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4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45화(45/119)
탐식의 던전에서 복귀한 뒤 오이와 가지를 확인한 후에 밀린 일을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솎아 낸 순을 치우는 일, 작물들의 씨앗과 종자를 확인 및 정리하는 일, 탐식의 던전에서 가지고 왔던 열매들 관리, 그리고 슬라임들의 상태는 어떤지 등등.
사실 할 게 많은 건 아니었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의 주인은 나였으니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
‘그나저나 딸기가 진짜 오래 걸리네.’
심었던 작물 중에서 유일하게 수확하지 못한 건 딸기뿐이었다. 이제야 열매가 하얗게 맺히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는데, 수확까지 며칠 더 걸릴 것 같았다.
“나가는 것이냐?”
“어.”
밀렸던 던전 일을 끝냈으니 이제 바깥일을 할 때였다. 아마 지금쯤이면 영성이 형한테 건넸던 과채즙도 떨어졌을 테고 새로 수확한 오이나 가지도 재성이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뭐였지 하며 생각해 보자 던전 브레이크를 막고 포상을 받는다는 걸 잊고 있었다.
당장 받아야 하는 게 아니니 급한 건 아니겠지.
나는 보끔이에게 짐을 챙기게 하고 보끔이를 가방에 넣었다. 이러면 공간 확장 배낭의 완성이었다.
“완전 편하네.”
꾸물-
보끔이는 내 말을 알아들으니 필요한 물건을 말하면 그것만 뱉어 냈다. 게다가 무게도 가벼워 웬만한 공간 확장 아이템보다 상위호환이었다.
“과채즙?”
“챙긴 것이다!”
“오이랑 가지?”
“챙긴 것이다!”
“아라 간식?”
“챙긴 것이다!”
“좋아, 다 챙겼지? 이제 가 볼까.”
탐식의 던전 탐색도 끝냈으니 이제 슬슬 돈을 모아야 했다. 본격적으로 던전의 매입과 식당을 차릴 비용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던전을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한 순간…….
“뭔 문자가 이렇게 많이 와 있어?”
과장이 아니라 진짜 수백 통의 문자가 쌓여 있었다. 부재중 통화도 수십 건이 쌓여 있었는데 대부분 모르는 번호였다.
내가 없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일단 집에 있을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규성이니?
“예, 엄마. 저 지금 밖에 나왔는데 혹시 집에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얼마 전에 경찰이 두 번이나 왔다 가고 아라홍련? 거기서도 계약서 준다고 한 번인가 왔다 갔다.
“경찰이요?”
-그래. 표창장이랑 포상금을 준다고 하더라.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요즘 내내 시끄럽다.
“아아, 전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놀랐네요.”
-무슨 일이 있지 왜 없어! 너는 어디서 그런 일을 하고 말도 안 했니. 아라도 데리고 있었다면서?
“무슨 일이었는지 경찰분께 들었어요?”
-듣다마다! 지금 인터넷 신문으로도 뜨고 뉴스에도 한 번 나왔었다.
“……예?”
뉴스에까지 나왔었다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나올 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던전 브레이크였으니까.
-하여간 지금 집에 올 거니?
“예. 이번에 오이랑 가지를 새로 수확했거든요.”
-얘는 지금 동네방네 난리 난 줄도 모르고 농사에만 빠져서는!
아무래도 상황이 내 생각보다 훨씬 이슈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통화가 수십 건이 쌓인 게 기억났다.
‘이번 일 때문이겠구나.’
저번에는 대충 물리치고 나왔지만 사태를 파악한 길드들이 어떻게 정보라도 알아내려 연락을 해 본 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싶어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 쌓여있는 문자를 확인해 보자 예상이 맞았다.
“이규성 각성자님, 해모수 길드입니다. 언제 한번 식사나……. 여우불 길드, 시간 되시면 연락……. 허어.”
어느 정도 이름을 들어 본 길드부터 생소한 곳까지.
아니 내 번호는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냐.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문자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 다솜 보육원?”
나와 아라가 구했던 남자아이, 홍준이의 보육원이었다. 문자에는 정소연을 통해 번호를 알아내 실례했다며 언제 한 번 사례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보육원한테 사례를 받을 수는 없지.”
