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32)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32화(32/119)
광택을 내뿜으며 탱글탱글 영글어 가는 방울토마토가 보석과 같았다.
푸슈우욱-
슬라임 하나가 연못에서 물을 흡수하더니 밭 위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발광석의 빛에 닿아 옅은 무지개가 만들어지며 사방이 촉촉하게 물들었다.
“이규성규성! 여기는 다 끝난 것이다!”
고사리만 한 손으로 방울토마토를 움켜쥔 아라가 내게 달려오며 외쳤다.
“그래? 여기도 거의 다 끝났어.”
나는 소쿠리에 토마토를 담고 슬쩍 옆을 살폈다. 다른 구역도 슬슬 끝나 가고 있는 게 보였다.
“저장고로 갈까?”
“가는 것이다!”
수확한 토마토는 수확한 직후 대부분 슬라임들의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남은 건 이렇게 저장고로 향했다.
원래는 토마토 수확만 마치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비밀의 공간을 살펴보려 했지만 잠깐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드라이 토마토.’
재성이가 선아와 함께 던전에 잠깐 방문했을 때 부탁했던 것이다. 재성이가 재료도 다 준비해 놓고 갔기에 내가 할 건 많지 않았다.
우선 수확한 토마토를 반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일이 끝난 슬라임들과 아라는 내가 무언가를 하자 신기했는지 꼼지락대며 옆에서 지켜보았다.
싹뚝!
미리 준비한 보 위에 반으로 자른 토마토들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아라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하겠다며 거들었다.
“그럼 내가 자를 테니까 아라가 여기 예쁘게 올려놔 줘.”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장고의 옆에도 발광석이 있었다.
토마토를 말려야 했기에 발광석 아래에서 작업을 했다. 어느새 큰 보자기 3개를 가득 채울 정도로 토마토를 늘어놓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
“남은 토마토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
“먹을까?”
“우와! 먹는 것이다!”
우리는 사탕처럼 토마토를 입에서 굴리다 먹으며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하나는 소금을 치고, 하나는 올리브유를 바르고, 하나는 그냥.’
재성이가 한 가지 걱정을 했었는데 그건 바람의 여부였다. 원래 바람이 불어 줘야 토마토 건조에 용이했는데 던전에서는 그런 걸 바랄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엠버그릴!”
“엠버그릴!”
아라는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내 말을 따라 하며 만세를 했다.
곧이어 저장고에서 그간 잘 말려서 보관해 둔 엠버그릴을 꺼냈다. 레일라와 같은 던전 식물인 동시에 허브로 사용되는 향신료였다.
[마력이 깃든 엠버그릴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1분간 정신력이 상승합니다. 스트레스가 미약하게 해소됩니다.
“올리브유를 바른 토마토 위에 솔솔.”
“솔솔!”
아라의 작은 손에도 엠버그릴을 쥐여 줬다.
그러자 킁킁대며 냄새를 맡더니 이내 입으로 가져가 한 입에 먹어 버렸다.
“음!”
“……맛있니?”
허브니까 식용이긴 하지만 갑자기 먹을 줄은 몰랐다.
“맛있는 것이다!”
“그래? 일단은 토마토 위에 솔솔 뿌려 보자. 이렇게 꽉 쥐면…….”
바스락-
“이런 식으로 가루가 되지? 이걸 위에다 뿌려 주면 돼.”
“오오!”
마치 재미난 놀이를 발견한 것처럼 초롱초롱해진 아라가 엠버그릴을 손에 쥐었다.
이내 곧바로 바스러트리며 깔깔댔다.
“재밌는 것이다!”
“이제 위에 뿌려 봐.”
“훠이!”
양손을 쫘악 펼치며 흩뿌렸지만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지 않아 엠버그릴 가루는 하늘하늘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 더 있으니까 같이 하자.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되고.”
“히히! 좋은 것이다!”
그렇게 토마토 위로 엠버그릴 가루를 뿌려 주고 나자 드디어 재성이가 알려 주었던 작업을 대충 끝내 놓을 수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과연 재성이가 원하는 대로 완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슬슬 다른 작물의 씨앗도 준비해 볼까.’
