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5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59화(58/119)
대한민국의 각성자들에게도 나름의 순위가 있었다.
이는 그간 활동해 온 이력과 나름의 인지도를 통해 측정되고는 했다.
테러 길드의 섬멸자 최성혁, 철혈 길드의 블러드본 김태양, 고조선 길드의 성녀 하민 등등.
수많은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슈퍼스타가 존재했고, 사람들은 그런 슈퍼스타들을 동경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이노 준이치라고 합니다! 핫핫핫!”
그리고 불사라는 칭호를 지닌 이노 준이치는 일본의 슈퍼스타였다.
나이가 많은 각성자 중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간의 업적들을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나를 아는 체한다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단은 마주 인사했지만 여전히 사고가 따라가지를 않았다. 이거 무슨 몰래카메라인가? 사실 이노 준이치가 아닌데 사칭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애초에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부터가 수상했다.
‘외모는 분명 이노 준이치가 맞는데…….’
TV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가끔씩 한국에 방문한다는 걸 알고 있긴 했으나 설마 이렇게?
내가 당황스러워하자 한석준이 슬쩍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갑작스레 방문하게 되어 정말로 죄송합니다. 보육원 분들에게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시죠.”
위지혜 원장님이 사람들을 내부로 안내했다.
그러나 강한울과 이노 준이치는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설마 저거……!”
한울 형님이 통에 남은 음식을 보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제가 가져온 거 맞습니다.”
“먹어도 되나?”
“남은 거긴 한데, 그거라도 괜찮으시다면 상관없습니다.”
“오오! 고맙네!”
그때 이노 준이치도 내게 다가와 은근한 기색으로 말했다.
“저도 좀 먹어 봐도 되겠습니까?”
“예. 남은 건 다 드셔도 됩니다. 그런데 한국어 정말 잘하시네요.”
“교류가 있다 보니 따로 익히게 되었습니다. 아라홍련과 초창기부터 알고 지냈거든요. 하핫.”
어색하게 미소 짓던 준이치였으나 이내 한울 형님의 비명과 같은 탄성을 들으며 화들짝 놀랐다.
“아아니이이!!!”
그 모습을 정소연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2팀장님. 여긴 저희 길드가 아니라고요?”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어떻게 참을 수 있냔 말이다! 이해할 수가 없군! 어째서 규성 동생의 음식은 더 맛있어질 수가 있는 거지?!”
한울 형님의 반응에 준이치가 냅다 피자 한 조각을 한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봤다.
“……!”
입은 쉴 틈 없이 오물거리고 있었는데 시선은 계속해서 나를 쫓았다. 어? 한석준 길드장님도 은근슬쩍 드시고 계시네.
“이런 음식은 생전 처음 먹어 봅니다! 이, 이게 정말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맛이란 말임나?”
얼마나 흥분했는지 한국말이 엉키는 준이치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미소 짓는 길드원들이 보였다.
“으하하하! 어떠냐, 준이치! 대한민국에는 무려 규성 동생이 있다고! 규성 동생이 있는 한 그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크윽!”
준이치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붉어졌다. 혹시 화가 나신 건가 하며 살펴보자 준이치는 고구마 맛탕 하나를 집더니 분노의 먹방을 시전했다.
“움마~~~!!”
뭔 소리래.
소 울음소리 같은 탄성을 지르면서 남은 음식을 불도저처럼 쓸어 담았다.
그 모습에 한울 형님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준이치, 이놈이……!”
그러고는 격렬한 푸드 파이팅이 시작되었다.
아니 시작될 뻔했다.
“크흑! 이것밖에 없다니…….”
아쉽게도 남은 음식이 많지 않았다.
결국 맛만 볼 정도로 먹을 수 있었던 한울 형님과 준이치는 상당히 아쉬워하며 손가락을 빨았다.
“후우, 이규성 각성자님.”
“예. 준이치 님.”
“혹시 일본으로 넘어오실 생각 없습니까? 제 모든 권한을 사용해서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죠.”
“하하…… 말씀은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
대뜸 영입부터 하려는 걸 보니 눈이 돌아간 듯했다. 물론 농담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웃으며 대응할 수 있었다.
“어이! 준이치!”
그런데 한울 형님은 진담으로 들은 모양이셨다.
“감히 우리 규성 동생을 넘봐? 규성 동생을 데려가려면 나부터 넘어야 할 거다!”
“하하핫! 많이 컸구나, 강한울. 어디 언제 한번 예전처럼 붙어 보겠나? 내가 이기면 이규성 각성자님은 내가 데려가겠네.”
둘 사이의 농담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가 슬쩍 옆을 봤는데 뭔가 심상치 않았다.
얼굴이 굳은 한석준 길드장님, 그리고 소연 씨도 긴장한 표정으로 나와 저 둘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아니, 농담 아니었어?’
분위기가 갑자기 요상해졌다.
결국 내가 나서서 중재했다.
“저…… 농담 아니었습니까?”
“흥! 준이치, 저놈이 농담을 할 작자가 아니지! 진심으로 동생을 데려가려고 했던 게야!”
“핫핫핫! 이 음식들의 아이템 효과를 보면 누구라도 욕심이 생길 수밖에! 게다가 맛까지 훌륭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주변으로 강자들의 기세가 느껴졌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한석준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규성 님이 이미 정중히 거절했습니다만. 농담은 여기까지 하시지요.”
“크흠! 죄송합니다, 이규성 각성자님. 농담이 지나쳤군요.”
웬일로 굽히지 않을 것 같던 준이치가 사과를 해 왔다. 호리호리한 한석준의 눈치를 슬쩍 살피는 모습이 의외였다.
‘길드장님을 무서워하는 건가?’
단번에 분위기를 휘어잡은 한석준이 조금 달라 보였다. 그러고 보니 길드장님도 왕년에는 한가락 하셨었지.