그래도 언제 한 번 방문할 의사는 있었다.
아라의 첫 또래(?) 친구가 있는 곳인 데다가 정소연한테 빚진 것도 있으니.
“아라야, 홍준이 혹시 기억나?”
“쬐끄만 녀석인 것이다!”
“그래. 걔 또 보러 갈 건데 어때?”
“오오! 좋은 것이다! 오늘 가는 것이냐?”
“일단 연락해 보고 오늘이 안 되면 다음에 가도 되고.”
“헤헤!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싶은 것이다!”
우선은 집부터 들르기로 했다.
오이와 가지를 줘야 하고 아라홍련의 계약서도 확인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아라를 품에 안고 산을 내려와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반겨 주셨다.
“어머! 우리 아라 왔네? 할미 안 보고 싶었어?”
“대군주군주! 오랜만인 것이다! 너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럴 때 보면 아라가 참 사회성이 좋았다.
그나저나 자꾸 할미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어머니가 어색하게 느껴지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시지 않나.
‘애초에 아라도 내 딸이…….’
……그냥 할머니가 맞다고 하자. 아라는 내 딸이 맞다.
집에 들어와서는 가방에 들어 있던 보끔이를 꺼낼 수 있었다. 보끔이에게 오이와 가지를 뱉어 내게 하는데 아라와 귀엽게 대화를 나누시던 어머니가 놀라서 물었다.
“이게 뭐니?”
“가지랑 오이요.”
“아니, 이 꾸물거리는 거 말이야.”
“아! 제가 너무 익숙해서 까먹었네요. 이게 슬라임이에요. 제 식구들.”
나는 보끔이한테 어머니를 소개했다.
“보끔아. 이분이 내 어머니 김현미. 엄마, 얘는 보끔이야. 아라랑 같은 슬라임.”
“……아라랑 같은 애라고?”
“외형은 많이 다르지만 그렇죠. 아라가 특이한 거예요.”
혼란스러워 보이는 어머니를 잠깐 두고 오이랑 가지를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재성이는?”
“잠깐 장 보러 나갔다. 근데 이 보끔이?”
“예, 보끔이 맞아요. 아라가 지어 준 이름이에요.”
“하여간 이 아이는 안전한 거지?”
“예. 만져도 돼요. 엄마도 티비 같은 데서 본 적 있지 않나? 슬라임은 유명하잖아요.”
“알긴 아는데 내가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지.”
어머니는 조심스레 보끔이를 만져 보셨다.
그러자 보끔이는 부끄러운 듯 몸을 출렁였다.
“어머, 어머. 얘 좀 봐.”
생각보다 어머니는 거부감이 없으셨다.
오히려 보끔이를 계속 만지작거리시는 게 마음에 드신 듯 보였다.
“우우!”
그리고 그 모습을 아라가 질투했다.
아라는 입술을 삐죽이더니 이내 바둥거렸다.
“나도 만져 주는 것이다, 대군주군주!”
“아이고, 아이고. 물론이지요, 우리 공주님. 이리 오세요!”
“헤헤.”
어머니 품에 안겨 다시 미소 짓는 걸 보자 정말 단순했다. 뭐, 그게 귀여운 거지만.
“엄마, 계약서는 어디 있어요?”
“아, 안방 서랍 맨 위에 놔뒀다.”
나는 곧장 계약서를 확인해 봤다.
그리고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다시 확인했다.
“어, 엄마.”
“응?”
“이거 엄마도 봤어요?”
“봤지!”
“근데, 그게 다예요? 더 놀라서 호들갑 해야 하지 않나?”
내가 이렇게 놀란 이유는 계약서에 적힌 계약금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무려 10억이라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선아가 그런 걸 잘 아니까 좀 보여 줬지. 선아가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던데?”
“아니, 엄마! 물론 다른 각성자들이야 흔하게 받는 돈이긴 하지만 금액 자체가 이런데 놀라지 않는다고요?”
“처음에는 좀 놀랐는데 며칠 동안 선아 얘기를 들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느껴져서. 어차피 그 돈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사야 하지 않니?”
오! 어머니 덕분에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너무 놀라서 까먹었는데 마침 내겐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돈을 받는다는 건 결국 아라홍련에 가입한다는 의미.
