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6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69화(68/119)
“짜잔!”
-크왕!
흙을 여기저기 묻힌 아라가 드디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안 그래도 짙었던 향이 강렬해졌다.
생김새는 우리가 흔히 아는 버섯의 모양이 아니라 마치 큰 브로콜리와 같은 형태였다.
크기는 대략 아라의 양 주먹이 합쳐진 정도.
색은 불그스름한 갈색을 띠었다.
“확인해 보자.”
아라가 도도도 달려와 버섯을 내밀었다.
흔들릴 때마다 버섯의 향이 퍼져 나갔는데 나도 모르게 침샘에 침이 고였다.
‘아라는 이미 침으로 턱을 적시고 있네.’
설마 아라는 이걸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걸까 궁금했다.
그 전에 정보부터 확인하고.
[???]세계수의 양분을 흡수한 버섯.
매우 희소하며 오직 ‘별곰’이라 불리는 몬스터만 발견할 수 있다.
섭취 시, 소량의 마나를 회복.
역시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마나 회복 효과!
등급이 높은 던전에서 굉장히 드물게 나오는 포션에나 있는 효과가 버섯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오직 별곰만 찾을 수 있다는 문구.
‘이렇게 향이 진한데 별곰만 찾을 수 있다고?’
물론 땅속에 묻혀 있을 때 있는지 없는지 전혀 몰랐지만 조금만 땅을 파도 냄새가 진동을 했었다.
땅 이곳저곳을 파다가 운이 좋으면 발견할 수 있지 않나?
그래도 이 시스템창이 거짓을 말할 리는 없으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겠구나 하고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아라도 처음 보는 거야?”
“응! 처음 보는 것이다!”
아라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의외였다.
긴 세월을 이곳에서 살아왔을 테고 게다가 세계수의 속을 직접 파먹었을 정도의 식탐인데 뿌리에 기생 중인 버섯을 먹어 보지 못했다?
‘별곰만 발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따로 있나 본데…….’
어찌 됐든 좋은 식재료를 발견했다. 게다가 그 효과를 생각하면 가치는 미지수.
“설명에는 매우 희소하다고 하는데 얼마나 귀한 거지?”
“귀한 것이냐?”
아라가 갸웃하며 곰곰이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곰곰이는 양발을 좌우로 흔들며 뭐라 뭐라 소리 냈다.
-크앙! 크왕!
“흔하다는 것이냐?”
-크왕!
곰곰이의 대답을 들은 아라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많다는 것이다!”
“버섯이 많다고?”
“그렇다는 것이다!”
분명 아이템 설명창에는 매우 희소라고 쓰여 있는데 아무래도 곰곰이에게는 흔한 식재료인 모양이었다.
하긴 별곰만 찾을 수 있는 버섯이니 경쟁자가 없어 많이 자생하고 있겠지. 게다가 여기가 어디냐. 바로 세계수가 있는 곳이지 않나.
세계수 자체가 희소한 상황이니 세계수를 양분으로 삼는 버섯이 보기 드문 건 당연한 이치였다.
“응?”
한참 버섯을 손에 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어느새 주변에는 요정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버섯에 향한 걸 확인한 나는 프레이에게 슬쩍 물었다.
“프레이도 이 버섯 처음 봐?”
-저는 본 적 있습니다. 별곰이 지나간 흔적에서 운이 좋으면 부스러기를 발견할 수 있어요. 우리는 그 부스러기를 굉장한 별미로 여기죠.
“오? 꿀 말고도 먹긴 먹는구나?”
-워낙 발견하기 어려워서 함부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헤헤.
프레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요정들이 뭔가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허리춤에 손을 얹고 프레이를 노려봤다.
“얘네들 왜 이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군주님.
-୧(๑•̀ᗝ•́)૭!
프레이 말고 다른 요정들의 말은 해석이 되지 않아 곤란했다. 그러나 마침 아라가 요정들의 말을 알아듣고 외쳤다.
“프레이 혼자 꽁쳐 둔 것이다!”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니, 아라야.”
불만스럽게 조잘대던 요정들을 보니 아무래도 어렵게 구한 버섯 부스러기를 프레이 혼자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프레이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제, 제가 모아서 숨겨 두는 건 맞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여왕인 저는 마력을 유지해야만 여왕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데, 오직 이 세계수 버섯으로만 가능합니다!
