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4)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5화(64/119)
-남은 마력 4/10
마석을 또 사용하고 말았다.
충전을 하는 데 마석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 놓아야 했기에 지출을 감수하고 질렀다.
그 결과 5등급의 마석도 제단에 바쳤다.
5등급은 가격이 최소 3,000만 원.
즉, 나는 3,000만 원을 제단에 먹인 것이었다.
‘탐식의 던전이 훨씬 가치가 있지만 그래도 이건…….’
착각했다.
400만 원에 마력 1을 채웠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잔존 마력이 있었는데 그게 수치상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는 5등급 마석을 먹어 놓고도 고작 3이 오른 건 말이 안 된다.
“도대체 얼마나 처먹는 게야!”
화들짝!
아라가 슬금슬금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곧바로 놀란 아라에게 사과했다.
“아이고, 미안해. 아라야. 아라한테 한 말이 아니라 이 제단한테 한 소리야. 우리 아라는 걱정 말고 먹어. 아라는 많이 먹을수록 좋아.”
“으, 응!”
살짝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아라를 두고 이제 마지막 남은 마석을 쳐다봤다.
영롱한 남색으로 빛나는 마석.
최소 2억이 넘는 값어치를 지닌 6등급 마석이었다.
‘내가 남은 돈이…….’
던전을 사느라 대부분의 돈을 다 썼지만 그래도 조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걸 다 사용할 정도로 지금 급한가?
“일단은 이거로 만족하자.”
10까지 채우지 못한 건 좀 아쉬웠지만 4까지 올렸으니 이제 입장은 가능하겠지.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길드에 연락했다. 혹시 모르니 6등급 마석을 조금 더 가지고 있기 위해서였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편하신 대로 다시 연락 주세요.
동시에 사용한 마석에 대한 대금을 지불했다.
이제 다 끝냈으니 정말로 던전에 들어갈 일만 남았다.
“오래 기다렸다, 얘들아.”
이미 진즉에 준비를 끝내 놓은 아이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괭이를 치켜든 아라가 외쳤다.
나도 그동안 사용했던 평범한 괭이를 지고 끄덕였다.
“가자!”
이번 여행은 밭을 개간하는 것과 곰곰이가 말했던 버섯을 캐는 게 주목표였다.
던전의 문 앞에 도착하자 이전과 달리 고리가 돌려졌다.
-남은 마력 : 4/10
그리고 여전히 꺼림칙한 문구가 보이며 우리는 탐식의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키야. 쥑이네.”
돈 잡아먹는 돼지라 생각했었으나 이 풍경을 다시 보게 되자 싸악 사라졌다. 역시 이건 얼마를 주더라도 포기 못 하지.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놀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재빨리 계획을 세웠다.
‘개간할 땅은 미리 봐 뒀었지.’
그간 탐식의 던전에서 보낸 시간만 일주일가량이 되었다. 그사이에 밭으로 개간할 땅 정도는 당연히 봐 두었었다.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최적의 지형.
마침 여기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 괜찮아 보였다. 최적은 아니어도 차적은 되려나.
-크웅!
“드디어 내가 활약할 때가 온 것이다! 라고 곰곰이가 말하는 것이다.”
“음, 곰곰이는 일단 우리랑 같이 행동하자. 나도 곰곰이가 어떻게 버섯을 수확하는지 궁금하니까.”
어차피 곰곰이의 고향은 이곳이었다.
각자 따로 활동해도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곰곰이가 버섯을 캐는 방법이나 요령이 궁금했다.
“오오! 같이 하는 것이다!”
-크앙?
어리둥절해하는 곰곰이와 힘차게 손을 들고 외치는 아라를 들어 양어깨에 얹었다. 그런 내 뒤를 슬라임들이 졸졸졸 따라왔다.
이내 산책하듯이 10분 정도 걸으며 재잘대는(무슨 대화인지는 못 알아듣겠지만) 곰곰이와 아라를 둔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쪼르르륵-
시냇물이 흘렀다.
그 시냇물을 따라 시선을 올려보자 영성이 형네 가족과 함께 텐트를 쳤던 호수의 방향이 보였다.
우리는 호수의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점점 물살이 세지고 깊어지는 시냇물을 보았다.
“자, 도착.”
“오오! 여기인 것이냐!”
드넓게 펼쳐진 분지 지형이 나타났다.
뒤로는 산이 둘러싸고 있었고 앞으로는 강물을 끼고 있었다. 완벽한 배산임수.