물론 남들은 못가서 안달인 길드였지만 지금의 나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 능력은 지금 전무후무, 즉 유일해.’
혼자서 다 해 먹으면 분명 길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렇게 말처럼 쉽게 돌아갈 리 없지. 각성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던전 정산금의 비율을 떼이면서 굳이 길드에 가입할 이유가 없었고.
“그런데 비율까지 착하네.”
계약 기간은 일단 2년.
그리고 정산 비율은 9:1이었다. 내가 9, 길드가 1.
물론 1조차도 클 수 있었지만 표준 계약이 6:4, 아니면 간신히 7:3 정도가 되는 게 각성자 업계였다.
물론 던전의 정산금을 제외한 이런저런 광고 및 미디어 수익들은 아마 더 높은 비율을 쳐줄 것이었다.
‘길드가 하는 일은 많지. 일단 스케줄 관리, 그리고 법적 분쟁을 대신 해결해 주고 복잡한 던전의 부산물 정산도 알아서 해 주지, 미확인 던전이나 일거리를 물어다 와 주는 것만 해도 계약하는 게 손해가 아니야.’
나 같은 경우 만들어 낸 아이템에 대한 유통을 책임져 준다고 쓰여 있었다. 판로나 납품할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에게는 꽤 도움이 되겠지.
거기다 당장 10억을 쏴 준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탐식의 던전까지 다녀오자 빨리 돈부터 모아서 던전을 살 생각이었는데 10억이면 이미 반은 채웠는데?
“계약해야겠다.”
어차피 어딘가와 계약은 해야 했다.
내 몸은 하나밖에 없었다. 판로를 개척하고 유통, 관리, 판매까지 모든 일을 내가 다 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왕이면 조건도 좋고 나를 호의적으로 봐 주는 사람이 많은 곳이 베스트였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 제가 여기 가입하는 거.”
“엄마는 그런 거 잘 모르지. 그냥 계약은 신중하게 하라는 말밖에 못 해 줘. 하지만 저번에 왔던 아가씨랑 총각은 괜찮은 사람들 같더라.”
“아가씨랑 총각?”
“나중에 선아가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아주 난리를 피우더라. 왜 사인을 안 받아 놨냐고 재성이를 잡아먹을 기세였어.”
아, 정소연이 왔었나 보다. 나와 안면을 튼 사이이니 직접 왔나 보네.
‘……그렇다고 치기에는 아라홍련 1팀장이라는 직책이 너무 대단한데.’
높은 자리인 만큼 바쁠 텐데 시간을 내서 왔었다는 게 조금 미안하면서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정작 나는 없었는데 말이지.
물론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려는 고도의 영업일 수도 있었지만, 제대로 먹힌 것 같다.
“아무래도 계약해야겠어요.”
“그래. 우리 아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아들.”
절 격려해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어머니.
대화는 저랑 하시면서 왜 시선은 품에 안은 아라한테만 꽂혀 있는 겁니까.
“아! 저번에 왔던 경찰도 은근히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더라.”
“경찰이요?”
“우리 아들 인기쟁이 됐네.”
솔직히 말하면 경찰은 관심 없었다.
물론 좋은 일이다. 정의롭고 사명감 투철하다면 경찰만큼 완벽한 직업은 없겠지.
그러나 내 목표는 그냥 우리 가족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풍족하게.
안타깝지만 거기에 경찰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아쉽지만 경찰 쪽은 거절해야겠네요.”
“아이고, 우리 아라! 맛있어요?”
이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되어 버린 나는 계약서를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봤다. 내가 법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봐도 독소 조항은 없어 보였다.
“그거 이미 선아가 법률 상담 사무소 가지고 가서 확인까지 해 봤다. 변호사가 오히려 너무 좋은 조건이라면서 놀라 가지고 혹시 함정이 있나 두 번, 세 번 봤는데 이상 없었다고 하네.”
“그걸 먼저 말씀해 주시지 괜히 걱정했네요.”
그렇게 됐으니 영성이 형한테 연락해서 만난 뒤에 아라홍련에도 들러야겠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도장 찍어야지.
갑자기 아라홍련보다 센 길드가 길드를 바칠 테니 부디 와 달라는 게 아닌 이상 생각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