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2)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3화(62/119)
즉흥적으로 결정하긴 했으나 준비는 철저했다.
이번에는 아예 탐식의 던전에 밭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보관해 놓았던 빵 맛이 나는 던전 곡물의 씨앗과 고추, 양파, 마늘, 상추, 그리고 마지막으로 벼 모종, 즉 쌀의 종자까지 준비했다.
“준비 끝인 것이다!”
아라가 수수께끼의 괭이를 치켜들며 외쳤다.
마치 전장에 나서는 전사와 같은 분위기를 뿜었다.
수수께끼의 물뿌리개를 비롯한 나머지 물건들은 전부 보끔이에게 맡기고 곰곰이를 챙겼다.
슬라임은 총 4마리.
마크투와 보끔이, 그리고 신병 2마리를 일행에 포함시켰다.
“갔다 올게.”
이번에는 독독이가 최고참이 되어 밭에 남겨졌다. 그러자 마치 책임을 지고 감독하겠다는 듯 크게 꿀렁거리는 독독이였다.
참고로 마크투와 독독이는 레벨 4가 되었다.
오늘 분량의 액체 합성은 이 둘을 레벨 4로 만드는 데 사용했다. 그간 꾸준히 슬라임을 만들고 합성했는데 레벨 3의 녀석들도 몇몇 있었다. 다음번에는 보끔이도 레벨 4로 만들어야지.
레벨 4로 진화한 마크투와 독독이의 능력은 대충 이러했다.
[마크투(슬라임) LV.4]평범하지 않은 슬라임이다. 이규성의 사역마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농사 LV.3
[독독이(슬라임) LV.4]평범하지 않은 슬라임이다. 이규성의 사역마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독 LV.3
이름이 내가 항상 부르던 이름으로 바뀌었다.
아라의 경우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는 딱히 크게 변한 건 없었는데 능력들이 레벨 업했으니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었다.
“독독이 독도 챙겼고…… 나도 준비 끝. 이제 가 볼까?”
혹시 몰라 레벨 4로 진화한 독독이에게서 독을 챙겼다. 요정들이 기르고 있는 멜루카 꽃에 분명 강한 독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별곰이 죽고 내뿜는 독으로 멜루카 꽃이 핀다고 했었는데…….’
슬쩍 곰곰이를 보자 아라의 손을 맞잡고 있던 녀석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몸을 부르르 떨며 나를 쳐다봤다.
-크, 크앙?
“응. 아무것도 아니야.”
이거 아무래도 독독이의 레벨부터 빨리 올려야 하는 거 아니야? 강한 독이 필요하다니 독독이 밖에 대체재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던전에 들어가 강력한 몬스터의 독을 구해올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우선은 독독이의 독으로 시도해 보자. 그래도 안 된다면 독독이를 최우선으로 레벨 업시켜 봐야지.
결국 이기는 건 나다.
‘그때까지 요정들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준비를 모두 끝낸 우리는 계단을 내려갔다.
곰곰이는 이전의 일이 생각났는지 슬쩍 굳은 채 아라의 품에 안겨 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단의 높이가 좀 높긴 해.
다녀오면 사다리든 뭐든 구조물을 설치해 두기로 하고 일단은 문 앞에 섰다.
-던전의 주인, 아라(탐식)를 확인합니다.
-입장이 허가됩니다.
-남은 마력 : 0/10
철컥-
“어?”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다시금 메시지가 눈앞에 생성되었다.
-남은 마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단에 마력을 채워 주십시오.
“아……!”
그동안 남은 마력, 남은 마력 하길래 뭔가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게 탐식의 던전을 들어가는 데 필요한 마력이란 건 처음 알았다.
갑자기 막히자 아라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런 것이냐, 이규성규성?”
“안 들어가져. 마력이 부족하대.”
“헉!”
두 눈이 땡그래진 아라가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 그러더니 문을 두드렸다.
“똑똑! 열어 주는 것이다!”
“응. 안 돼.”
아무래도 마력을 채워 줘야 하는 것 같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네. 제단에 마력을 채워 주라고 했었지?
일단은 애들을 데리고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아라가 나왔던 제단처럼 생긴 구조물을 만져 보았다.
“마력을 부으면 되나?”
근데 난 고작 1급인데?
게다가 전투 각성자와 달리 나는 능력을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나를 사용할 수 없었다.
“……잠깐만.”
