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4)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5화(74/119)
-던전의 주인, 아라(탐식)를 확인합니다.
-입장이 허가됩니다.
“공기 좋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풍경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그런 내 뒤를 따라 가족들이 진입했다.
“와아아아.”
“허, 허허허…….”
놀라운 풍경을 마주한 부모님들이 턱을 다물지 못하셨다. 선아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어느새 아라와 곰곰이를 품에 안고 멍하니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가 진짜 저희 집입니다.”
“자신만만해하던 이유가 확실히 있었구나.”
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닥에 난 풀들을 쓸어 보셨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게 정말로 존재하는 세상인 거냐?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이거 무슨 브이알? 그, 안경처럼 쓰는 기계 뭐였더라? 그런 건 아니지?”
어머니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주변을 살피느라 바쁜 가족들을 이끌고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일단 따라오세요. 아직 구경할 게 많습니다.”
탐식의 던전은 아직 나조차 모르는 장소가 즐비한 곳이었다.
알프헤임들에게 듣기로 무슨 절벽과 같은 지형에 수많은 폭포들과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섬과 같은 땅들도 있다고 들었다.
‘얼마나 넓은 건지 짐작도 안 가네.’
언제 한번 던전 일주를 해야지. 자전거 같은 탈 것을 가지고 와야겠다.
약 10분 동안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가족들이었다. 부모님은 조용히 감상하시고 선아는 핸드폰으로 열심히 주변을 찍으며 한시도 쉬지 않고 감탄을 토해 냈다.
“오빠, 오빠. 대박이야! 아니, 이런 던전이 있었다고? 이런 건 들어 보지도 못했어. 내가 던전 관련 학과인 건 알지? 수많은 종류의 던전을 공부했지만 여긴…….”
역시 각성자 오타쿠답게 이런저런 지식들을 나열하는 선아였다. 그러나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드디어 목표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온 것이다!”
아라가 도도도 달려가 슬라임들을 반겼다.
며칠 사이에 초록빛으로 물든 밭과 함께 마크투를 비롯한 슬라임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저번에 봤던 슬라임이네.”
“어머, 귀여운 모자를 쓰고 있구나.”
마크투를 본 선아와 어머니가 말랑말랑한 녀석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일이 좀 남아 있다고 했지. 오래 걸리냐?”
“아니요. 금방 끝나요. 밭에 심기만 하면 돼서요.”
“도와주마.”
“아니에요. 정말 간단한 일이라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밭은 아라가 이미 갈아 놓은 부분이 있었기에 씨만 심으면 되었다. 이번에 심을 건 한울 형님이 부탁했던 콩이었다.
‘메주콩, 백태.’
마침 모두가 다가와 내가 뭘 심을 건지 확인했다.
“콩이네?”
“예. 메주를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우와, 궁금한데? 우리 아들이 기른 콩으로 된장을 만들면 무슨 맛일까?”
“오히려 너무 생소한 맛이 나는 거 아니야? 나는 좀 걱정이 된다.”
아버지의 말씀도 일리가 있었다.
분명 내가 기른 메주콩은 평범한 것과 달리 그 맛이 좀 튈 확률이 높았다. 그냥 먹는 건 여전히 맛있겠지만 과연 발효를 거치고 난 다음에도 맛있을까?
“실패하면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죠. 메주콩도 종류가 많더라고요. 물론 이게 가장 일반적인 메주콩이지만.”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렇게 콩을 심기 시작하자 괜찮다고 말했음에도 온 가족이 와서 도왔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나도 감사히 도움을 받았는데, 오직 선아만은 멀찍이서 그런 우리를 찍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콩을 심는 아라와 곰곰이를 찍고 있었다.
-끄응.
곰곰이는 여전히 어수룩하게 땅에 콩을 심었는데 그 모습이 또 선아의 심장을 타격했는지 눈매가 심상치 않았다.
“헤헤헤! 다 심은 것이다!”
“오오, 잘했어.”
“오빠, 쉿. 지금은 아라 목소리만 오디오로 남길 거야.”
“…….”
저것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찌 됐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니 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났다.
흙을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묻힌 아라가 해맑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런 아라에게 묻은 흙을 살살 털어 내며 말했다.
“새참 좀 먹을까요?”
“좋지.”
“빵에다가 엄마가 만든 딸기잼 발라 먹죠.”
