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44)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44화(44/119)
“으음?”
업혀 있던 아라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하여간 음식 냄새는 기가 막히게 눈치챘다.
“일어났어?”
“으응. 잘 잔 것이다아아아함.”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아라가 이내 저장고에 쌓인 가지와 오이를 발견했다.
“어! 가지인 것이다! 오이인 것이다!”
“맞아.”
이미 수확하기 전부터 봐 왔기 때문에 아라도 가지와 오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맛은 본 적이 없어서 항상 그 맛을 궁금해했었는데 드디어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쌓인 걸 보니까 생각보다 양이 많네.’
슬라임들이 안 먹은 건가?
슬쩍 눈치를 살피자 한 녀석이 오이를 먹다가 뭘 보냐는 눈초리로 나를 봤다.
“먹었구나. 그런데도 많이 남았네.”
좋다, 좋아.
오이나 가지도 빨리 재성이한테 알려 줘야지.
그 전에 우선 작물의 효과부터 살펴볼까.
[마력이 깃든 가지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7초간 무작위 능력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마력이 깃든 오이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탈수 증상을 해소하고 일시적으로 갈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영구적으로 피부 미용이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역대급 효과들이었다.
우선 가지의 경우 일반인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각성자들에겐 꽤나 연구할 가치가 있어 보이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오이.
“피부 미용…….”
예뻐질 수 있단다.
고작 먹는 것만으로.
상상 이상의 물건이 나오는 바람에 잠시 머리가 굳었다. 솔직히 독특한 효과를 가진 가지보다 오이의 직관적인 효과가 더 강렬했다.
“아니지! 둘 다 대단한 게 맞지. 잠깐 눈이 멀었었네.”
어찌 됐든 둘 다 내가 재배하고 수확한 작물이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고 내게 이익이 될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었다.
“이규성규성, 먹어도 되는 것이냐?”
아라가 등에 업힌 상태로 침을 흘렸다.
어깨가 축축해지는 걸 느끼며 슬쩍 돌아보자 오이와 가지를 맛있게 먹고 있는 슬라임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일단 먹고 생각하자.”
효과도 효과지만 맛도 중요하지.
그런데 오이랑 가지라……. 솔직히 막 맛있을 수 있나 싶은 작물들이었다.
가지는 조리된 것만 먹어 봤고 오이야 뭐…….
‘먹어 보면 알겠지.’
아라를 등에서 내리고 양손에 각각 오이와 가지를 들었다. 일단은 생으로 먹는 게 익숙한 오이부터 씹었다.
꽈득!
먼저 시원한 느낌이 입 안을 관통했다.
이내 기분 좋은 식감이 뒤를 따랐다.
아삭! 아삭!
‘다른 작물에 비하면 꽤 평범하네.’
그런데 씹을수록 묘한 향이 올라오며 아삭아삭한 식감과 더불어 굉장히 중독성 있게 느껴졌다.
옆을 슬쩍 돌아보자 나처럼 양손에 가지와 오이를 든 아라가 야무지게 씹어 먹고 있었다.
“우리 아라 안 그래도 예쁜데 더 예뻐지겠네.”
“나는 예뻐지는 것이다!”
말을 하느라 입 안에 있던 오이가 튀는 모습도 귀여웠다.
그렇게 오이 하나를 다 먹고 이번에는 가지를 보았다.
“가지는…… 익혀 먹어야 하지 않나.”
오이에 비해 물렁한 가지를 보자 적어도 굽기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슬라임들은 별생각 없이 잘만 먹는 것 같지만 나는 좀 거북했다.
결국 아라와 슬라임들을 놔둔 채 보끔이가 뱉어 낸 화로를 준비했다.
대충 불을 붙이고 막대에 꽂은 가지를 슬쩍 익히자 애들이 관심을 보여 왔다.
“그렇게 먹으면 더 맛있는 것이냐?”
“글쎄? 먹어 볼래?”
“응!”
