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53)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53화(53/119)
“진짜 기대되는구나. 아니, 이것만 해도 굉장한데 여기서 더 있다는 게 도저히 짐작이 안 가.”
영성이 형의 들뜬 말을 들으며 이번에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마크투, 독독이, 보끔이를 일행에 포함시켰다.
아라와 농장 투어를 끝낸 시영 형수님이 간단한 배낭만 매고 있는 나를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규성 씨는 짐이 많이 없네요?”
“예. 이 녀석이 대신 챙겨 주고 있습니다.”
보끔이가 불렀냐는 듯 꿀렁거렸다.
그 모습에 영성이 형과 형수님은 흥미로운 눈으로 보끔이를 보았다.
“이 슬라임이……?”
“들어가서 보여 드릴게요. 이제 가 보실까요?”
나와 아라가 앞장서서 어두침침한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섰다. 이내 제단과 같은 장소를 지나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허, 이 던전 정말로 심상치 않은데?”
“그러게요. 1급 슬라임 던전에 이런 식으로 숨겨진 공간이 있다니…….”
우리를 뒤따르는 부부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계단 끝까지 내려온 우리는 문을 마주할 수 있었다.
-던전의 주인, 아라(탐식)를 확인합니다.
-입장이 허가됩니다.
-남은 마력 : 2/10
그러고 보니 저 마력은 갈수록 떨어지네.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숫자가 떨어지니 괜히 불안했다.
우선은 입장부터 하는데 얇은 막을 본 영성이 형네 부부가 신기하다는 듯 막을 만져 보았다.
“이건 뭐야, 규성아? 아니 지하에 공간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르잖아?”
“일단 들어가 보세요.”
“여보, 나 먼저 갈게?”
용감한 시영 형수님이 먼저 불쑥 들어가셨다. 그 뒤를 따라 아라가 질 수 없다는 듯 따라갔다.
“위험한 건 아니지?”
“일단은요.”
“……일단은?”
“저도 들어가 볼게요. 가자, 애들아.”
막을 통과하고 입장하자 탐식의 던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느 때처럼 몽환적인 풍경이 사방에 펼쳐지며 가슴을 뻥 뚫어 주었다.
“아니 진짜 대박! 이게 뭐야 대체!”
먼저 들어온 형수님이 바닥을 만져도 보고 소리를 질러도 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계셨다.
그사이 막을 통과하고 들어온 영성이 형이 그대로 제자리에 굳으며 멈춰 버렸다.
“형?”
“이게 대체…….”
말문이 막힌 영성이 형이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조금 전에 통과한 문이 있는 방향을 보고는 형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바닥을 짚어 보았다.
“이중 던전?”
“맞아요.”
질문 한 번을 끝으로 영성이 형은 다시 찬찬히 던전을 둘러보았다. 나도 처음 왔을 때는 꽤나 신기해했었지.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던전들도 지구와는 다른 환경이었으나 탐식의 던전만큼 분위기를 압도하는 곳은 없었다.
게다가 넓이만 따져도 이만한 크기의 던전은 들어 보지 못했다.
‘……나름 9급 던전이니까?’
이토록 평화로운 곳이 9급 던전이라 하면 믿기지 않겠지만 칠죄종 중 하나인 아라가 주인이었던 곳인 만큼 9급이 맞을 거다.
……아마도?
“와, 진짜 감탄을 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지? 규성 씨!”
“예, 형수님.”
“이런 곳을 혼자만 독차지하고 있던 거예요? 욕심쟁이시네!”
“하하. 그러게요. 정말 좋은 곳이죠.”
“그런데 공간이 꽤 넓어 보이는데 얼마나 넓은 거예요? 몬스터는 없어요?”
“저도 아직 얼마나 넓은지 모르겠어요. 몬스터가 있긴 있는데 위험한 몬스터는 아직까지 못 봤어요.”
“흐음.”
형수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싱긋 웃었다.
“만약 몬스터가 나와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래 봬도 왕년에 8급 각성자였다고요?”
“누님만 믿겠습니다.”
어차피 아라를 통해 이곳이 어떤 던전인지 대충 알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다.
물론 100%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라 아예 긴장을 늦추고 있으면 안 되겠지만…….
“그럼 여기서 텐트 까는 건가? 이야, 그건 그렇고 진짜 죽이는 경치구만. 네가 그렇게 자신했던 이유를 알겠어.”
“텐트는 조금 더 가서 깔죠. 제가 예전에 기깔난 곳을 찾아 뒀거든요.”
