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4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46화(46/119)
아라홍련 길드는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어이, 일찍 왔네.”
“오늘은 어디였더라? 속초였나?”
“다른 애들은 바로 그쪽으로 집합한대. 출발하자.”
던전이나 일을 배정받은 각성자들이 장비를 챙긴 채 출근하고 그를 보조해 주기 위한 일반 직원들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태블릿으로 자료를 확인하는 이, 장비를 점검하는 엔지니어, 보급품을 확인하는 짐꾼 등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오늘도 각성자 업계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굴러가고 있었다.
“여어! 김길동 실장 있나?”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곧이어 길드와 연관된 사업관계자들이 들이닥치며 각 부서들이 맹렬하게 돌아갔다.
직원들만 바쁜 것은 아니었다.
아라홍련이 그래도 대형 길드라 부를 수 있는 만큼 간부들도 정신없이 스케줄을 소화했고 어떤 이들은 광고나 사진 촬영, 어떤 이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타 길드와의 협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현장의 경우 생각보다 조용했다.
“아, 슬슬 토벌이 완료되려나 봅니다!”
경기도 김포의 한 야산.
던전의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직원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그 옆에 함께 있던 한석준 길드장은 차분한 얼굴로 끄덕였다.
“지금쯤 되어야 하지요. 계획을 그렇게 짰으니.”
슬쩍 시간을 확인해 보자 계획했던 시간이 대략 5분 남았다. 그리고 그 5분이 채 채워지기도 전에 입구가 꿈틀거렸다.
“나온다!”
대기하고 있던 지원팀이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곧이어 던전 입구에서부터 각성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부상은 없습니까? 여기 치료 차량 대기 중입니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정소연 팀장을 보며 한석준이 다가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길드장님. 나와 계셨군요.”
조금은 지저분해진 모습의 정소연이었으나 다친 곳 없이 멀쩡해 보였다.
“문제는 없었습니까?”
“계획대로 일정에 차질은 없었습니다. 경미한 부상자가 한 명 생긴 걸 제외하면 변수도 없었고요.”
스아아아–
직원이 다가와 정소연의 몸에 액체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소독 과정이었다.
“그나저나 길드장님께서 여기까지 직접 어쩐 일이세요?”
“이제 막 던전에서 나온 1팀장님께 죄송하지만 오늘 잠깐 시간을 내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오늘 철혈 길드와의 미팅이 잡혀 있습니다. 아무래도 팀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모두 모여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며칠 동안 던전에 있던 정소연이라 그사이에 잡힌 미팅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한석준도 갑자기 잡힌 철혈 길드와의 만남에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있다가 저희 길드 건물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번 미팅만 끝나면 2주의 휴일을 드릴게요.”
“좋아요!”
내심 휴식을 원했으나 던전 토벌 이후 통상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 휴식 기간을 2배로 늘려 준다는 한석준의 말에 정소연은 곧장 외쳤다.
이내 클리어된 던전에 전리품을 건지러 들어가는 직원들을 뒤로한 채 한석준과 정소연은 차량에 탑승했다.
“근데 철혈 길드에서는 왜 갑자기 온다는 거죠?”
“그간 길드장들끼리의 회담도 뜸해졌고, 철혈 길드의 백태섭 대표님은 저와도 친분이 있으시거든요.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나 나누자는데…….”
말끝을 흐리는 한석준을 보며 그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짐작한 정소연이 가만히 기다렸다.
“최영성 부장님도 갑자기 연락을 하시더라고요.”
“최영성 전 연구부장님이?”
“철혈 길드, 아니 백태섭 대표님께서도 부디 연구부장님을 불러 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둘 사이에 먼저 이야기가 오고 간 것 같은데, 최부장님의 연락에 따르면 해독제 때문인 것 같아요.”
“해독제? 아니, 인색의 독은 해독이 불가능한 거 아니었습니까?”
놀라서 두 눈이 커진 정소연은 한석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소연 팀장님.”
“네.”
“저번 영등포 4급 던전을 토벌할 때 드셨던 과채즙 기억나십니까?”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적혀 있던 효능 중에 해독 효과도 있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한석준의 말에 정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지금 왜 나오는지는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인색의 독이 그 과채즙으로 해독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영성 부장님이 이번에 제게 직접 언질을 주셨어요.”
“아……!”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차량 내부에서 벌떡 일어날 뻔한 정소연은 이내 떠오른 무언가를 입 밖으로 뱉어 냈다.
“그럼 시영 언니는요?”
“상태가 매우 양호해졌다고 합니다.”
“아아아!!”
입을 틀어막은 정소연이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비록 함께 활동해 본 것은 아니었으나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각성자의 호전 소식은 정소연의 감정을 건드렸다.
실제로 최영성의 초대를 받아 김시영을 직접 만나 본 적이 있는 그녀였기에 더욱 이 소식이 뜻깊었다.
“그걸…… 규성 씨의 과채즙으로 해독이 가능하다고요? 죄송해요. 믿기지가 않아서 되물어보게 되네요.”
“이미 김시영 부길드장님의 독은 대부분 해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규성 님 덕분이죠.”
한석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확답이나 다름없는 말을 들은 정소연은 한껏 들떠서 여러 생각을 떠올리다가 돌연 안색이 창백해진 채 중얼거렸다.
