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4)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4화(4/119)
비록 100평 남짓밖에 되지 않는 텃밭이지만 나름의 구획을 나눠 이것저것 심었었다.
‘여기가 아마 방울토마토였지?’
싹이 난 식물은 아마 방울토마토로 보였다.
일단은 던전 식물의 씨앗이 아닌 지구의 방울토마토였는데, 저 옆에는 던전에서만 발견된 ‘레일라’라는 식물의 씨앗도 심어 놨다.
“대박이다, 진짜.”
이대로 쑥쑥 자라기만 하면 약 100일 후면 열매가 맺힐 것이다.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확실치 않지만 일단 싹이 튼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그런데?
“뭐지?”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조금 더 자란 것 같다.
두 눈을 비비며 이게 뭔 일인가 살피는 사이 갑자기 마크투가 나를 건드렸다.
꾸물-
“왜 그래? 헉!”
슬쩍 돌아보자 실시간으로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토마토 라인이 아닌 당근을 심었던 쪽에서.
“아, 아니…….”
그것보다 성장 속도가 육안으로 식별되는 게 미쳤다. 던전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마크투 덕분에?
[농사 LV.1]농작물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수확량을 늘려 줍니다.
다시 한번 마크투의 능력을 살펴보았다. 크게 눈에 띄는 설명은 아니었다. 근데 고작 저 문구만으로 이런 미친 현상이 발생한다고?
꾸물!
마크투가 다시 꾸물대며 나를 건드렸다.
알고 보니 내가 밟고 선 자리에서도 새싹이 트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황급히 텃밭에서 나와 이 마법 같은 광경을 지켜보았다.
“아아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마치 시간을 빠르게 감은 듯 자라나고 있는 새싹들이 사방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비록 땅이 좁아 많이 심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제는 확실해졌다.
마침 자랄 타이밍이었던 게 아니라 마크투의 능력 덕분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이 현상 자체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 토마토!”
나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지지대를 토마토 곁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한참 뒤에 토마토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서 설치하는 게 맞았지만 성장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게 총 100개의 지지대를 설치하고 나자 어느새 내 정강이까지 자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짜 말도 안 된다.”
기쁨의 함성이 절로 나올 것만 같았다.
고작해야 방울토마토와 당근이 자라는 것뿐인데 이게 뭐라고 이리 기쁘냐.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던 던전 과일인 레일라도 착실히 자라고 있었다.
“던전 식물은 재배를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3년 동안 여기저기서 알아본 정보로는 지금까지 던전 식물을 키우는 데 성공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난 지구에서 최초로 던전 식물을 기른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야생 레일라도 없어서 못 먹지.”
굳이 따지자면 지구의 망고스틴과 비슷한 맛이 나는 과일이 바로 레일라였다. 그러나 훨씬 과즙이 풍부했고 그렇기에 과채즙의 재료로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마력이 깃든 과일과 채소로 자라려나?’
한 가지 불안한 점은 퀘스트에서 나온 ‘마력이 깃든’이라는 문구였다.
던전에서 나는 대부분의 열매와 채소, 과일에는 마력이 깃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던전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인위적으로 키운 작물들도 마력이 깃들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일단 보자고.”
어차피 이 정도의 성장 속도라면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마크투는 텃밭 사이사이를 기어 다니며 뭔가 꼼지락 꼼지락거렸는데 뭘 하는지는 몰라도 괜히 예뻐 보였다.
“흐흐흐.”
귀여운 놈.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을 때 탐색을 마쳤는지 슬라임1이 내게 다가왔다.
꾸물-
“오오? 너도 뭐 좀 발견했냐?”
꾸물!
이제는 대충 알아들은 것만 같은 꾸물거림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는 걸 본 슬라임1은 어디론가 안내하듯 기어가기 시작했다.
“뭐가 있긴 했나 본데?”
슬쩍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슬라임이 멀쩡한 걸 보고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명령을 내렸다.
“만약 네가 안내하는 곳이 나한테 위험한 거면 제자리에 멈춰.”
꾸물-
녀석은 계속 나아갔다.
그 반응에 위험한 건 아니겠거니 싶었던 나는 녀석을 따라 던전 구석에 도착했다.
꾸물!
“여기라고?”
내 예상을 벗어난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바닥.
뭔가 변화가 생겨도 벽면 같은 곳에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바닥이라…….
‘아니면 원래부터 바닥에 뭔가가 있었던 걸 수도?’
던전 개변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 근처 바닥을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
바닥이라고 해 봤자 밭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흙바닥만 확인했지 이런 돌바닥을 살펴본 적은 없으니까.