나는 일행을 이끌고 예전 방문 때 돌아오면서 봐 뒀던 장소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호수 하나와 온천을 발견해 왔더랬지.
“흐흐흐.”
“이규성규성 이상하게 웃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우리는 걸으면서도 다양한 식생들을 구경했다.
이전에 보았던 빵 맛이 나는 열매를 다시 발견했고 이름 모를 꽃과 식물들이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 낸 곳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아아…….”
캠핑을 좋아한다고 하시더니 형수님은 몇 시간째 감탄을 흘리고 계셨다. 이미 마음만은 이곳에 집을 차린 듯했다.
“……이거 돌아가고 싶지 않을지도?”
“커흠! 집에는 가야지.”
영성이 형이 은근슬쩍 불안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던 중에 우리는 드디어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캬아! 끝내주는구만!”
조금 전까지 집에는 돌아가야 한다고 했던 영성이 형이 환호성을 터트리며 호수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던 형수님이 살짝 귀띔해 주었다.
“낚시를 좋아하거든.”
“낚시? 아!”
호수의 풍경이 좋아서 이곳에 올 생각은 했지만 낚시는 생각도 못 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아버지도 낚시를 좋아하시는데 한번 물고기가 있는지나 확인해 보자.
호수로 다가가자 진짜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졌다. 몽환적인 검은 하늘을 온전히 담고 있는 호수는 미동도 없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드문드문 호수 위로 운무가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야, 규성아. 여기 진짜 기가 막힌다.”
“좋죠? 저도 저번에 시간이 없어서 잠깐 스쳐 지나가기만 했어요.”
그때 어느새 뒤따라온 아라가 옷을 홀라당 벗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아라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아라가 그대로 물에 들어갔다.
첨벙! 첨벙!
“헤헤헤! 좋은 것이다!”
“위험하진 않겠지?”
영성이 형이 아라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지만 저번 방문 때 똑같은 질문을 아라에게 던진 적이 있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전하대요.”
“안전하다고? 누가?”
“아라가요.”
“엥?”
그사이 아라는 수영을 하다가 푹 잠수를 했다. 곧이어 푸하! 하고 물 밖으로 나왔는데,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었다.
“맛있는 것이다!”
“오, 물고기도 있네!”
근데 어떻게 맨손으로 잡은 거냐.
하긴 3급 각성자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못 잡을 것도 없네.
이내 물 밖으로 나온 아라를 형수님이 수건을 꺼내 닦아 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라는 양손에 한 마리씩 잡은 물고기를 생으로 뜯어먹으려 했다.
“아라야?”
“음? 아! 이규성규성도 먹고 싶은 것이냐?”
“아니. 구워 줄게.”
“오오! 굽는 것이냐!”
어차피 이 근처에 텐트를 깔려고 했다.
온천도 여기서 멀지 않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지.
‘오히려 텐트를 칠 만한 곳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저번에 텐트를 쳤던 숲의 경계선이나 숲 안쪽도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그 어디에 텐트를 쳐도 실패가 없는 좋은 장소였다.
“여기다가 깔까?”
“음, 여긴 어때요. 여보?”
적당히 평평한 풀 바닥에 터를 잡은 부부를 보며 나도 주변을 잘 살폈다.
그리고 부부의 텐트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저번처럼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규성규성! 또 잡은 것이다!”
아라가 까르륵거리며 계속해서 생선을 잡았다. 지구의 생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대충 손바닥보다 조금 큰 애들이었다.
땅! 땅! 땅!
결계 막대기를 박고 완성된 텐트 내부를 정리했다. 곧이어 보끔이에게서 짐들을 꺼내 정리하자 순식간에 보금자리가 완성되었다.
화르륵!
화로에 불을 피워 아라가 잡은 생선을 굽기 시작했다. 일단은 대충 손질했는데 그냥도 먹는 아라인 만큼 문제없이 먹겠지.
‘냄새 좋네.’
가지고 온 소금과 후추, 그리고 엠버그릴을 생선 위에 솔솔 뿌렸다. 어느샌가 수건으로 몸을 두른 아라가 내 곁에서 몸을 앞뒤로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 냄새 좋은데?”
영성이 형도 텐트 설치를 마치고 이쪽으로 왔다. 어느새 형수님은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계셨다.
“한번 확인해 봐도 되냐?”
“어? 그거 뭐예요?”
“던전 탐사 필수품이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확인할 수 있는 아티팩트다.”
아니 왜 나는 저런 걸 몰랐지?
