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0)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1화(70/119)
달콤한 고구마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마력 고구마로 만든 맛탕은 마력이 깃든 고구마로 만든 것과 달리 고급진 단 향을 숨길 수 없었다.
“와아, 이게 무슨 냄새야?”
“침이 멈추질 않아.”
사람들의 반응을 본 나는 의도치 않은 생화학 공격을 해 버린 것에 속으로 사과했다.
‘이거 세계수 버섯까지 꺼내면 난리가 나겠는데.’
이번에 곰곰이와 아라의 합작으로 던전에서 나오기 전에 꽤 많은 양의 버섯을 캤다.
그중 하나를 선물용으로 가져왔는데 지금 건네는 것은 무리일 듯싶었다.
“한울 형님, 자리 좀 옮겨도 될까요? 사람이 너무 많네요.”
“음? 으하하하! 괜찮아! 전혀 불편하지 않으니 그냥 진행해!”
아니 형님……, 제가 불편하다고요.
슬쩍 시선을 돌려 정소연을 보자 그녀도 고구마 맛탕에 정신이 팔려 내 말을 못 듣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이 시선을 느끼면서 진행하는 수밖에.
“선아야, 인터뷰 진행하자.”
“어, 어? 지금?”
“어. 바쁘신 분들이라 시간이 많은 건 아니야.”
“아, 그렇네. 바로 준비할게.”
그나마 침착함을 되찾은 선아가 서둘러 조원들을 재촉했다. 그러자 정신없는 와중에도 인터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희는 한국 대학교 던전 몬스터 연구 학과의…….”
순식간에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인터뷰원들이 아닌 다른 일반 학생들도 주변을 맴돌며 흥미롭게 인터뷰를 지켜보았다.
“와아, 다른 곳들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오셨건 거군요! 그러면 정소연 각성자님께서는 아라홍련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조건이 좋아서? 히히, 장난이고요. 아무래도 인맥이죠.”
“인맥?”
“네. 제가 각성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분이 계신 곳이거든요. 중학생 때부터 아라홍련 길드와는 인연이 있었어요.”
“오오.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
정소연은 최연소 6급 각성자의 기록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정보가 풀린 적이 없었다.
워낙 어린 나이에 높은 등급의 각성자가 되었기에 조심해 왔던 것인데 그렇기에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들이 조금씩 풀리자 각성자 덕후들답게 주변에 있는 이들도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다.
대부분의 정규 인터뷰는 끝나고 이제 자잘하고 사적인 질문들이 뒤를 잇고 있는 와중에 한 학생이 질문했다.
“강한울 각성자님께도 질문이 있습니다.”
“쩝쩝. 얼마든지.”
“얼마든지인 것이다!”
“강한울 각성자님께서는 1세대 각성자로 알고 있는데 후계를 키울 생각은 따로 없으십니까?”
“후계?”
“후계가 무엇이냐?”
한울 형님은 내가 가지고 온 토마토를 먹다가 문득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으음…….”
“으음!”
“하하, 형님. 불안하게 왜 저를 보세요.”
“내 후계는 이 녀석이다!”
“나인 것이다!”
갑작스런 한울 형님의 말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까지도 함께 껴 있던 유한별 각성자마저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잠깐.
왜 아라를 번쩍 들어서 후계니 뭐니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형님.
아라는 마치 모 애니메이션의 아기 사자가 된 것처럼 한울 형님에 의해 들려져 멀뚱멀뚱 있었다.
“귀, 귀여워…….”
“근데 저 애는 누구지? 왜 강한울 각성자랑 같이 있는 거야?”
“설마 딸?”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울 형님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으하하하! 농담이다!”
“헤! 헤! 헤! 농담인 것이다!”
“그, 강한울 각성자님. 혹시 그 아이는 각성자님의 따님이신가요?”
누군가 용기를 내어 던진 질문에 모두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었다.
“그럼!”
“그런 것이다?”
그리고 한울 형님은 시원하게 또 오해할 만한 말을 내뱉으셨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라는 저희 아이예요!”
“……선아야…….”
