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3)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4화(63/119)
탐식의 던전에 다녀온 이후 최영성 부부의 일상은 크게 변하고 말았다.
탐식의 던전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일까.
오히려 후유증이 생긴 부부였다.
“다시 갈 날을 위해서 열심히 재활해야지.”
“근데 여보. 나 거의 다 나은 거 아니야? 솔직히 멀쩡한데?”
“그건 그래.”
최영성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언가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80kg짜리 덤벨을 한 손으로 들고 까딱거리며 손목을 움직이던 김시영은 남편이 무얼하나 궁금해 다가갔다.
“뭐 해요?”
“응? 아, 이거? 저번에 규성이한테 내가 한번 술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거든. 그거 조사하고 있어.”
“술?”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시영을 향해 최영성이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니, 내가 마시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규성이 작물로 술을 만들면 무슨 맛일지 궁금해서 말이야. 만약 맛이 좋으면 규성이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는 거겠지.”
“흐음, 그걸 굳이 당신이 한다고?”
“어, 어? 아니 뭐 이제 아라홍련에서 할 것도 없고 당신도 다 나았고 하니까 시간도 있겠다……. 그냥 규성이한테 은혜도 갚을 겸 해 주는 거지 뭐.”
“여보, 너무 구질구질하게 변명하는 거 아니야?”
“으응?! 아, 아니 이게 왜 변명이야? 사실인데?”
최영성이 당황한 듯 말하자 김시영의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졌다. 그러자 금세 최영성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시영의 팔짱을 붙잡았다.
“아이, 여보. 내가 좀 도와줄 수도 있지. 솔직히 나도 흥미가 있었던 건 부정하지 않을게.”
“적당히 마셔야 돼요?”
“아이, 그럼! 그리고 이건 마시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그 과정에서 조금 맛을 볼 수는 있겠지만…….”
띠리리리-
최영성의 말이 끊겼다.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한 최영성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길드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길드장이라는 단어에 김시영의 귀가 쫑긋거렸다. 8급 각성자의 강력한 청각이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부장님,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이노 준이치 각성자님이 한국에 방문했었습니다.
“오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언론에서 조용한 걸 보니 조용히 왔다가 갔나 봅니다?”
-맞습니다. 사실 이규성 각성자님 때문에 사적으로 방문하셨거든요.
“규성이 때문에? 아! 요리 때문이군요!”
한때 아라홍련의 간부 중 한 명으로서 이노 준이치를 몇 번 본 적이 있는 최영성이기에 단숨에 이유를 파악했다.
“준이치 각성자도 만족했겠군요!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하하. 맞습니다. 매우 흡족해하셔서 보는 저도 기분이 좋더군요. 될 수 있으면 다음번에 해외 각성자들이 내한할 때에도 규성 님께 부탁드리고 싶더군요.
“오, 좋은 생각입니다.”
가벼운 말들이 오가고 한석준이 통화를 건 진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연락드린 건 최영성 부장님이 술을 연구하실 거라는 소식을 들어서요.
“2팀장이 말했나 보군요. 입 싼 녀석 같으니.”
-사실 그 일을 조금 전에 일본에 귀국하신 준이치 각성자님께 말씀드리니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이시면서 최영성 부장님, 그리고 규성 님과 함께 해도 되냐고 물어 오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제의에 최영성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노 준이치의 미식에 관한 열정은 그도 알고 있었다. 사실 준이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각성자들, 특히 세계 정상에 위치한 각성자들의 경우 대부분 미식을 추구했다.
‘더 이상 자극적인 것도, 즐길 것도 없는 거지.’
각성자들은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목숨을 건 스릴을 매일같이 즐기며 살았다.
그렇기에 웬만한 일에는 감흥조차 없었고 쌓여 가기만 하는 부와 인기, 그리고 명예로 삶이 지루해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그나마 즐길 거리가 남은 게 바로 미식의 영역이었다.
“이노 준이치 각성자는 분명 주류에도 조예가 깊으신 걸로 압니다.”
