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41)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41화(41/119)
“뭐야 저건……, 요정?”
-\(´◓Д◔`)/!!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쏟아졌다.
이내 그 요정처럼 생긴 게 하나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
-ヘ(°◇、°)ノ!!
잎사귀로 몸을 가린 녀석들이 우리를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해 댔다.
“아라야, 저건 뭐야?”
“나도 모르는 것이다!”
푸르륵에 이어서 아라가 모르는 생물이 또 등장했다.
어쩌면 아라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그 제단에 갇혀 있던 건가? 그사이에 새로운 생명체가 던전에 생겨난 거고.
반짝반짝 나무는 알고 있으면서 저 요정과 같은 존재들은 모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이건 정말 예상 못 했는데.”
요정의 존재야 둘째 치고 일단 위험하지 않은가를 확인해야 했다.
물리적으로는 저 작은 존재들이 우리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른다. 능력이나 마법 같은 걸 부릴 수도 있으니.
‘음, 원주민?’
가끔 던전에서 그 세계의 원주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애초에 던전이라는 게 어느 세상의 일부를 떼어 온 것이라는 게 정설이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대화가 안 통하나?”
“내가 말해 보는 것이다!”
아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섰다. 왜 저런 제스쳐를 취하나 싶었는데 이후에 나오는 말을 듣고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라인 것이다! 이 던전의 주인인 것이다!”
아, 주인이니까 어깨가 올라갔구나.
하긴 아라 입장에서는 집을 비운 사이에 허락도 없이 처음 보는 생명체가 자기 집에 살림을 차리고 있는 걸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근데 한국말이 통하나? 자신 있게 나서서 난 또 몬스터의 언어라도 할 줄 알았다.
-(‘◇’)?
“아르프헤이? 알프헤임?”
뭐야, 말이 통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아라는 슬라임들하고도 대화가 통했지. 그런데 다른 종족이나 몬스터와도 대화가 되는 줄은 몰랐다.
‘아라가 없었으면 골치 아팠겠네.’
아라가 통역까지 맡아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요정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아라가 외쳤다.
“살아도 되는 것이다!”
-ヽ(;^o^ヽ)
갑자기 기뻐하는 듯 보이는 요정들을 보며 나는 슬쩍 물었다.
“무슨 대화를 한 거야?”
“여기서 살아도 되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된다고 하는 것이다!”
너무 순수한 두 종족 간의 대화에 나는 잠시 순수함을 이해하려 애썼다.
“흐음.”
“이규성규성도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하는 것이다! 내가 대신 전해 주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야 많았다.
하지만 일단은 이것부터 말해야지.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까 겁낼 필요 없다고 해 줘.”
“오오! 역시 이규성규성! 똑똑한 것이다!”
똑똑함의 기준을 모르겠지만 아라가 만족한다면 된 거겠지. 이내 아라가 한국말 그대로 내 말을 전달하자 요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시늉은 만국 공용이구나.
-(。・ω・。)?
“그러면 왜 온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잠깐 살펴보러 왔다고 해. 반짝반짝 나무까지. 원래 네가 여기 주인이잖아?”
“오? 생각해 보니 그런 것이다! 나는 주인인 것이다!”
이내 아라가 살펴보러 왔다고 말하자 요정들이 겁을 먹은 표정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겁먹을 필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놀러 온 것이다!”
아라가 몇 마디 덧붙이자 그제야 진정을 한 요정들은 갑자기 나무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다가왔다.
-ヽ(•̀ω•́ )ゝ?
“오, 좋은 것이다!”
“뭐래?”
“마을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마을이 있어?
그건 확실히 구미가 당긴다.
요정들의 마을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내 요정 둘이 아라의 양어깨에 올라타 길을 안내했다. 길 안내라고 해 봤자 결국 우리가 가려던 나무의 방향이었다.
“그런데 얘네들은 여기서 뭐 하고 있던 거야?”
“식량을 찾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다.”
“식량?”
내가 되묻자 아라가 통역을 해 주었다.
곧바로 대답이 들려오고 아라가 말했다.
“꽃의 꿀이 식량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멜루카라는 꽃에서만 나는 꿀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꽃의 꿀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식성이 까다롭네.”
“멜루카를 찾기 위해 멀리까지 나왔다고 하는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자 우리는 어느새 반짝반짝 나무의 기둥까지 올 수 있었다.
“오오오.”
가까이서 본 나무 기둥은 나무로 보이지 않고 마치 절벽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절벽이 아니라 협곡이라 해야 하나? 위뿐만 아니라 옆을 봐도 끝이 없는데?’
