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5화(5/119)
솔직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다.
마크투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다 보면 슬라임이라는 존재가 농사를 짓는 몬스터라고 착각하게 될 정도였으니까.
“독이라니?”
설마 합성할 때마다 나오는 능력이 랜덤인 건가?
그러나 조금만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 보자 오히려 랜덤이 나았다.
슬라임의 능력이 농사만 나온다고 치면 선택지가 좁아지지만 이렇게 다양한 능력들이 나온다면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
꾸물-
물론 느릿느릿 꿀렁대는 저 모습을 보면 고작 독 능력 하나 가지고 사냥에 나서기에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독 LV.1]독성을 내뿜어 상대를 중독시킵니다.
중독된 상대는 최소 10분 뒤 마비에 걸립니다.
역시는 역시였다.
마비독인 건 그렇다 쳐도 10분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니…….
‘굳이 쓰려면 방법이야 있겠지만 마비가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니까.’
그냥 가능성을 봤다는 것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저러다 나중에는 독 레벨도 올라서 정말로 강해질지 누가 아나.
“넌 독독이다.”
꾸물?
“이제부터 네 이름이 독독이라고.”
꾸물!
이제 슬슬 슬라임의 제스쳐도 알아볼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서고 있었다. 설마 슬라임 군주 능력의 영향인가?
“독독아, 독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 침이라도 뱉는 거냐 아니면 몸에서 나오는 체액이 독인 거냐?”
꿀렁-
배애-
순간 독독이에게 입 같은 부위가 슬쩍 생기더니 뭔가를 뱉어 냈다.
“오, 뱉는 거구나?”
꿀렁-
“아니라고?”
꾸물꾸물!
“둘 다 된다고?”
꾸물!
어렴풋이 의사소통이 되는 게 나도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동안 독독이의 독쇼를 보고 있다가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기다려봐. 친구부터 만들어 줄게.”
때마침 쿨타임이 돈 슬라임 군주를 사용해 1레벨 슬라임을 소환했다.
뽀롱?!
익숙한 외형의 슬라임이 튀어나오며 여긴 어디냐는 듯 꾸물댔다.
그런 녀석을 향해 독독이가 다가가며 꾸물거렸다.
꾸물- 꾸물-
꿀렁?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시 텃밭을 관리하러 갔던 마크투가 내게 다가왔다.
꿀렁!
“음? 설마 수확할 때가 벌써 된 건가?”
꾸물!
나를 재촉하듯 꾸물거린 마크투는 이내 앞장서서 기어갔다. 그리고 내 예상에 맞게 마크투가 멈춰 선 곳은 당근이 심어진 구획이었다.
“오오!”
뭔가 이파리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당근은 흙 속에 숨겨져 있지만 이미 슬쩍 드러난 주황색의 동체가 내가 익히 알던 사이즈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꿀꺽.
첫 재배이자 수확이라서인가.
아니면 심상치 않은 크기라서 그런가.
묘하게 느껴지는 긴장에 당근들을 노려보고 있자 마크투가 눈치 없게 당근 하나를 뽑았다.
뽕!
“오오오!”
숨길 수 없는 감탄이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마치 보석과 같이 빛나는 영롱한 주황색 당근이 온전히 드러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기는 해도 비현실적인 사이즈는 아니었다. 그냥 ‘오? 이런 크기의 당근도 있었어?’ 할 정도.
“하지만 색깔이…….”
비유나 과장이 아니었다.
정말 보석이라도 되는 듯 반투명한 몸체는 빛에 반사되어 유리처럼 빛나고 있었다.
“먹어도 되는 물건인가?”
그때 마크투가 자랑하듯 자신이 뽑은 당근을 내게 가져왔다. 마크투에게서 슬쩍 당근을 받아 들자 마치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듯 마크투가 호들갑을 떨었다.
뽀롱! 꾸물! 꿀렁!
“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
어차피 식재료인데 뭘 조심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소중하게 감싸들었다.
[마력이 깃든 당근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3분간 시력이 상승합니다. 이후 영구적으로 극소한 시력 상승.
이건…….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지?
“당근 따위가 아이템 판정을 받다니…….”
눈앞에 뜬 아이템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템창이 표시된다는 것은 이 당근이 말 그대로 아이템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
지구의 물건은 당연하고 던전의 물건도 아무거나 아이템 판정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마력이 깃들어서 그런가?”
던전의 과일이나 열매 중에서도 아이템 판정을 받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었다.
게다가 아이템 판정을 받는 것은 대부분 뛰어난 영약의 재료가 되는 식물이나 열매 따위였다.
