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5)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6화(75/119)
휘익-!
퐁!
찌가 호수의 표면에서 앙증맞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붉은 형광 찌는 그렇게 고요하게 가라앉으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히히!”
“일로 와!”
아버지의 옆에서 낚시할 채비를 준비하고 있자 한쪽에서는 풀밭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아라와 선아가 보였다. 곰곰이는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런 둘의 뒤를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었다.
“좋구나.”
“시끄러운 것만 빼면요.”
“허허. 애들 웃는 소리만큼 듣기 좋은 게 없어.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저도 아라 웃음소리는 듣기 좋아요.”
“동생한테 너무 못되게 굴지 마라.”
이내 채비 준비가 끝난 나도 낚싯대를 잡고 호수에 미끼를 던졌다.
퐁!
봉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찌가 천천히 입수했다. 그사이 아버지의 찌는 입질이 왔는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 입질이 오네요.”
“그러게. 살짝 걱정은 했다만 다행히 입질이 오는구나.”
아무래도 지구의 환경이 아니다 보니 평소 사용하던 미끼를 고기가 물까 싶었지만 기우였나 보다.
이내 토독거리던 아버지의 찌가 높이 치솟았다.
“옳지!”
곧바로 낚싯대를 낚아채자 호수의 표면이 파바밧 튀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월척인데요?”
“음!”
아버지는 긴장한 눈으로 낚싯대를 잡은 손을 들어 올리셨다. 그 모습에 금방 모습을 드러내며 낚일 줄 알았으나 꽤나 버티는 생선 녀석이었다.
“잡은 것이냐? 잡은 것이냐!”
어느새 술래잡기를 멈추고 아버지의 곁에 다가온 아라가 초롱초롱거리는 눈망울로 파닥거리는 호수 표면을 바라봤다.
잔뜩 기대 어린 손주 같은 아라의 모습에 아버지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건지 다시 힘을 내셨다.
“으읏차.”
“아라야, 여기 뜰채.”
나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물고기를 보며 아라에게 뜰채를 건넸다.
생각보다 큰 물고기였기에 뜰채가 필수였다.
이내 진지한 표정의 아라가 뜰채를 건네받고 조심스레 팔을 뻗었다. 그리고 드디어 뜰채의 안으로 고기가 쏙하고 들어갔다.
“잡은 것이다!”
아라의 얼굴이 단번에 환해지며 잡은 생선을 뭍으로 꺼냈다. 고기는 여전히 힘 좋게 팔딱거리며 억울한 듯 춤을 췄다.
“이야! 월척이다. 손맛 제대로 봤어. 허허허!”
아버지가 흡족한 얼굴로 잡은 고기를 살폈다.
그러더니 옆에서 함께 구경 중인 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아라 덕분에 잡았네. 혼자서는 힘들어서 이만한 크기는 못 잡았겠어.”
“헤헤.”
아라가 방실방실 미소 지으며 이내 나를 바라봤다.
“먹어도 되는 것이냐?”
“구워 먹자.”
예전에 영성이 형네 부부와 왔을 때 아라가 입수해서 잡았던 고기와는 종류가 달랐다. 그때 잡았던 것보다는 큰 종류의 물고기였다.
마침 텐트 쪽에서 보끔이를 품에 안고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말했다.
“불 피워야지. 이게 불이니?”
“예. 그게 불 피우는 거고, 잠시만요.”
나는 프라이팬과 조리 도구를 준비했다.
그사이 아라와 아버지는 고기를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옳지. 우리 아라 용감하네.”
“오오! 큰 것이다!”
생선을 번쩍 든 아라의 모습을 아버지와 선아가 쉴 새 없이 찍었다. 아버지는 고기를 위주로, 선아는 아라를 위주로 찍는 디테일이 달랐지만.
“엄마는 쉬세요. 제가 할게요.”
“할 수 있겠니?”
“고기 정도는 구울 수 있어요.”
자취 경력이 몇 년인데.
그러나 부모님의 눈에는 언제나 아이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흐음…….”
“괜찮으니까 쉬고 계세요.”
어머니의 미심쩍은 눈초리를 뒤로하고 마저 준비했다.
‘그냥 고기만 굽기는 뭐하지.’
나는 미리 준비했던 식재료를 대충 꺼냈다.
엠버그릴, 그리고 토마토.
생선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
솔직히 토마토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즉흥적으로 생각했다.
거기에 아까 먹지 않고 아껴 뒀던 샐러드도 꺼냈다. 참고로 샐러드의 들어가는 오이의 효능은 주변에 단 한 번도 알리지 않았던 참이다.
‘……위험하지.’
무려 시스템 공인의 피부 미용 식품.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 순간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되도록이면 주의하자.
“이규성규성!”
아라가 자신의 얼굴 크기만 한 생선을 들고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사이에 내가 던졌던 낚싯대에도 신호가 왔는지 아버지가 급하게 낚아채셨다.
“좋구나!”
낚시에 푹 빠지신 모습이셨다.
“요리 다 되면 부를게. 아라는 놀고 있어.”
“응!”
해맑게 대답한 아라는 이내 돌아가려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내게로 왔다.
“이규성규성.”
“음?”
“나도 낚시가 하고 싶은 것이다.”
“오! 아라도 할 수 있지. 아버지한테 알려 달라 해 봐.”
“응!”
이내 신난 발걸음으로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아라를 뒤로하고 생선을 손질했다.
