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59)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0화(59/119)
다음 날 아침.
졸려서 눈을 비비는 아라를 등에 업고 아라홍련으로 향했다. 보끔이가 들어 있는 배낭은 재성이가 메고 있었다.
“후우, 후우.”
“긴장되냐?”
“어! 설마 시모모토 오리에를 두 눈으로 직접 보다니…….”
“…….”
요리하는 걸 긴장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재성이의 속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라홍련 길드까지 온 우리는 미리 연락을 받고 마중 나와 있는 한울 형님을 만날 수 있었다.
“으하하하! 왔구만!”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녕하십니까.”
재성이가 꾸벅 인사를 하자 한울 형님이 무턱대고 악수부터 건넸다. 재성이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손을 맞잡았다.
“으하하하! 규성 동생이랑은 조금 다르군!”
“칭찬 감사합니다.”
그게 왜 칭찬이니, 동생아?
우리는 길드 건물 내부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도착한 구내식당은 거대한 오픈형 주방이 설치된 세련된 장소였다.
“길드장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서 와요, 규성 님.”
이미 길드장님을 비롯한 처음 보는 길드원들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날 보았던 이노 준이치와 요리사의 복장을 하고 있는 젊은 여성이 눈에 보였다.
“오오.”
재성이가 억눌린 환호성을 내뱉었다.
이 수많은 각성자들에게 둘러싸인 것보다 저 일본 요리사 한 명이 더 신경 쓰이나 보다. 강심장이라고 해야 할지,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할지…….
“여러분, 이번에 아라홍련에 새로 들어온 각성자이신 이규성 님입니다. 언제 한번 소개하려 했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군요.”
한석준 길드장님이 나서서 나를 소개해 주었다.
나는 길드원들에게 인사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1급 각성자 이규성입니다. 길드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 주신 덕분에 길드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 신입은 언제나 좋죠. 환영합니다.”
“와, 1급 각성자인데 가입할 정도면 능력이 궁금한데요? 아! 절대 1급이라고 무시한 건 아닙니다!”
“환영해요, 규성 씨!”
길드원 전부가 모인 건 아니겠지만 10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진심으로 내게 환영을 해 주었다.
사실 낙하산이라고 여겨질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다들 길드장님을 신뢰하고 있구나.’
길드장님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분명 나를 가입시킬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얼굴들이었다.
“마침 제 능력을 보여 드릴 자리가 만들어져서 기쁘네요.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제 동생인데 여러분께 요리를 해 줄 겁니다.”
“요리?”
지금 보니 사전에 공지가 안 된 모양이었다.
슬쩍 길드장님과 한울 형님, 그리고 소연 씨를 보자 악동과 같은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환영회라고 알고 있었는데.”
“뭐, 어차피 오늘 일정은 다 비워 뒀으니까 상관없지 않나.”
갸웃거리던 사람들은 이내 기대감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내가 능력을 선보일 거라고 한 것에 호기심이 생긴 눈치였다.
“핫핫핫!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성 님!”
“하하. 어차피 요리는 제 동생이 할 거라서 저도 오늘은 구경꾼입니다.”
그사이 재성이는 보끔이한테서 요리 재료들을 꺼내고 있었다. 전날 새벽에 나와 같이 열심히 손질하고 다듬은 농작물들이 튀어나왔다.
“Can I take a look?”
흠칫!
오리에 주방장이 관심을 표하자 재성이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밀봉된 재료들을 살펴보는 오리에 주방장의 눈이 점차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모습이었다.
“으하하하! 정말 기대되는군! 형님, 저희 쪽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한석준 길드장님의 말에 어디서 기다리고 있던 건지 모를 요리사 복장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 주방을 원래부터 사용하던 아라홍련의 요리사들 같았다.
“오오, 오리에 쉐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그런데 어째 하나같이 반응이 내 동생과 비슷했다.
요리사들이 모여서 숙덕대며 의논하기 시작했다. 있는 재료를 통해 무얼 만들지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재성이가 영어도 꽤 하네. 의외인데.’