그런데 천하의 8급 각성자인 준이치가 우리 길드장님을 무서워하다니?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일본에는 한번 놀러 와 주십시오. 제가 한번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어이, 준이치.”
그럼에도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는지 내게 명함을 건네는 준이치였다. 그 모습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한울 형님이 뭐라 했지만 준이치는 꿋꿋하게 명함을 전달했다.
나야 뭐 인맥이 늘면 좋겠지.
“갑작스런 방문에 죄송했습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라홍련의 사람들과 준이치가 보육원 아이들과 한 차례 사진을 찍어 주고 떠날 준비를 했다.
갑작스런 만남조차도 꽤나 흥미로웠던 일정을 끝내는 사이 한울 형님께서 은근슬쩍 물었다.
“끝인 건가?”
“예?”
“더 가지고 있는 거 없나?”
아이고, 많이 아쉬우셨나 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정말 다 떨어졌다.
평소에는 아라가 먹을 여분의 간식이 있었지만 오늘은 짐이 많았던 탓에 그조차도 없었다.
“으음, 아쉽지만 할 수 없군. 다음 기회를 노려 보도록 하지.”
“예. 아, 혹시 손님분께서 언제쯤 일본으로 돌아가시나요?”
“바쁜 녀석이라 아마 내일 바로 떠나겠지.”
한울 형님의 대답에 준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혹시 한국에 더 남아 있으면 이규성 각성자님의 요리를 더 먹을 수 있는 겁니까?”
“저도 여유가 많은 건 아니지만 한 번 정도는 대접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오! 그러면 기꺼이 더 남아 있겠습니다! 며칠 걸리신다면 일본에 돌아갔다가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 핫핫!”
보육원을 나서면서도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이 두 귀를 쫑긋거렸다.
나는 졸려 하는 아라를 등에 업은 채 말했다.
“내일 어떠세요?”
“어떻게든 시간을 내겠습니다!”
“나도 시간 많다네, 동생!”
“저도 괜찮을까요?”
준이치와 한울 형님, 그리고 소연 씨까지.
말은 하지 않으셨으나 한석준 길드장님의 눈도 빛나고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에 길드 건물에서 뵙겠습니다.”
“오오! 정말인가? 고맙네, 규성 동생!”
손님 대접을 해 주려 한 건데 어째 한울 형님이 더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한울 형님에게 붙잡혀 좌우로 흔들리며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아! 혹시 제 동생을 불러와도 될까요?”
“동생? 규성 동생한테 동생이 있었어?”
“예. 요리를 하는 녀석인데, 제 농작물에 관해서는 제일 잘 아는 녀석이에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 동생이 요리를 해도 될까요?”
“물론이지! 괜찮지 않겠습니까, 형님?”
한울 형님의 말에 길드장님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생각지도 못하게 동생을 끌어들이게 되었는데 녀석도 집에서 연구만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좀 봐야 실력이 늘지 않겠어?
“음, 제가 일본에서 데려온 전용 주방장도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규성 각성자님의 동생분에게 한 수 배워도 되겠습니까?”
“아, 오히려 제 쪽에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 동생도 많이 배울 것 같습니다.”
이노 준이치 전용의 요리사라면 굉장한 실력자일 게 분명했다. 아마 일본 내에서 장인이나 명인이라 불릴 정도의 주방장이겠지.
그런 사람과 요리를 한다면 아마 재성이도 배우는 게 많을 거다. 하지만 그만큼 압박도 많이 받겠지.
‘일단 물어본 다음에 하고 싶다고 하면 데려와야겠다.’
그렇다면 우선은 던전에 돌아가 재료부터 준비해야겠다. 예상치 못한 일정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모든 게 재성이가 차릴 식당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었으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미래의 고객들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 *
-아니, 형! 그게 무슨……?
재성이에게 연락하여 내일 있을 이벤트를 말하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여 왔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굳이 올 필요는 없어.”
-으음…….
“아, 그리고 이노 준이치라고 일본에서 온 각성자 있거든? 그 사람 전용 주방장이 있는데 그 주방장도 참가할 거래.”
-이노 준이치? 한번 검색해 볼게.
잠시 통화가 멈췄다.
그사이 나도 슬쩍 이노 준이치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 마침 그와 연관된 사람들도 함께 검색이 되었다.
‘시모모토 오리에?’
그리고 준이치가 말했던 전용 요리사의 정보도 나왔다. 의외로 젊은 여자였는데 경력을 보니 꽤나 화려했다.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네. 거기다 우리랑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서 재성이가 기죽겠는데?’
비슷한 또래가 훨씬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달성한 걸 보면 재성이가 주눅 들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재성이의 목소리가 굉장히 들떠 있었다.
-형! 나 무조건 갈게!
“그래?”
-어! 설마 시모모토 오리에가 한국에 있다니!
“아는 사람이야?”
-그럼! 요리에 진심인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나이도 어린데 각종 요리 경연 대회를 전부 석권한 요리 천재야! 설마 그런 분을 내가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각성자 업계로 치면 해외 유명 길드의 엄청난 루키인 건가?
-형, 정말 고마워! 와, 씨. 내일 사인받아 둬야겠다.
“……재성아, 팬미팅에 가는 게 아니라 요리하러 가는 거다. 착각하면 안 돼?”
-물론이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이 정도로 흥분한 재성이를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았다. 말하는 기색이 평소 응원하던 아이돌이라도 보러 가는 모양새였다.
-안 되겠다.
“뭐가?”
-형! 나 지금 형네 던전으로 갈게.
“뭐? 지금? 밤이 늦었는데?”
-미리 준비해야지! 내일 아침이라며!
아무래도 재성이의 마음에 제대로 불을 지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