“설마 여기 심은 당근이 다 아이템인 건가?”
솔직히 그 정도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금 이거 다 수확해도 되는 거지?”
꾸물!
마크투의 허락에 나와 마크투는 당근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고작 100평밖에 되지 않는 텃밭이었기에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려 300개가 넘는 당근을 심었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후우.”
내가 하나를 캐는 동안 마크투는 3개를 캤다.
아무래도 조심하며 캐다 보니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마크투는 전문가처럼 하나의 손상도 없이 쑥쑥 뽑아 댔다.
‘마크투가 효자네.’
여러모로 마크투 덕분에 인생이 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둘이서 300개가 조금 넘는 당근을 모두 캐자 방울토마토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 그러고 보니 네가 수정도 일일이 시킨 거야?”
꿀렁!
혼자서 이 모든 밭을, 그것도 빠르게 자라나는 만큼 빠릿빠릿하게 했어야 할 텐데 정말 대단했다.
마크투는 수확한 당근은 이제부터 내가 관리하라는 듯 툭 치더니 토마토를 관리하러 갔다.
“생긴 거랑 다르게 믿음직하네.”
겉보기에는 느릿느릿하고, 조금 모자라지만 귀여운 친구로 보이는데 막상 일을 할 때는 확실히 해낸다.
덕분에 난 대뜸 수확해 버린 당근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
“설마 이렇게 빨리 수확할 줄은 몰랐네.”
애초에 3년 동안 싹도 자라냐 마냐 했던 게 고작 이틀 만에 수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누가 알았겠나.
“독독아, 그리고 새로운 친구야. 너네도 일할 시간이다.”
여전히 고차원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둘을 불러다 당근을 정리하고 옮기게 했다.
혹시 독이라도 묻을까 싶어 독독이에게는 따로 명령을 할 때를 제외하면 독을 뿜지 말라고 말해 뒀다.
“이야, 이거 다 아이템이네?”
혹시나 했는데 진짜였다.
총 309개의 당근이었고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아이템 판정을 받았다.
크기도 커다랬기에 퀘스트를 위한 용도로 10개만 따로 빼 두고 나머지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일단 하나만 먹어 볼까.”
솔직히 내가 그냥 먹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이것 하나만을 위해서 3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자원을 소비했으니 어쩔 수 없는 심리였다.
“에이, 그래도 이제 마크투가 있으니까 언제든 재배할 수 있겠지.”
나 자신을 믿고 내 슬라임들을 믿자.
그렇게 한 차례 다짐을 한 나는 당근을 하나 들고 베어 먹으려다 멈칫했다.
꾸물-
토마토를 돌보던 마크투가 당근을 먹으려는 날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왜. 뭐.”
꾸물-
“먹지 말라고?”
꾸물-
마크투는 슬쩍 다가와 자기도 당근 하나를 들었다. 손도 없는 것이 잘도 들고 있네.
“너도 먹고 싶다고?”
꿀렁!
“당연히 되지! 전부는 힘들어도, 음…… 한 10개까지는 봐줄게.”
그때 곁에 있던 독독이와 신병도 각자 당근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너넨 5개씩.”
꾸물!
마치 고맙다는 듯 꿀렁댄 녀석들이 나보다 먼저 당근을 먹었다. 먹이가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네.
“야, 군주인 나도 아직 입에 안 댔는데 너네들 먼저 먹냐!”
오도독!
한 차례 농담을 던진 나는 곧바로 당근을 씹었다. 동시에 당근의 즙이 쫘악 흘러나오며 손을 적셨다.
“우음!?”
이게 당근인가?
아니, 분명 당근은 맞았다.
식감도 당근이고 그 맛도 당근이다.
그러나 흘러넘치는 즙과 농후한 당근의 맛, 그리고 당근 특유의 단맛이 한껏 극대화되어 내 혀를 유린했다.
[3분간 시력이 상승합니다.]동시에 너가 먹은 건 아이템이라고 결정타를 날리는 시스템창까지.
‘아니야. 시력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야!’
천상의 채소.
가히 그리 이름 붙이고 싶었다.
이건 평범한 당근 따위랑 비교하면 실례가 될 정도로 차원이 다른 수준의 맛이었다.
오도독- 오도독-
어떻게 된 게 씹을수록 단맛이 더 올라왔다.
근데 그 단맛이 질리거나 자극적인 느낌이 아니라 마치 긴 여운을 남기는 듯한 맛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향이 단 커피나 차 종류의 느낌?’
