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2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29화(29/119)
저번에 잠깐 나갔다 왔을 때 아라가 입을 만한 옷들도 이것저것 사 왔었다. 그중에서 아라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작업복 디자인의 아동용 멜빵 옷을 입히고 밖으로 나왔다.
“우와아!!”
던전 밖을 처음으로 나와 본 아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그런데 몬스터가 이렇게 쉽게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건가?
‘아직 모르는 게 많네.’
일단 걱정 없이 나오기는 했는데 막상 나오니까 여러 의문이 생겼다.
물론 던전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브레이크가 발생해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규성규성! 나무가 많은 것이다!”
멜빵 옷을 입은 아라가 나무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선아가 어쩐지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출발해 볼까.”
좋은 게 좋은 거지.
우선은 형들한테 연락해 보자.
* * *
동생들과 헤어지고 아라홍련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아라의 탄성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리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생각보다 주목을 받긴 하네.’
아라가 말하거나 쫄래쫄래 움직일 때마다 시선이 모였다. 그러나 그 시선들은 내 걱정과 달리 귀여운 아이를 발견한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어머, 저 애 좀 봐.”
“금발이네. 외국인인가?”
그런 시선을 아라도 눈치챘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규성규성! 왜 다들 나를 쳐다보는 것이냐?”
“아라가 귀여워서?”
“흠! 역시 나는 귀여운 것이다!”
그 이후로 한껏 도도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치켜들고 다녔다. 얼마 가지 않아 목이 아팠는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서초구에 도착한 우리는 목적지인 아라홍련 길드로 향했다.
“우와…….”
거대한 빌딩을 본 아라가 입을 벌린 채 머리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건물을 바라보다 이내 아래서부터 천천히 숫자를 셌다.
“하나아인 것이다, 두울인 것이다, 세엣인 것이다, 네엣인 것이다…….”
“아라야?”
“이규성규성! 저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것이냐! 목이 끊어질 것 같은 것이다!”
“글쎄. 확인해 보지는 못했네. 곧 올라갈 거니까 조금 이따가 확인해 보자.”
이번에 두 형님들께 연락을 했더니 아라홍련 길드에서 만나자고 먼저 제의해 주셨다. 안 그래도 먼저 얘기를 꺼내려던 차에 잘됐다고 생각하며 흔쾌히 가기로 했다.
‘아라에 대한 이야기를 미처 못 했지만…….’
헤실거리며 앙증맞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쥔 아라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내 건물에 들어서자 저번에 보았던 훤칠한 보디가드 청년이 서 있었다.
“아라홍련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혹시 어디서 오신 손님이실…… 아! 이규성 각성자님이시군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내가 꾸벅 인사하자 내 손을 맞잡고 있던 아라도 덩달아 나를 따라 했다.
“안녕? 한 것이냐?”
“안녕하세요?”
뭔가 묘한 인사말이 되었지만 청년은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아라에게 허리를 숙여 주었다.
“이번에는 미리 전달받은 사항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구나.
그렇게 남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위층으로 향했다.
“이규성규성! 몸이 아래로 끌려가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 본 아라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아라를 향해 나는 슬쩍 속삭였다.
“이건 엘리베이터라고 하는 거고 우리는 지금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는 거야. 아까 네가 세고 있던 높은 건물 있지? 그 건물 꼭대기.”
“허억! 정말인 것이냐!”
층수가 따로 적혀 있지 않았기에 나는 슬쩍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아라홍련 건물은 몇 층짜리 건물일까요?”
“140층입니다. 그나저나 귀여운 숙녀분이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아라는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여전히 몸이 아래로 끌려간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알리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꼭대기인 것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도도 달려 나간 아라는 이내 거대한 손아귀에 붙잡혔다.
“어엉?!”
“으하하! 이 귀여운 꼬맹이는 또 뭐냐!”
강한울이었다.
오랜만에 본 그는 여전히 건장한 모습으로 아라를 목마에 태웠다.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누가 보면 원래 알던 사이 같았다.
“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정길아. 여! 이규성이! 오랜만이다!”