“오, 마나 회복 능력이 달려 있던데 그게 관련이 있나 보다.”
프레이의 말이 해석되어 들려오는 것도 모두 마나와 연관이 있을 듯했다.
어찌 되었든 프레이에게도 이 버섯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곰곰아, 이 버섯 또 찾을 수 있어?”
아라가 통역해 주자 곰곰이는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웅!
“많이 있다는 것이다!”
“많이 있다고?”
곰곰이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다시 땅에 코를 박은 채 킁킁거리더니 기어 다녔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멀찍이 떨어진 세계수 뿌리 근처를 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라도 도와주지 않고 구경만 했는데 5분가량 고군분투한 곰곰이는 마침내 버섯을 캐낼 수 있었다.
-크왕!
자랑스레 추켜올린 버섯. 그러고는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씹는 얼굴이 귀여웠다.
“그러고 보니 아직 맛을 안 봤네.”
생버섯을 먹기가 좀 그랬지만 이 향을 맡아 보면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처음에 받았던 버섯을 반으로 잘라 아라에게 나누어 줬다.
-히잉.
그러자 프레이가 아쉬운 듯 앓는 소리를 냈다.
결국 그 눈초리에 못 이긴 나는 내 몫의 버섯을 다시 반으로 잘라 프레이에게 주었다.
“다 같이 나눠 먹어. 양은 충분하지?”
-대군주님의 은혜에 이 프레이! 진심을 다해 충성을 맹세합니다!
프레이의 귀여운 행동에 살며시 웃어 줬다.
이제는 진짜 버섯을 먹어 볼 차례.
“으음! 으으으음!”
“뭐라는지 안 들려.”
먼저 버섯을 먹은 아라가 양 볼을 꽉 채운 채 우물거렸다. 버섯의 크기가 꽤나 컸기에 나는 아라처럼 한 입에 집어넣지 않고 곰곰이처럼 베어 물었다.
쫘악-!
“음?”
베어 무는 순간 버섯의 즙이 분출되었다.
생각보다 수분이 많구나 하며 다시 씹는 순간 안 그래도 진동했던 버섯의 향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복합적인 향.’
민트 같은 상쾌함이 먼저 반겨 주었다.
그 뒤로 치즈처럼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번지고 물에 젖은 나무의 향기, 초콜릿 녹이는 냄새, 구운밤과 같은 향이 났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향의 음식이었다.
“맛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맛의 유무.
이 버섯,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맛이었지만 맛있었다.
당장 구워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남은 버섯을 고이 모셔 뒀다.
“곰곰아, 더 캐는 것이다!”
-쿠웅!
버섯 반쪽으로는 부족했던 아라가 눈에 불을 켜고 곰곰이에게 외쳤다. 곰곰이도 자신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해맑은 표정으로 다시 땅에 엎드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하긴 곰곰이는 우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버섯을 찾으러 갔다가 계단에 갇혔던 적도 있으니 이해는 갔다.
아라와 곰곰이가 다시 버섯을 탐색하는 동안 나는 세계수로 향했다. 프레이가 그런 나를 에스코트하며 재잘댔다.
-다음번 방문까지 땅을 미리 물색해 놓겠습니다! 이번에 수확되는 멜루카 꽃들의 씨앗을 받아 내면……!
말을 하던 프레이가 갑자기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흐흐흐. 온 세상을 멜루카 꽃밭으로……!
벌써부터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마시는 프레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그래. 근데 아직 지금 기르는 멜루카가 꽃을 피울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너무 앞서가지는 말고.”
-전 대군주님을 믿습니다! 대군주님께서 하사하신 사도님들도 믿습니다!
“그래. 나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볼게. 근데 갑자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네! 말씀하세요.
“프레이는 날개가 달려 있잖아? 날지는 못하는 거야?”
-아…….
내 질문에 프레이가 갑자기 덜컥거리며 멈췄다. 영 표정이 좋지 않은 게 아무래도 잘못 건드린 듯했다.
“그, 민감한 질문이었나? 미안. 대답하지 않아도 돼.”
-아닙니다. 이건 그냥…… 음.
프레이는 자신의 날개를 만지작거리다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 알프헤임의 여왕은 두 번의 탈피를 거칩니다.
“탈피?”
-네. 첫 번째 탈피는 태어난 직후에 일어나죠. 그리고 두 번째 탈피는 자격이 완성되는 순간 행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네. 설마 그 두 번째 탈피를 해야지 날개를 쓸 수 있게 되는 거야?”
