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6화(65/119)
“냠냠!”
꼬르륵-!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배가 요동쳤다. 그러나 어른 된 도리로서 아이들에게 먼저 감자전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크엉?
슬라임들과 아라는 아무 생각 없이 건네는 대로 입에 넣고 보았지만 곰곰이는 신기했던 모양이다.
잠시 내가 건넨 감자전을 양발로 붙잡고 이리저리 뒤집어 보다가 결국 아라에게 한 소리 들었다.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되는 것이다!”
-크앙!
곰곰이가 움찔하더니 이내 양발을 벌려 아라를 위협했다. 앙증맞은 길이의 발이 곰곰이의 얼굴 옆에서 매섭게 치켜세워졌다.
번쩍!
그 순간 아라의 눈이 빛났다. 그러고는 곰곰이의 발에 얹혀 있던 감자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냠냠!”
-크, 크왕?!
곰곰이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발에서 사라진 감자전을 애타게 찾았다. 그러나 이미 아라의 입 속으로 사라져 버린 감자전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크왕, 크앙!
“알았어, 알았어. 여기 더 있으니까 울지 말고.”
쭈그려 앉은 내 허리춤을 붙들고 고자질을 하는 곰곰이에게 감자전을 하나 더 건넸다.
“아아~!”
-크앙!
입을 벌린 곰곰이에게 그대로 골인!
뜨겁지 않게 데웠기에 그대로 감자전을 우물우물 씹은 곰곰이의 얼굴이 이내 활짝 피었다.
-크와앙!!
“하하. 맛있지?”
이 틈에 나도 하나! 얌!
“으음!”
녹진한 감자의 풍미가 기름에 튀기듯 익혀져 고소함이 극대화되었다. 감자를 잘 으깨었기 때문에 입 안에 들어오자 포그포근한 식감과 함께 녹아내리듯 흩어졌다.
이 고소함! 참을 수가 없다!
결국 하나 더 입에 넣자 아라가 내가 데워 둔 감자전을 알아서 가져다 먹기 시작했다.
꾸물- 꾸물-
이내 모두가 모여 감자전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사이에 나는 당근 튀김도 살며시 데웠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만들었냐.’
당근 튀김은 우리가 알던 당근의 형태를 잃어버렸다. 얇게 채 썰고 실처럼 만든 당근에 튀김옷을 묻혀 튀겨 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둥근 실타래와 같았다.
재성이가 말하기로는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그 말에 오기가 생긴 내가 2번 정도 시도했다가 실패했었다.
“역시 요리사는 요리사야. 함부로 깝치면 안 돼.”
감자전을 무서울 정도로 흡입하고 있는 아라에게 데운 당근 튀김을 젓가락으로 집어 건넸다.
아라는 아무 의심도 없이 그저 건네는 음식을 입에 넣었다.
바삭!
“오오옹!”
바삭바삭바삭!
경쾌한 튀김 씹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아라는 감격스러운 눈으로 멈추지 않고 입을 오물거렸다.
“허억! 마, 맛있는 것이다! 마탕인 것이다!”
“그 정도야?”
감자전은 이미 먹어 보았다.
그러나 당근 튀김의 경우 내가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닌 탓에 아껴 두고 먹어 보지 못했었는데 기대가 되는 아라의 반응이었다.
아라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다름 아닌 맛탕. 그러니 맛탕급이라는 건 아라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에 당근 튀김이 추가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라의 극적인 반응 때문일까.
슬라임들과 곰곰이가 열심히 감자전을 먹다가 말고 내가 데우고 있는 당근 튀김을 바라봤다.
“자, 자. 일단은 하나씩!”
나는 슬라임들과 곰곰이에게 직접 젓가락으로 먹여 주었다. 그럴 때마다 바삭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냠!
“나도! 나도 더 먹고 싶은 것이다!”
나는 열심히 당근 튀김을 데우며 애들을 먹였다. 이거 아무래도 나는 먹기 힘들 듯?
당근 튀김은 감자전처럼 양이 많지 않았다.
재성이가 공을 들여 만들고 튀긴 탓에 품이 많이 든 것도 있고 그냥 부치기만 하는 전과 달리 대량으로 만들기 애매했다.
“움냐움냐! 움? 이규성규성은 안 먹는 것이냐?”
