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3)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4화(73/119)
아침 일찍 일어나 아라를 데리고 본가로 향했다. 오늘은 부모님과 선아를 데리고 던전을 소개해 주는 날이었다.
“소풍~! 소오푸웅!”
모두와 함께 탐식의 던전으로 소풍을 간다고 말해 주자 신이 난 아라는 벌써부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 어깨 위에 목마를 탄 아라의 발이 동동 굴려졌다.
삑삑삑- 띠리리-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반겨 주었다.
“아이고, 우리 아라 왔어?”
“대군주군주! 소풍인 것이다!”
“그래. 할미가 우리 아라랑 소풍 가려고 이렇게 준비를 딱 해 놨지.”
“우와!”
이미 캠핑용품은 다 준비되어 있으니 따로 준비할 건 없다고 말했었는데 이것저것 챙기신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동용 의복도 보였다.
“엄마, 이건 뭐예요?”
“우리 아라 입히려고 샀지.”
음, 귀엽긴 하군.
그렇게 어머니가 산 옷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아버지가 뭔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방에서 나오셨다.
“왔냐.”
“예. 아버지.”
아버지는 마치 등산을 가는 사람처럼 차려입으셨는데 양손은 낚시용품으로 한가득이었다.
“근데 정말로 네가 지내는 곳에 캠핑이나 낚시할 곳이 있다고?”
“예. 걱정 마세요, 그건. 아마 가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미 의욕 만땅으로 준비를 해 놓으신 모습으로 의아함을 표현해도 늦었다.
아직 선아가 안 왔기에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은근슬쩍 전날에 수확한 딸기도 꺼냈다.
“오오. 딸기도 길렀니?”
“예. 마침 어제 수확했어요. 한번 드셔 보세요.”
아버지는 이미 말없이 손을 뻗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본 아라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삭!
“어떤 것이냐? 어떤 것이냐? 맛있는 것이다?”
아라가 옆에서 대답을 재촉해도 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도 딸기를 하나 집고 바로 입에 넣으셨다.
“어떤 것이냐!”
아라의 흥분한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아라야, 그러지 말고 너도 하나 먹어.
딸기의 꼭지를 따다가 아라에게 건네자 아라는 사양 않고 입을 내밀었다. 오리주둥이처럼 내민 입술이 귀여웠다.
“크흠, 맛있구나.”
뒤늦게 반응하는 아버지셨다.
곧이어 어머니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볼을 감싸 쥐셨다.
“어쩜 딸기가 이렇게 맛있니? 이거 많이 있어?”
“예. 많이 있어요. 안 그래도 엄마랑 선아는 과일 좋아했는데 잘됐네요.”
굳이 따지면 채소지만 과일이라 해 두자.
아라는 어느새 슬금슬금 어머니의 품에 기어가 제대로 자세를 잡고 딸기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라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어머니에게 넌지시 여쭤보았다.
“엄마, 혹시 이거로 딸기잼 만들 수 있나?”
“아! 만들 수 있지! 그러면 좋겠네. 마침 소풍 가서 먹으려고 샌드위치용 빵도 사 뒀거든. 거기 발라먹으면 되겠다.”
“오래 걸리려나?”
“선아가 올 때까지는 충분해.”
어머니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딸기를 가지고 주방으로 가셨다. 나도 슬쩍 뒤를 따라 도와줄 건 없는지 살폈다.
“그냥 졸이기만 하면 되는 거라 엄마 옆에 있을 필요 없어. 가서 아라 옷이나 입혀 봐.”
“예.”
열심히 딸기를 먹고 있던 아라를 앞에 세우고 옷들을 차례대로 나열해 보았다. 역시 나보다는 보는 눈이 있으셔서 그런지 모두 귀여워 보였다.
“아라야, 이거 하나씩 입어 볼까?”
“응!”
이내 아버지와 같이 아라의 옷을 갈아입히며 패션쇼를 펼쳤다. 옷을 갈아입힐 때마다 딸기를 졸이던 어머니가 거실로 나와 아라의 사진을 찍으셨다.
“어머, 어머. 우리 아라 어쩜 이렇게 예쁘니.”
“나는 예쁜 것이다!”
콧대가 한껏 올라간 아라가 자랑스레 가슴을 폈다. 그 모습이 얄미울 법도 하건만 그저 하염없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나는 팔불출인가.’