볕도 잘 드는 것이 누가 봐도 여기서 농사를 지으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좋았을 텐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입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는 것. 바로 앞까지는 아니어도 10분은 살짝 성가신 거리였다.
“산책한다고 생각하지 뭐.”
“산책! 산책! 마탕! 마탕!”
이해할 수 없는 아라의 의식의 흐름을 뒤로하며 대충 구획을 짜기로 했다. 우선은 핸드폰에 미리 깔아 둔 어플 이용해 대충 길이를 재었다.
“걸은 만큼 길이가 나오니 참 좋아.”
마치 만보기처럼 내가 걸을 때마다 자동으로 길이가 재어졌다.
“……엄청 넓네.”
“꺄하하하!”
-크앙! 크왕!
꿀렁.
내가 견적을 내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우다다다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니, 뛰고 있는 건 아라였고 그 뒤를 곰곰이가 뒤뚱뒤뚱 쫓고 있었다. 슬라임들은 멀뚱멀뚱 쫓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일단 차차 늘려 나갈까.”
처음부터 대폭 개간을 할 필요는 없었다.
우선은 필요한 양의 땅만 개간하고 필요해질 때마다 늘려 가면 되겠지.
계측을 통해 일단은 1,000평 정도의 땅부터 개간하기로 했다. 어림잡아 1,000평을 표시하자 널려 있는 땅에 비해 손톱만 한 크기가 나왔다.
“와, 내 던전은 천 평이 전부라서 넓게 느껴졌었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엄청 작아 보이네.”
“여기를 다 갈면 되는 것이냐?”
“응. 표시한 부분 있지? 거기가 이제 우리 밭이 될 땅이야.”
“우오오! 가는 것이다! 전부 갈아 버리는 것이다!”
아라야 주어를 붙여야지 그렇게 말하니 내 무습다.
전투의 함성을 내지른 아라가 괭이를 치켜세웠다. 그러더니 이내 내가 따놓은 선을 따라 땅을 엎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유일급 아이템과 거의 4급 각성자에 맞먹는 아라의 신체 능력이 만나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우와아…….”
순식간에 뒤엎어지기 시작하는 땅들.
눈을 끔뻑이자 어느새 100평 정도 되는 땅이 갈려 나갔다.
-크, 크웡!
곰곰이가 버둥거리며 내게 달려와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런 곰곰이를 안아 들며 계속 구경했다.
파바바밧!
아라의 곁에 있다가는 땅과 함께 갈려 나갈 것만 같은 모습. 어느새 슬라임들도 내가 그어 놓은 선 밖으로 물러나 뾰롱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끝인 것이다!”
“오오!”
이렇게 순식간에?
대충 1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에 1,000평이나 되는 땅을 엎어 냈다.
‘이거 그냥 그러면…….’
나는 가지고 온 종자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결심했다.
“여기에 밭을 만들고, 저 강가 옆에는 논을 만들자!”
“논? 논이 무엇이냐?”
“밭이랑 비슷한 건데 항상 물에 잠겨 있는 밭이라고 보면 돼.”
“오오! 수영장인 것이냐!”
잔뜩 기대하는 아라와 함께 논의 견적을 쟀다.
그 후에는 가지고 있는 벼의 모판을 확인했다.
퉷-
보끔이가 모판을 꺼내기 시작했다.
모판 하나당 10평을 심을 수 있다고 해서 딱 100개의 모판을 구매했는데 보끔이가 레벨 3이 되었음에도 50개 정도밖에 챙겨 오지 못했다.
‘한 번 더 가지고 와야겠네.’
우선은 논부터 만들어야지.
밭을 만들 때와 같이 선을 땄다. 1,000평 분량의 모판을 샀기 때문에 50개밖에 가져오지 않았음에도 일단은 넓게 만들었다.
“갈면 되는 것이냐?”
“응. 갈면 돼. 갈고 나서도 깊숙이 파 내야 돼. 물을 받아야 되거든.”
“오오! 수영장인 것이다!”
다시 한번 아라가 땅을 엎는 사이 나는 슬라임들을 데리고 강가로 향했다. 슬라임들을 이용해 물을 길어 논에 댈 생각이었다.
“만능이구만!”
슬라임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저렇게 물을 흡수한 뒤 흘리는 체액이 아마 식물들을 잘 자라게 하는 요인이지 않을까 싶었다.
