탕을 들고 있는 아라를 얼른 도왔다.
“하아, 우리 아라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도 이렇게 예쁠까.”
“왜 아라가 ‘우리’ 아라냐?”
선아의 말에 딴지를 걸어 주며 다 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냄새를 맡았는지 밭에서 구르고 있던 슬라임들이 모여들었다.
아라의 먹성을 고려해서 맛탕을 많이 만들었기에 슬라임들에게 나눠 줄 양도 충분했다.
꾸물! 꾸물!
뾰롱!
맛탕은 군고구마나 찐 고구마보다 냄새가 덜 났다. 대신 그 모든 풍미와 향이 안에 농축된 상태.
그래서인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맛탕을 보며 슬라임들은 그저 먹을 게 왔다는 사실에 그저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흐흐. 이 녀석들아. 이게 바로 고구마 맛탕이라는 거다.”
“마탕이라는 것이다!”
아라와 함께 슬라임들에게 맛탕을 나눠 줬다.
총 15마리의 슬라임들.
레벨 3은 마크투와 독독이.
그리고 레벨 2가 그새 8마리가 되었다.
나머지 5마리는 신병들이었다.
뾰롱? 꾸물?
부르르르!!
맛탕을 먹은 슬라임들이 금세 반응했다. 지금껏 먹었던 농작물과 달리 몸을 부르르 떨며 마치 ‘내가 뭘 먹은 거지?’ 싶은 반응들.
“히히! 다들 좋아하는 것이다! 역시 마탕은 무적인 것이다!”
슬라임의 언어를 이해하는 아라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며 자기도 한 입 먹었다. 그러고는 양손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맛있는 것이다! 역시 이규성규성의 동생 이재성인 것이다!”
기뻐하는 아라와 슬라임들을 보며 나도 맛탕을 먹었다. 군것질 같으면서도 고급진 맛. 몸을 녹여 버리는 듯한 행복감.
그래, 이게 행복이지 뭐가 또 행복이겠어?
‘이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부모님.
이따가 동생들한테 저장고에 있는 작물을 좀 챙겨 줘서 부모님이랑 같이 먹으라고 해야지.
그리고 다음으로는 당연히 영성이 형과 강한울 각성자님.
마침 연락할 생각이었는데 오랜만에 외출을 해야겠다.
그 외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 행복한 감정을 전파하고 싶었다.
‘던전만 먼저 해결하고 나면 재성이가 식당을 여는 걸 빨리 도와줘야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벌써 가득 차는 것 같았다.
* * *
한바탕 맛탕 소동이 끝나고 짐을 쌌다.
아쉽게도 맛탕의 효과는 일반인인 재성이나 선아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형, 아라도 그냥 데리고 나가는 게 어때?”
외출 준비를 하는 내게 재성이가 걱정스레 물어 왔다. 선아도 그런 재성이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맞아, 오빠. 아라도 좋아할 것 같은데…….”
“나도 데리고 나가고 싶지만 아라의 외모가 평범하지 않으니까…….”
금빛 생머리와 눈동자에 호랑이 귀.
게다가 압도적인 귀여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비록 꼬리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눈에 띄는 외모였다.
만약 누군가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라도 하는 순간 어떻게 그 상황을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일단 생각나는 방법은 하나네.”
“응? 방법이 있어?”
선아의 자신만만한 말에 나는 다급히 물어봤다. 그런 내 옆에는 내 다리를 꼭 붙잡고 있는 아라가 두 눈을 빛내며 선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길드에 들어가는 거지.”
“아…….”
“어차피 각성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 그중엔 소환 계열의 능력을 가진 분도 많고 테이밍 각성자도 있고. 오빠도 그런 식의 등록을 마쳐서 아라를 데리고 다니는 거야. 아예 합법적으로.”
“그게 정론이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눈에 띄긴 하겠지만.”
인간형 소환수는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외국에는 내가 모르는 인간형 소환수나 사역마가 있을 수도 있었으나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아라홍련 길드랑 줄이 있다며? 한번 상담이라도 받아 보는 게 어때?”
“흐음…….”
맛탕을 먹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대체적으로 말해 주었다. 재성이는 요리에 대한 영감이 계속 떠오르는지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선아는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그게 부담스러우면 일단은 강한울한테 이야기해 보든지.”
“한울 형님? 음, 조금 고민 좀 해 볼게.”
뭐가 어찌 됐든 아라를 평생 던전에서만 키울 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다.
게다가 아라가 성장하고 나서는 둘이 던전 토벌도 하게 될 텐데 그 전에 미리 생각해 둬야겠지.
‘어차피 아라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테니까.’
몬스터의 정보를 볼 수 있는 각성자가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다. 매우 드문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한 명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아라가 다리에 얼굴을 부벼 왔다.
“이규성규성.”
“응. 이번에도 금방 갔다 올게. 맛있는 것도 잔뜩 사 오고.”
“응.”
활기찼던 아라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하는 걸 보니 괜히 내가 대역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영성이 형이나 강한울 각성자님을 통해 아라홍련 길드와 면담을 한번 해 봐야겠다.
“아니다. 그냥 같이 가자.”
“같이!?”
아라가 고개를 번쩍 들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동생들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 말대로 눈에 띄긴 하겠지.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맞아, 오빠. 내가 볼 때 오빠는 너무 팔불출이야.”
하긴 요즘 각성자들의 외모를 보면 아라 정도의 외모는 개성 축에도 못 끼는 경우였다.
던전에서 구해 온 장비들과 장신구들을 치렁치렁 달아 놓거나 능력의 발현으로 인해 외모마저 변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옛날과 달리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진 게 현시대였다. 동생들의 말대로 내가 너무 많은 걱정을 하는 게 맞았다.
‘팔불출이 안 되려고 했는데…….’
결국 선아한테 팔불출 소리를 듣는구만.
하지만 아라를 보면 그 누구도 팔불출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귀는 가려야겠지?”
“아니, 밀짚모자만 쓴 상태라면 저대로도 괜찮은데? 아마 진짜 귀라고 생각 못 하고 모자에 달린 장식으로 볼걸.”
“이규성규성! 같이 가는 것이다! 나는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잠시 더 챙길 게 없나 고민해 본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우와!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아라의 첫 외출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