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57)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58화(57/119)
인천에 위치한 다솜 보육원은 평소와 달리 살짝 들뜬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정소연이 온다는 소식에 이미 이틀 전부터 신이 난 상황이었다.
“소연이 누나가 이번에는 뭘 사다 줄까?”
“야! 넌 맨날 소연 언니한테 뭘 받을 생각만 하냐? 철 좀 들어!”
“이번에는 다른 사람도 같이 온다고 하던데 아라홍련 길드원인가? 유명한 각성자가 왔으면 좋겠다.
“포식자 강한울! 직접 보고 싶다!”
각성자는 이제 연예인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어쩌면 연예인보다도 더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직업이 각성자였다.
실제로 불을 뿜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능력을 지녔으니 아이들의 동경은 당연한 것이었다.
“애들아, 방 청소는 다 했니?”
““예!!””
보육원의 원장인 위지혜가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아이들을 보고 미소 지었다.
벌써 30년 넘게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최근 들어 웬만한 근심 걱정이 전부 사라졌다.
‘이제 곧 올 시간이네.’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 위지혜를 보며 보육원 아이들은 저들끼리 쑥덕댔다.
“도깨비 선생님 또 웃는다.”
“소연 언니가 오니까 좋은 거겠지.”
“하긴 소연이 누나 덕분에 보육원 가구들이 싹 바뀌었으니까.”
평소 도깨비라 불릴 만큼 엄격했으나 정소연이 올 때만큼은 천사가 되는 위지혜였다.
그녀의 교육 지론은 항상 예의를 중시하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었기에 자칫 깐깐할 수 있었으나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원장 선생님, 손님 오신 거 같아요.”
“오! 지금 바로 나갈게요.”
보육원의 다른 선생님이 웃고 있는 위지혜를 향해 말했다.
이내 아이들도 원장의 뒤를 따라 우르르 나서자 그곳에는 이제 막 정문을 지나고 있는 정소연과 이규성이 있었다.
“와아! 아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규성의 등에 업힌 아라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건물 밖에 나오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소연이 오랜만이야. 아이고, 어서 오세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는 원장인 위지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규성이라고 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는데 규성 각성자님이 구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이미 뉴스로도 다 본 이야기인데.”
아라가 곰곰이를 품에 안은 채 규성의 등을 엉금엉금 내려갔다.
그런 아라를 살펴보던 아이들이 곧 관심을 보여 왔다.
“야, 쟤 귀가 이상해!”
“와, 동물 귀다. 귀여워!”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은 곰 인형을 들고 있는 아라를 귀엽게 바라봤다. 외모로는 웬만한 아역 배우보다 훨씬 귀여운 아라였다.
“어? 아라야!”
“홍준인 것이다!”
일전에 본 적이 있는 홍준이 아라에게 다가갔다. 낯선 사람이 있어서 뜸을 들이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냉큼 아라에게 달라붙었다.
“진짜 왔네!”
“온 것이다!”
“옷도 예쁜 거 입었네!”
“입은 것이다!”
홍준이가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자 다른 아이들도 서서히 다가와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야?”
“아라인 것이다!”
“하하하. 말투가 웃겨!”
그렇게 금세 친해진 아이들이 보육원의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그사이 어른들은 나름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아이는 이규성 각성자님의 따님이신가요?”
“조카입니다.”
저번에 들었던 것과 같은 거짓말에 정소연이 슬쩍 이규성을 쳐다봤다. 뜨끔한 규성은 애써 시선을 돌려 모르는 척했다.
“아, 선생님. 제가 선물을 좀 챙겨 왔는데…….”
“어머! 선물이라니 오히려 저희가 준비해야 하는 건데……. 안 그래도 저희도 약소한 선물을 준비했거든요.”
위지혜가 먼저 무언가를 건넸다.
