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7)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8화(67/119)
푸르르르-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거대한 동체.
번뜩이는 눈매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주위에 구름과 같은 무언가가 감싸고 있는 짐승은 나와 아라의 앞에 멈춰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푸르륵!”
“엥?”
아라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아라의 입에서 나온 예상외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푸르륵이라고?’
사슴의 형태를 띠고 있던 앙증맞은 몬스터.
분명 예전에 봤을 때도 기다란 이무기와 같은 형태로 변해 사라졌었지만 설마 눈앞의 해태와 같은 몬스터도 그 사슴 무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사사삿-
아라가 다가가자 거대한 해태의 외형이 흩어졌다. 그리고 이전에 보았던 자그마한 사슴들이 발랄하게 꼬리를 흔들며 아라를 반겼다.
사기적인 친화력이군.
“안녕한 것이냐! 헤헤헤.”
다가오는 사슴들에 둘러싸여 헤실헤실 웃는 아라. 품에 안겨 있던 곰곰이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는지 바둥거리며 빠져나와 내게 뒤뚱뒤뚱 뛰어왔다.
-크, 크앙! 크우왕!
두 발을 벌리며 안아 달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곰곰이를 안아 올리고 아라와 푸르륵이 하는 걸 지켜보았다.
“오오! 그런 것이냐!”
-푸르륵! 푸륵!
“그럼 태워다 주는 것이냐?”
-푸륵!
엥. 어째 대화가 묘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아라야, 태워다 준다니?”
“반짝반짝 나무까지 간다고 말했더니 태워다 준다는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자그마한 뿔이 달린 푸르륵을 보았다. 녀석은 마치 맡겨만 달라는 듯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네가 우리를 어떻게…… 아!”
설마 아까와 같이 거대한 동물의 형태로 변해서 태워 준다는 건가? 그건 또 가능할 것도 같았다.
“나는 타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 그럼 한번 맡겨 볼까?”
생각지도 못한 도움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아라가 곧바로 부탁을 하고, 푸르륵은 두 무리로 나뉘어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치 말과 같은 형태의 짐승이었다.
자세히 보니 뿔까지 묘사했다.
‘저거…… 기린 아니야?’
아프리카 초원에 있는 기린이 아니라 전설 속 신수 기린의 외형이었다. 이제 보니 변신하는 동물들이 죄다 환상의 동물인 듯했다.
확실히 위압감을 주기에는 그런 동물들이 좋긴 하지만 이 녀석들이 환상의 동물을 어떻게 알고 따라 하는 거지?
“설마 얘네가 사실 원조 아니야?”
우리가 알고 있던 환상 속 동물들은 사실 전부 푸르륵이 만들어 낸 것이고 그게 우리한테 알려지고 전해진 것이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 봤지만 애초에 던전과 각성자가 생기기도 전에 존재했던 전설 속 동물들이니 사람들이 푸르륵을 먼저 봤을 리가 없다.
하여간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접어 두고 기린의 형태로 변한 푸르륵의 위로 올라탔다.
무너지지는 않으려나 살짝 걱정되었는데 이내 안정감 있게 탑승이 되는 걸 보고 신기했다.
“오오! 빠른 것이다!”
아라가 탄 푸르륵이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말과 비슷한 형태로 변한 푸르륵이 숲을 어떻게 뛰어다닐까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녀석들은 상하좌우를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며 온갖 장애물을 제치고 뛰어넘었다.
“우욱.”
덕분에 나는 멀미로 죽을 맛이었다.
“꺄하하하!”
-크왕! 크왕!
반대로 아라와 곰곰이는 신이 난 듯 소리쳤는데 그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천하의 각성자인 나조차도 멀미가 날 정도의 운행 덕분일까.
우리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세계수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빠르긴 빠르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멀미도 좀 가셨다.
오히려 슬슬 속도를 즐길 수 있을 때쯤 되어 도착해 버리니 아쉬움이 느껴졌다.
-( *๑•̀д•́๑)」!!!
-(′σωσ`)ノ!
알프헤임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러면서도 푸르륵을 경계하는 것이 마치 푸르륵의 실체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새였다.
-오오! 대군주님께서 오셨군요!
“오랜만이야. 프레이.”
나는 고생해 준 푸르륵에서 내려 등을 한번 쓰다듬어 준 뒤 작별인사를 했다.
