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52)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52화(52/119)
삐비비빅! 삐비비빅-!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아라를 두고 슬쩍 밭에 내려가 보았다.
“으아, 좋은 아침. 애들아.”
전날 아라홍련, 그리고 철혈 길드와의 계약을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었었다.
그러나 오늘도 밖에 나가야 할 일이 있었기에 일찍 일어났다.
‘드디어 던전을 살 수 있다!’
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던전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전부 전날에 있었던 계약 덕분이었다.
‘아라홍련과의 길드 가입 계약금 10억, 그리고 철혈 길드와의 해독제 계약 10억. 마지막으로 아이템 대여료 6개월 치 선금 1억 8천.’
해독제는 개당 2억에 다섯 개를 팔았다.
그리고 이 이후로 백승현 각성자의 상태에 차질이 보일 경우 인센티브가 추가되었다. 그리 되면 해독제를 개당 4억에도 팔 수 있었다.
백태섭 길드장은 간이고 쓸개고 모두 내줄 기세였으나 함께 있던 비서가 기를 쓰며 협상을 했다.
그렇게 해독제의 가격은 결국 초기에는 개당 2억으로 책정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내 총 자산은…….
‘딱! 23억!’
모든 돈을 다 터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당장 돈이 생긴 만큼 매입하는 게 맞았다.
이러고 있다가 또 여기저기 자잘하게 돈을 써서 계속 던전의 매입을 미루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디 보자. 대충 시세가…….”
밖으로 잠깐 나와서 핸드폰으로 부동산을 확인했다.
던전의 가격은 저번에 확인했을 때보다는 떨어진 느낌이었다.
정확히 22억. 1억은 그래도 남길 수 있겠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우선은 일부터 하기로 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 아라가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규성규성…… 어디 갔다 온 것이냐…….”
“아이고, 우리 공주님 일어났어요?”
여자아이도 아닌데 이제는 공주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나는 아라를 품에 안아 들고 둥가둥가 흔들어 주며 아래로 내려갔다. 슬라임들이 아라에게 아침 인사를 해 왔다.
“좋은 아침인 것이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아라가 활기차게 외쳤다.
슬라임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몸을 흔들며 반겼다.
“자, 오늘은 새로운 작물을 심어 볼 거야.”
“새로운 작물?”
“어.”
나는 전날 아라홍련에 방문하기 전 구입해 놓은 종자들을 확인했다.
현재 밭에 심어져 있는 것들은 딸기를 제외하면 전부 수확이 완료되고 새로 심은 상황. 그러나 이것도 잘 조절을 해서 약간의 땅을 남겨 둔 상태였다.
‘이제는 진짜 땅이 부족해.’
아무래도 여기에 새로 심을 수 있는 건 고작 하나둘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았다.
“파프리카!”
“맞아, 잘 기억하고 있었네.”
작물의 종자를 구입할 때 함께 이것저것 둘러보며 샀던 걸 기억한 아라가 헤실거리며 좋아했다.
“맛있는 것이다?”
“맛있지. 요리하면.”
이번에도 꽤 여러 종류의 작물을 사 왔다.
그중에는 지금 여기에 심을 예정인 파프리카도 있었다.
모종째로 구매해 온 파프리카들은 전날에 이미 보끔이에게 뱉어서 잘 정리해 놓으라고 말해 뒀다.
저장고에 가 보자 역시나 잘 놓여 있는 파프리카의 모종들이 존재했다.
‘이미 가지를 재배해 본 경험으로 이 정도는 뚝딱이지.’
솔직히 말하면 모종을 심는 일 이외에는 대부분 슬라임들이 해 주었지만.
그렇게 아라와 함께 마치 흙놀이를 하듯 파프리카의 모종들을 심기 시작했다.
아라는 이미 몇 번의 농사 경험으로 곧잘 따라 했다. 덕분에 혼자서도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을 훨씬 더 일찍 끝낼 수 있었다.