미리 심어 두었던 딸기와 가지, 그리고 오이가 아직 수확되지 않았지만 열매가 달린 모양새를 보면 곧 수확이 가능할 것 같았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수확이 늦춰졌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이번 1차 농작물을 모두 수확하고 나면 재성이가 원했던 것들도 심어 볼 생각이었다.
고추, 콩, 양파, 호박, 대파가 일단 2차 농작물 후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고추랑 파는 무조건이지.’
특별히 한식을 선호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인으로서 떼놓을 수 없는 작물들이었다.
내가 기른 고추로 고추기름이나 고추장을 만들면 무슨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정확히는 요리가 궁금한 건데……. 김치찌개에 내가 기른 고추가 들어간다? 이거 못 참지.’
토마토를 해결했으니 이제 정말로 비밀의 공간을 탐험할 때다.
나는 살짝 긴장을 유지한 채 옆에서 엠버그릴을 우물거리는 아라에게 말했다.
“아라야, 계단에 가 보자.”
“움!”
마침 엠버그릴의 효과가 정신력 상승이니 나도 아라를 따라 말린 이파리를 하나 씹었다. 오묘한 향이 입 안을 맴돌며 지나갔다.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네.”
“맛있는 것이다! 그런데 배는 고픈 것이다!”
배 채우는 용도로 기른 식물은 아니니 어쩔 수 없지. 어쨌든 밭을 관리할 마크투와 몇몇 슬라임을 제외하고 독독이와 5마리의 슬라임을 원정에 합류시켰다.
“가자!”
“가는 것이다!”
아라는 그저 즐거운 모양인지 헤벌쭉한 표정이었다.
위험한 장소가 아님을 아라에게 미리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가방을 싸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예전에 한번 방문했던 음습한 공간에 도착하자 갑자기 아라가 내 바짓단을 꼭 붙잡았다.
“아라야?”
“으, 응? 아,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나는 하나도 안 무서운 것이다!”
누가 봐도 무섭다고 자백하는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아라는 그런 나를 보며 왜 웃냐는 듯 울상을 지었지만 덕분에 긴장이 조금 가셨다.
“오, 여기가 처음에 뿌우, 아니 아라를 발견한 곳이네.”
“오오! 이규성규성이 나를 구해 줬던 곳이다!”
어둠이 조금 익숙해지자 금세 무서운 게 사라졌는지 이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살펴보는 아라였다.
그렇게 제단처럼 생긴 관을 지나쳐 계단에 도착하자 아라는 한껏 들뜬 표정이 되었다.
“내 던전인 것이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던전이 또 있다는 거지?”
“그런 것이다!”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는 뜻인가?
던전 안에 던전이 있다는 건지 아니면 구조상 지하가 존재한다는 건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접 내려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지.
그렇게 나는 슬라임 군단, 6마리+아라, 을 이끌고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은 비밀의 공간과 같은 음침한 분위기였다. 석재로 된 계단과 사방을 둘러싼 벽이 노출 콘크리트와 비슷한 색감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도착한 것이다!”
“어? 문?”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의 끝에 도달한 우리는 하나의 문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여기가 내 던전인 것이다!”
“근데 아라야, 여기가 네 던전이면 우리가 지금까지 지내 온 곳은 뭐야?”
“그것도 던전인 것이다! 하지만 내 던전은 아닌 것이다! 군주의 던전인 것이다!”
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밭으로 이용하는 던전은 슬라임 군주의 던전이라는 건가.
“그럼 열어 볼까?”
“내가! 내가 열고 싶은 것이다!”
문은 의외로 컸기에 손잡이가 아라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었다. 나는 손잡이를 잡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낑낑거리며 애쓰는 아라를 들어 올려 손이 닿게 해 주었다.
철컥!
-던전의 주인, 탐식의 굴라를 확인합니다.
-입장이 허가됩니다.
-남은 마력 : 8/10
갑자기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시스템과 비슷한 목소리였는데 그 내용을 확인한 나는 아라와 함께 오지 않았으면 입장이 불가했음을 깨달았다.