규성이 감사를 표하며 받아 보더니 이내 살포시 웃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별거 아닌 선물이지만, 각성자님께는 부족한 게 없으실 거라 생각되어 이런 거라도 준비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한테도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규성이 받은 건 아이들이 만든 듯한 조잡한 케이크였다. 안에 편지도 들어 있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읽어 본 규성은 웃음이 나왔다.
-이규성 각성자는 몇 급이에요? 대박 각성자?
-돈은 얼마 벌어요? 찐빵 몇 개 살 정도로 버는지 궁금해요
-홍준이 오빠를 구해 줘서 감사함니다
-초능력 구경하고 싶어요!!!
각성자에 대해 궁금한 점이 가득 적힌 내용에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 나왔다.
“저희 일단 안쪽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그러시죠.”
보육원의 안으로 들어간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뛰어놀기 바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처음 만나 본 아라는 정신이 없음을 느끼면서도 나름 즐겁게 놀았다.
“이거! 이것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와아아!”
밖에서는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아라를 보며 모두가 감탄하는 가운데 건물로 들어간 규성은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미 정소연을 통해 공간 확장 아티팩트의 존재를 알고 있는 보육원의 선생님들은 끝없이 나오는 음식들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감사함을 표했다.
“어머, 먹을 걸 가져와 주셨구나. 고마워요. 감사히 먹을게요.”
속으로는 차라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이나 피자를 사 오셨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내 정소연이 보이는 반응에 모두가 당황했다.
“규성 씨!”
“예?”
“저, 저도 같이 먹어도 되나요?”
“물론이죠. 하하.”
잔뜩 기대하는 정소연의 시선에 규성이 다시 한번 웃었다. 그러고는 괜찮으면 지금 아이들을 불러서 먹여도 되냐 물었다.
“음, 조금 있다가 곧 저녁 시간이었는데 괜찮겠네요. 보라 선생님, 애들 좀 불러 주실래요?”
“네.”
위지혜는 정소연의 반응을 보며 이규성의 음식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큰 기대는 없었다.
‘맛있기야 하겠지만.’
아이들을 불러 모은 뒤 배식을 준비했다.
이내 준비가 끝나고 음식을 담은 통의 뚜껑을 열자…….
“허억!”
“이, 이게 무슨 냄새야?”
“와아, 맛있는 냄새!”
선생들은 물론이고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까지 모두가 놀라서 모여들었다.
“도, 도대체 음식에 뭘 하신 거죠?”
“뭘 했다기보다는 그냥 제 능력입니다.”
“아! 이규성 각성자님의 능력이군요!”
능력이라고 표현하자 단숨에 납득하는 위지혜였다. 곧이어 모두가 새어 나오는 침을 애써 삼키며 배식을 시작했다.
“이규성규성. 나도 또 먹어도 되는 것이냐?”
“당연하지. 애들이랑 같이 먹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규성은 아라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애들 주려고 가져온 거니까 조금만 적게 먹자. 아라는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따로 더 많이 해 줄게.”
“응!”
규성이 가져온 것은 고구마 맛탕이 전부가 아니었다. 고구마로 만든 피자와 샐러드도 있었다.
“맛있어! 우와!”
“이거 뭐야! 이렇게 맛있는 피자 처음이야!”
“냠냠!”
생각보다 조용했다.
왜냐하면 모두 먹느라 입을 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각성자의 능력!’
그러나 모두들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속으로는 경악과 감탄 사이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규성 씨! 이거 대체 뭐예요?”
“예?”
“아니! 저번에 먹었던 고구마랑 다른 거 같은데요?! 효과도 다르고요!”
두 눈이 토끼 눈처럼 동그래진 정소연이 호다닥 물었다. 그러면서도 양손에 맛탕과 피자를 챙기는 모습이 그녀다웠다.
[마력 고구마 피자]섭취 시, 0.5초간 [금강불괴] 획득.
2분 동안 모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내성 미약하게 상승.
2분 동안 체력이 감소하지 않음.