“후우! 보람찬 것이다!”
“우리 아라 이제 농부 다 됐네.”
“물뿌리개! 물을 뿌리는 것이다!”
아라가 도도도 달려가며 자신의 물품들을 놔둔 곳에서 물뿌리개를 들고 왔다.
참고로 전날 직접 확인한 물뿌리개의 아이템 설명은…….
[수수께끼의 물뿌리개 (일반-성장형)]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사용하던 물뿌리개. 작물의 성장을 돕습니다.
-하루 동안 담아 놓은 물로 적신 작물의 성장이 10% 빨라집니다. 수확량이 5% 늘어납니다.
-낮은 확률로 [풍작] 효과를 일으킵니다.
‘나쁘지 않은 능력치야.’
그리 큰 영향은 없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능력을 지닌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성장형이라고 하니 사용하다 보면 더 좋아질 게 분명했다.
“풍작이 걸리길 빌자.”
“풍작! 근데 풍작이 무엇인 것이냐?”
낮은 확률로 풍작 효과를 일으킨다고 되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상세 설명은 없었다. 겪어 봐야 알 것 같은데.
“농작물이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서 대박 나는 게 풍작이야.”
“오오! 풍작! 풍작 하는 것이다!”
잔뜩 흥분한 아라가 이내 물을 뿌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뿌리개는 아이템임이 확실하다는 듯 들어간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뿌려도 계속 나왔다.
결국 1,000평 가까이 되는 땅을 다 적시고 나서야 바닥이 났다.
“……이 물뿌리개 그냥 물 복사기로 써먹어도 사기 아닌가?”
“헤헤! 다 뿌린 것이다! 물 담아 놓는 것이다!”
처음 사용해보는 물뿌리개는 꽤 만족스러웠다.
사실 슬라임들 덕분에 물을 뿌릴 필요는 없었지만 비료를 준 셈이라고 생각했다.
물뿌리개에 다시 물을 담아 놓는 아라를 보며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이 슬슬 됐나?”
사람들이 출근할 시간이었다.
부동산도 곧 문을 열겠지. 지금 한번 나가서 연락 먼저 해 봐야겠다.
* * *
부동산에 전화해서 던전 매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던전의 주인과 부동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머, 설마 세입자님께서 던전을 사 주실 줄이야.”
“그렇게 됐네요.”
중년의 여성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당장 자리에 앉아 계약서부터 슬쩍 건넸다. 빨리 거래를 하고 싶다는 게 느껴졌다.
‘던전이 바뀐 것도 모르고 계시겠지.’
솔직히 말하면 양심이 조금 찔리긴 했는데,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정도로 호구는 아니었다.
나는 가격 협상 없이 그대로 싸인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부동산 중계인과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이 볼만했다.
“오호호. 잘 생각하셨어요. 솔직히 위치가 좀 그럴 뿐이지 정말 그만한 매물이 없다니까요?”
“예. 돈은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역시 각성자셔서 그런지 돈도 잘 버시고 통도 크시네. 여기 서류들이랑 증서. 혹시 모르니까 잘 챙기세요.”
골치 아픈 매물을 괜찮은 값에 팔아넘겼다는 얼굴이었는데, 저럴수록 괜히 미안해지네.
‘그 던전, 사실 대박입니다.’
이중 각성을 시켜 준 데다 탐식의 던전까지 포함된 이중 던전이라는 걸 알았으면 저 아주머니는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뭐, 이것도 다 준비된 자가 얻는 운 아니겠어.
그리고 22억이 한두 푼도 아니니. 솔직히 그냥 평범한 100평짜리 무한 던전이었으면 비싼 값에 판 거다.
‘이 비밀은 무덤까지.’
이 사실들만 알려지지 않는다면 서로가 행복할 수 있었다.
거래를 끝낸 나는 부동산에서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 곳은 다름 아닌 영성이 형이었다.
-어, 규성아.
