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화(6/119)
방울토마토의 수확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간은 금이었다.
나는 마크투의 체액과 독독이의 독, 그리고 혹시 모르니 당근 10개를 모두 챙겨서 던전 밖으로 나왔다.
“밤을 새워도 쌩쌩하네.”
각성자의 뛰어난 체력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덕분에 나는 다시 용산으로 돌아왔다.
“영성이 형!”
“뭐야? 이틀 연속으로 오고 별일이다?”
나는 준비해 놓은 마크투의 체액과 독독이의 독, 그리고 이번에 수확한 당근 하나를 카운터에 올려놨다.
“이것들 좀 분석해 줄 수 있어요?”
“분석? 당연히 되지. 근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너 던전 들어간다고 안 했어?”
“퀘스트 때문이죠, 뭐. 던전은 들어갔다 왔어요.”
“으음, 진짜 별일 없는 거 맞지?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 걱정돼서 그래.”
“그럼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영성이 형은 잠시 의문스런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카운터 위에 올려진 물건들을 살펴봤다.
“그래서 이게 다 뭐냐?”
“이건 슬라임 체액이고 요건 독이에요. 얘는 이번에 던전에서 발견한 당근.”
“슬라임 체액이나 독은 그렇다 치고 당근? 던전에 당근도 있어?”
“봐 봐요. 딱 봐도 지구의 당근은 아니잖아요.”
“색이 오묘하긴 하네. 이것들을 샅샅이 분석해 달라는 거지? 며칠 걸릴 수도 있어.”
“예. 아, 그리고 혹시 슬라임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아니면 정보라도.”
“고약한 퀘스트에 걸린 모양이구나. 형이 한번 주변에 연락해 볼게.”
“감사합니다, 형.”
내 표정이 밝은 걸 봤는지 영성이 형이 피식하며 물건들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나온 형에게 나는 부탁을 하나 더 했다.
“형, 혹시 씨앗이나 종자를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던전에서 나는 걸 말하는 거지?”
“그렇죠.”
“우리 가게에 조금 있긴 할 텐데……. 잠시만 기다려 봐라.”
잠시만이라고 했으나 영성이 형은 가게 내부를 한참 동안 뒤졌다.
있는 건 확실한데 딱히 팔릴 일도 없고, 살 일도 없으니 어디다 두었는지 잊은 듯 보였다.
“하아. 규성아, 미안하다. 이거 하나밖에 못 찾겠네. 나중에 더 찾아볼 테니까 그건 다음번에 올 때 가지고 가라.”
“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근데 무슨 씨앗이에요?”
“그, 뭐였더라? 그, 그…….”
투명한 봉투에 싸인 씨앗들이었는데,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눈대중으로 확인해 보자 대략 200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 양이었다.
“아! 엠버그릴!”
“엠버그릴이 뭐죠?”
“던전에서 최초로 발견한 허브라고 알고 있거든? 네가 오늘 가져온 거 분석 의뢰 맡길 양반이 나한테 줬던 거야. 보다시피 팔리진 않았지만.”
“허브구나.”
허브는 또 의외다.
향신료로 분류해야 하나? 아니면 약?
“원하던 게 아니냐?”
“아니요. 이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던전에서 가지고 나오는 씨앗이나 종자가 거의 없다는 걸 아는데.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죠.”
“다음에 다른 것도 구해다 놓을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형.”
영성이 형이 슬라임과 관련하여 지인에게 연락을 하는 사이 엠버그릴에 대한 정보도 곧장 검색해 봤다.
“약재로도 쓰일 수 있고 향도 좋은 허브라…….”
이거 어쩌면 대박일 수도 있겠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녀석은 잎을 따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상추나 배추처럼 통째로 뜯어다 쓰는 놈이라 한번 심고 한번 수확할 수 있는 식물이었다.
“이건 좀 아쉽네.”
잎만 따다가 사용할 수 있는 종류였으면 계속 우려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건 불가능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던전에서 기르고 있는 레일라도 뿌리 식물이라 한번 수확하면 끝이었다.
“씨앗을 따로 분리해서 활용해야겠다.”
그리고 이왕 씨앗을 사 갈 때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종류의 식물들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슬라임들이 많이 먹는다는 걸 알았으니 한번 수확하고 끝인 것들은 조금 부담이 있었다.
“딸기랑 가지, 오이? 이 정도인가?”
그렇게 혼자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을 하고 있는 사이 영성이 형이 통화를 마치고 다가왔다.
“일단 의뢰는 해 놨고 다음 주나 다다음주에 결과 올 거야. 슬라임에 대한 건 내가 폰으로 자료 보내 줄게.”
“돈은 얼마 정도 나올까요?”
“됐어, 무슨 돈이야. 아는 사람이라 그쪽도 그냥 무료로 해 주는 거야.”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까지 이러면 제가 부담스러워서 안 돼요.”
“아니, 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통화해 볼래?”
