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3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36화(36/119)
이규성과 아라가 정소연의 바이크를 타고 떠난 후.
자리에 남아 있던 길드 관계자들은 부리나케 주위에 연락을 돌리고 있었다.
“어어, 나야. 혹시 각성자 중에서 이규성이라고 알고 있어? 아니, 아니. 1급 각성자.”
“여보세요? 예, 예. 혹시 1급 각성자 이규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각성한 지 오래됐다고 하는데…….”
“아라홍련 쪽 라인에 좀 물어봐 봐. 이규성이라고 1급 각성자가 있는데 이번에 아라홍련이랑 계약 얘기가 오고 갔다는데?”
만약 그들이 뿔소를 막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보지 못한 탓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마침 정소연이 등장해 아라홍련과 접촉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풀리자 호기심이 자극되었다.
‘최단기 4급 던전 클리어로 주가 상승 중인 대한민국 5대 길드 아라홍련이 고작 1급 각성자 따위를?’
‘아라홍련의 간판 각성자라고 할 수 있는 정소연이 직접 알고 있다? 1급 각성자지만 분명 뭔가가 있다!’
‘근데 뿔소 무리는 어떻게 막은 거지? 막은 방법부터 좀 알고 싶은데.’
만약 이들이 최근 나도는 버프형 음식의 소문과 최단기 던전 클리어 1등 공신이 이규성임을 알았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도, 그리고 이규성 본인도 그 가치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부우우웅.”
헬멧을 쓴 아라가 오토바이 소리를 흉내 냈다.
극심한 정체를 이리저리 뚫고 지나간 덕분에 금방 용산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장에서 나와 주변을 살폈다.
“아라야, 헬멧 벗어야지.”
“조금만 더 쓰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냐?”
헬멧에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신난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오토바이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써도 돼요. 여분 헬멧도 많아서.”
정소연이 웃으며 자신의 배낭을 두드렸다.
기껏해야 손바닥 크기만 한 배낭이었는데, 저게 바로 내가 그토록 원하던 공간 확장 아이템이었다.
‘역시 정소연.’
아라홍련의 1팀장인 만큼 돈도 많겠지.
살짝 부러운 감정을 느끼는 사이 그녀가 물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아, 던전 용품을 구입하려고 왔습니다.”
“던전 용품이요?”
의외의 구입 품목이었는지 정소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전투 계열 각성자가 아닌 내가 던전에 들어갈 일이 뭐가 있냐는 눈초리였다.
“저급 던전 위주로 생태 파악이나 식물 공부를 좀 하거든요.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제 능력이 그런 쪽이라…….”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정소연이 이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러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제가 자주 가는 곳이 있거든요? 그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여전히 헬멧을 쓰고 있는 아라가 머리를 두드리며 내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나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던전 용품 매장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 정소연 고객님!”
인사를 하던 직원이 정소연을 알아보고 대번에 안색이 밝아졌다. 그런 상대를 향해 정소연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오랜만이에요.”
“하하, 석 달 만인가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직원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정소연과 같이 들어온 나와 아라를 슬쩍 살폈다. 그러고는 이내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정소연 고객님과 함께 온 일행분들이실까요?”
“맞아요. 규성 씨, 혹시 찾으시는 물건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셔도 되고, 아니면 이분한테 물어보시면 바로 찾아 주실 거예요.”
“예, 감사합니다.”
마침 챙겨 갈 물건들을 미리 메모해 두었기에 곧장 직원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정소연도 직원 옆에서 함께 메모를 살폈다.
“오호~!”
그사이에 아라는 전시된 텐트나 물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신기한 듯 만져 보고 있었다.
“이건 무엇이냐?”
“그건 텐트야. 그 안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하는 거야.”
“이건?”
“그건 램프. 켜면 불빛이 나와서 주변이 환해져.”
“이건?!”
“그건 휴대용 난로.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어.”
헬멧을 쓰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무척 흥분한 것이 느껴졌다.
“이규성규성! 이거 다 사는 것이냐?!”
“아니 필요한 것만 사야지.”
“텐트! 텐트는 사는 것이냐?”
“사야지.”
“그럼 이건! 이 화덕은 사는 것이냐?”
“그건 글쎄…….”
한참 아라에게 어울려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직원과 정소연이 다가왔다.
“우선 제품들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텐트였다.
탐식의 던전을 살펴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기에 텐트와 침구류, 그리고 숙식 물품은 반드시 필요했다.
“여기는 우선 텐트들입니다. 24인용 텐트부터 1인용 텐트까지 모두 전시되어 있으니 원하시는 걸 말씀해 주세요.”
역시 유명한 브랜드의 매장이라서 그런지 모든 종류의 텐트가 펼쳐진 채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가격도 함께 체크했다.
“규성 씨는 솔로인가요?”
“예?”
“아, 그러니까 던전 입장을 혼자 하시나 해서…….”
정소연이 말을 하다가 아차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예전에도 뭔가 오해할 만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천연인 것 같았다.
“아니요. 단체로 갑니다.”
“아, 하긴. 무력이 필요하시니까 솔로는 조금 위험하시겠네요.”
“예, 그것도 그렇고 식구가 좀 있어서요.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 큰 텐트가 좋긴 한데…….”
텐트의 가격이 어마무시했다.
특히 크기가 커질수록 그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는데, 가장 크고 비싼 24인용 마석 설치 텐트의 경우 3억을 넘어갔다.