이미 여러 번 했던 생각이지만 부정할 수 없겠다. 우리 아라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아라도 어머니가 사다 준 옷이 꽤 마음에 든 듯 한 손에 계속 딸기를 쥔 채 옷들을 전부 입어 보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좋아라 하셨다.
“엄마, 딸기잼은요?”
“어머, 깜빡했다. 타진 않았겠지?”
다행히 멀쩡한 딸기잼을 보며 어머니는 다급히 주걱을 저으셨다. 갈수록 단향이 진해지며 집안 전체가 딸기의 향으로 물들었다.
띠리릭-!
“나 왔어. 어! 아라야아아아.”
들어오자마자 아라를 발견하고는 맹렬히 달려온 선아가 아라의 볼을 부벼 대기 시작했다.
“아유. 우리 아라 왔어요.”
“야. 아라가 싫어하잖아.”
“뭔 소리래! 아라야, 언니 싫어?”
아라는 슬쩍 내 눈치를 살피다 배시시 웃어 버리고 말았다.
“이선아선아, 좋은 것이다.”
“헤헤헤. 봤지? 아라도 좋다잖아!”
“그려.”
괜히 심술을 부려 본 것이라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그래도 이 오라버니께서 과제도 열심히 도와줬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하니 심술이 안 생기고 배기나!
“이건 뭐야?”
“딸기인 것이다!”
아라가 손에 들고 있던 딸기를 높게 치켜올리더니 이내 선아의 입에 가져다 댔다.
“아아~ 하는 것이다!”
“아아~.”
아라가 딸기를 먹여 주자 그대로 받아먹은 선아는 곧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내 어깨를 때리기 시작했다.
“미쳤어, 미쳤어.”
“야, 야. 그만 때려.”
그렇게 맛있었나 보다. 물론 먹어 본 나도 선아의 리액션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왠지 집에서 온통 딸기 냄새가 진동하더니.”
“엄마가 안에서 딸기잼도 만들고 계셔.”
“마침 다 만들었다.”
어머니가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손에는 딸기잼이 묻은 주걱이 있었는데 이내 후후 부시더니 아라에게 건넸다.
“아라야, 할미가 만든 딸기잼이야. 먹어 볼래?”
“응!”
선아의 품에서 바둥거리며 벗어난 아라가 이내 양손을 가슴 앞에 꼭 움켜쥐고 주걱에 묻은 딸기잼에 입을 가져다 댔다.
“으음!!”
“맛있니?”
“맛있는 것이다! 역시 대군주군주가 최고인 것이다!”
아, 아라야?
최고의 자리를 뺏긴 내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둘을 보고 있자 어머니가 이내 우리에게도 주걱을 내밀었다.
“맛 좀 봐 봐. 엄마가 먹어 봤는데 역시 재료가 좋아서 그런가 조미료도 안 넣었는데도 너무 맛있네.”
선아가 먼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고 아버지와 내가 차례대로 손가락에 살짝 덜어 먹어 보았다.
“음!”
안 그래도 강했던 딸기의 맛이 농축되었다.
그런데 솔직한 표현으로는 살짝 과한 느낌?
“빵에다 발라 먹으면 맛있겠네요.”
“그렇지?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어.”
빵에다가 발라 먹으면 아무래도 훨씬 맛있을 것 같았다. 이참에 크림치즈랑 베이글을 사다가 딸기 베이글을 해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만든 딸기잼은 병에 담고……. 이제 선아도 왔으니까 바로 출발해 볼까?”
“예.”
짐은 보끔이에게 모두 맡기고 내 던전으로 출발했다. 던전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방 도착한 우리는 산길을 조심히 걸으며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래전에 한번 와 봤던 거 같은데 오랜만이구나.”
아버지가 입구를 둘러보며 말씀하셨다.
“소풍! 소~풍!”
“호호. 우리 아라가 신이 많이 났네.”
“응!”
아라가 헤실거리며 이내 입구에 발을 걸쳤다.
“내가 안내해 주는 것이다!”
“그래. 우리 아라가 안내해 줄래?”
선아는 예전에 재성이와 한번 와 봤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닥 신기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탐식의 던전을 발견하기 전이었기에 깜짝 놀랄 모두의 얼굴이 기대되었다.
“오오. 이게 밭이구나.”
던전에 입장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1층에 있는 텃밭을 보며 관심을 가지셨다.
1층에는 처음에 심었던 토마토와 당근, 그리고 레일라를 바꾸지 않고 계속 재배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작물의 레벨이 상승한 상태였다.