영성이 형은 폰을 들이대다가 이내 슬라임에 관한 정보를 내게 전송했다.
“됐고. 나중에 잘되면 한 턱 쏴라.”
“알았어요. 고마워요, 형.”
“으으. 징그러우니까 볼일 다 봤으면 빨리 가.”
하여간 솔직하지 못한 형이다.
나는 그대로 가게를 나와 생각해 두었던 씨앗들을 더 사고 간이 사다리를 구입했다.
“휴우.”
하수오 종자는 사지 않았다.
대신 직접 구매했다.
‘하수오는 자라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아무리 마크투가 빠르게 자라게 한다지만 기본이 년 단위인 하수오는 기다릴 수가 없다.’
저번에 포션을 팔았던 모든 금액에다가 추가로 모아 두었던 쥐꼬리만 한 돈도 쏟았다. 덕분에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가득 찼다.
“얘들아, 나 다녀왔다. 오!”
어느새 다 수확하고 정리까지 하였는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방울토마토가 보였다. 당근 때와 같이 빛깔이 불투명하게 빛나며 반짝이는 모습이 예뻤다.
“크기는 평범하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의 당근보다 훨씬 컸던 던전 당근과 달리 토마토는 일반 방울토마토와 비슷한 크기였다.
“어디 보자. 이거 개수는 따로 못 세겠네.”
이제 보니 크기는 같았지만 양은 훨씬 많아 보였다. 나중에 무게를 잴 만한 기계도 들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어림짐작으로 계산해 보았다.
“으음…… 너무 많은데? 100kg 정도 되려나?”
한 번 수확에 대략 100kg의 방울토마토가 나왔다. 총 100그루가 있으니 한 그루당 1kg의 방울토마토가 나왔다는 소리였다.
[마력이 깃든 방울토마토 LV.1]희미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보유한 마나량에 따라 3분간 독 내성을 얻게 됩니다. 이후 영구적으로 극소한 독 내성 상승.
“아이템이다.”
이번에는 독 내성 능력이 나왔다.
생각해 보니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토마토도 같이 가져가서 의뢰했어야 하는데.
“뭐, 어차피 또 가긴 해야 하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제 당근과 토마토가 생겼으니 과채즙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했다.
하수오야 원래 언제든 구할 수 있었던 거니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기에 나는 토마토와 당근을 갈아 섞었다.
“아마 이건 안 되겠지?”
퀘스트가 원하는 건 액체 합성을 활용해 만든 과채즙일 것이다. 이렇게 그냥 섞는 게 정답은 아니겠지.
[각성 퀘스트 : 공물을 바쳐라]제시되는 아이템을 모아 제출하십시오.
마력이 깃든 하수오 : 1/1
직접 만든 마력이 깃든 과채즙 : 0/5
역시나 카운팅이 되지 않았다.
나는 실패작이 된 토마토 당근 쥬스를 그대로 원샷 때렸다.
“크으!”
[3분간 시력…….] [3분간 독 내성…….]두 개를 그냥 섞어서 만들었는데도 효과는 그대로였다. 이건 또 처음 보는 발견이었다.
“포션은 그냥 섞으면 안 되는데 이건 되네?”
무조건 액체 합성으로만 효능이 보존되던 포션들과 달리 이 과채 쥬스는 아무렇게나 섞어도 문제없었다.
이걸 잘 생각해 보면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자연스레 방울토마토 하나를 집어다 먹었다.
톡!
“흐업!”
쥬스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상큼달콤한 화려한 맛이 입 안을 지배했다. 마치 생긴 것과 같이 보석을 연상시키는 맛이었다.
“와아, 이거…… 못 멈추겠는데?”
손이 계속 토마토로 향했다.
당근도 맛있었지만 이건 묘한 중독성이 느껴졌다.
꾸물-
꿀렁!
지켜보던 슬라임들이 왜 너만 먹냐고 항의하듯 꾸물거렸다. 그러나 내 입 안은 토마토로 가득 차는 바람에 말을 할 겨를이 없었다.
꿀꺽.
“미쳤다. 얘는 그냥 무조건 아주 무조건 그냥 갖다 팔아야 해!”
너무 흥분해서 말이 헛나오는데 흥분한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느껴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생길 정도로 돌아 버린 맛이었다.
“가족들 것도 따로 챙겨 놔야겠다. 근데 이거 따로 보관하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신병 슬라임이 내게 다가오더니 꾸물대기 시작했다.
“뭐야, 뭔데?”
꿀렁- 꿀렁!
“네가 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꾸물!
대체 무슨 수로 재배한 농작물을 보관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방법이 있으니 이러는 거겠지?
“그래. 네가 관리해라.”
꾸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독독이도 다가와 신병을 돕기 시작했다. 뭘 하나 지켜보았다. 본인들의 체액으로 토마토와 당근들을 감싸고 있었다.
“으음, 기분이 묘하지만 저게 정답이니 저러는 거겠지?”
