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2)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3화(72/119)
길드에서의 일을 마치고 퇴근한 강한울이 서둘러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곳은 한 요양원이 있었다.
“어머, 오셨어요?”
“오늘도 별일 없었습니까?”
“그럼요.”
강한울을 맞이한 보호사가 이내 할머니 한 분을 모셔 왔다.
할머니는 신난 아이와 같은 얼굴로 냉큼 걸어 나오시다가 이내 강한울을 보고 멈칫했다.
“누구여?”
“오셨네. 선생님,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할머니의 의문 담긴 음성에도 서로의 대화만 나누었다. 보호사가 요양원으로 돌아가자 할머니와 단둘이 남게 된 강한울이 손을 건넸다.
“가요.”
“누구여!”
“나, 한울이여.”
강한울이 웃으며 말하자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여? 우리 아들은 어디 있어!”
“여기 있잖어. 엄마 아들.”
“잉?”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뚫어지게 강한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이내 픽 소리쳤다.
“아니여! 우리 아들 아니여!”
“엄마 아들 한울이 맞다니께.”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강한울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미소 지었다.
“엄마. 엄마가 나한테 불러 주던 노래 기억나?”
“노오래?”
슬쩍 관심을 보이는 할머니를 보며 강한울이 나직하게 가사를 중얼거렸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노랫소리를 듣자 할머니는 잠잠해졌다.
이윽고 계속해서 동요를 부르는 강한울을 따라서 부르기 시작했다.
강한울이 어렸을 적, 그녀의 어머니가 자주 불러 주었던 추억의 동요였다.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 짝 발에 딸각딸각 신겨 줬으면!”
마치 몸에 밴 듯 아들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비록 기억력은 감퇴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모성애가 가사를 떠올렸다.
그렇게 둘이서 한참 노래를 부르며 주변을 산책하다가 강한울이 말했다.
“이제 아들 좀 알아보시겄소?”
“으잉? 한울이냐?”
“나 김 여사 아들 강한울이여.”
“으응…….”
노래까지 함께 불러 놓고 여전히 미심쩍은지 눈치를 살피는 할머니를 보며 강한울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매번 있는 일이기에 강한울은 내색하지 않고 그저 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오늘도 색다른 걸 좀 가져왔소, 어무니.”
“응?”
“내가 매번 말하는 규성 동생 있지? 이번에는 버섯을 가지고 왔더라고.”
“버섯?”
머리로는 기억을 못 해도 몸으로는 기억을 하는지 할머니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강한울이 이내 즐겁게 웃으며 버섯을 꺼내 먹기 좋게끔 잘랐다.
“한번 드셔 보소.”
“응.”
할머니가 건넨 버섯을 받아 들고 작게 입을 벌려 버섯을 먹었다. 오물오물거리던 할머니가 이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더 줘.”
“하하!”
강한울은 즐거워하면서 버섯을 다시 먹기 좋게끔 잘라 할머니에게 건넸다. 먹는 것에 욕심이 많은 강한울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낌없이 건네고 있었다.
“어때? 맛있소?”
“으응.”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오물거리는 할머니를 보며 강한울은 작은 행복을 느꼈다.
“근데 왜 그짝은 안 먹는가?”
“나? 난 어무니 드시면 남는 거 먹지.”
“그러지 말고 같이 잡숴.”
“난 많이 먹을 수 있어. 괜찮으니까 어무니 잡숴.”
어머니, 비록 당신은 절 기억하지 못하지만…….
강한울은 이런 소소한 일상조차 소중했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 한구석에 의지할 곳이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상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준 규성에게도 감사했다.
‘된장찌개.’
그러나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어머니가 해 주던 된장찌개. 물론 규성의 식재료로 된장찌개를 만든다고 해서 그 맛이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이면 그만이었다.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루기 힘든 일이 되어 버린 현재였다.
“어무니. 다음번에는 집에서 된장찌개나 해 먹을까.”
“된장찌개? 된장찌개는 내가 또 잘 만들지.”