“예. 형. 저 준비 끝났습니다.”
-오, 벌써? 빠르네. 잠시만 기다려 봐.
잠깐 자리를 비운 영성이 형은 이내 다시 돌아와 내게 말했다.
-이따가 11시쯤 가도 되나?
“11시요? 알겠습니다. 그때 봬요.”
전날 헤어지기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 놨다. 이제는 내 집이 되어 버린 던전에 형네 부부가 놀러 오기로 되어 있었다.
‘미리 준비를 해 놓고…….’
동사무소에 던전 매입 신고를 하고 나니 시간이 벌써 10시였다.
던전에 돌아오자 아라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온 거라 놓고 간 건데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뚱해 있었다.
“이규성규성! 금방 다녀온다고 했던 것이다!”
“미안, 미안. 생각보다 조금 더 걸렸네.”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는 것이다!”
“그래. 그러자.”
아라를 달래 주며 짐들을 준비했다.
전날 저녁에 계약을 마치고 돌아와서 대강의 준비는 해 두었기에 챙기기만 하면 됐다.
“음,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아라야, 같이 나가자.”
“던전에 안 가는 것이냐?”
“영성이 형네 부부를 데리고 와야지.”
“아하!”
던전이 애매한 산 중턱에 있었기 때문에 마중을 나가야 했다. 게다가 형수님의 몸 상태를 확실히 알지 못하니, 혹시라도 부축을 해 주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다.
“어머, 안녕? 어제는 잘 잤어?”
“허억! 누구인 것이냐?”
내 다리 뒤에 숨은 아라가 기겁하며 말했다.
그런 우리 앞에는 아팠던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못할 만큼 건강해 보이시는 시영 형수님이 서 계셨다.
“어제도 봤었지만 정말 귀여운 아이네요. 정말 부러워요.”
“하하. 감사합니다. 아라야, 영성이 형 부인 분이셔.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
웬일로 아라가 사람을 보고 겁먹네.
강한 각성자인 걸 은연중에 느낀 건가?
전날에 이미 본 적이 있었지만 아라가 잠이 들어 버려서 인사가 늦었다.
“오오! 반가운 것이다! 최영성의 짝인 것이냐?”
“하하. 그래, 맞아. 우리 아라 귀엽네. 한번 안아 줘도 돼?”
“내 부하가 되면 허락하는 것이다!”
시영 형수님이 재밌다는 듯 반응했다.
그런 그녀를 보는 영성이 형은 애매한 태도로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오! 최영성인 것이다! 아내가 예쁜 것이다! 축하하는 것이다!”
“그, 그래. 고맙다, 아라야.”
여전히 아라를 무서워하는 듯했는데 형수님과 대비되는 모습이 살짝 웃겼다.
“규성 씨, 다시 한번 고마워요. 사실 아직도 저 자신이 믿기지 않아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해맑게 웃으며 빙글 도는 모습이 동심 어린 소녀 같았다. 정말 잘됐네.
전날 계약이 끝난 직후에 아라홍련의 간부들과 다 함께 영성이 형네 집을 방문했었다. 그 당시에 어찌나 감사를 표했는지 내가 황송할 지경이었다.
‘눈물바다가 됐었지.’
그나마 한 차례 감정을 다 풀고 난 이후라 지금은 오히려 차분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제가 도움이 됐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형수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네요.”
“이 감사는 평생 해도 모자랄 것 같지만 오히려 그건 부담되시겠죠?”
“하하.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아라가 하하호호 웃는 우리 사이를 왜 웃나 라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저 말고도 백승현 각성자한테 해독제를 줬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규성 씨.”
“아닙니다. 공짜로 드린 것도 아니고 대가를 받았는걸요.”
그사이 짐을 들고 온 영성이 형이 준비 끝났다는 듯 말했다.
“가자, 규성아.”
“예.”
던전까지는 금방이었다.
형수님도 쌩쌩한 몸으로 산을 탔고 영성이 형도 체력이 좋았다.