술을 안 마셔서 잘은 모르지만 비싼 위스키나 와인 따위의 고급스런 향이 입가에 오래 남는다고 하듯 이 당근도 그런 느낌을 주었다.
고작 한 입만 먹었을 뿐인데 여운이 오래 남았다. 웃긴 것은 보통의 당근보다 컸기에 아직 몸통 부분이 한참은 남았다는 것.
“……미쳤는데?”
이거, 분명히 통한다.
단순히 퀘스트를 위해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성공을 위해 농사를 짓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퀘스트도 깨야지. 능력을 성장시킬수록 농사도 성공할 확률이 높고.”
결국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내 능력들 덕분이었다.
단순히 포션에만 사용해야 할 줄 알았던, 하루나 되는 쿨타임을 가진 액체 합성.
고작 슬라임에게 명령이나 내리고 하루에 한 마리씩 소환할 수밖에 없는 슬라임 군주.
하나씩 따지고 보면 어딘가 모자랐지만 둘이 합쳐지자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꿀렁!
거기다 이 기특한 녀석들은 귀엽기까지 했다.
……나만 그렇게 보이는 건가?
“어어?”
잠시 감상에 빠져 있던 사이에 녀석들은 제 몫으로 할당된 당근을 모두 먹어 치웠다.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아 만약 내가 한도를 정해 놓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식은땀이 흘렀다.
“새, 생각보다 잘 먹는구나, 너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머릿속으로 경종이 울렸다.
‘슬라임이라는 게 사실 밥을 많이 먹는 생물이라면?’
생각해 보면 고작 이틀이었다.
슬라임이라는 몬스터에게 내가 관심을 가진 시간이었다.
난 아직 슬라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저 인간에게 무해한 생물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너네 밥 못 먹으면 죽냐?”
어찌 보면 생물로서 당연한 것이었지만 혹시 몰라 물었다. 그러자 마크투가 꿀렁이며 뭔가를 표현했다.
“죽으면 오른쪽, 아니면 왼쪽.”
꾸물-
슬라임들이 일사불란하게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하하, 당연한 소리를 물어봤네. 하하하.”
애써 웃어 보지만 점차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돼? 당근 개수로 표현해 봐.”
그러자 슬라임들이 각자가 필요한 당근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고작 해 봐야 방금 먹은 열 개 언저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을 벗어나는 개수에 내 얼굴도 덩달아 굳어 가고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어떤 슬라임이 그렇게 처먹어?”
순간 욱해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크투가 멈추지 않고 당근을 옮기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벌써 3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독독이는 딱 25개에서 멈췄다.
신병은 12개.
“마, 마크투?”
꾸물?
내 부름에 마크투가 당근을 옮기다 왜 그러냐는 듯 갸웃거렸다.
“하루에 먹을 식량 말하는 거 맞지?”
꾸물!
망했다.
지금 수확한 당근은 당장 슬라임들의 인건비로 사용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물론 이틀 만에 300개가 넘는 당근을 수확했으니 생각해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첫 수확의 기쁨으로 인해 잠시 눈이 돌아갔던 것뿐이지, 하아.
“40개? 하긴 일도 많이 하니까 많이 먹어야겠지.”
나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결국 슬라임들 덕분에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거니 내 우선순위는 당연히 슬라임이 제일 위여야 했다.
“그럼 하루에 당근이 77개. 어제 굶었으니까 154개. 그래도 내일 토마토까지 수확하면 얼추 굶지는 않겠네.”
혼자 계산을 하다가 슬라임들한테 말했다.
“내가 따로 쓸 거 10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알아서 아껴먹어. 우리 애들을 굶기면 안 되지.”
꾸물! 꿀렁!
슬라임들이 기쁘다는 듯 춤을 췄다.
이내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당근들을 먹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다.
“바로 나가야겠다.”
최근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외출을 했었지만, 바로 다시 나가야 했다.
나가서 당근의 성분도 분석 의뢰를 맡길 생각이었고, 지하를 내려가기 위한 사다리, 그리고 각종 씨앗과 종자들의 구매까지.
슬라임에 대한 정보도 알아 오고 마크투의 체액과 독독이의 독도 전부 가지고 나가서 의뢰를 맡겨 볼 생각이었다.
“토마토까지만 보고 갈까?”
너무나 빠른 성장 속도에 토마토도 곧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 되면 드디어 마력이 깃든 과채즙도 만들 수 있으니…….
“하수오 씨앗도 심어 볼까?”
무려 3년 만에.
퀘스트를 깰 때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