슬라임들에게 강가에서 놀라고 한 뒤 아라에게 가 보았다. 어느새 아라가 갈아 놓은 땅에서 곰곰이가 열심히 흙을 퍼 나르고 있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하네.”
“수영장을 만든다고 한 것이다!”
내 말을 들었는지 저 멀리서 아라가 외쳤다.
아라가 시켰나 보군.
나도 가지고 온 삽을 이용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깊이는 대충 50cm 정도.
“생각보다 빡세네.”
체력은 문제없었다. 그런데 흙을 퍼도 퍼도 끝이 없었다.
이내 아라도 땅을 가는 것을 끝내고 나와 함께 흙을 퍼 둘레에 쌓기 시작했다. 그렇게 셋이서 흙을 푸 약 1시간 뒤에 100평 정도의 논을 만들 수 있었다.
“와,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인내는 쓰고 결과는 달콤한 것이다!”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시간을 보자 점심 먹을 때가 되었다.
보끔이가 물을 흡수하기 전에 모든 짐을 미리 빼 두었는데 나는 짐들을 뒤적이며 식사 준비를 했다.
‘흐흐. 미리 재성이한테 다 맡겨 놨지롱.’
이왕 만났으니 아라홍련에 실력을 뽐내러 가기 전, 나와 애들이 먹을 요리도 전부 해 놓고 가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일단 오이무침과 오이절임.
만들기 굉장히 쉽다며 내게 레시피도 알려 주고 갔는데 그 자리에서 5분 만에 절임과 무침을 만들어 낸 재성이였다.
“오오! 밥 먹을 시간인 것이다!”
아라가 둠칫둠칫 춤을 췄다.
귀엽구만.
그다음으로는 감자전과 당근 튀김.
이것도 미리 만들어 놓고 간 음식들이었다.
전이나 튀김은 뜨거울 때 먹는 게 더 좋았기에 이건 조금 아쉬웠다. 특히 전 같은 경우 나도 어떻게 만들 수 있지만 얇게 채 썬 당근으로 만든 튀김은 재성이만 가능했다.
“그리고 대망의 카레.”
역시나 익숙한 카레가 빠지면 섭섭하지.
지금의 식재료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메인 메뉴 중에서는 카레를 따라잡을 게 없었다.
카레도 재성이가 미리 끓여 놓고 갔으니 나는 밥과 카레를 데우기만 하면 됐다.
타닥!
불을 피우고 그 위에 카레 냄비를 올렸다.
햅반은 따로 중탕으로 데우고 그사이 열심히 먹고 있는 애들한테 갔다.
아삭!
“오오오!! 맛있는 것이다! 맛있는 것이다!”
오이절임을 먹으며 감탄을 연발하는 아라를 보며 나도 한 입 했다.
아삭- 아삭!
“으음!”
절묘한 신맛이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동시에 입가를 상쾌하게 만드는 오이의 느낌이 먹고 있음에도 오히려 더욱 배가 고프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오이무침.”
“나도 먹는 것이다!”
오독! 아삭!
오오, 이건 정말…….
매콤달콤 짭조름! 한국인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맛!
굳이 꼽자면 나는 오이무침에 한 표를 던지겠다. 그러나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에게는 오이절임도 훌륭한 전채 요리였다.
“못 참겠다. 배고파!”
다른 녀석들도 오이로 만든 음식들을 정신없이 먹고 있었는데 사실 더 기대되는 건 감자전과 당근 튀김이었다.
나는 결국 오이무침을 먹다 말고 프라이팬을 들었다.
조금만 따뜻하게 데워야지!
중탕이 끝난 햅반을 꺼내고 이내 불 위에 프라이팬을 얹었다. 그리고 재성이가 만든 감자전들을 조금씩 다시 데웠다.
“많이도 만들었네.”
애들의 먹성을 알고 있는 재성이가 꽤 많이도 만들어 놨다. 그래 봤자 오늘 하루만 먹으면 전부 먹어 치울 양이긴 했지만 만드느라 고생했을 재성이에게 고마웠다.
“킁킁! 좋은 냄새인 것이다! 맛있는 것이다!”
아라가 귀신같이 감자전의 냄새를 맡고 달려왔다. 그런 아라에게 막 데운 감자전을 건넸다.
“아아~!”
“아아아!”
내가 입을 벌리는 시늉을 하며 감자전을 가져다주자 아라가 냉큼 입을 벌려 감자전을 받아먹었다.
그러고는 양주먹을 앙증맞게 움켜쥐더니 외쳤다.
“꿀맛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