“하하! 우리 어무니가 된장찌개 잘 만드는 건 어무니 아들인 내가 잘 알지.”
강한울은 조금이라도 더.
이 행복이 오래 가길 빌었다.
* * *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랜만에 꽤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돌아왔다.
사실 본가에서 하루 자고 오려 했는데 던전에서 나오기 직전에 확인한 무언가 때문에 귀가를 서둘렀다.
‘드디어 수확하는구나.’
정말 오래 걸렸다.
아니, 평범한 농가에서라면 이것조차도 빠른 속도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이만큼 오래 걸린 작물이 없었다.
“따알기! 따알기!”
신이 난 아라가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이번에 수확할 작물, 그건 다름 아닌 딸기였다.
다른 것들은 이미 두세 번 수확하는 동안 유일하게 느릿느릿 성장한 딸기는 드디어 그 새빨간 자태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던전에 도착하니 이미 슬라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딸기 수확에 한창이었다.
“딸기!”
아라가 환호성을 지르며 도도도 달려갔다.
슬라임들이 그런 아라를 환영해 주며 막 수확한 딸기를 슬쩍 건네는 게 보였다.
-와구와구.
곰곰이는 우리가 온 것은 안중에도 없이 딸기를 미친 듯이 흡입하고 있었다.
“이야, 예상했던 거지만 진짜 많은데.”
이미 열매가 맺힐 때부터 심상치 않은 숫자에 살짝 놀라기는 했었다. 보통의 딸기보다 20배는 더 열매가 맺힌 듯했었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익는 게 늦은 건가 싶었다.
“음어어엉!”
“뭔 소리래.”
딸기를 먹은 아라가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딸기의 크기는 평범했는데 과연 그 맛도 평범할지 궁금했다. 아라는 워낙 뭐든지 간에 잘 먹는 아이라 반응을 신뢰하기 어렵고.
뾰롱!
“어, 고마워.”
마침 슬라임 한 녀석이 내게 다가와 딸기를 건넸다. 어? 너 박치기 아니었냐?
일단 건네받은 딸기를 확인부터 했다.
분명 이것도 아이템 표시가 뜨겠지?
[마력이 깃든 딸기 LV.1]마력이 담겨 있는 작물.
인체에 무해합니다.
섭취 시, 미약한 상처 수복 효과가 부여됩니다.
“오오?!”
뭐야, 이건.
회복 포션?!
흔히들 빨간 포션이라 부르는 아이템의 효과와 비슷한 능력이었다. 단지 포션의 경우 미약한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지만 말이다.
“설마 이거 과채즙으로 만들면 진짜 포션이 되는 거 아니야?”
회복 포션의 가격은 상당했다.
아무래도 목숨과 직결된 물건인 만큼 던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언제나 부족했다.
“흐음.”
왠지 딸기의 수확이 가장 오래 걸린다 싶었는데 이유가 다 있었구만. 이렇게 귀한 물건이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다.
“와구와구!”
-와구와구!
옆에서는 딸기를 아예 쓸어 담고 있었다.
일단 나도 하나 먹어 볼까.
아삭!
‘아삭?’
식감이 딸기치고는 독특하다 느낀 순간.
나는 새콤달콤한 향에 범벅이 되어 정신을 잃고 말았다.
“……허억!”
간신히 정신을 되찾은 나는 어느새 양손에 딸기를 한 움큼 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잠시 당황하는 순간 내 손은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딸기를 입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터져 나오는 강렬한 딸기 과즙.
“역시 단 게 진리다.”
지금까지 수확한 게…….
방울토마토, 당근, 감자, 레일라, 고구마, 엠버그릴, 오이,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 달았던 작물은 레일라밖에 없었는데, 레일라가 달콤한 맛에 치중되어있다면 딸기는 새콤달콤했다.
근데 그 새콤과 달콤이 굉장히 절묘했고 입안에서 마치 고농축의 과일 수십 개를 한 번에 씹은 듯한 맛이 터져 나왔다.
“왜 계속 들어가지?”