당연히 또 농담이겠거니 치부한 나와 달리 인터뷰를 정리 중이던 선아가 두 눈에 불을 켜며 외쳤다.
덕분에 사람들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서, 선아야? 갑자기 왜 그래?”
“그, 그러게. 선아답지 않게 그런 농담도 하고…….”
선아의 친구들은 갑작스런 선아의 행동에 안절부절하지못했다. 한울 형님의 농담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결국 정소연이 한숨을 내쉬며 양손을 허리춤에 올렸다.
“2팀장님.”
“뭐.”
“사람들 좀 그만 놀리세요. 규성 씨가 곤란해지는 거 안 보여요?”
“어이쿠! 규성 동생! 혹시 곤란했나? 내가 잘못했네!”
형님…….
적어도 시선은 저를 향해 주시지, 여전히 고구마 맛탕을 불안하게 쳐다보면서 말씀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혹시나 내가 음식을 뺏을까 불안한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게, 내 앞에 있는 게 포식자라는 이명을 가진 그 대단한 각성자가 맞나 싶었다.
“내 아빠는 이규성규성인 것이다!”
“크, 크흠.”
그때 갑작스레 사자후를 터트리며 한울 형님의 손아귀에서 내려와 쪼르르 내게 달려오는 아라였다.
순식간에 애 딸린 남자가 되어 버렸지만 생각해 보면 아라는 내 자식이 맞았다.
‘배로 나은 자식은 아니지만?’
이미 아라가 슬라임인 걸 아는 한울 형님과 정소연, 그리고 선아는 피식하며 웃었지만 나머지는 흥미롭다는 눈초리로 우리를 보았다.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나 봐.”
“아니, 애초에 저 여자애 봐 봐. 호랑이 귀가 달려 있어.”
“설마 조기 각성자?”
이미 아라홍련 측에서 아라의 신분을 따로 만들고 있었다. 대신 정부에서 하는 사역마 등록도 따로 하는 게 좋을 거라 듣긴 했는데 이번에 같이 나온 김에 하는 것도 좋겠지.
“따님이 엄청 귀여우시네요.”
“예? 아, 예. 감사합니다.”
갑자기 유한별이 다가와 말했다.
그녀는 정말로 아라에게 흥미가 있는지 아라에게 손짓하며 인사했다.
“넌 누구인 것이냐!”
“하하. 말투 귀엽다. 아빠가 가르쳐 준 거야?”
처음으로 말투를 지적하는 사람이 나왔다.
근데 안타깝게도 저 말투는 제가 가르쳐 준 게 아닙니다.
“내 말투? 멋있는 것이다! 근엄한 것이다!”
“하하하. 그래, 그래. 엄청 멋있네! 이름이 뭐니?”
“아라인 것이다!”
“아라? 성은?”
“성이 무엇이냐?”
아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아라 성은 이씨지. 이아라.”
“이아라! 나는 이아라인 것이다!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라가 가슴을 펴며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자 유한별이 다시 웃었다.
“한번 안아 봐도 될까요?”
“아라만 괜찮다면.”
유한별이 팔을 벌리자 아라는 저항 없이 그녀의 품에 다가가 쏙 안겼다. 보면 우리 아라가 참 애교는 많다.
찌릿-!
음?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에 옆을 보자 선아와 정소연이 유한별을 노려보고 있었다.
선아는 워낙 아라를 좋아하니 이해는 하지만 정소연은 한울 형님이랑 먹느라 바빴지 않나?
‘……어쨌든 한 건 했네.’
우리 선아 면도 살려 주고 이 정도면 오빠 노릇 좀 한 거겠지?
* * *
“뭐야, 이거?”
오성 길드에서 인터넷 기사를 읽고 있던 오성 길드장 김유라는 뭔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 대학에서 아라홍련 간부 게릴라 인터뷰? 한국 대학이라면 한별이가 간 곳 아닌가?”
그녀의 의문을 들은 비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요. 마침 한별이도 아는 지인 부탁으로 인터뷰 좀 해 주러 간다고 하던데.”
“근데 그 인터뷰 고작 대학 과제 때문에 하는 거 아니었어? 그런 거에 아라홍련 1, 2팀장이 갔다고?”