-맞습니다. 탈피를 하게 되면 한 쌍의 날개가 추가되고 드디어 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전 자격이 되지 않아 탈피를 할 수 없죠.
프레이가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자격이라는 게 대체 뭔데 저럴까.
“두 번째 탈피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뭔데?”
-그건…….
잠시 뜸을 들인 프레이가 혹시나 하는 표정이 되었다. 마치 나라면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들어보고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내가, 아니 나랑 우리 애들이 도와줄게.”
-역시 대군주님! 하해와도 같은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조건이 뭔데?”
-음, 우선 세계수에 바칠 공물이 필요합니다.
“공물?”
어느새 세계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에 도착한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히 높은, 끝도 보이지 않아 나무가 아니라 무슨 협곡이나 절벽처럼 보이는 세계수가 보였다.
-그렇습니다. 사실 공물의 경우 이미 다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오, 그럼 뭐가 부족한 거야?”
-세계수의 눈물이 필요합니다.
“세계수의 눈물은 또 뭐야.”
아이템의 이름인가?
척 봐도 심상치 않은 이름이었다.
-세계수는 겨울이 오면 모든 잎사귀를 떨어뜨립니다. 그 직전에 아주 특별한 나뭇잎 한 장에서 세계수의 이슬이 맺힙니다.
“오오. 신기하네. 그게 세계수의 눈물이야?”
-아닙니다. 사실 눈물까지는 어찌어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프레이의 말에 나는 다시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 위를 올라가서 이슬을 구해 냈다고? 어떻게?
아니 뭐 구했다고 치자. 근데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일까?
-그러나 세계수의 눈물이 되려면 이곳에서 북쪽에 위치한 설산에 피는 별맞이 꽃의 꿀이 필요합니다.
“북쪽에 설산이 있어?”
-그렇습니다.
여기서 더 북쪽으로는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설산이라는 이야기는 항상 온도가 낮다는 이야기인데 참 신기하네.
-자! 여기서 문제입니다! 저희는 고생 끝에 세계수의 이슬과 별맞이 꽃의 꿀도 구했습니다!
“어어.”
-그러나 분명 선조들의 말에 의하면 둘을 섞으면 된다고 했습니다만, 번번이 세계수의 눈물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눈물이 되는 순간 청아한 하늘색의 액체가 된다고 했었는데 그저 투명한 액체였습니다!
갑자기 프레이의 말이 빨라지더니 그간의 설움을 토로하듯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만들어진 액체도 마셔 봤으나 두 번째 탈피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저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
“프레이, 혹시 그 두 재료 아직도 가지고 있어?”
-후욱! 후욱! 모두 마셔 버렸습니다!
“……그럼 일단 재료부터 다시 구해야겠네.”
프레이의 말을 들어 보니 결국 이슬과 꿀을 섞어 마신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 재료의 수집 과정이 굉장히 험난해 보였지만 왠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액체 합성으로 가능한 거 아니야?’
우리 귀여운 프레이, 한번 날아다니는 거 구경 좀 해 볼까?
* * *
3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다시 돌아왔다.
마크투와 신병 두 마리는 그대로 탐식의 던전에 두고 왔는데 처음부터 줄곧 함께했던 녀석과 떨어지자 왠지 허전했다.
“전화나 문자가 쌓였을 것 같은데…….”
외부와 단절된 채 있었기에 우선은 밖으로 나왔다. 곧이어 끊겨 있던 핸드폰의 수신감도가 올라가며 여러 연락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 길드에서도 연락이 왔었고 영성이 형이랑 한울 형님, 정소연 각성자님한테도 문자가 왔네?”
그렇게 하나씩 확인하던 중 나는 의외의 문자를 하나 발견했다.
“선아?”
선아 요 녀석이 나한테 먼저 연락했다고?
정말 웬만해서는 나한테 따로 연락을 하지 않는 미운 4살 같은 동생의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온갖 농담식 미사여구가 늘어진 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라…….”
까짓것 못 해 줄 건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좀 애매했다.
정확히는 내가? 싶었다.
‘각성자는 각성자지만 액체 합성을 보여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지금껏 숨겨 왔던 슬라임 군주의 능력을 보여 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부탁해 볼까?”
마침 내 작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분들이 계시는데 연락도 온 김에 슬쩍 말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