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4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49화(49/119)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슬라임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들은 것마냥 백태섭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미 내가 슬라임 복사기를 챙겼던 전적이 있었기에 아라홍련의 간부들은 그러려니 했다.
“갑자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지금 길드에 연락해 따로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규성 님?”
“예. 괜찮습니다.”
“다시 한번 물어서 죄송하지만 슬라임과 관련된 아이템,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철혈 길드의 비서가 가지고 온 태블릿으로 무언가를 하더니 백태섭에게 물었다.
“대표님, 길드 관리고에 있는 물품들의 목록을 일단 보여 줘도 괜찮겠습니까? 슬라임과 관련한 아이템이 없을 경우 다른 걸 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렇게 하세. 괜찮겠습니까, 규성 씨?”
“예. 좋습니다.”
이내 비서가 들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클릭하고는 내게 건넸다. 영성이 형이 다가와서는 목록을 함께 확인했다.
“음, 역시 철혈 길드.”
목록을 대충 살핀 영성이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두 명이서 한 태블릿을 보는 게 불편해 보였는지 비서는 아라홍련의 직원을 불러 태블릿의 자료를 종이로 뽑아 달라 부탁했다.
그때 아라홍련의 간부들이 은근슬쩍 나섰다.
“규성 동생은 이제 우리 길드원이나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도와줘도 되지 않나?”
“그러게요. 아이템을 고르는 데 도움 정도는 줄 수 있죠.”
“크흠! 우리 것도 좀 뽑아 와.”
“그건…….”
강한울과 정소연의 말에 철혈 길드의 비서가 나서며 제지하려고 했으나 백태섭이 호쾌하게 말했다.
“그냥 놔두게. 나도 해독제를 공짜로 얻어먹을 생각은 없어. 규성 씨의 능력을 내가 정확히 모르니 그나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도와주는 게 좋겠지.”
“영감이 웬일이야? 철혈이라는 이름이 울겠구만.”
“흥! 승현이를 위해서라면 길드도 처분할 수 있다. 고작 아이템쯤이야 내 사비로 충당해도 좋아.”
이내 인쇄된 프린트가 도착하고 강한울과 정소연이 신난 모습으로 확인했다. 한석준 길드장도 조용히 있다가 은근슬쩍 목록을 받았다.
“오, 고르고의 보석도 있네.”
“비트리올의 방패가 여기 있었구나! 괘씸한 영감탱이! 저번에는 없다고 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뿌띠뿌띠의 알! 이게 그렇게 별미라고 하던데…….”
각자 중얼거리면서 목록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모여 들자 아라도 흥미가 동했는지 어떻게든 목록을 얻어 내더니 감상하기 시작했다.
프린트에는 아이템의 대략적인 특징과 함께 사진도 있었기에 아라가 보기에도 편했다.
‘근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꽤 귀한 아이템들도 있는 것 같았는데 나는 잘 몰랐다.
높은 위치에 서면 더 많은 게 보이듯이 낮은 자리에만 있었던 나는 보는 눈도 낮았다.
그나마 어떻게든 슬라임과 관련된 게 있나 찾아보는 와중에 갑자기 아라가 소리쳤다.
“오오오오옷!”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아라야?”
아라가 종이 한 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들고 팔랑거리며 내게 도도도 달려왔다.
“이규성규성! 나는 이게 가지고 싶은 것이다!”
“……네가 뭔지는 알고 본 거야?”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아라가 가져온 종이를 받았다. 그곳에도 여러 물품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를 아라가 작은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인 것이다!”
“이거?”
아라가 가리킨 걸 확인한 나는 순간 오오오 하는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농사와 연관된 아이템인 듯하나 아직까지 그 용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음.
아이템 설명 –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사용하던 물뿌리개. 작물의 성장을 돕는다.
아이템 효과 – 물뿌리개에 하루 동안 담아둔 물을 땅에 뿌리면 땅이 비옥해진다. 그 외에 숨겨진 효과 다수. 성장을 통해 해금이 가능하다는 표시. 성장 방법 밝혀진 바 없음.