강한울의 반가운 인사에 나는 웃으며 화답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영성이 녀석은 곧 도착한다고 하더군. 그나저나 이 아이는 누구야? 딸인가?”
“딸은 아니고…….”
아라는 강한울이 내 지인이라는 걸 눈치채고 마음 편히 목마를 즐겼다. 시시덕거리며 즐기는 모습이 나도 나중에 태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 그래도 그 아이 일로 아라홍련 길드에 조언을 구하고 싶던 찰나에 한울 각성자님이 먼저 와 달라고 해 주셔서 데려왔습니다.”
“편하게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
“예, 한울 형님.”
그때 한쪽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정확히는 두 명의 인물이었다.
“오셨군요, 규성 님. 강한울 팀장님에게 오신다는 연락을 미리 받았습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길드장님.”
차분한 모습의 길드장 한석준,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아! 이해솔 각성자다!’
2팀의 부팀장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이해솔이 내게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속을 알 수 없는 실눈이 인상적이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아라홍련 2팀의 부팀장 이해솔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규성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한편, 한쪽에서는 아라와 강한울이 왁자지껄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저 아이는 이번에 처음 보는군요. 규성 님께서 데려오신 건가요?”
“예, 안 그래도 저 아이와 관련해서 상담을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혹시 이야기가 좀 가능할까요?”
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한석준과 이해솔이 갸웃거렸다. 아라의 겉모습은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하니 길드 측에서 상담을 받을 만한 내용이 뭐가 있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각성과 관련한 일입니다.”
“아! 그렇군요. 안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았는데 이야기를 좀 나누실까요?”
* * *
영성이 형이 오기 전까지 나는 길드장인 한석준과 강한울하고 따로 자리를 잡았다. 이해솔은 할 일이 있다며 먼저 떠났다.
회의실과 같은 방에 앉아 생략을 많이 거친 이야기를 조금 전달하자 한석준과 강한울이 심각한 표정으로 아라를 바라보았다.
“이 귀여운 아이가 몬스터라니…….”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놀란 모양이었다.
하긴 인간형의 몬스터는 있어도 아라와 같이 인간을 쏙 빼닮은 몬스터는 발견된 적이 없었으니까.
“그니까 규성 님의 말씀은 아라가 규성 님의 사역마라는 것이지요?”
“예.”
“규성 님도 많이 놀랐겠군요.”
언제 심각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한석준이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을 해 보였다. 아마 나를 위한 게 아니라 혹시라도 아라가 불안해할까 봐 신경 써 주는 모습이었다.
“아라야, 이 아저씨가 귀를 좀 만져 봐도 되겠니?”
강한울도 터프한 모습이 사라지고 아라를 조심스레 다뤘다. 그래도 몬스터라는 편견 없이 여전히 아이를 대하는 태도라 감사했다.
“만져도 되는 것이다!”
“하핫. 고맙구나.”
굳이 모자를 벗을 필요가 없음에도 아라는 총총걸음으로 강한울에게 달려가 모자를 들어 올렸다.
“오오?”
정말로 호랑이의 귀가 머리에 달려 있는 모습에 강한울과 한석준의 눈이 빛났다.
이내 강한울이 조심스레 귀를 만졌다.
“정말로 귀야. 신기하군.”
“히히히! 간지러운 것이다!”
“아이코. 미안, 미안.”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한석준이 물었다.
“여아입니까?”
“성별은 없습니다.”
“성별이 없다……?”
“……없습니다.”
“……흠, 그건 놀랍군요.”
성별을 구분할 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표현을 대충 알아들은 듯했다.
“정확히 어떤 몬스터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죠?”
“음…… 알고는 있지만 많은 정보를 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이해합니다.”
한석준은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아라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라는 아무래도 강한울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장난을 치느라 바빴다.
“전투는 가능합니까?”
“아마 더 성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저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리고 전투를 할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처음엔 퀘스트를 아라로 깨겠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글쎄…….
“기술이나 능력은 있습니까?”
“기술이 하나 있습니다.”
탐식은 말하지 않았다. 너무 특정하기 쉽고 특이한 능력이라 말해서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오, 무슨 기술입니까?”