하긴 해외 유학까지 생각했던 녀석인데 영어 정도는 기본인가.
생각해 보니 나는 각성자가 되겠다며 혼자 바삐 구르고 다니고, 각성자가 된 이후에도 이것저것 하느라 동생들이 뭘 하고 지냈는지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 줘야지.
이내 순식간에 의견이 정리된 요리사들이 각자 자리에 배치되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손을 맞춰 보는 것일 텐데 일사불란한 모습이 대단했다.
‘재성이도 기특하네.’
쟁쟁한 요리사들 틈에서 기죽지 않고 딱딱 제 할 일을 하는 재성이가 대단해 보였다.
“규성 동생.”
“예, 형님.”
“동생은 예전부터 요리를 했던 건가?”
“예. 프랑스로 요리 유학도 가려 했었는데 제가 각성자가 되느라 기회를 놓쳤습니다.”
내 말에 한울 형님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갸웃거렸다.
“규성 동생이 각성자가 된 거랑 무슨 상관인가?”
“저희 집이 부도가 나서요. 부족한 돈으로 저를 각성시키기 위해 무리했죠.”
“허어, 그거참 미안한 이야기구만.”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옳은 선택이었으니 나쁜 일은 아니죠. 유학이야 지금이라도 보내 줄 수 있게 됐고.”
“그건 그렇지! 하하!”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후회를 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앞으로를 계획하는 게 더 건설적이다.
못해 준 만큼, 아니 그거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줄 일만 남았다.
“첫 번째 요리 서빙해 드리겠습니다.”
서버가 첫 요리를 가지고 왔다.
이미 요리가 시작될 때부터 침을 고이게 하는 환상적인 냄새가 식당 내부를 감싸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쭉 내밀며 대체 어디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건지 주방을 살폈었는데 이제 그 실체를 확인할 시간이었다.
“전체 요리입니다. 리코타 치즈와 특별한 토마토, 당근, 오이, 던전 식물인 폴그래스로 만든 샐러드입니다. 마찬가지로 던전 식물인 아이스드릴을 액체화시켜 소스로 곁들였습니다.”
확실히 주방에서 만든 건 달랐다.
그동안 집에서만 만들었던 요리와 달리 플레이팅이나 소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재료까지 곁들인 게 눈에 띄었다.
쪼르르륵!
“와인은 보르도 지역의 파고 드 꼬스입니다. 2014 빈티지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의…….”
우와, 구내 식당에서 와인까지 따라 주는 거야?
애초에 요리의 구성이 코스처럼 나오는 걸 보고 설마 했지만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이게 대한민국 5위 길드의 위엄. 아니, 그러면 그 위의 길드는?’
내 옆에 찰싹 붙어 앉은 준이치가 와인으로 먼저 입을 적시고 기대 어린 눈길로 샐러드를 포크로 찍었다.
나는 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그냥 샐러드만 먹었다.
“음?!”
오, 이거 대박인데?
재료들이 모두 괜찮게 어우러졌다. 솔직히 내가 가져온 야채들 말고는 전부 처음이거나 낯선 것들이라 걱정했는데…….
“대박!”
“아니, 샐러드가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앞으로 나는 다이어트할 때 절대 샐러드 못 먹겠다. 이렇게 맛있는 샐러드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절대 예전으로 못 돌아가!”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뭐, 기대했던 반응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샐러드를 계속 입에 넣었다. 그런데 양쪽에 있는 두 건장한 형님들이 계속해서 눈치를 주었다.
“역시 규성 님의 재료는 환상적이군요. 하지만 어제 느꼈던 그 감각은 더욱 대단했습니다.”
“흥! 아직 샐러드일 뿐이다, 준이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으라고!”
재료의 손질이 이미 대부분 되어 있고 주방에 사람도 많았기에 요리가 금방금방 나왔다.
그리고 샐러드 정도는 약과였다는 듯 점점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맛과 풍미의 향연에 사람들이 잠잠해졌다.