설마 농사와 연관된 아이템도 있었다니.
정확히는 장비로 취급되는 아티팩트였다.
“물을 주고 싶은 것이다!”
“이런 게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내가 감탄을 토하자 사람들이 은근슬쩍 다가와 내가 보는 종이를 훔쳐봤다. 그러고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여러분들끼리 의기투합하시는 겁니까? 라는 의문을 토하기도 전에 강한울이 외쳤다.
“고른 것 같군! 하지만 조금 부족해!”
“그게 무슨 소리냐?”
한울 형님의 외침에 백태섭과 비서가 내가 고른 물건을 확인했다.
“……수수께끼의 물뿌리개?”
워낙 의외의 물품이었는지 둘은 당황한 시선을 서로 교환하더니 이내 나를 봤다.
“정말 이걸로 하실 겁니까?”
“예.”
“흐음…….”
왜 고민하는 거지? 오히려 값어치가 싼 걸 골랐다고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닌가? 오히려 왜 이런 걸 골랐나 의심하려나?’
어찌 됐든 철혈 길드가 제시한 품목 중에서는 물뿌리개가 가장 끌리는 아티팩트였다.
거기다 성장형이라고 하니 훨씬 기대되었다. 아마 내가 이 세상의 유일한 농부 각성자 같은데, 오직 나만 이 물뿌리개를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특이한 걸 고르셨군요. 확실히 다른 물건에 비해 값어치가 떨어지는데…….”
“으하하! 내가 말했잖아! 그러니까 하나 더 고르게 해 줘, 영감.”
“……그거야 상관없다만 왜 강한울 네 녀석이 나대는 게냐.”
결국 아이템을 하나 더 고르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던전을 탐색하거나 전투를 하는 무력형 각성자가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아이템이 쓸모가 없었다.
“흐음…….”
내가 고르지 못하고 고민하자 영성이 형이 내게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어떻게요?”
“아라홍련 길드가 원하는 아이템으로 골라주고 그걸 네가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길드에서 돈을 받는 거지.”
오? 괜찮은 방법이었다.
안 그래도 돈이 필요했는데 이러면 서로에게 좋은 거 아닌가?
물론 철혈 길드의 허락이나 아라홍련이 원하는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계약 기간 동안 아이템을 매각하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없습니다.”
영성이 형의 말을 들은 비서가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이내 은근한 눈길로 한석준을 보자 그는 팀장들과 함께 논의에 들어갔다.
“나쁘지 않은 기회입니다. 저 안에 혹시 필요한 장비가 있었습니까?”
“저는 장비빨 따위 필요 없는 무적입니다, 형님! 하지만 굳이 고르자면 흑백의 두건, 풀잎피리 신발, 태양의 왕관, 비트리올의 방패, 건곤 호신부, 부식의 반지, 평등의 장검…….”
“…….”
언제 저렇게 봐 둔 거야.
끝없이 아이템의 이름을 나열하는 강한울을 한석준이 일단 말렸다. 그리고 정소연에게 의견을 구했다.
“1팀장님께서는?”
“어이, 꼬맹이. 대답 잘해라.”
강한울이 대놓고 압박했지만 정소연은 표정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이 봐9 둔 걸 말했다.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비트리올의 방패네요.”
“제 생각도 동일합니다.”
“아니, 형님! 저도 비트리올의 방패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제 의견은…….”
이야기를 마친 한석준이 내게 말했다.
“규성 님, 저희는 비트리올의 방패를 대여하고 싶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죠.”
“대여 대금은 한 달에 3,000만 원, 그리고 계약 기간은 5년 어떻습니까?”
한 달에 3,000? 고작 장비 하나에?
5년이면 60개월. 그 말은 곧 18억짜리 거래였다.
‘18억이면 그냥 이 장비를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슬쩍 영성이 형을 보자 그는 당장 계약을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아요. 계약하시죠.”