흐음, 이거 또 하루 종일 가지만 구워야 되는 거 아니야?
물렁한 가지를 돌돌 돌려 가며 익혔다.
수분이 많은 채소다 보니 그 풍미가 최대한 가운데로 몰리게끔.
“심혈을 기울여서 하나…….”
양손을 이용해 두 개를 굽고 있었다.
우선 나랑 아라가 먹을 거, 그리고 슬라임들도 기대하는 눈치라 이것만 굽고 재빨리 더 구워야 할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됐나?”
아마 재성이였으면 더 완벽하게 구워 냈을 것 같은데 난 요리를 잘 몰라서 적당히 해냈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먹어…….”
나도 모르게 충고를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라의 입은 도대체 뭐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열기나 냉기에 무적이었다.
그러니까 뭐든지 다 먹어 치울 수 있는 거겠지만.
“후우, 후우~!”
그러나 말을 잘 듣는 아라는 굳이 식힐 필요가 없음에도 열심히 입김을 불었다. 그런데 입김을 부는 것 자체가 어색했는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어색하게 불었다.
‘선아가 보면 미쳤겠는데.’
역대급 귀여움을 보이던 아라가 이내 큼지막하게 입을 벌리고 가지를 먹었다. 그러더니 볼을 감싸 쥐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아라에게 정신이 팔려 가지를 방치하고 있던 나도 호호 불어 가며 조심스레 끄트머리를 물었다.
“핫, 뜨.”
가지가 머금고 있던 농후한 수분이 터져 나오며 본연의 풍미를 드러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다르게 물컹하기보다 쫄깃한 식감이었다.
“으음!”
아라가 왜 감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그냥 생으로 먹었으면 이 정도로 수분이 폭발하지는 않았을 텐데 구우니까 훨씬 풍미도 깊어지고 식감이나 수분감도 즐겁게 느껴졌다.
솔직히 맛으로만 따지면 오이보다 가지가 조금 더 우위일까?
‘오이는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에, 가지는 이 수분감과 깊은 풍미로.’
아예 다른 느낌이라 선호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호불호는 없을 맛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요리로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먹어서 그렇지 재성이의 손을 거치게 된다면 훨씬 맛있어질 게 기대가 되는 재료들이었다.
“이규성규성, 더 구워 주는 것이다!”
“오냐.”
예상은 했지만 결국 오늘은 가지 굽기로 날을 지새울 것 같았다. 아라는 가지가 구워지는 걸 기다리며 오이를 아삭아삭 씹어 대고 있었다.
“맛있는 것이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우리 아라 정말 미인 되겠어.”
“이미 미인인 것이다!”
“그래. 나도 이참에 미남이 돼 보자.”
아삭!
* *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어느 빌딩.
이곳은 대한민국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철혈 길드가 위치한 장소였다.
주위로는 항상 사람들이 가득했으며, 그 위상을 알려 주듯 종종 명성 높은 각성자들이 모습을 비췄다.
찰칵! 찰칵!
“야, 오늘은 문창주 안 왔냐?”
“며칠째 안 보이긴 하네. 그래도 얼마 전에 6급 던전 클리어했으니까 쉬는 거겠지.”
“오오! 저기 이아린이다! 빨리 사진 찍어!”
길드 건물 앞에서 항상 죽치고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들이 존재할 정도로 성세를 누리고 있는 철혈 길드였다.
그러나 철혈 길드의 대표 백태섭은 한 가지 문제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똑똑.
“대표님,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
대표 전용 집무실에 있던 백태섭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현역 때는 나름 지원형 각성자로서 활약을 해 왔지만 지금은 길드 관리에만 힘을 쏟고 있었다.
끼익-
“대표님, 여기 일전에 말씀하신 보고서입니다.”
“그래, 수고했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저번에 의뢰를 남겼던 해독제가 또 실패했다는 연락이 방금 들어왔습니다.”
“하아……. 알겠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 백태섭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10년이 넘도록 실패를 하고 있었기에 반쯤은 자포자기를 한 상태였다.