꾸잉-
슬라임이 바닥에 묘하게 나 있는 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그러자 정말 액체처럼 그 좁은 틈을 통해 내려갔다.
“아니, 슬라임아. 난 너처럼 못 한다고.”
이걸 어떡하냐.
밭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곡괭이가 있긴 한데 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조금 조심스러웠다.
뾰롱!
내 말을 들었는지 다시 틈새로 비집고 나온 슬라임이 통통거렸다.
“밑에 뭐가 있는데?”
꾸물!
“몬스터가 있으면 오른쪽으로, 없으면 왼쪽.”
슬라임이 왼쪽으로 움직였다.
몬스터가 없는 건 확실한데.
“아이템이 있나?”
슬라임이 다시 왼쪽으로 움직였다.
아이템도 없으면 저 아래에 대체 뭐가 있는 거지?
“위험하진 않지? 이번에는 위험하면 왼쪽.”
꾸물!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슬라임을 믿어 보기로 했다.
당장 곡괭이를 손에 쥐고 온 나는 바닥에 난 틈새라고 부르기도 힘든 흠집을 내리찍었다.
“각성자가 좋긴 좋아.”
기본적으로 각성을 하게 되면 일반인보다 신체 능력이 좋아진다. 물론 조금 나아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근데 뭐지? 이중 각성을 해서 그런가?”
왜인지 모르게 나는 전보다 체력이 줄지 않음을 느꼈다. 원인은 아무래도 이중 각성밖에 없었기에 나는 그런가 보다 하며 넘겼다.
깡! 콰직!
점차 틈새가 넓어지며 드디어 아래가 대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한쪽 눈을 대고 뭐가 있는지 살폈다.
“밝잖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래의 공간은 굉장히 밝았다. 덕분에 공간이 어떤지 볼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그저 넓기만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려가 봐야지 알겠다.”
나는 다시 일어나서 괭이질을 시작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작업을 이어 나갔는데 어느 정도 균열이 커지자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구멍을 넓힐 수 있었다.
“오오.”
드디어 나 하나쯤은 내려갈 만한 크기가 된 구멍을 통해 슬쩍 고개만 아래로 내려 360도 둘러보았다.
“빛나는 돌들이 박혀 있네. 비싸 보이는데?”
그러다 문득, 아래의 공간이 전부 흙바닥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내가 거주하는 곳은 100평 남짓한 땅만 밭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것만이라도 사용한 건데, 이런 공간이 있는 거라면 말이 달랐다.
“몇 평 정도지? 엄청 넓네?”
적어도 1,000평은 넘어 보였다.
심지어 한쪽을 살펴보니 벽 틈에서 물이 흐르고 자연스레 연못 같은 게 만들어져 있었다.
“……꼭 농사를 지으라고 독촉하는 것 같냐.”
환경이 그랬다.
문제라면 천장이 높은 편이라 한번 내려가면 사다리가 없는 한 다시 올라갈 수 없는 높이였는데 이건 사다리만 구하면 해결되었다.
“…….”
나는 고민에 잠겼다.
사실 농사를 지은 건 그냥 퀘스트를 위해서였다. 농사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닌 수단에 불과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슬라임 군주 능력을 각성하고 슬라임을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좀 달랐다.
‘아예 그냥 농부로 전직해?’
각성자라고는 해도 난 몬스터를 잡는 각성자가 아니었다.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능력을 살려 이쪽 방면 특화의 각성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애초에 이쪽은 각성자들이 전혀 신경 쓰지 못하는 분야. 나만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었다.
“일단 결과물을 보고 다시 고민해 보자.”
빠른 속도로 자라고는 있지만 아직 열매를 보기 전이었다. 결정은 농작물을 본 후에 내려도 된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슬라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농사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잘했다. 슬라임아.”
꾸물!
나는 꾸물대는 녀석을 쓰다듬어 주다 아예 양손으로 들었다.
묘하게 촉감이 좋아 중독성이 있었는데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느끼지 못했었다.
쫘아악-
“오, 역시 슬라임. 엄청 늘어나네.”
꾸물!
내 손 안에서 꾸물대는 녀석을 들고 다시 밭에 와 보자 어느새 토마토는 내 무릎까지 자라 있었다.
“무서울 정돈데.”
작은 정글처럼 변한 텃밭을 마크투가 열심히 기어 다니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그저 꾸물대며 돌아다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나름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근데 너네는 밥 같은 건 안 먹냐?”
꾸물?
그게 뭐냐는 듯 꾸물대는 슬라임을 만지작대며 나는 아직 슬라임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보는 중요했다.