“이와 관련된 세부 계약 사항은 길드 가입 계약 때 같이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철혈 길드로부터 물뿌리개와 비트리올의 방패를 담보로 받아 냈다.
“물품은 내일 바로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장소는 아라홍련 길드로 하면 될까요?”
“예, 부탁드립니다.”
“슬라임과 관련한 아이템도 우선은 찾아본 뒤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밀 조항 거래가 일단락되자 백태섭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실례가 될지 모르겠는데 하나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참 특이한 아이템을 고르셨는데 혹시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이제는 말해도 상관없나?
이미 아라홍련의 인물들은 대충 내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걸 짐작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니 물뿌리개 같은 아이템을 골라도 말리지 않았겠지.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과채즙을 거래해도 되겠습니까?”
“예. 잠시만요.”
영성이 형한테 준 과채즙 말고도 5개가 더 있었다. 나는 곧장 배낭을 열고 그 안에 얌전히 있는 보끔이에게 말했다.
“보끔아, 과채즙 다 꺼내 줘.”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였지만 아마 청력이 좋은 양반들이라 다 들렸을 거다. 뭐, 이제는 딱히 숨기지 않아도 되니까 상관없지. 오히려 능력을 어필하는 게 이득이고.
퉷-
보끔이가 과채즙을 뱉었다.
그때 내가 가방에서 과채즙을 꺼내는 걸 본 아라가 칭얼거렸다.
“간식 먹고 싶은 것이다! 마탕~ 마탕~”
“간식? 보끔아 간식통도 꺼내 줘.”
보끔이가 다시 여러 간식통을 뱉어 냈다.
집에 들렀던 덕분에 재성이와 어머니가 만들어 둔 맛탕과 감자, 토마토 그리고 엠버그릴이 들어간 피자, 꼬마 당근과 오이로 만든 샐러드가 있었다.
‘거기에 후식으로 레일라까지.’
음? 뭔가 분위기가 변한 것 같은데?
슬쩍 뒤를 돌아보자 한울 형님과 정소연이 침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헙!”
나도 모르게 놀란 나는 입을 애써 닫으며 숨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슬쩍 한마디 꺼냈다.
“계, 계약 끝나면 좀 드실래요?”
“좋지!”
“역시 규성 씨예요!”
한석준 길드장과 영성이 형도 내 작물을 먹어 봤지만 저렇게까지 반응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저 둘이 유독 내 음식을 좋아해 주는 느낌이었다.
아라는 이미 피자를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어느새 아라에게 다가간 한울 형님이 한 입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온갖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처량했다.
“냄새가 좋군요. 직접 요리하신 겁니까?”
“요리는 제가 한 게 아닙니다. 다만 재료를 제가 구했죠.”
백태섭이 슬쩍 관심을 보여 왔다.
내 손에 들린 과채즙도 과채즙이었지만 이 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 없겠지.
“계약 끝난 후에 다 같이 드시죠?”
혹시나 해서 먼저 권유해 보자 백태섭은 실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재차 권유하자 손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규성 씨.”
“아닙니다. 이따가 같이…….”
“으으으음!!!!”
결국에는 아라에게 얻어 냈나 보다.
강한울의 강한 신음(?) 소리가 응접실을 울렸다.
동시에 내 생각보다 훨씬 진하게 음식 냄새가 퍼져 나가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설마 저 음식들도 아이템인 겁니까?”
철혈 길드의 비서가 당황스런 눈길로 애써 침을 삼켜 내고 있었다. 이제 내 능력이 뭔지 대충 짐작한 눈치였다.
“맞습니다. 그나저나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시식 먼저 해 보시겠습니까?”
“으음…… 거, 거래가 먼저…….”
백태섭이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했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내가 아닌 맛있게 피자와 맛탕을 번갈아 먹고 있는 아라에게 꽂혀 있었다.
흐음, 이거 잘만 하면 새로운 고객들이 생길 수도 있겠는데? 그것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나는 사악한 미소를 속으로 숨기며 은근슬쩍 권유했다.
“해독제가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습니다. 먼저 저것부터 드셔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