-맞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말하길 두 개의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한 곳은 꽤나 유명합니다.
“흠, 협업을 하게 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최영성은 혼자서도 자신이 있었다.
그간 연구원으로 일했던 감각으로 술도 해체 분석해서 왜 맛있는 건지, 어떻게 좋은 향이 나는 건지 모조리 화학적 공식으로 도출해 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 준이치의 양조장이 합체되면?’
더 짧은 시간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그러면 혹시 그쪽 연락처를 알 수 있겠습니까?”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부디 잘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
같은 시각 일본에 위치한 한 식당.
이노 준이치는 시모모토 오리에가 주방장으로 있는 식당에 이재성을 데려와 직접 안내해 주고 있었다.
“여기가 주방입니다.”
“…….”
지금껏 꿈꿔 왔던 휘황찬란한 주방이 멋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역시 일본에서도 손에 꼽히는 각성자의 식당답게 돈을 아끼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떻습니까, 재성 씨?”
“좋습니다. 의욕이 마구 샘솟는군요.”
“아, 참고로 말을 못 한 게 있는데 여기서 일을 하시면서 능력의 발현 또한 날마다 연습할 겁니다. 선생으로 저희 길드원 한 명을 붙여 드릴 테니 잘 배우도록 해 주십시오.”
“생각지도 못한 배려입니다. 감사합니다, 준이치 님.”
그렇게 한참 주방을 둘러보던 중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새하얀 옷으로 무장한 이들.
‘오리엔탈 퀴진’의 요리사들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이가 드물었다.
젊은 요리사들 중에서는 거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이들.
그중에 오리에도 있었기에 안면을 익힌 재성이 묵례를 하며 아는 척했다.
준이치는 흐뭇하게 웃으며 마침 주방에 도착한 요리사들을 한데 모았다.
“미리 들으셨겠지만 여기는 새로 들어온 신입 요리사, 이재성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고 오늘부터 여러분의 동료이니 부디 잘 가르쳐 주세요.”
준이치의 말에도 요리사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그나마 재성을 알고 있는 오리에가 먼저 손뼉을 치자 마지못해 치는 모습들이었다.
“흐흠.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군요.”
모두 영어로 소통이 되고 있었기에 재성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저 과묵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턱!
그때 준이치가 가지고 온 보따리를 주방 탁자 위에 올려놨다.
“여러분. 우선은 이걸 하나씩 시식하고 다시 소개를 시작하도록 할까요?”
준이치는 8급 각성자였지만 결코 요리사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서 요리와 미식은 소중했다.
이곳의 모인 요리사들은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을 가진 이들. 단지 시모모토 오리에에게 가려졌을 뿐, 유럽 미슐랭 식당의 주방 정도는 프리패스할 실력자들이었다.
한마디로 자존심이 셌는데, 준이치가 여유롭게 웃어넘겨 주고 있었다.
“오이?”
“이건 가지인가.”
“근데 이건 뭐지? 품종 개량이 된 건가? 생김새가 특이하네.”
“준이치 씨가 가져온 거니까 평범한 건 아니겠군.”
재성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던 이들이 보따리가 풀리자 드러난 작물들에는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미 규성의 작물을 맛봐 본 오리에는 살짝 떨리는 모습으로 작물을 만졌다.
“응? 오리에 셰프는 이걸 알고 있는 건가?”
“셰프! 뭐 좀 아시는 거 있으세요?”
오리에는 말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일단 손질이 된 재료들을 무턱대고 요리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것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귀한 건지 알고 있어서 오히려 그때보다 조심스러워진 반응이었다.
“일단 향을 맡아 보고, 촉감도 느껴 보고 맛도 보고 해 주십시오.”
준이치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오리에의 눈에는 그런 준이치가 사악하게 느껴졌다.
이 귀한 것들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라니!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요리사들의 반응이 걱정되었다.
오독!
“으음? 으으으음?!!”
“우웁! 이거 뭐야!”