“오오오! 딸기잼! 맛있는 것이다!”
일을 안 한 선아가 눈치는 빠르게 돗자리를 세팅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아라와 곰곰이를 찍는 모습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우리 곰돌이 아가는 그냥 잼만 줄까?”
-크웅?
어머니가 슬쩍 잼을 퍼서 곰곰이에게 건넸다. 그러자 곰곰이가 처음 본 딸기잼에 코를 킁킁대더니 이내 앙증맞은 발바닥으로 잼을 가져갔다.
낼름.
이내 딸기잼을 맛본 곰곰이의 표정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핥아먹어 버렸다.
-크왕!
“맛있는 것이다! 꿀맛인 것이다!”
딸기잼을 바른 빵을 먹은 아라가 곰곰이의 말을 해석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상을 외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힘껏 외쳤다.
그사이 우리도 잼을 바른 빵을 받아 곧장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역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빵에다 잼을 발라 먹으니 그냥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었다. 물론 빵이 조금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부드러운 빵의 식감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규성아.”
“예.”
“저기가 논으로 만들려고 했던 곳이냐?”
빵을 드시던 아버지가 어느새 물이 차서 작은 연못처럼 변한 곳을 가리켰다.
“아, 맞아요. 저게 좀 애매한 게 원래 땅을 판 뒤에 옆에 있는 강가의 물을 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라랑 같이 땅을 파다 보니 갑자기 밑에서 물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오오, 그래? 설마 온천수인가?”
“그건 모르겠어요. 일단 혹시 모르니 그냥 놔뒀는데 온 김에 확인해봐야겠네요. 그리고 아버지.”
“응?”
“온천은 따로 있습니다. 기대하세요.”
“온천이 있다고? 여기에?”
아버지의 놀란 외침을 뒤로 하고 빵을 마저 다 먹은 나는 논으로 가 봤다. 그러자 저번에 느꼈던 것처럼 기분 좋은 향이 논에서 느껴졌다.
‘논이라고 하기에도 이젠 뭐하네.’
수증기까지 피어오르며 가운데에서는 기포가 샘솟고 있었는데, 어느새 강 쪽으로 보를 뚫어 놔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건 슬라임들이 해 놓은 건가?
“진짜 온천수는 아니겠지?”
하지만 모른다.
이미 이곳에서 온천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온천들은 모두 시스템창이 표시가 됐지. 이것도 확인해보면 되지 않을까?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마……안?”
[꿀맛의 온천]꿀맛인 것이다.
……?
어째서 시스템창에서 아라의 말투가 느껴지는 걸까. 게다가 꿀맛의 온천이라니 그건 또 뭔 온천이야.
“이규성규성! 빵 맛있는 것이다! 더 먹는 것이다!”
“어? 어어. 먹고 있어 봐.”
나를 챙겨 주는 아라에게 일단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슬쩍 온천을 만져 보았다.
‘뜨거.’
살짝 뜨거운 정도. 그러나 익숙해지자 금세 괜찮아졌다. 이 정도면 몸을 담가도 되겠…….
“온천이라고 바로 몸부터 담글 생각부터 하네.”
그래도 시스템이 인정한 공인 온천인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벼농사는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지어야 할 듯싶었다.
“맛이나 살짝 봐 볼까?”
꿀맛의 온천이라는 희한한 이름을 지녔으니 먹어 봐야지. 왠지 몸을 담가야 할 온천수를 입에 댄다는 것이 조금 그랬지만 아직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온천이니 괜찮겠지.
슬쩍.
문득 든 생각인데 설마 슬라임 녀석들이 벌써 온천으로 사용한 건 아니겠지?
꾸물?
맛있게 잼을 바른 빵을 드시던 우리 마크투께서 나와 얼굴이 마주치고는 갸우뚱했다.
뭐, 상관없지.
일단 조금만…….
꿀꺽.
손에 살짝 담아서 온천수를 마셔 보자 그 이름대로 은은한 꿀맛이 느껴졌다.
“기가 막히네.”
맛있었다.
요정들이 만든 꿀보다 강한 맛이 나지는 않았으나 녹차나 홍차 같은 차 종류로 여겨도 될 만큼 은은한 꿀향이 났다.
“엄마, 혹시 보온병 있었죠?”
“응. 왜 그러니?”
“잠깐만요.”