역시 경험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며 형이 가져온 아티팩트를 봤다.
생선을 대자 아티팩트가 파란색으로 빛났다.
“먹을 수 있어. 여러 색깔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파란색은 가장 좋은 신호야.”
“와, 그거 얼마예요?”
“이거? 1억 조금 넘었나?”
“…….”
내가 몰랐던 이유가 있었군.
저렇게 비싼 물품들은 애초에 텐트를 제외하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생선을 구우며 가장 먼저 익은 걸 아라에게 건넸다. 아라는 뜨겁지도 않은지 받자마자 뼈째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으음!”
만족스러워하는 얼굴이 흐물흐물했다.
그리고 그런 표정이 채 가시기 전에 나는 끊임없이 생선을 구워 제공해야 했다.
‘이것도 꽤 중노동인데?’
이러다가 재성이의 요리 실력을 내가 따라잡게 되지 않을까?!
정신없이 생선을 굽다 보니 어느새 형수님이 다가와 말했다.
“규성 씨도 이제 좀 드세요. 제가 구울게요.”
“아니야, 아니야. 내가 할게. 당신은 쉬고 있어.”
아라는 다시 호수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아라가 잠시 빠진 틈을 타 나는 생선 굽기를 영성이 형에게 넘겨주며 구운 생선 하나를 손에 들었다.
“뼈째로 먹어도 되더라. 진짜 맛있어.”
화로 앞에 선 영성이 형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형수님도 옆에서 어서 먹어 보라는 듯 웃었다.
손에 들린 생선은 확실히 지구에서 본 종류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금과 후추, 그리고 엠버그릴까지 뿌린 이상 맛이 없을 수 없겠지.
“잘 먹겠습니다.”
뼈까지 씹어도 된다는 말에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담백한 생선의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음?!”
꽤 괜찮았다.
아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물론 내가 만든 농작물을 먹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름 나쁘지 않았다.
“괜찮은데요?”
“내가 말했잖아. 맛있다고.”
생선을 구운 영성이 형이 마크투에게 던져 줬다. 마크투는 마치 강아지처럼 날아오는 생선을 받아먹었다.
“귀엽네. 나도 슬라임 한 마리 키워 볼까.”
아무래도 영성이 형은 아라보다 마크투가 더 좋은 모양이었다. 밀짚모자를 쓴 마크투도 나름 귀엽기는 하지.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다.
영성이 형이 낚싯대를 가져올 걸 하며 투덜거리는 걸 제외하면 힐링이 쏟아지는 시간이었다.
“꺄하하!”
“아라, 너?”
호수에서는 아라와 형수님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나와 영성이 형은 옆구리에 슬라임을 낀 채 누워 있었다.
“사진 좀 찍어야겠다. 히야, 어떻게 저런 하늘이 있을 수 있냐. 평생 하늘만 봐도 질리지 않겠네.”
영성이 형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잠이 솔솔 오려는 가운데…….
찰칵!
“엉?”
영성이 형이 사진을 찍다가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상체를 일으켜 세우자 형이 내게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규성아, 이게 뭐냐?”
“어디 봐 봐요.”
사진에는 별하늘과 별개로 다른 게 찍혀 있었다. 그건 바로…….
“알프헤임?”
-(꜆ᴗ͈﹏ᴗ͈)꜆
내 말을 듣자마자 요정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별빛벌레를 타고 온 요정 하나가 덜덜 떨며 영성이 형을 경계하고 있었다.
“뭐야, 여기까지 나왔네?”
“규성아, 아는 몬스터냐?”
“어, 몬스터라기보다는 요정이에요. 원주민?”
“원주민!”
형이 마치 유레카를 외치듯 소리 지르자 요정은 더욱 겁에 질려 거리를 벌렸다.
“아이코.”
“잠시만요.”
나는 영성이 형을 잠시 두고 요정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좀 진정했는지 요정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ノTдT)ノ!
“뭐라는지 모르겠네. 잠시만.”
나는 곧바로 호수에서 놀고 있는 아라를 불렀다.
“아라야!”
“왜 부르는 것이냐!”
“알프헤임이 왔어. 통역 좀 해 줄래?”
“오오!”
아라가 후딱 뛰어나왔다. 그 뒤를 형수님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따라왔는데, 알프헤임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정?”
나랑 똑같은 반응이네.
이내 아라에게 요정의 말을 통역해 달라고 하자 곧장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오! 대단한 것이다!”
“왜? 뭐라는데?”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알프헤임이랑 별곰이랑 전쟁인 것이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