달그락- 달그락-
우걱우걱 쩝쩝!
말이나 감탄조차 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데 모든 걸 바치겠다는 듯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웃긴 건 한두 명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게 이렇게 조합이 되면 이런 맛이……?!’
내 재료들과 주방에 있던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어 맛을 극대화시켰다. 이미 익숙하다고 느꼈던 내 작물들의 숨겨진 맛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 이래서 요리를 하는구나.
속으로 감탄을 터트리며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우흑, 우흐흐흑.”
“주, 준이치 님?”
이노 준이치가 고구마 퓨레를 곁들인 뿔소의 고기를 먹다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이번에는 한울 형님이 눈물을 보이셨다.
“…….”
형님은 비록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준이치보다 훨씬 많은 양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계셨다.
기계적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두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기괴했다.
“하아, 규성 님.”
“준이치 님, 괜찮으세요?”
“예, 괜찮습니다. 그보다 정말 감사합니다.”
준이치가 애써 눈물을 닦아 내고는 코를 풀었다. 그러고는 내 양손을 꼭 붙잡고 머리를 숙여 왔다.
“제게 이런 경험을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 또 감사합니다. 전날 제게 먼저 권유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만족하신 듯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일본에 오실 일이 있으시거나, 그게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하시면 제가 준 명함을 통해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오. 규성 님의 일이라면 제가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달려오겠습니다.”
“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네요.”
훈훈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사이 메인 디쉬가 끝나고 디저트의 차례가 왔다. 디저트 또한 내 재료들로 만든 것들이었다.
“속에는 고구마 무스, 겉에는 초콜릿을 굳혀 만들었습니다.”
“당근의 단맛을 극대화시켜 만든 아이스크림입니다. 곁에 있는 마스무스의 시럽을 곁들여 드시면 좋습니다.”
“가지를 농축시켜 만든 쿠키입니다. 아티팩트 오븐으로 구워 내어 더욱 풍미가 깊게 만들었습니다.”
원래라면 단기간에 만들기 불가능한 요리들이 아이템과 아티팩트의 힘을 이용해 금방 탄생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신세계를 경험하며 재성이가 왜 그렇게 요리 연구를 하려 했던 건지 깨달았다.
‘요리의 세계도 만만치 않게 깊구나.’
내가 아는 요리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요리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구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나중에 돈을 충분히 벌어서 재성이의 식당을 차려 줄 때는 이런 아이템이나 아티팩트들도 고려를 해야겠다.
“하아, 진짜 꿈을 꾼 것 같아.”
“우리가 지금 뭘 경험한 거지? 우리가 밥을 먹은 거야, 아니면 다른 세상에 갔다 온 거야.”
마지막 후식으로 나온 차와 커피를 즐기며 그제야 사람들의 말문이 열렸다. 각자 감상을 말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후우, 오늘은 저희도 정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나와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짝짝짝짝!
휘익-!
“오늘 정말 멋졌어요! 대박이에요!”
“요리하신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감동을 경험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성이가 있었다.
녀석의 정보가 도움이 되었는지 아라홍련의 요리사들과 오리에 주방장이 재성이에게 서로 공을 돌렸다.
“처음 사용해 보는 재료였지만 재성 님 덕분에 완벽에 가깝게 다룰 수 있었어요.”
“Thank you very much, 재성.”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재성이를 보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의 노력이 보답받는 느낌이었다.
재성이도, 그리고 나도.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성이가 답지 않게 눈물을 글썽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덜컥하며 멈췄다.
“응? 재성아?”
갑작스런 움직임에 걱정이 된 내가 부르자 재성이가 당황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혀, 형.”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너무 흥분해 가지고 머리가 아팠나?
몸에 이상이 생긴 건가?
사람들이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 걱정스레 바라봤다. 여러 나쁜 상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재성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 이상한 게 보여.”
“뭐?”
“각성? 가, 각성했다는 글자가 보이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