아라도 껑충 뛰어내리더니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재밌었던 것이다! 다음에도 또 타는 것이다!”
푸르륵-!
이내 기린의 형태를 띤 푸르륵들이 사라지자 프레이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했다.
-여, 역시 대군주님이십니다! 어떻게 저 무서운 짐승들을 길들이신 건지……!
“쟤네들 알아?”
-물론입니다! 이곳 세계수 근처에는 종종 무시무시한 짐승들이 돌아다니고는 하는데, 방금 보았던 것은 저희 알프헤임들끼리 ‘구름말’이라고 부르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들 아무래도 푸르륵의 정체를 모르는 눈치였다.
“프레이, 그러면 조그마한 사슴들을 본 적 있어?”
-네! 아주 소심하고 약한 짐승들이죠! 겁쟁이 사슴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구나.”
역시 알프헤임들은 푸르륵과 푸르륵이 변한 모습을 별개로 보는 것 같았다.
오해를 풀어 줄까 하다가 굳이 우리를 도와줬던 푸르륵들의 생존 전략을 까발리기는 애매해서 그냥 놔뒀다.
“앞으로 그런 무서운 녀석들이 나타나도 겁먹지 않아도 돼. 전부 나랑 아라랑 친구 먹었거든.”
-헉! 그 짧은 시간에 벌써 이 일대를 전부 평정하신 겁니까! 역시 대군주님이십니다!
“뭐, 그런 셈이지.”
존경의 눈길을 보내오는 프레이로 인해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지만 웃으며 넘어갔다. 이 녀석은 내가 뭘 하더라도 항상 이런 반응이니까.
“그나저나 멜루카 꽃은 어때? 잘 자라고 있어?”
-어마어마한 속도입니다! 제 예상보다 빠르게 자라고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불안한 마음도 조금 있습니다.
슬라임들이 길러서인지 역시 멜루카 꽃도 빠르게 자라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보끔이에게서 독독이의 독을 꺼냈다.
-이건……?
“독이야. 멜루카 꽃을 피울 때 독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가지고 와 봤는데 통할지는 모르겠어.”
-오오! 안 그래도 독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통할지는 몰라. 그렇게 강한 독은 아니거든.”
-일단은 사용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군주님.
요정들이 쪼르르 몰려와 내가 건넨 독병을 낑낑대며 옮겼다. 다음번에는 작은 병으로 소분해서 가져와야지.
“일단 우리 애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해 볼까. 멜루카 꽃도 어느 정도 자랐는지 구경 좀 해 보고.”
-네! 따라오시죠! 애들아, 손님들 드릴 꿀 챙겨 오렴!
멜루카 밭으로 걸음을 옮기자 마침 뾸뾸거리며 일을 하던 슬라임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꾸물!
“잘 있었어?”
꾸물- 꾸물!
세 마리의 신병 슬라임들이 다가와 몸을 비벼 댔다. 나름의 애정 표현을 만끽하며 아라와 함께 슬라임을 주무르고 있자 요정들이 꿀을 가지고 왔다.
-꿀 대령입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영성이 형네 부부를 데리고 왔을 때는 꿀을 챙겨 가지 않았기에 쌓인 꿀이 꽤 많았다.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이렇게 많이 나왔다고?”
-어차피 멜루카 꽃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멜루카 꽃 탐색에 대한 대규모 인원 감축 및 새로운 꿀 채취 부서 신설에 힘썼습니다!
갑자기 회사라도 된 것처럼 브리핑하면 당황스럽잖니. 그나저나 멜루카 꽃의 재배가 성공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인데 벌써부터 그렇게 했다고?
‘……당장 독독이를 레벨 업 시켜야 한다.’
솔직히 지금의 독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다음 단계의 독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사항이 있었다.
결국 독독이를 합성시켜서 레벨 업 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이야기지.
요정들은 내가 예전에 줬던 플라스틱 통과 나무로 된 케이스에 꿀을 담아 왔다.
플라스틱 통이 부족해서 나무 상자를 따로 만든 듯한데 그 완성도가 훌륭했다.
“오, 이거 예쁜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너희들이 만든 거야?”
-그렇습니다.
상자는 음각과 양각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는데 그 조각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세밀하고 풍부하게 표현된 잎사귀 모양의 조각들과 기하학적인 문양들에서 장인의 솜씨가 느껴졌다.
“이거 혹시 세계수로 만들었어?”