분명 이 정도의 강렬한 맛이라면 물리거나 질려야 할 텐데 끝도 없이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애써 인내심을 발휘해 내며 움직이는 손과 입을 멈췄다.
“후우.”
옆을 보니 곰곰이는 배가 불룩해져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누워 있었고 아라는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지 슬쩍슬쩍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참고로 손과 입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라야.”
“허억!”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아라가 화들짝 놀라며 딸기에서 손을 뗐다.
“오늘 다 먹어 치울 건 아니지? 내일이랑 모레도 먹을 거잖아.”
“응! 응!”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여전히 딸기는 많았다.
오래 기다린 걸 보답하듯 우리가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있었음에도 수확이 끝나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이제 우리도 좀 도와줘 볼까?”
“도와주는 것이다!”
나와 아라가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하자 작업의 진척도 빨라졌다. 만약 여기에 마크투까지 있었으면 더 빠르게 수확이 가능했겠지만 녀석은 현재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지.
“바구니가 모자라네.”
수확하고 나르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딸기를 담아 놓을 바구니가 부족했다. 직접 수확해 보니 보통 딸기의 20배가 아니라 30배는 더 수확되는 것 같았다.
“아라야, 아무래도 수확한 딸기는 저장고 바닥에 그냥 쌓아야겠다.”
“응!”
아라가 저장고로 도도도 달려가 바구니에 담겨 있는 딸기를 쏟았다. 그렇게 쏟은 딸기에 슬라임들이 달라붙어 체액을 묻혔다.
체액을 묻히는 모습은 몇 번이나 봤는데도 익숙하지가 않네. 씻어 내고 먹기는 하지만 조금 기분이 묘했다.
‘저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썩으니까 어쩔 수 없지.’
빈 바구니를 다시 가져와 작업을 재개했다.
그렇게 몇 시간가량 작업을 하자 드디어 끝이 보였다.
“와, 진짜 많네.”
“헤헤헤.”
작은 언덕처럼 쌓인 딸기를 보고 아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아마 나 혼자서 먹었으면 평생은 먹었어야 할 딸기의 양이지 않았을까.
“이거 한번 잼으로 만들어 볼까.”
“쨈?”
아라가 갸웃거렸다.
아직 과일잼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라였지만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게 눈에 선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만들어 줄게.”
“쨈이 무엇이냐?”
“저 딸기들을 냄비에 넣고 졸이는 거야. 원래 설탕을 같이 넣고 졸이는 건데, 아마 그냥 졸여도 충분할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알아는 봐 둬야지.
요즘에는 인터넷이 잘되어 있기에 그냥 검색만 하면 바로 레시피가 나왔다.
“딸기를 졸이는 것이다?”
“응. 내일 같이 한번 만들어 보자.”
“오오! 나도 만드는 것이냐?”
“어. 어렵지 않으니까 아라도 할 수 있을 거야.”
아라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이내 신이 나는지 특유의 둠칫둠칫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하하.”
잠자야 할 시간인데도 아직 힘이 넘치네.
아라의 귀여운 춤 실력을 보며 오늘도 알찬 하루를 보냈음을 실감했다.
아, 그나저나 던전에 돌아오기 직전에 선아한테 톡이 하나 왔었는데.
‘브이로그?’
브이로그가 뭔지는 안다.
그냥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거였지, 아마?
선아는 아라의 브이로그를 찍어서 공유하고 싶다고 했었다. 마침 바쁜 일도 대부분 끝났기에 탐식의 던전을 가족들한테도 보여 줄 생각이었는데, 이참에 모두 데리고 놀러 오라고 했었다.
어차피 한울 형님이 부탁했던 콩을 심어야 해서 다시 탐식의 던전에 갈 생각이었는데 일석이조네.
‘아라가 농사일을 돕는 모습도 힐링이지.’
선아가 원하는 그림이 제대로 나올 것 같았다.
“이규성규성, 코 자는 것이다.”
“아이고, 우리 아라. 이제 자자.”
“응.”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