준이치의 말대로 생으로나 자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향을 맡아 보던 이들이 하나둘씩 맛을 봤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했다.
“아, 아니 이건 대체…….”
“준이치 씨! 대체 이것들을 어디서 구한 겁니까! 살면서 이런 채소는 처음 경험해 봅니다!”
“이건 말도 안 돼. 요리의 의미마저 퇴색시킬 맛이야. 내가 과연 이 재료들을 다룰 수 있을까? 아니, 감히 내가 그럴 자격은 될까?”
그런 그들의 반응을 감미롭게 느끼고 있던 준이치가 환하게 웃었다.
“어떻습니까? 대단하죠?”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오리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오리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요리사들이었다.
“자, 여기서 다시 소개하죠. 여러분? 한국에서 온 새로운 요리사인 이재성입니다.”
“가, 갑자기?”
누군가 중얼거렸지만 이내 뒤로 이어지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 재료들을 만든 게 바로 여기 있는 이재성의 형님이신 이규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에 합류하게 된 재성 덕분에 그러한 작물들을 정기적으로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
모두의 시선이 재성에게 집중되었다.
병풍처럼 서있던 재성은 그제야 묵묵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재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창한 영어 발음.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오리엔탈 퀴진’의 요리사들은 이 어려 보이는 청년의 인상이 다소 변하는 걸 느꼈다.
“그 재료들을 더 다뤄 보고 싶으면 여기 있는 재성을 잘 대해 줘야 할 겁니다. 핫핫핫!”
그 말을 끝으로 준이치는 서로 인사들 하라며 자리를 피했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떠돌았지만 오리에 주방장이 먼저 나서며 깨졌다.
“멀리까지 오신 걸 환영해요, 재성.”
“감사합니다, 셰프.”
“감사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당신의 재능을 보고 우리 가게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 데려온 거니까.”
자신 넘치는 오리에의 말에 재성은 살짝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게 얼굴에 티가 나진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을 데려온 건 당신의 재능 때문이에요. 각성자로서 각성한 능력도 그렇고 그날 선보였던 요리 센스도 그렇고 당신은 어느 정도 증명했어요. 절대 당신의 형 때문에 당신을 데려온 게 아니에요.”
“오리에 셰프, 갑작스레 의견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말씀하세요.”
“저는 제 형의 작물도 저의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최종 목표는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형의 작물을 가장 잘 다루는 요리사가 되는 거예요.”
“…….”
어찌 보면 한정된 재료만을 다루겠다는, 일류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자로서는 썩 좋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대답에 옆에 있던 백인 요리사가 옹호했다.
“힘들겠군. 미슐랭 3스타 요리사가 더 쉬운 길이겠어.”
그가 물꼬를 트자 다른 이들도 제각각 의견을 보탰다.
“이런 식재료는 굉장한 영감을 주는 동시에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 줘. 그냥 먹는 것보다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요리를 못해서 망쳐 버리면?”
“정말 힘든 길이군. 하지만 재수 없기도 해.”
“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개인의 목표를 가지고 남이 뭐라 할 수는 없겠지.”
그런 그들을 향해 재성은 덤덤하게 말했다.
“마음껏 부려 주십시오. 어차피 형의 작물을 다뤄야 하는데 평범한 재료들 정도야 당연히 완벽하게 숙지해 놔야겠죠.”
“……다시 한번 느끼지만 역시 재수 없군.”
“우리 막내 실력 한번 볼까?”
사람들이 몸을 풀며 재성을 향해 이글거리는 시선을 건넸다. 지켜보던 오리에도 피식 웃었다.
“좋아요! 우리 한번 각자의 목표를 위해 달려 보죠!”
* * *
“으아아아악!”
또 같은 시각, 어느 한 무한 던전.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줄도 모르는 한 사내가 절규를 흘리고 있었다.
“내 3,000만 원이!!”
하얗게 변한 마석을 들고 있는 사내.
그런 사내를 향해 옆에 있던 호랑이 귀의 귀여운 꼬마가 물었다.
“그거, 먹어도 되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