뭐…….
어차피 물로 씻어서 먹을 텐데 저 정도는 상관없겠지? 썩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거다.
“쿨타임아, 빨리 돌아라!”
이제 남은 건 액체 합성의 쿨타임뿐이었다.
* * *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건물.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이 건물은 아라홍련 길드의 소유였다.
대한민국 5대 길드에도 손꼽히는 아라홍련 길드는 각 분야와 담당에 따라 각성자들의 부서가 나뉘어 있었는데, 그중 연구 부서에 속한 김승현은 갑자기 받은 부탁으로 투덜대고 있었다.
“시간이야 있지만 귀찮게시리.”
혼잣말을 중얼대는 그의 손에는 슬라임의 체액과 영문 모를 독, 그리고 조금 특이하게 생긴 당근이 들려 있었다.
최영성이 분석을 의뢰한 상대는 다름 아닌 아라홍련 길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연구 각성자인 김승현이었다.
“부장님, 아니 영성이 형님 부탁만 아니었어도, 쯧.”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눈은 조금 전부터 당근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태생이 연구가인 김승현은 던전에서 나왔다는 당근을 보고 연구욕이 올라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일단 조금만 맛봐도 괜찮지 않을까?”
독이 있을지도 모르고 혹시 모를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꾸만 맡아져 오는 향긋한 당근 냄새에 김승현은 입맛을 다시게 되었다.
“일단 기계에 먼저 돌려 보자.”
간신히 유혹을 견뎌 낸 승현은 각각의 물건들을 따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0분 정도가 지나자…….
“……뭐야, 이거.”
승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흥분으로 인한 떨림인지, 아니면 공포로 인한 떨림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게 있다고? 이게 말이 돼?”
승현이 확인한 건 부탁받은 세 개 모두 다였다.
그리고 셋 모두의 결과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슬라임의 체액이라고? 말도 안 돼. 이건 정밀 분석을 더 해 봐야 해. 그리고 이 독은…… 시간은 좀 오래 걸리지만 확정적으로 마비를 만든다니 이게 가능한 결과야? 이것도 보류.”
자꾸만 믿을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오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남은 당근의 결과를 보았다.
“섭취자의 마나량에 따른 시력 상승효과라니 이게 말이 돼? 포션도 아니고 고작 당근이?”
게다가 정밀 분석을 해야 알겠지만 영구적으로 시력이 오르는 효과도 있음을 어렴풋하게 확인한 김승현이었다.
안 그래도 최근 버프 포션들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부서 전체가 정신없는 와중에 이런 물건을 발견했으니 김승현의 눈이 돌아가는 것도 당연했다.
“하! 이런 물건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그 형님은?”
그때 누군가가 연구를 하느라 정신이 없던 김승현을 불렀다.
“어이, 승현이.”
“어? 한울 팀장님?”
“이거 아주 정신이 없구만. 뭘 그렇게 보고 있었어?”
“아, 용산에 영성이 형님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이 이 물건들을 분석 좀 해 달라고 부탁해서 한번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길드 일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고?”
“잠시 머리 좀 식힐 겸 하고 있었어요. 근데…….”
뜸을 들이는 김승현을 보며 아라홍련 길드의 2팀장 강한울은 무언가가 있음을 눈치 챘다.
“뭔데 그래?”
“이거 개인적인 부탁이라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최영성이가 내 친구인 거 알잖아! 괜찮아, 괜찮아. 말해도 돼.”
“그럼 이것 좀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음?”
데이터 표를 확인한 강한울은 어깨를 으쓱했다.
“난 이런 거 못 읽어.”
“이건 독입니다. 근데 발동하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 거의 100% 먹히는 독이에요.”
“뭐? 이건 좀 쓸 만하겠는데? 최근에 연구부장이 트롤 몇 마리 좀 포획해 달라고 했었는데 이걸 쓰면 손 쉽겠어.”
“그리고 이 당근…….”
“그래, 이거 신기하게 생겼더라. 모형은 아니지?”
“네, 던전에서 나온…….”
아드득!
김승현이 채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강한울이 한입 씹어 먹었다.
김승현은 그 당근이 이미 인체에 무해함을 확인했기에 문제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설명도 듣지 않고 씹어 먹는 겁 없는 강한울의 행동에는 놀랐다.
“우음? 우으으음!?”
아작아작!
기묘한 소리를 내며 당근을 씹던 강한울은 한 입 더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런 그의 시야에는 시력이 상승했다는 상태창이 표시되고 있었다.
“팀장님 어떻습니까? 시력 상승 효과가 떴나요?”
“맛있어! 이거 엄청 맛있어! 이거 어디서 났다고? 최영성이가 맡겼다고?”
“그, 그게…….”
“승현이, 난 먼저 퇴근한다! 으하하하!”
“티, 팀장님? 아니…….”
인연이 닿고 닿아 슬라임 파머의 제1호 고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