제단을 자세히 보자 홈이 파여 있는 게 보였다. 지금까지는 그냥 장식이나 무늬라고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아닌 것 같았다.
“마석?”
생긴 게 딱이었다.
마석은 몬스터의 몸속에서 발견되거나 던전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에너지원이었다.
광석처럼 생긴 마석은 그 형태가 전부 균일했는데 색에 따라서 그 등급이 나뉘었다.
“이거 딱 마석 모양인데?”
그리고 제단에 난 홈은 마석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꽂아 끼우면 될 것 같은 느낌.
생각을 했으면 지금부터 필요한 건 행동이었다. 나는 곧바로 마석을 구매할 준비를 했다.
아마 아라홍련 길드에서 구매하면 될 거다.
그러면 시중에 나와 있는 마석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전날에 돌아왔는데 곧바로 아라홍련에 가야 하네.’
너무 자주 본다고 놀릴 것 같았지만 당장 필요하니 어쩌겠나.
그것보다 문제는 이 제단에 끼울 마석이 어느 정도의 등급을 필요로 하는 건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마석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가격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마석으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라 낮은 등급의 마석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무턱대고 샀다가 돈을 날릴 수도 있는데 말이야…….”
뭐, 이런 일에 도움을 받으려고 길드를 가입한 거 아니겠나. 사정을 말하고 일단 등급별 마석을 받아 와서 사용해 보고 안 되는 것들은 환불받아 보자.
* * *
“안녕하십니까, 이규성 각성자님. 길드에서 왔습니다.”
“안녕인 것이다!”
설마 마석 배달을 직접 해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길드 매니저에게 연락을 하자 주소를 불러 달라 하더니 곧장 사람이 왔다. 덕분에 나는 던전 근처의 카페에서 편하게 마석을 받을 수 있었다.
아라가 처음 보는 아라홍련의 직원에게 애교를 부리자, 상대의 표정이 녹아내렸다.
“마석은 확실히 전달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전달 사항에 따르면 사용하신 마석을 제외하고는 전부 반품이라고 들었는데 맞으실까요?”
“예.”
“그러면 내일 같은 시간에 여기 나와 있겠습니다. 아니면 따로 시간을 정해 두실까요?”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으로 하죠.”
마석을 배달해 준 길드 직원은 그 말을 끝으로 인사를 하고는 다시 돌아갔다. 이래서 각성자들이 다들 길드에 가입하는 거구나.
‘편리하네.’
나는 직원이 주고 간 상자를 살폈다.
칸이 나뉜 상자의 안에 여러 색상의 마석들이 곱게 담겨 있었다.
최하급인 붉은 마석부터 6등급인 남색 마석까지.
특히 6등급 마석부터는 가격이 최소 억대가 넘어가기에 괜히 조심스러웠다. 제발 탐식의 던전이 6등급 마석을 필요로 하지 않기를.
“먹는 것이냐?”
“마석이라고 하는 거야.”
“음?! 본 적이 있는 것이다! 맛있는 것이다!”
아라는 마석도 먹어 본 모양이다.
하긴 아라라면 먹어도 봤을 것 같다. 몬스터도 먹어치울 수 있는 만큼 몬스터 내부의 있는 마석도 먹어 봤겠지.
아니, 오히려 먹어 보지 못한 게 없을 것 같았다. 웬만해서는 다 먹어 봤을 것 같은데?
‘지구의 먹거리는 처음이겠지만.’
아라가 마석, 특히나 가장 비싼 6등급의 남색 마석을 보며 침을 흘렸다. 나는 슬쩍 아라를 경계하며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이건 먹는 게 아니야. 탐식의 던전을 열려고 가져온 거야.”
“응!”
대답은 잘하네.
그러나 여전히 침을 흘리며 내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주의해야겠군.
마석을 챙겨서 던전에 다시 돌아왔다.
이미 준비는 다 끝내 놓은 상태였기에 탐식의 던전만 열면 됐다.
“자, 일단 1등급부터…….”
최하급 마석을 제단의 홈에 끼워 보았다.
그리고 내 짐작이 맞았다는 듯 마석은 홈에 딱 들어갔다.
우웅–
묘한 진동 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이내 붉었던 마석의 색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남은 마력 0/10
그와 동시에 뜨는 메시지창.
그런데 숫자가 여전히 0이었다.
“아니 먹어 놓고 0이면 어쩌자는 거야. 다시 뱉어 내.”