이왕 나갔을 때 슬라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올 걸 싶었으나 나가는 게 힘든 일도 아니니 발품을 다시 팔면 되었다.
‘갑작스런 일에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지.’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알아나가는 게 중요하겠지.
그렇게 나는 슬라임1을 손으로 가지고 놀며 마크투와 텃밭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모습에 잠이 오지 않았고 결국 나는 밤을 새우고 말았다.
“허어.”
밤을 새운 결과, 토마토는 어느새 내 허리춤에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당장 꽃을 피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성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만치 자랄 동안 당근은 솎아 주기도 안 하고 토마토는 줄기 손질도 안 해 줬네.”
근데 완벽했다.
아마 마크투가 뭔가 열심히 하던 게 그러한 과정들이었나 보다.
“대단한데?”
그야말로 완벽한 농사꾼, 아니 일꾼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대단했다.
토마토가 이만치 자랐으면 당근은 슬슬 수확할 시간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평범한 작물과 달리 너무도 빠른 성장 속도에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마크투, 작물들 수확할 때 되면 나도 불러. 혼자만 하지 말고.”
꿀렁!
마치 대답하듯 꾸물거린 마크투는 레일라 밭에서 또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당근이나 토마토보다 레일라를 심어놓은 구역에 더 오래 있었는데 아무래도 레일라의 관리가 더 까다로운 듯했다.
“레일라는 내가 뭐 아는 게 있어야지.”
그냥 심어 본 거다.
그렇기에 텃밭 내에서도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알람 소리가 울렸다.
원래라면 지금이 기상 시간이라는 소리였다.
나는 알람을 끄고 능력의 쿨타임을 확인했다.
슬슬 다시 재사용 시간이 돌아올 때였다.
“슬라임1을 포션이랑 합쳐 보고 안 되면 마크투랑…….”
뭔가 슬라임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게 묘했다.
둘이었던 게 하나가 되는 거라 그런가?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곧 쿨타임이 돌았다.
“후우. 간다, 슬라임1!”
한 손에는 다시 포션을, 한 손에는 슬라임1을.
그렇게 심호흡을 하고 있자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응?”
위를 올려다본 순간 무언가가 내 얼굴 위로 철푸덕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무어어야!”
깜짝 놀란 내가 얼굴을 털어 내자 익숙한 촉감의 무언가가 탱글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슬라임?”
슬라임이 왜 천장에서?
위를 올려다보자 끝을 모를 정도로 높은 어두컴컴한 천장에 생긴 작은 균열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디서 온 거니?”
내가 슬라임 군주의 능력을 쓴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천장에서 뚝 하고 떨어졌다.
“아!”
그러고 보니 첫 슬라임도 그렇고 전날 일어났더니 갑자기 늘어나 있던 녀석도 그렇고 어디서 왔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생긴 모양이었다.
“개꿀이네?”
하루에 한 마리씩 늘어나는 슬라임 던전이라.
슬라임 군주의 명령을 통해 노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슬라임은 다다익선이었다. 완전 땡큐지.
“잠시만. 넌 좀 멀리 좀 가 있어라.”
꾸물-
혹시라도 다시 액체 합성이 잘못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장에서 떨어진 녀석은 저 멀리 보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멀어졌다고 느낀 나는 곧바로 액체 합성을 사용했다.
[능력을 사용할 대상이 부적합합니다.]“역시인가.”
각성 능력이라는 게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각성자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결국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가 능력의 한계점이나 정확한 사용법을 익혀야 했다.
“마크투!”
꾸물?
슬라임1아, 즐거웠다.
나는 포션을 내려놓고 그 손으로 마크투를 들었다.
확실히 마크투가 더 묵직하군.
“합성!”
[능력을 사용할 대상이 부적합합니다.]“엥?”
뭐야.
분명 액체 합성 가능이라고 마크투한테 표시돼 있는데?
“어, 설마.”
LV.1은 LV.1끼리.
LV.2는 LV.2끼리 합성이 가능한 건가?
확실히 그럴듯한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천장에서 떨어진 녀석을 다시 불렀다.
그렇게 다시 액체 합성을 사용하자,
[슬라임 LV.2가 완성되었습니다.]새로운 마크투가 탄생했다.
“내일은 그럼 마크투랑 신형 마크투를 합성해 봐야겠네.”
그렇게 새로 생긴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자 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내게 앵겨 댔다.
“귀엽네. 어?”
잠시만.
[슬라임 LV.2]평?범한 슬라임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독 LV.1
“넌 왜 능력이 그따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