‘아귀가 잘 맞았네.’
천천히 문이 열렸다.
그러자 넘실거리는 투명한 막과 같은 것이 나타났다.
“여길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이 막을?”
“가는 것이다, 이규성규성!”
나는 아라를 믿고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 뒤에 힘껏 발을 뻗었다. 그러자 막 너머로 몸이 통과되며 순식간에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후우웅-
‘바람?’
따스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피부에 닿았다.
포근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자, 던전 문 너머라고는 상상도 못 할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건…….”
“집에 돌아온 것이다! 여기가 내 던전인 것이다!”
솔직히 칠죄종 중 하나인 아라의 던전이라기에 살짝 긴장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전혀 긴장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처럼 평화로운 곳은 던전 밖에도 없을 것 같았다.
후웅-
산들바람에 발목 어림까지 자란 풀들이 가볍게 몸을 뉘었다. 그런 풀들로 넓게 펼쳐진 땅이 지평선을 만들어 냈고 드문드문 보이는 언덕들과 거대한 나무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고개를 들어 보자 던전 안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동시에 초저녁과 같은 짙은 청색의 하늘과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
“아니, 별이랑 해가 같이 떠 있잖아?”
달은 없었지만 저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눈에 보이는 광경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저 광경으로 인해 확실해진 건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는 사실.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지나온 문 대신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 존재했다.
그렇게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아라는 내 반응을 기대하며 손을 휘저었다.
“어떤 것이냐? 어떤 것이냐!”
“진짜 예쁜 곳이네. 여기에 집을 짓고 살아도 되겠어.”
“난 이규성규성이랑 나갔던 바깥세상도 좋았던 것이다!”
“그래, 그래. 밖에도 자주 나가야지.”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땅을 짚어 보았다.
직업병이 도졌는지 여기서 농사를 지을 수 있나 견적부터 내고 있었다.
그러자 조잘대던 아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나를 따라 한쪽 무릎을 꿇고는 땅을 짚었다.
“흐음.”
“흐음!”
“흐음…….”
“흐으음!”
무슨 행동인지도 모르고 따라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결국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버린 나는 아라의 호랑이 귀에 손을 뻗어 조물락거렸다.
아라도 질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어 내 귀를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한참 귀를 만지다가 아라를 들어서 목마에 태웠다. 꺄르륵거리며 웃는 아라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좋은 곳이네. 여기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어. 땅도 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겨울이 있는 것이다! 겨울이 오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이다!”
“겨울? 아! 계절이 있구나.”
생각해 보니 지금껏 던전에서 지은 농사는 비닐하우스 농사와 비슷했다.
그렇기에 날씨나 계절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았고, 게다가 마크투가 알아서 관리를 해 준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농사를 해 왔다.
“이야, 던전이라기보단 또 하나의 세상이네. 도대체 크기가 얼마나 한 거야?”
“그건 나도 모르는 것이다…….”
한껏 자랑을 하다가 모르는 게 나오자 자신 없는 듯 대답하는 아라가 귀여웠다.
일단 아라에게 듣기로 이 근처, 그러니까 아라가 활동했었던 영역 내에는 슬라임밖에 없었다고 했다.
주인이었던 아라가 슬라임인 만큼 여기도 슬라임 던전에 속해서 그런 거겠지.
“가끔 부하가 다른 녀석들이 있다고 보고한 적은 있는데 너무 멀어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위험한 녀석들은 아니겠지?”
“나를 빼고 내 부하들은 전부 약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멀쩡했던 걸 보면 위험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아라야 워낙 특이한 슬라임이라 그렇다 쳐도 대부분의 슬라임은 약해 빠졌는데 여기서 살았다는 걸 보면 나름 평화로운 던전이었나 보다.
-띠링!
“어?”
갑자기 시스템음이 울렸다.
곧이어 오랜만에 보는 창이 내 시야를 가렸다.
[ 퀘스트 : 미지의 땅에서 신종 작물을 수확하라]탐식의 던전에서 신종 작물을 재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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