“먹어야지.”
정신없이 입을 오물거리는 와중에 나를 신경 써 주는 게 기특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덕분에 나도 당근 튀김을 하나 먹을 수 있었는데 입에 넣은 순간 바사삭! 바스러지는 튀김의 감촉에 살짝 놀랐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이렇게 바삭하다고?’
원래였으면 눅눅해져야 정상인데 참 희한했다. 이것도 내가 재배한 당근의 효과인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바삭!
“으음!”
감자전과는 다른 의미로 맛있었다.
특히 당근이 이 정도로 달았나 싶을 정도로 당근 특유의 단맛이 혀 전체를 감싸는 느낌이었다.
분명 실타래처럼 얇게 썰었는데도 당근의 즙이 살아 있었고 고소한 기름의 향과 함께 살살 녹아내렸다.
마치 고급진 과자를 먹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라가 좋아한 이유를 알겠네.’
손과 입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렇게 감자전과 당근 튀김을 데우는 사이에 카레가 완성되고 우리는 곧바로 밥을 깠다.
“카레!”
-크웅.
아라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곰곰이의 코도 벌름거리며 카레의 냄새를 유심히 맡는 게 보였다.
준비된 햅반과 함께 각자의 그릇에 카레를 듬뿍 담았다. 카레는 이틀 치나 챙겨 왔기 때문에 아낄 이유가 없었다.
‘부족하면 다시 돌아가서 챙겨오면 되지.’
어차피 10분 거리에 출입구가 있으니 먹을 거는 다시 가져오면 그만이다.
그렇게 듬뿍 담아낸 카레를 차례대로 준비하자 모두가 얌전히 자리에 앉은 채 기다렸다.
“자, 끝. 이제 먹자.”
“오오!”
신이 난 아라가 수저를 들고 함성을 질렀다.
곰곰이는 식기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라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는 것이다!”
카레를 한 입 먹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 역시 사람은 밥을 먹어야지.
슬쩍 옆을 보자 아라가 그릇을 통째로 들고 싹싹 긁어먹고 있었다. 이제는 알아서 카레를 퍼담을 수 있었기에 이내 데운 햅반을 스스로 뜯어서 한 그릇 더 먹는 게 보였다.
곰곰이는 앙증맞은 발에 카레를 슬쩍 묻혀 보더니 이내 낼름거리며 핥았다.
-……!
그러고는 충격을 받은 듯 그대로 굳은 채 가만히 있다가 쉴 틈 없이 혀를 낼름거리며 카레를 핥아먹었다.
‘귀여운 것들.’
슬라임들은 여전히 어디가 입인지 모르겠지만 야금야금 카레를 먹었다. 동시에 감자전이나 오이절임 따위를 챙겨 먹는 게 먹을 줄 아는 놈들이군 싶었다.
“어디 보자. 나도 한번…….”
카레 한 입. 오이무침 한 입.
카레 한 입. 오이절임 한 입.
카레 한 입. 감자전 한 입.
으음! 고급 식당이 부럽지 않은 진수성찬이었다. 게다가 오이로 만든 반찬들이 묘하게 카레와 어울려서 결국 나도 두 그릇을 먹고 말았다.
“끄윽.”
오랜만에 과식을 해 버렸다.
어느새 카레 냄비는 바닥을 보였고 가지고 온 다른 반찬들도 전부 깨끗하게 비워졌다.
‘이틀 치 식량이었는데 전부 먹어 버렸네.’
뭐, 먹을 거야 널렸으니까 걱정은 없지만.
아라와 곰곰이는 열심히 빈 그릇을 핥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똑 닮은 행동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으으으! 차! 밥을 먹었으니까 낮잠 좀 잘까!”
길게 펼 수 있는 캠핑용 의자를 꺼냈다.
그리고 근처에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 해먹도 설치했다.
“저번에는 나무가 없는 곳에 캠핑을 해서 못 써먹었지만…….”
드디어 내 캠핑 로망이 완성되었다.
설치된 해먹을 본 아라가 곧바로 올라가 몸을 뉘었다. 흔들리는 게 기분 좋았는지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우응!
곰곰이가 자신도 해먹에 올려 달라는 듯 두 발을 벌리며 해먹을 발짓했다. 나는 곰곰이를 들어 올려 아라의 옆에 내려놓았다.