전체적으로 상향된 효과들과 더불어 금강불괴 능력까지 더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고구마 맛탕의 능력도 일부 변했다.
[마력 고구마 맛탕]섭취 시, 0.5초간 [금강불괴] 획득.
[금강불괴]가 끝난 이후 1시간 동안 신체 강화 LV.3 획득.신체 강화의 지속 시간이 짧아진 대신 레벨이 두 단계나 뛰었다. 규성은 이를 두고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약한 능력으로 길게 가는 것보다 확실한 능력으로 제때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 판단했다.
“규성 씨, 이거 제가 개인적으로 구매해도 될까요?”
“같은 길드원이니 당연히 됩니다. 아예 길드에 조금씩 납품할 생각이에요.”
“오오! 좋아요! 사실 맛도 맛이지만, 이 능력들을 보니까 웬만한 버프 아이템보다 좋은 것 같아요. 이거 던전 필수품이 되겠는데요?”
액체 합성으로 포션들을 합성하며 돈을 벌었던 규성도 정소연의 말에 동의했다.
그가 생각해도 그의 농작물들은 꽤나 효과가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런데 그런 작물이 무더기로 쏟아지지.’
대부분은 슬라임들의 뱃속에 들어가지만 탐식의 던전에 밭을 개척한다면 어느 정도 재고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꿈에 부푼 상태로 규성도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살짝 아쉬운 도우의 맛에 재차 빵을 직접 만들 생각을 했다.
‘제빵도 배워 볼까.’
어느새 규성이 챙겨 온 음식들은 대부분 동이 났다. 일부러 넉넉하게 챙겨 왔음에도 거의 비어 있는 통들을 보며 규성은 괜히 뿌듯함을 느꼈다.
“하아, 배불러.”
“근데 더 먹고 싶어!”
“난 그냥 먹다가 죽을게.”
아이들이 식탁에 엎드려 만족을 표하고 있을 때 원장인 위지혜가 규성에게 다가와 말했다.
“정말 잊지 못할 파티였어요. 설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규성 각성자님은 진짜 대단한 능력자시네요.”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모두가 즐기는 모습을 보니까 괜히 저도 기쁘네요.”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 선생 하나가 다가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말했다.
“저, 원장 선생님.”
“네. 무슨 일이시죠?”
“손님이 또 오셨는데요?”
“손님이? 누가 오셨죠?”
“아라홍련 길드원이라고 하시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소연을 향했다.
그러나 소연도 사전에 들은 바가 없었기에 당황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아까 길드에도 들렀다 왔는데, 그때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는데…….”
중얼거리던 소연은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으세요?”
규성이 묻자 슬쩍 눈치를 살핀 정소연이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2팀장님한테 오늘 규성 씨를 만나기로 했다고 얘기했거든요. 어떻게 알음알음 알아내서 2팀장님이 오시는 거 아닐까요?”
“한울 형님이요?”
그때 그런 정소연의 추측을 증명하듯 커다란 웃음소리가 나왔다.
“으하하하! 좋구만!”
“진짜네.”
저 멀리서 보육원 부지를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었다.
“아, 저분은……?!”
“누구……?”
강한울에게 꿇리지 않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남성이 흐뭇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옆에는 한석준 길드장이 못 말린다는 얼굴로 따라붙고 있었다.
“길드장님까지?”
“허억! 아라홍련의 길드장님이 오신 건가요?”
깜짝 놀란 위지혜가 되물었으나 규성과 소연도 정신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정소연은 그런 규성에게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렸다.
“2팀장님 옆에 계신 분, 아실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각성자님이신 이노 준이치 님이에요.”
“예? 설마 그 8급 각성자, 이노 준이치요? 혼자서 일본에 있는 8급 던전 하나를 때려 부쉈다는?”
“네에…….”
규성은 속으로 외쳤다.
아니 그런 대단한 사람이 대체 여기를 왜 굳이 찾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