“다른 회사에 의뢰를 넣어 주게. 아니, 기존의 것도 계속 유지하고.”
그래도 백태섭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대표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백승현, 그의 아들이자 한때는 모두의 주목을 받던 천재 각성자는 지금도 길드 내의 의료 기관에서 목숨을 연명해 나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하지만 그리된다면 길드의 지분을 일정 부분 매각하셔야…….”
매년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여 인색의 독을 해독할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었으나 진전이 없는 나날이었다.
그 사실을 백태섭의 비서도 알고 있었기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매각하게. 그까짓 길드 지분쯤이야.”
백태섭은 후회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가 길드의 지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이 철혈 길드를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었다.
그렇기에 악수를 두고 말았다.
길드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아들 백승현을 인색의 던전에 보냈다.
무리한 판단이었다.
백승현은 뛰어난 서포터였지만 고작 7급에 불과한 각성자. 그런 그가 9급 던전에 간다는 건 죽음을 각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승현아…….’
그리고 평생 길드만을 생각해 오던 백태섭은 자신의 아들이 중독되어 돌아왔을 때, 그제야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깨달음은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그의 아들은 이미 중태에 빠져 있었고 지금은 더욱 상태가 심해져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나가 보게. 피곤하군.”
비서가 나갈 때까지도 철혈의 모습을 유지하던 백태섭은 이내 홀로 남게 되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당신과 함께 만든 길드. 이제 얼마 못 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소.”
지금은 세상을 떠나 자리에 없는 백태섭의 아내는 그와 같은 각성자였다. 그리고 그 둘이 만든 길드가 지금의 철혈 길드.
그렇기에 길드에 집착했다.
아들 백승현을 던전 안에서 낳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 자리를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그와 동시에 아들을 원망했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백태섭과 그의 아내가 만들어 낸 사랑의 결실이었음을 왜 당시에는 몰랐을까.
“정말 소중한 것은 이런 허울 좋은 길드가 아니었음을 내가 정말 몰랐소. 부디 이런 나를 용서치 마시오.”
백태섭의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뒤늦게 소중함이 무엇인지 깨달은 그에게 남은 건 아들밖에 없었다. 그마저 세상을 떠나면 백태섭은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크흠! 누구지?”
“급하게 알려 드려야 할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대표님!”
백태섭은 황급히 눈물을 지워 내고 다시 근엄하게 폼을 잡았다.
“들어오게.”
“피곤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급한 소식이 있어서…….”
“말해 보게.”
“아라홍련의 전 연구부장이었던 최영성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라홍련?”
과거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길드라며 떠받들어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간신히 5등에 들어갈까 말까 하는 곳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백여 개가 넘는 길드들 중에서는 대단한 것이었으나 상징성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최영성 측에서 대뜸 해독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뭐?!”
백태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잠시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냉정하게 물었다.
“갑자기 왜지? 해독제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최영성의 아내는 각성자 김시영입니다. 김시영 또한 인색의 던전에 참여해…….”
“아! 김시영이 최영성의 아내였었군. 해독제 이야기가 나올 만해.”
잠시 잊고 있던 정보를 떠올린 백태섭이 끄덕였다.
“그래서. 녀석이 뭐라 하는가?”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합니다.”
“흐음.”
아라홍련과 교류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라홍련 측의 간부들과는 아직 길드라는 게 생겨나기 전에 함께 팀을 꾸린 적도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었다.
“그러고 보니 연락을 통 안 했었군. 그간 너무 정신이 없었어.”
안 그래도 최근 들어 길드 운영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찰나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영성에게 연락해 주게. 아라홍련 길드에서 만나자고 말일세.”
“알겠습니다. 비는 스케줄을 확인하고 그 시간으로 맞춰 보겠습니다.”
“고맙네.”
해독제 때문에 연락이 왔다고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고통을 지닌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누자는 것으로 백태섭은 받아들였다.
김시영이 이미 완치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백태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