[마력 방울토마토 LV.2]마력이 담겨 있는 작물.
인체에 무해합니다.
섭취 시, 5분간 독 내성을 얻습니다.
섭취 시, 해독 작용이 일어납니다.
섭취 시, 5초간 소량의 마력이 증가합니다.
레벨이 1에서 2로.
효과 지속 시간도 3에서 5로 증가했다. 처음에는 재배한 모든 작물이 레벨 2였던 건 아니고 1짜리와 섞여서 수확됐다. 그러나 레벨 2 작물만 따로 종자로 만드니 나중에는 모두 레벨 2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더 뛰어난 작물을 종자로 만들어 키우면 차근차근 레벨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려가는 것이다!”
“아, 여기 내려가는 사다리가 있네? 지하도 있었구나.”
“지하?”
어머니가 신기해하셨고 아버지는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우연히 발견했어요. 원래 저도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더 있더라고요.”
“집주인은 알고 있었냐?”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숨겼어요. 아버지랑 어머니한테도 말씀 안 드렸는데요, 뭘.”
“잘했다.”
지하가 있다는 사실, 아니 탐식의 던전까지 알았다면 절대 그 가격에 이 던전을 매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라의 안내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탁 트인 천 평짜리 밭이 넓게 펼쳐졌다.
꾸물!
그리고 마침 모든 슬라임이 지하에 있었는지 우리를 반겼다.
-끄왕?
“어, 어! 저 곰돌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곰곰이를 발견한 선아가 우다다 달려갔다. 선아의 흥분한 그 모습이 사뭇 무서웠는데, 곰곰이도 선 채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오, 오빠! 이 곰 만져도 돼?”
“어. 위험하진 않아. 근데 너 너무 저돌적이다. 곰곰이가 무서워하겠어.”
“이름이 곰곰이야? 하여간 오빠 네이밍 센스는 참…….”
“아라가 지었는데?”
“역시 아라야! 이렇게 귀여운 이름을 생각할 수 있는 건 우리 아라밖에 없지.”
뭐야 그 차별 대우는.
선아는 다급하게 달려가던 모습과 대조되게 조심스레 곰곰이에게 손을 건넸다. 그러자 곰곰이는 선아의 냄새를 잠시 맡아 보더니 양팔을 벌려 보였다.
-크앙!
“어, 뭐야? 나 환영해 주는 거야?”
“아니. 위협하는 거야.”
“……아니,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아라 이외에 또 있었다니.”
선아의 헛소리를 들으며 나는 부모님께 밭을 소개했다.
“여기가 일단 제 모든 작물이 나오는 곳이에요. 저 안쪽에도 새로운 밭을 만들어 놓은 게 있는데 이제 씨앗을 뿌린 정도라 여기가 전부라고 해도 돼요.”
“지금까지 수확 못 한 것도 있었니?”
“딸기가 마지막이었어요.”
“그럼 새로 만든 밭에는?”
“고추, 상추, 양파, 마늘이요. 그리고 던전에서만 나오는 새로운 작물 하나랑. 벼도 심으려고 했는데 잠깐 사정이 생겨서…….”
“벼까지 심으려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아버지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러나 나는 슬쩍 웃어 보이며 주변에서 뽈뽈거리는 슬라임들을 가리켰다.
“거의 대부분의 일은 이 녀석들이 대신 해 주거든요. 전 밭을 새로 갈거나 씨앗을 심는 거, 그리고 수확할 때 조금 돕는 거 빼고는 일이 없어요.”
“아주 꿀을 빨고 있구나. 이 꿀벌 같은 놈.”
“……하하. 농담이 참 재밌네요, 아버지.”
정말로 재밌다고 받아들이신 건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버지였다.
그렇게 밭을 다 둘러보고 드디어 탐식의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벌써부터 가족들의 반응이 기대되어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와, 뭐야? 여긴 또 어디야?”
제단이 있는 공간에 들어온 선아가 신기한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선아를 향해 곰곰이를 한쪽 옆구리에 매단 아라가 재촉했다.
“여기! 여기인 것이다!”
“와, 거기에 또 길이 있는 거야?”
“그런 것이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계단이 보였다.
갑작스런 내리막길 계단의 등장에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런 곳에 계단이?”
“규성아, 네가 만든 거니?”
“아니요. 원래부터 있던 곳이에요. 그리고 저 아래가 오늘 저희가 갈 장소고요.”
자, 모두들 기대하시라.
환상의 나라로의 초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