‘마석이 비싸긴 비싸구나. 그러니까 각성자들이 돈을 잘 버는 거긴 하지만…….’
결국 적당한 걸 찾으려면 10인용 정도의 마석 설치 텐트나 던전 부산물로 만들어진 게 아닌 평범한 걸 골라야 했다.
“정확히 몇 인용을 원하세요?”
“예? 글쎄요. 10인용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정소연은 곧바로 직원에게 외쳤다.
“10인용 마석 설치 텐트 하나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 정소연 각성자님?”
내가 놀라서 다급히 이름을 부르자 정소연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마시고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기 전에 말했잖아요. 어떻게든 보답해 드리겠다고.”
그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기준을 한참 넘어섰다. 10인용의 마석 설치 텐트의 가격은 무려 1억 2,000만 원.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과 같은 금액이었다.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조금…….”
“그리고 규성 씨가 가진 능력 정도면 이 정도의 금액은 금방 벌 수 있을걸요?”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작정하고 작물을 내다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느끼는 이 행복은 그런 악착같은 마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유유자적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돈 천만 원 버는 것보다 아라가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모습이 더 소중하니까.’
결국 나는 정소연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언젠가 저도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규성 씨는 제 가족을 구해 준 은인이니까요. 심지어 전 무전취식까지 했는걸요? 후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아라가 총총걸음으로 우리가 사기로 한 텐트에 다가가 삿대질을 했다.
“이거 우리가 사는 것이냐?”
“정소연 각성자…… 아니, 소연 씨가 사 주신대. 감사하다고 말해.”
“오오! 예쁜 언니가 사 주는 것이다! 고마운 것이다!”
아라의 감사에 미소 지은 정소연이었지만 이내 갸우뚱했다.
“아라는 어차피 던전에 안 가잖아요?”
“예? 예, 뭐, 그렇죠.”
“응? 나는 안 가는 것이냐? 나도 가는 것이다?”
아라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헬멧으로 콩하고 내 다리를 박았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아팠다.
겉보기에는 아이의 외형이지만 신체 능력은 어엿한 3급 각성자와 맞먹는 스펙이니 당연히 아프지.
“으윽, 아라야.”
“나도 가는 것이다!”
“아니, 그니까…….”
정소연은 아라의 그런 행동에 단순히 아이의 투정이라 생각했는지 이내 살살 달래며 아라를 안아 들었다.
“우리 아라, 다른 것도 구경하러 가 볼까?”
“오오! 다른 것도 있는 것이냐?”
“그럼!”
보육원 아이들을 통해 아이를 돌본 게 한두 번이 아닌 모습이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넘어간 나는 다른 물품들도 차례대로 골라 담기 시작했다.
“후우.”
모두 고르고 나자 생각보다 양이 더 많아졌다.
확실히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서 보는 것과 그저 계획으로만 짜 둔 건 달랐다.
텐트는 결국 정소연이 사 주었다.
원래는 다른 것들도 전부 같이 사 준다고 했으나 마음만 받겠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그럼 물건들은 적어 주신 주소로 모두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사고 나니 생각보다 지출이 컸다. 텐트를 제외하고도 무려 2,000만 원이 넘는 지출이었다.
‘던전 내부에서 쓰는 거다 보니 일반 가정용품보다 훨씬 비싸네.’
오히려 이쯤 되자 마석으로 가동되는 텐트의 가격이 싸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텐트엔 마석이라도 달려 있지 다른 건 좀…….
“또 어디 들르실 때 있으세요?”
“원래는 아티팩트 상점에도 가 볼 생각이었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았네요.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려고요.”
“아티팩트요? 어떤 아이템을 살펴보실 생각이셨어요?”
“공간 확장 쪽 아이템들 시세 좀 보려고 했습니다.”
“아! 확실히 규성 씨의 능력을 생각하면…….”
정소연이 턱을 짚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설마 공간 확장 아이템까지 사 준다는 기가 막힐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규성 씨.”
“예.”
“제가 길드에 한번 말해 놓을게요.”
“그게 무슨……?”
“규성 씨가 저희 길드에 가입하면 계약 조건으로 공간 확장 아이템을 무료로 무기한 임대하여 사용하실 수 있게끔 해 놓을게요.”
“그, 아직 가입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요?”
“그러니까 지금 딜을 하고 있는 거죠. 이만큼 해 줄 테니 들어와 달라는 부탁. 히히.”
정소연이 배시시 웃었다.
나는 머쓱하게 감사를 표하며 생각해 본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들어가 보세요. 아라도 잘 가고 다음에 또 봐?”
손을 흔드는 정소연에게 아라가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서 건네줬다. 그러자 정소연은 가지고 싶으면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헬멧! 가져도 되는 것이냐!”
“그럼. 아라가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으니까 선물로 줄게.”
“역시 정소연소연이 최고인 것이다!”
어느새 이름도 외워서 부르고 있네.
근데 왜 또 정소연소연이냐?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텐트 잘 사용할게요.”
“다음에는 길드에서 뵙길 바랄게요. 히.”
그렇게 정소연이 바이크를 타고 사라지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물론 그건 나만 느끼는 감정 같았고 아라는 헬멧을 받은 게 기쁜 건지 품에 꼭 껴안고 싱글벙글이었다.
“우리도 갈까. 용품도 다 샀으니 이제 진짜 탐색 시작이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