1등급짜리 마석은 고작해야 10만 원 이하다.
대체로 5에서 6만 원 정도 하는데 부담은 없었으나 괜히 손해를 본 기분이었다.
‘이거 잘 골라야 하나?’
낮은 순서대로 사용해 볼 생각이었는데 그리되면 마나만 빨리고 수치는 올라갈 것 같지가 않았다.
처음부터 남은 마력을 올릴 수 있는 마석을 사용한다면 그런 손해를 없앨 수 있을 것 같은데…….
“됐다. 어차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 둬야 다음에도 헷갈리지 않고 맞는 마석을 살 수 있겠지.”
남은 마력 수치는 결국 소모성이었다.
지금 마력을 채운다고 해도 결국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는 뜻.
그러니 첫 기회인 지금 낮은 순서대로 시험해 보며 확실히 알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주황색.”
2등급 마석. 가격은 대략 20만 원 선.
마석을 꽂자 다시 진동이 느껴지며 메시지창이 떴다.
-0
그리고 여전히 수치의 변화는 없었다.
확실한 건 제단이 마나를 흡수한다는 건데, 아무래도 꽤 많은 양의 마나를 필요로 하는 듯했다.
“후우. 괜찮아. 아직까지는.”
노란색 3등급 마석. 가격은 대략 80에서 100만 원 선.
솔직히 버는 돈이 있어서 크게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었지만 얼마 전까지 소시민에 불과했던 나로서는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이런 금액을 감내할 만큼 탐식의 던전의 가치는 높았다.
-0!
“놀리냐.”
이제는 느낌표까지 달아서 나오는 메시지창을 보며 이죽거렸다.
그때 내가 하고 있는 걸 지켜보던 아라가 문득 마나를 모두 소모해 회색으로 변해 버린 마석을 집어 들며 물었다.
“이건 먹어도 되는 것이냐?”
“응? 그것도 먹게? 먹어도 되긴 해.”
내 허락이 떨어지자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인 아라가 마석을 그대로 입에 넣어 씹었다.
“으음~!”
꼭 사탕을 먹는 것 같은 반응에 나도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맛있어?”
“맛있는 것이다. 으음, 뿅! 하기도 한 것이고 낼름? 하기도 한 것이다.”
뭔 소리지. 아무래도 내가 느낄 수 없는 맛을 아라는 느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미각이 훨씬 발달한 건가.
나머지 빈 마석들도 맛있게 씹어 먹는 아라를 보며 나는 슬슬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4등급……!”
4급 몬스터를 잡아야 나오는 마석.
5급부터는 상위로 구분되기에 하위 등급의 끝판왕이라 볼 수 있었다.
영롱한 초록색의 보석과 같은 느낌.
가격은 무려 300만 원 이상부터 1,000만 원 이하까지 순도에 따라 크게 나뉘었다. 내가 구한 건 가장 순도가 낮은 300만 원어치였다.
“제발 이걸로 좀 만족해 줘라!”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석을 끼웠다.
그러자 금세 허옇게 변해 가는 마석을 보며 내 안색도 덩달아 하얘졌다.
두구두구두구!
머릿속으로 긴박한 북소리가 울리고…….
이내 메시지가 눈앞에 등장했다.
-1
“와! 됐다!”
드디어 올랐다!
나는 기쁜 마음에 아라를 번쩍 들어 올려 목마에 태웠다. 아라는 영문도 모른 채 텅 비어 버린 마석을 손에 쥐고 기뻐했다.
“에헤헤! 헤헤!”
“휴! 다행이다. 더 올라갔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5등급 마석의 가격은 최소 3,000에서 시작되었다. 아무리 내가 돈을 잘 번다고 해도 여기서부터는 부담이 백배였다.
그렇게 아라를 어깨 위에 올린 채 기뻐하다가 문득 냉정해졌다.
“……잠시만.”
나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남은 마력 1/10
“1?”
300만 원, 아니 1, 2, 3등급 마석들까지 사용했으니 거의 400만 원을 태워서 고작 1을 올렸다고?
“이거 돈 먹는 하마잖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력이 소모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 기억에 의하면 처음 입장 당시에는 분명 7의 마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난 거의 2,800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이제 된 것이냐? 출발하는 것이냐, 이규성규성?”
“…….”
정말 이름값을 하는구나, 탐식의 던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