-그렇습니다! 굴러다니는 나무 부스러기들을 활용해 봤습니다!
이야, 너무 호화로운데?
세계수로 만든 꿀통이라니, 아마 아무도 믿지 못할 거다. 그러나 나무 상자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세계수 특유의 향은 감출 수가 없었다.
“혹시 세계수 부스러기가 많아?”
-어어어엄청! 많습니다!
“그러면 혹시 내가 나중에 가져다 써도 되나?”
-당연합니다! 던전을 빌려 쓰고 있는 처지인 저희한테 양해를 구하시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군주님이신지!
흐흐흐. 안 그래도 밭을 만들어 놓은 곳에 집을 지을 생각이었는데 재료를 수급할 수 있겠군!
물론 가장 중요한 건축가나 인부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그건 천천히 해결해야지.
꿀을 조금 먹으며 한동안 요정들의 조각 실력을 감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까지 왔으니 멜루카의 상태도 확실히 확인해야지.
“진짜 많이 자랐네.”
무럭무럭 자란 멜루카는 어느새 내 허리춤까지 올라왔다. 알프헤임들이 말려 둔 꽃만 보아 왔으니 이렇게 줄기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슬슬 꽃봉오리가 맺히려나?”
-그럴 것 같습니다!
“독은 슬라임들한테 미리 줘 놔. 독을 줘야 할 타이밍도 아마 쟤들이 잘 알고 있을 거야.”
-확인했습니다!
씩씩한 병사처럼 대답한 프레이는 곧바로 내가 말한 대로 세계수 거처에 넣었던 독을 다시 꺼내라고 명령했다.
‘근데 땅이 조금 좁은 것 같기도?’
일단은 성공할지 모르니 시험 삼아 조금만 심은 거지만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이 심어야 했다.
요정들의 숫자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고작 이 정도의 꽃으로 꿀이 충분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꽃을 심으려 해도 이 근처에는 공터가 부족했다.
“프레이.”
-네!
“만약 꽃의 재배가 성공한다면 꽃을 더 심어야 하지 않아?”
-음, 확실히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그런데 여기는 애초에 땅도 좁아서 더 심기가 애매한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곳곳에 뿌리면 어떨까요!
“그건 우리 슬라임들이 관리하기 힘들지 않을까?”
순수하게 외치는 프레이를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해 주자 프레이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손뼉을 쳤다.
-그렇군요! 그러면 더 넓은 땅을 찾아야겠습니다!
“아예 멜루카로 뒤덮인 땅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네. 가능만 하다면.”
-오, 오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양인지 프레이가 헤롱헤롱한 표정으로 침을 흘렸다. 그렇게 좋나?
“나도 괜찮은 땅이 있나 찾아볼게. 너희들도 나름대로 찾아봐 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멜루카 재배에 성공하게 되면 나중에 여유가 될 때 다른 꽃들도 재배해도 되나?”
-다른 꽃이요?
“어. 관상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고 꿀 채취에도 용이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곳의 식물들은 지구에는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만큼 관상용으로 선물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고, 약재나 허브로 쓸 수 있는 게 또 발견될 수도 있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지한 얼굴의 프레이가 대답했다.
나는 요정들이 또 너무 무리할 것 같아서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멜루카가 먼저야. 그 전까지는 안 해도 돼. 아니 그냥 하지 마. 알겠지?”
-알겠습니다!
대답은 참 잘하네.
나는 검지로 프레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준 뒤 애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라와 곰곰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곰곰이가 땅에 코를 박은 채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아라가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뭐 해?”
“버섯을 발견한 것이다!”
“아, 버섯!”
까먹고 있었는데 그새 곰곰이가 냄새를 맡았나 보다. 지금 보니 나무처럼 솟은 세계수의 뿌리 근처였다.
아무래도 곰곰이가 말한 버섯은 세계수 뿌리의 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하는 모양이었다.
-쿠웅.
“오! 찾은 것이다!”
“어디, 어디?”
곰곰이가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나 앙증맞은 곰곰이의 힘과 발로는 그 속도가 느렸다.
“내가 도와주는 것이다!”
아라가 두 팔을 걷어붙이며 곰곰이가 파는 땅을 함께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나는 묘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이 냄새가……?”
-오? 독특한 향기로군요. 마치 세계수의 향이 응축된 듯한 향입니다!
이게 버섯이 풍기는 냄새라면 정말 기대해 볼 만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