“대학 과제가 아니었나?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니야. 여기 기사에도 대학 과제 때문에 방문했다고 쓰여 있어. 참 나. 어이가 없네. 요즘 한가한가?”
김유라는 허탈한 웃음을 짓더니 다시 기사를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체 누가 이런 인맥을 동원할 수 있었는지가 가장 화제였다.
“한국대학에 아라홍련 길드 친인척이 다니고 있었나?”
그때 때마침 누군가가 방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한별이에요! 저 복귀했어요!”
“오, 한별아. 마침 잘됐다. 들어와 봐.”
“넹?”
문이 열리며 의아한 표정의 유한별이 들어왔다.
“왜요?”
“아니 왜라니? 한국대학교에 아라홍련 간부들 왔었다며?”
“아! 그거요.”
유한별 본인도 처음 강한울과 정소연을 봤을 때 호들갑을 떨었던 주제에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갑자기 오셨더라고요. 덕분에 싸인도 받았죠. 짜잔!”
“……아이고, 이 가시나야. 잘하는 짓이다.”
“소연 언니도 그렇고 제가 평소에 동경하던 분들이라, 히히. 아, 물론 길드장님도 존경한답니다.”
“어쭈? 소연 언니? 이제 말까지 텄냐?”
“히히.”
어색한 미소가 김유라의 말이 맞다는 듯 대답을 대신했다.
그 깜찍한 미소에 결국 김유라가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됐고. 별일 아니긴 하지만 궁금하긴 하네. 대체 누가 그 둘을 부른 거야?”
“음, 이선아라는 학생이었을 거예요. 아마도.”
“이선아? 처음 들어 보는데?”
“아, 이번에 아라홍련 길드에 신입 있잖아요.”
“응? 아! 그 각성한 지 꽤 됐는데도 계속 1급인 사람? 근데도 아라홍련에 들어가서 꽤 화제였지. 아라홍련이 아무나 받는 길드는 아니니까.”
“네. 그분이 아마 부탁하신 걸로 알아요. 그분 동생이 이선아였거든요.”
“뭐?”
김유라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다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네가 잘못 알았겠지. 그 사람이 어떻게 그 둘을 부려. 그것도 고작 대학 과제에.”
“네?! 진짜예요. 아니 맞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지!”
유한별은 잊고 있던 걸 떠올린 듯 다급히 말했다.
“그거 있잖아요, 그거!”
“뭐? 그게 뭔데?”
“그, 아, 그…….”
갑자기 말을 절던 유한별은 이내 떠올린 듯 번뜩이며 외쳤다.
“음식 아이템!”
“아, 그거?”
근데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오지?
의아함을 느꼈던 김유라는 이내 자연스레 추측할 수 있었다.
“설마 그게 그 1급 각성자가 만든 거야?”
“네? 아, 확실하진 않아요. 근데 아마 맞을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강한울이랑 소연 언니한테 그 각성자가 꼭 조공 바치는 것처럼 음식을 바쳤어요! 그, 우리도 먹어 본 고구마 맛탕 있죠? 그거 말고도 이것저것 꺼내더라고요!”
“아, 맞나 보네. 그 사람이 맞다.”
의문 두 가지가 동시에 풀렸다.
그간 아이템 표시가 뜨는 음식을 두고 꽤 많은 이야기가 각성자 업계에 돌아다녔는데, 그 아이템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자 왜 아라홍련에서 고작 1급에 불과한 각성자를 영입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야, 그래도 그렇지 1급 각성자가 7급이랑 6급 각성자를 부리다니. 웃겨 죽겠네.”
“근데 그분들끼리 친해 보이시더라고요. 딱히 그 1급 각성자가 부려먹었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소연 언니랑 강한울이 호의를 베푼 느낌?”
“어찌 됐든 꽤 좋은 정보를 물어 왔네. 우리 새끼 잘했다.”
“하하! 더 칭찬해 주세요, 길드장 언니.”
버프 및 각종 효과가 달린 음식형 아이템.
게다가 맛까지 천하일미였다.
오성 길드의 길드장 김유라는 곧장 아라홍련의 연락처를 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