이틀 동안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나무였다.
원래였으면 이 근방에서 텐트를 치고 쉬었겠지만 우리는 요정, 자기들 말로는 알프헤임이라는 이들의 마을에 방문하기로 했다.
-⸜(。˃ o ˂ )⸝~~~~!!!
그때 근처에서 굉장한 소리를 내는 요정이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어디에 있었는지 사방에서 요정이 튀어나오며 우리를 경계했다.
‘침입자를 막으러 온 건가? 근데 다들 표정이…….’
겁을 먹은 얼굴들이었다.
저런 걸 보면 호전적인 종족은 아닌 듯싶었으나 갑작스런 사태에 긴장할 필요는 있었다.
“어허!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던전의 주인인 아라인 것이다!”
아라가 근엄한 얼굴로 나서며 손을 내저었다.
갑작스런 아라의 행동에 우리를 경계하러 나왔던 요정들이 당황한 눈치를 해 보였다.
-던전의 주인?
“오? 알아들을 수 있어?”
신비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이해가 되는 형태로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보자 상당히 멀리 떨어진 위쪽의 나무 틈 사이에서 등장한 날개 달린 요정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고 있지는 않았는데 날개가 달렸다는 점에서 다른 요정과는 달라 보였다.
-내가 이 땅의 주인인 프레이다. 감히 누가 주인의 이름을 자처하지?
아름다운 외모와 신비로운 목소리.
그러나 말투는 예의를 밥 말아 먹었다.
“어엉? 내가 주인인 것이다?”
아라가 당황하며 말을 흐렸다.
그러자 프레이라 소개한 요정은 코웃음을 치며 이내 나무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날개는 못 쓰는 거냐?”
-아, 안 쓰는 거다. 못 쓰는 게 아니다.
암벽 등반을 하듯 내려오던 프레이가 변명을 했다.
‘못 쓰는 거네.’
잘난 척, 도도하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이 프레이라는 녀석도 순수한 것 같았다.
이내 바닥에 내려선 프레이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자, 이름이 뭐라고?
“아라인 것이다!”
-아라? 하! 그런 이름은 우리 알프헤임이 이곳에서 300년을 살아오며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한껏 비웃은 프레이의 시선이 이번에는 나를 향했다.
-넌 뭐지?
“나? 으음, 나는…….”
뭐라고 소개할까 고민하던 나는 뒤에 얌전히 있는 슬라임들을 보았다.
“난 슬라임 대군주야.”
-……슬라임 대군주?
프레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조금씩 떨기 시작했다.
-스, 슬라임 대군주?!
“갑자기 왜 그래. 아는 이름이야?”
이제는 한눈에 봐도 덜덜 떠는 게 보일 정도로 프레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녀는 내 물음에 고개를 애써 저으려 했지만 결국 되물었다.
-저, 정말 그대가 슬라임 대군주라는 말……씀이신가요?
“갑자기 말이 착해졌다?”
아무래도 이 프레이라는 녀석은 슬라임 대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장난친 거니까 너무 삐지지 마. 일단 슬라임 대군주가 맞아. 여기 뒤에 슬라임들 보이지?”
꾸물!
마크투가 대표로 나서며 인사하듯 머리를 숙였다. 정확히는 숙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아라는 정말 이 던전의 주인이 맞아.”
-그, 그럴 리가! 이 던전의 예전 주인은 무시무시한 악마, 탐식의 굴라입니다!
“아라가 그 탐식의 슬라임이야. 지금은 아라지만.”
-허억!
프레이의 눈동자가 처참할 정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프레이의 모습을 보며 아라가 걱정스레 물었다.
“프레이! 괜찮은 것이냐?”
-괜찮다, 아니 괜찮습니다.
급공손해진 프레이가 이내 주변의 요정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고는 외쳤다.
-소, 손님들이시다! 극진히 보살필 것!
“프레이, 그래서 아까 얘기는? 네가 여기 주인이라며.”
-제, 제가요? 하, 하하. 기억이 잘…….
하는 행동이 귀여웠다.
다른 요정들에 비해 건방졌지만 역시 이 녀석도 순수한 게 느껴졌다.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왜 네 말은 다 뜻이 해석되는 거야?”
-아! 마법입니다. 아니, 알프헤임의 여왕인 저만의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끝에 희미하게 저주일 수도……. 라는 말이 들려왔다. 뭔가 사연이 있는 건가?
아무튼 우리는 프레이의 안내를 받으며 나무의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입구가 따로 있어서 우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
“나무 안에도 들어와 본 적 있어, 아라야?”