“꺄하하! 푹신푹신한 것이다!”
-크웅.
곰곰이를 끌어안으며 말하니까 해먹이 푹신하다는 건지 곰곰이가 푹신하다는 건지 모르겠네.
혹시 모르니 아라를 위해 텐트도 펼치고 침낭까지 미리 준비했다.
“오, 수고했다.”
꿀렁!
어느새 설거지를 끝낸 슬라임들이 알아서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 타고난 일꾼들.
마저 정리하는 걸 도와주고 이제야 좀 쉬어 볼까 하다가 아라와 곰곰이가 조용한 걸 깨달았다. 웬일로 이렇게 조용하지 싶어서 해먹으로 다가가 보자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든 두 녀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탕…….”
-크우우웅.
잠꼬대를 하며 곤히 잠이 들어있는 모습들이 천사가 따로 없었다.
참을 수 없지! 사진을 다시 한번 찍어 주고 헤실헤실 웃으며 캠핑용 의자에 돌아왔다.
그동안 말은 안했지만 동영상과 사진들을 꽤 많이 찍어 왔다. 오랜만에 찍었던 것들을 쭉 훑어보다가 선아가 알면 내 핸드폰을 훔쳐 달아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미리 조공을 해 드려야겠군.’
우리 선아 공주님께서 노하시면 아니 될 일이지. 크흠.
그렇게 추억들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잠이 솔솔 찾아왔다. 나는 저항 없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 * *
“끄응차!”
“끙차인 것이다!”
푹 자고 일어나자마자 일을 다시 시작했다.
논을 거의 다 만들었는데, 최후의 과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남겨 둔 돌덩이 캐내기.
“후우, 안 되겠다. 주변의 흙을 더 파서 꺼내야겠는데?”
“안 되는 것이냐?”
아라와 함께 힘을 합쳤는데도 땅에 박힌 돌덩이가 빠지지를 않았다. 이쯤 되면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인 것 같았다.
‘……차라리 그냥 여기는 놔두고 옆에 새로 다시 만들까?’
아라와 유일급 괭이 덕분에 논을 다시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아무래도 이 바위를 어떻게든 꺼내 봐야겠다. 할 수 있지, 아라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콧김을 내뿜으며 자신 있게 외치는 아라와 함께 바위 주변의 흙을 더 캐냈다.
“우와아아! 큰 것이다!”
“그, 그러게. 생각보다 더 크네?”
이거 아무래도 그냥은 뽑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곡괭이를 이용해 바위를 쪼갠 다음 조각들로 만들어서 꺼내기로 했다.
까앙!
“으윽.”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역시 내 힘으로는 무리인가.
“내가 해 보는 것이다!”
아라가 손을 들며 나섰다.
곡괭이를 넘겨주자 아라는 어디서 본 것인지 양 손바닥에 침을 뱉는 시늉을 해 보이며 곡괭이를 움켜잡았다.
“흐잇!”
까앙!
나보다 요란한 소리가 울렸지만 바위가 깨지지는 않았다. 이게 어떻게 돼먹은 바위인 거야?
덕분에 아라도 온몸이 저릿한지 한동안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팔딱팔딱 뛰어다니다가 내게 외쳤다.
“브레스를 쏴도 되는 것이냐!”
“브레스?”
그, 그건 너무 가지 않았나?
그러나 아라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힘 조절 잘해서 쏴. 알았지, 아라야?”
“응!”
풀파워로 브레스를 쏴 재끼면 이 일대가 전부 터져 나갈 게 분명했다. 나는 다시 한번 살살 쏘라고 신신당부하며 슬라임들과 곰곰이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흐읍~!”
파아아아아—–!!
충분히 거리를 둔 아라가 파멸적인 광선을 내뿜었다. 그런데 이전이랑 다르게 색깔이 변한 듯싶었다.
‘하늘색 아니었나?’
지금은 파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해졌다.
설마 힘 조절을 안 한 건 아니지, 아라야?!
콰아앙–!
푸화아악!
“엉?”
“으잉?”
어째 바위가 깨지긴 했는데 깨지자마자 무언가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떨어져 내리며 주변을 적시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투둑투둑-
“이게 대체 뭐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