“설마 그 과채즙이 인색의 독까지 해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런 귀한 걸 고작 4급 던전을 토벌한다고 마셨다니…….”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귀한 걸 사용했기에 그런 최단 신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거겠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또 그러네요.”
“다 규성 님의 능력이죠.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계약서를 아예 규성 씨에게 직접 전달했어야 하는데.”
안색이 돌아온 정소연은 아슬아슬하게 맺힌 눈물을 닦아 내며 해맑게 웃었다.
“어쨌든 정말 다행이에요! 이번 휴가 때 시영 언니를 만나러 가 봐야겠어요.”
“음, 사실 저도 오늘 철혈 길드와의 미팅이 끝나고 최 부장님이 돌아가시는 길에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시영 님의 상태를 살피러요.”
“어?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알겠습니다. 이따가 최 부장님께 여쭤보죠.”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인 소식에 기분이 좋아진 정소연은 해맑게 웃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거죠? 시영 언니, 아니 부길드장님의 치료 소식이라면 우리나라 전 국민이 기뻐할 텐데…….”
말을 하던 도중에 정소연도 깨달았다.
김시영은 무려 8급 각성자였다.
국가적으로 나서서 김시영의 중독을 치료하려 했으나 실패했는데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 혼자서 치료에 성공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김시영의 치료뿐만 아니라 규성의 존재가 파장을 일으킬 것이었다. 게다가 규성의 능력이 그것뿐인가?
‘전무후무한 효과들을 가진 농작물까지……. 후폭풍이 엄청 나겠어.’
정소연의 표정을 보며 스스로 답을 찾았을 거라 짐작한 한석준이 말했다.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시 인색의 던전 토벌에 참여했던 국가만 총 12곳. 그리고 입장했던 각성자의 수는 무려 46명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작별을 고하셨겠지만 살아 계신 분들도 일부 존재하죠.”
“……규성 씨가 정말 엄청난 일을 해냈네요. 이제야 진짜 실감이 돼요.”
인색의 던전에 참가했던 각성자들은 그 당시 전부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었다. 그것도 전 세계를 통틀어서 선별된 인원들인 만큼 명성이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던전에서 죽거나 독에 의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죽었으나 아직 살아 있는 이들도 엄연히 존재했다.
그들의 치료가 이루어지면 잊혔던 과거의 영웅들이 되살아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찌 됐든 시영 님의 치료가 성공했다니 철혈 길드의 백승현 각성자도 나을 수 있을 겁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대한민국 수위를 다투는 철혈 길드에게 날개를 단 꼴이 되겠지요.”
“전 다르게 생각해요.”
정소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한석준이 의아함을 느낄 때 그녀가 말을 이었다.
“백승현 각성자도 그렇고 시영 언니도 그렇고. 다시 복귀할지 모르겠어요.”
“음, 일리가 있습니다. 능력의 유무와는 달리 복귀는 별개의 문제지요.”
“전 오히려 복귀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길드장님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실례라는 걸 알지만 길드의 이익보다는 시영 언니 개인의 삶이 더 우선되었으면 하네요.”
슬쩍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정소연을 향해 한석준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1팀장님의 말씀이 무조건 옳습니다. 제가 너무 능력에만 치중해서 생각했군요. 맞아요. 독으로 10년이라는 세월을 빼앗겼는데 길드에 복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차량은 어느새 서초구 길드 건물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둘이 건물로 들어서자 건물 경비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길드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정길 님. 무슨 일이시죠?”
“철혈 길드의 손님분들이 도착하셨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오셨군요. 연락은 없었는데.”
“그리고 다른 분도 오셨습니다.”
“최 부장님이요?”
“예? 아, 최영성 전 연구부장님도 오셨는데 그분 말고 또…….”
철혈 길드와 최영성.
그 둘을 제외하고 또 방문할 손님이 있던가?
한석준과 정소연이 여러 인물을 떠올리고 있는 사이 경비가 말을 이어서 했다.
“이규성 각성자님이 오셨습니다.”
“……규성 님이 지금……?”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방문한 규성으로 인해 한석준과 정소연이 놀랐다.
“언제 오셨습니까? 그리고 어디로 모셨나요?”
“철혈 길드분들이 오시기 전에 최영성 전 연구부장님과 함께 도착하셨습니다. 일단은 최상층에 위치한 응접실로 모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해독제 때문에 여기까지 직접 방문한 백태섭 대표였으니 해독제를 만든 장본인과 대화를 나누면 편할 테니까.
‘하지만 조금 아쉽군요.’
이왕이면 중간에서 다리를 놓고 싶었던 한석준이었다. 그 둘을 직접 대면시키면 분명 철혈 길드의 대표인 백태섭은 규성에게 눈독을 들일 게 뻔했다.
“설마 우리랑 계약하러 오신 건가?”
정소연의 중얼거림으로 인해 한석준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
철혈 길드는 현재 테러 길드와 함께 명실상부 대한민국 양대 산맥 중 하나였다. 그런 길드에서 작정하고 영입전을 펼치면 곤란한 건 아라홍련이었다.
“이미 위에서 만났을 수도 있겠군요.”
“별일 없겠죠?”
둘의 대화 사이를 경비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 강한울 팀장님이 소식을 들으시고 접객을 위해 먼저 올라갔습니다.”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군요.”
강한울이 접객?
그의 성격을 아는 한석준과 정소연의 표정이 슬쩍 굳었다.
“빨리 올라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