나는 가지고 보온병 내부의 차를 원샷 때리고 연못이 되어 버린 꿀맛 온천을 담았다.
그러고는 돌아와서 컵에 담았다.
“이거 저기서 가져온 물이니?”
“예. 꿀맛 온천이래요.”
“……꿀맛 온천?”
장난치나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의 가족들을 보자 조금 억울했지만 유일하게 아라만이 호응을 해 주었다.
“꿀맛!!!?”
기대가 가득 담긴 얼굴로 내 손에 들린 컵을 바라보는 아라였다. 그런 아라에게 컵을 건네자 곧바로 컵에 든 물을 마셨다.
“오! 저번에 먹은 그 물인 것이다!”
“맞다. 아라는 마셔 봤지?”
“꿀맛인 것이다!”
시스템 설명과 똑같은 말을 하는 아라를 보며 자연스레 웃음을 터트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건넸다.
“한번 드셔 보세요.”
“그래. 나도 좀 줘 봐라.”
아버지가 자신의 컵을 내밀었다.
거기에 물을 가득 따라 주자 아버지는 그만, 그만 이라고 말씀하시며 손을 내저으셨다.
“향은 좋구나?”
“어디 나도…….”
어머니와 선아한테도 온천수를 따라 주고 남은 건 곰곰이와 아라에게 줬다.
저번에 온천수를 마셔 보려다 내게 저지당했던 곰곰이가 드디어 맛본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하아, 좋네.”
“음, 좋은 차야.”
“여긴 정말 없는 게 없는데, 오빠?”
모두들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지.
“여기는 제 일터고 우리가 캠핑을 할 곳은 따로 있어요.”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말했듯이 온천도 있고, 또 호수도 있죠. 낚시 도구까지 다 준비하셨으면서.”
“허허. 잠깐 잊어버렸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어서 까먹었지 뭐냐.”
아직 나도 이곳의 겨울이란 걸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평소의 날씨는 그저 맑고 선선하기만 했다.
식물들이 자라는 것과 강과 호수가 있는 걸 보면 비도 내리는 모양이지만 아직까지 비가 내리는 걸 경험해 보진 못했다.
“이제 슬슬 자리를 옮겨 볼까요?”
“그러자.”
짐을 정리하고 다시 보끔이에게 맡겼다.
마크투를 비롯한 슬라임들을 보며 부모님이 같이 안 가냐고 하셨으나 녀석들은 여기서 일을 해야 했다.
“안 본 사이에 우리 아들이 냉혹하게 변했구나.”
“하, 하하.”
마침 얘기가 나왔으니 나는 슬쩍 아버지께 말을 꺼내 봤다.
“아버지.”
“음?”
“혹시 여기다가 건물 같은 걸 세우려면 힘들까요?”
“……오!”
내 의견을 들은 아버지는 갑자기 언덕 위에 서서 밭 근처를 살펴보셨다. 그러더니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살피고는 말했다.
“건축 자재가 좀 애매하구나. 재료를 밖에서 이쪽으로 들여오는 건 힘들어 보이니…….”
“그것도 그러네요.”
“일단 설계라도 한번 짜 볼까.”
“힘들다면서요?”
“그래도 이런 곳에 건물을 짓는다는 낭만은 포기할 수가 없구나. 규성이 네가 살 집이냐?”
“제가 살 곳도 좋은데 일단은 저 슬라임들이 지낼 만한 장소요.”
“한번 생각해 보마. 머리를 굴리다 보면 방법이 하나쯤은 나오지 않겠냐.”
확실히 건축 자재가 문제였다.
결국 이곳에서 현지 조달을 해야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아라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애매하네.’
천천히 생각해 보자. 일단 급한 문제는 아니니까.
그렇게 일이 끝난 뒤 우리는 호숫가로 향했다.
밭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가족들은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꽤나 즐거운 듯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그냥 여기에 집 짓고 사는 건 어떠니?”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는 김에 우리가 살 집도 지어 놓고.”
“그게 본론이셨군요!”
“호호호.”
그렇게 수다를 떨며 마침내 호숫가에 도착하자 모두가 감탄을 터트렸다.
“와아아.”
“이건 또 장관이군.”
“그림이 따로 없어.”
몽환적인 하늘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호수.
그로 인해 만들어진 신비로운 광경이 우리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