“브레스입니다.”
“……브레스?”
아라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의구심을 가지고 내게로 돌아왔다. 어린아이로 보이는 아라가 브레스를 사용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그래.
“그거참…… 뜻밖의 기술이군요.”
“그런데 저도 상태창으로 확인만 했고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럼 여기서 한번 시험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서요?”
“각성자들을 위한 수련장이 있습니다. 장담컨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시설이죠.”
안 그래도 탐식은 기본 능력이라 확인도 불가능했는데, 브레스라도 확인해 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아라의 전반적인 육체 능력도 검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 힘든 것도 아니니 아라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고요.”
“그럴까요?”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아이와 같은 모습의 아라가 능력치가 높게 나와 봤자 보통의 인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겠지.
물론 능력치 분석을 수락한 이유에는 약간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라의 속도는 나보다 빠를 정도다.’
가끔씩 잡기 놀이를 할 때면 아라의 속도에 놀라고는 한다. 처음에는 내가 봐주면서 놀았는데 농작물을 먹고 능력치가 올랐는지 이제는 진심을 다해도 잡히지 않았다.
속도만 생각하면 꽤 놀랄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바로 가시죠.”
* * *
우선은 육체 능력 측정부터 시작했다.
한석준은 아라가 힘들지 않을 정도까지만 측정해 보고 한계를 추측하는 식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동체 시력, 근력, 속도, 지구력, 반응 속도, 공간 지각 등등을 테스트해 본 결과…….
“꽤 놀라운 결과군요.”
아라는 무려 3급 각성자의 신체 능력치와 비슷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물론 한계까지 시험한 것은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지만 정말 놀라운 결과였다.
“이규성규성! 이거 재밌는 것이다! 또 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반응 속도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는 4급 이상의 결과가 나올 정도였는데 테스트를 놀이로 여긴 모양인지 아라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왔다.
“또 해도 됩니다.”
“와! 고마운 것이다!”
한석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라가 다시 반응 속도 테스트를 하러 갔다.
“조그마한 신체를 생각하면 확실히 대단한 능력치입니다. 내구력 테스트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이것만 해도 3급 각성자로 인정받을 수준이에요.”
“저도 놀랐습니다.”
달리는 속도가 빠른 걸 보고 평범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잡지 못한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게 열심히 놀고 있던 아라는 이내 다 놀았는지 내게 쪼르르 달려왔다.
“재밌는 것이다!”
“재밌었다니까 다행이네.”
“이규성규성! 놀았더니 배고픈 것이다!”
마침 먹을 것들을 잔뜩 챙겨 왔기에 걱정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브레스만 한번 쏴 보고 밥 먹을까?”
“오! 브레스! 좋은 것이다!”
아라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상정한 범위 내였기에 브레스도 큰 걱정은 없었다.
뭐, 기껏해야 3, 4급 각성자 정도의 파괴력이겠지.
“파워 머신입니다. 각성자들이 본인들의 기술을 시험해 보는 곳이지요.”
그렇게 도달한 측정기 앞에서 아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브레스?”
“응. 저기다 브레스를 사용하면 돼.”
“알았다는 것이다! 내 첫 브레스인 것이다!”
아라도 처음 사용해 보는 능력이 기대되는 듯 두 눈이 초롱초롱했다.
테스트실에는 한석준과 나, 그리고 아라까지 세 명뿐. 강한울마저 한석준이 좋게 타일러 되돌려 보낸 상황이었다.
“후으으읍!”
아라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모습마저 귀여운 것이 반칙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파아아아——!!”
콰아아아앙———!!!
눈앞이 갑자기 번쩍이는가 싶더니 이내 광선과 같은 무언가가 아라의 입과 조금 떨어진 앞쪽에서 발사됐다.
“…….”
“…….”
나와 한석준은 말을 잃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지글지글-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을 테스트실의 바닥은 깊게 고랑이 파여 녹아내리고 있었다. 멀찍이서 구경하고 있던 우리한테까지 그 열기가 느껴졌다.
그때 브레스를 시원하게 쏘아 낸 아라가 우리를 돌아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배고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