“여기가 제 던전입니다. 이제 제집이라고 해야겠네요.”
“이야, 안쪽에도 집처럼 꾸민 거냐?”
“아니요. 그렇지만 이제 꾸며 볼 생각이에요. 진짜로 제집이 됐으니까.”
동굴처럼 보이는 외형이었으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풍경이 변했다. 이내 던전의 1층에 들어온 영성이 형 부부는 100평짜리 텃밭을 보며 감탄했다.
“와, 실제로 보니까 진짜 신기하네.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 던전에서 농사를 짓고 있을 줄이야.”
“고생 좀 했죠.”
그때 밭에서 구르고 있던 슬라임을 발견한 형수님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슬라임? 저거 그대로 둬도 되는 거예요?”
“아, 제 사역마예요. 밭을 관리해 주고 있어요.”
“네? 슬라임이 밭을 관리한다고요?”
놀랄 만도 했다.
슬라임이랑 농사에 연관점은 없으니까. 아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게다가 슬라임은 그냥 야생의 몬스터다.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니 명령도 못 내린다.
그러니 오직 나만 슬라임을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슬라임 대군주의 능력이 이를 가능케 만들어 주니까.
‘……평범한 야생 슬라임의 지능은 굉장히 낮지. 희한하게 우리 애들은 지능이 좀 높은 것 같단 말이야.’
어찌 됐든 영성이 형과 시영 형수님은 한참 동안 신병 슬라임이 밭을 관리하는 걸 구경했다.
“최영성! 김시영! 여기에 더 있는 것이다! 내가 구경시켜주 는 것이다!”
밭과 슬라임에 관심을 갖는 둘에게 아라가 잔뜩 신이 나서 외쳤다. 아라의 말에 둘은 흐뭇하게 웃으며 뒤를 따랐다.
그리고…….
“아니!”
“와아! 이렇게 넓었어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어머, 이 슬라임들 좀 봐. 귀엽게 생겼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지하를 본 둘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층의 100평짜리 텃밭도 충분히 신기한데 그 10배는 되어 보이는 밭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게다가 귀여운 슬라임들이 손님들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흐흐.’
하지만 아직이다.
우리의 진짜 캠핑 목적지인 탐식의 던전을 생각하면 이건 새 발의 피지.
“와, 여보! 이것 좀 봐요! 가지야, 가지! 방울토마토도 여기 있네!”
“우리가 먹었던 게 여기서 자라고 있었구나. 이야, 이거 정말 대박인데? 연구를 해 보고 싶어.”
아라가 나서서 둘에게 농장 투어를 해 주었다.
나름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그 모습이 꽤 엉뚱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건 딸기라고 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빨갛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아직 먹어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달고 맛있는 열매라고 하는 것이다!”
“오오, 그래? 우리 아라 정말 많이 아네!”
“흐흥! 나는 대단한 것이다! 아는 것도 많은 것이다!”
한껏 콧대를 세운 아라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더니 이내 도도도 달려가 방울토마토를 따 와 건넸다.
“막 딴 방울토마토는 맛있는 것이다! 이규성규성이랑 나랑 슬라임들은 매일 직접 수확해서 바로 먹는 것이다!”
“와, 정말 부럽네. 나도 여기서 살고 싶다, 아라야.”
“흐흥! 내 부하가 되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라와 형수님의 앙증맞은 대화를 듣고 있던 영성이 형은 내게 슬쩍 질문을 해 왔다.
“나쁘지 않아. 여기서 캠핑하는 거지? 슬라임이랑 농장 체험도 해 보고 좋네.”
“형, 여기가 아니에요.”
“음? 설마 지하가 더 있는 거냐?!”
아, 한 층 내려왔으니 밑에 층이 더 있을 거라 짐작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아쉽게도 빗나갔습니다, 형님.
“진짜 캠핑 장소, 그곳으로 슬슬 출발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