“응! 나무를 좀 파먹은 것이다!”
-……하, 하하하.
내부로 들어오자 예상과 달리 환했다.
그리고 굉장히 넓었다. 작은 요정들이 살기에 내가 들어가기에는 좁지 않을까 싶었지만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다.
‘사람이 와서 살아도 되겠는데.’
그 와중에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요정들의 사는 곳을 보자 마치 거대한 인형의 집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많이 변한 것이다!”
-그, 그렇겠죠. 아라 님이 파먹으신 부분을 저희가 꾸며서 살고 있는 거니까요.
현재의 공간만 하더라도 눈으로 보이는 것만 거의 축구 경기장 대여섯 개를 합친 것보다 넓어 보이는데 이걸 아라가 다 먹었다고?
‘역시 아라는 인간형이 되기 전에 괴수의 형태였던 건가!’
그 모습도 한번 봐 보고 싶었는데 아쉽군.
어찌 됐든 우리는 프레이가 직접 안내하는 요정 마을을 구경하며 계속 감탄했다.
정말 판타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무 안에 존재했다.
-(ू˃ o˂ू )
-(╹ਊ╹)/
마주치는 요정들이 우리를 보며 신기해했다. 옆에 있는 프레이 때문인지 겁을 내는 요정들은 없었다.
“와, 이건 좀 신기한데?”
“호옹!”
프레이의 안내를 따라가다 우리는 신기한 곳에 도착했다.
-여기는 별빛벌레의 훈련장입니다. 이외에도 산란장이나 육아장, 그리고 꿀 채취장이 있죠.
“그 벌레들을 너희가 키우는 거였어?”
-전부 키우는 건 아니지만 반쯤은 저희가 키우는 애들이 맞을 거예요.
반딧불이라고 생각했던 벌레들을 요정들이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왜 벌레를 키우는 거지?
“아까 듣기로 알프헤임은 꿀을 먹는다면서? 혹시 이 벌레들…….”
-별빛벌레가 꽃이 있는 장소를 알려 주기도 하고 꿀도 채취해 옵니다. 그걸 가공하는 게 저희 일이죠.
프레이가 마침 내 말을 듣고 잘됐다는 듯 곁에 있던 요정에게 뭐라 명령했다. 그러자 그 요정은 금세 어딘가에 다녀왔다.
요정은 뭔가 상자 같은 걸 들고 와 우리를 향해 내밀었다.
“뭐야?”
-저희가 직접 가공한 꿀입니다. 주로 별빛벌레들의 먹이로 쓰입니다만 다른 생물들도 좋아하더군요.
꿀!
이건 정말 구미가 당긴다.
요정의 크기가 작아 상자도 작았지만 그래도 한 방울 정도는 되는 양이었다. 나와 아라, 그리고 슬라임들이 각각 상자 하나씩 받았다.
똑!
정말 한 방울.
그러나 그 맛은 내가 먹어 본 그 어느 꿀보다 달콤했다.
‘우와, 이거 향이 미쳤다.’
꽃의 향이 남아 있는데 그게 진하지 않고 은은하게 맛에 섞인 느낌이었다.
“대단한데?”
-호호.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랍니다.
칭찬이 기뻤는지 활짝 미소 짓는 프레이가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그러나 프레이는 웃던 얼굴을 금세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저희가 찾는 꽃이 잘 발견되지 않아 큰일입니다. 다른 꿀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의미가 없죠.
“멜루카?”
-그렇습니다. 별빛벌레들은 저희가 가공한 아무 꿀이나 먹으면 되지만 저희 알프헤임은 멜루카 꽃의 꿀만 섭취할 수 있습니다.
흐음, 이거 참 곤란한 상황에 우리가 방문한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당연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멜루카라고 하는 꽃, 재배는 안 되나?”
-이미 200년 전부터 시도했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멜루카가 희귀한 건 자라기가 힘든 식물인지라…….
“그러면 말이야.”
-네.
“내가 멜루카 재배를 시도해 봐도 될까?”
갑작스런 제안이었는지 프레이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고개를 갸웃하다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멜루카의 재배는 그 습성을 잘 아는 저희들조차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실패했습니다.
“그래. 그니까 성공할 거라는 기대보다는 그냥 시도해 봐도 되냐는 소리지.”
-물론입니다. 애초에 제가 막을 필요도, 일도 없는데요.
“그래?”
이거 잘만 하면…….
이 맛난 꿀을 무한정 얻어 낼 수도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