-크웅.
“곰곰이 왔어?”
곰곰이가 생선을 손질하는 내게 다가오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역시 곰이라 생선을 좋아하나.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연어를 사냥하는 곰을 자주 접했기에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크응?
“곰곰아, 이게 궁금해?”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보니 생선을 처음 본 거 같기도 하고. 하긴 이 조그마한 체구로 물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니 생선을 못 봤을 수도 있겠다.
저번에 곰곰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생선 파티가 끝난 다음이었으니.
생선의 손질을 마친 나는 생선의 주둥이에 토마토를 집어넣었다. 내장도 전부 제거했기에 가른 틈으로 엠버그릴과 토마토 몇 개를 더 넣고…….
‘이게 맞나?’
뭐, 실패하지는 않겠지.
워낙 재료가 사기라 이런 야매 요리라도 맛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어렴풋이 따라 하긴 했는데 원래 레몬으로 잡내를 없애 주는 요리법이었던 거 같은 기분이…….
지글지글-
프라이팬의 열기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생선을 올렸다. 이내 얼마 있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으잇!”
“오오! 아라가 잡았다! 우리 아라가 고기를 잡았어!”
“오, 어디요? 이야, 우리 아라 장하네. 월척이네, 월척이야!”
내가 요리를 하는 사이 부모님은 아라의 낚시로 잔뜩 들뜬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선아가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너도 좀 즐겨라.”
“쉿.”
내가 그런 선아에게 한마디 하자 그녀는 진중한 얼굴로 검지를 입술에 올렸다.
그래. 저게 선아 나름대로의 즐기는 방법이겠지. 그냥 무시하자.
치이익!
어느새 속까지 제대로 익힌 생선이 완성되었다. 생선의 풍미가 느껴지는 향이 올라오고 그 주위를 엠버그릴, 토마토의 냄새가 감쌌다.
“맛있겠는데.”
-크앙!
곰곰이가 옆에서 침을 흘리며 생선을 보았다.
그사이 아라가 뒤뚱거리며 내게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옆에 놓았다.
투우욱!
묵직한 소리.
옆을 슬쩍 보자 거의 내 허리까지 올 것 같은 대어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월척인 것이다!”
아라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가슴을 폈다.
자랑스레 말하는 아라를 한 차례 보다가 다시 바닥에 놓인 생선으로 시선이 빼앗겼다.
“……뭐야, 이건.”
아니 민물낚시용 낚싯대로 이런 게 잡혔다고? 낚싯대가 부러지지 않나 보통?
“허허허! 규성아! 이게 진짜 월척이다, 월척!”
“낚싯대 안 부러졌어요?”
“부러질 줄 알았는데 낚싯대를 들고 있던 아라가 바닥에서 돌을 주워 생선을 맞히더구나. 그러고는 기절한 녀석을 그대로 끌어 올렸어.”
“…….”
판단력 지리네.
아라 덕분에 낚싯대의 수명이 늘었다. 다음부터는 민물낚시용 말고 대어를 위한 낚싯대를 따로 사 가지고 와야겠다.
그나저나 고놈 참 생김새가 흉악했다.
이거 먹을 수 있는 건가?
“원래 생선은 못생긴 놈일수록, 그리고 크기가 큰 놈일수록 맛있는 법이야.”
마치 내 생각을 읽으신 듯 아버지가 입맛을 다시며 아라가 잡은 대어를 보았다.
“회로 먹자꾸나.”
“회는 위험해요. 민물고기인데.”
“그것도 그러네. 아쉽지만 회는 다음 기회에 먹어야겠구나.”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익혀 먹자. 물론 아라는 뭐든지 소화시킬 수 있어서 괜찮다지만 우린 아니니까.
-크웅!
“응! 먹어도 되는 것이다!”
아라가 잡아 온 고기의 근처에서 곰곰이가 발짓을 했다. 그러자 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을 했다.
-크왕!
“잠깐. 잠깐.”
곧바로 입에 넣으려는 곰곰이를 말렸다.
물론 곰이니만큼 생선 정도야 생으로 먹어도 괜찮겠지만…….
“피부터 빼고.”
곰곰이의 이미지를 지켜 주고 싶었다.
나는 준비가 된 생선부터 플레이팅하고 냉큼 아라가 잡아 온 대어의 피를 뺐다.
아니, 갑자기 일이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인데 기분 탓인가?!
“오빠, 이거 먼저 먹어도 돼?”
“어. 먹고 있어.”
“아라야, 언니랑 같이 먹을까?”
“응!”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는 생선을 손질하면서 생선 맛에 감탄하는 가족들을 보았다.
“으음! 맛있어!”
“이 허브향이 기가 막히는구나.”
“생선도 맛있는데요? 육즙이 그냥 좔좔 흐르는 게 꼭 육고기 같아요.”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한 입 먹고 싶은데…….
그때 함박미소를 지으며 생선을 흡입하던 아라가 자신의 전용 포크에 큼지막한 생선 살을 꽂더니 내게 도도도 달려왔다.
“이규성규성! 아아아~!”
“아아~!”
퍼억!
조금 거칠게 생선이 입에 들어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역시 아라밖에 없어.
“으음!”
괜찮았다. 아니,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선아의 말대로 육즙이 좔좔 흘렀는데 토마토의 수분기를 생선이 가득 머금은 느낌이었다.
‘토마토는 나쁘지 않은 정답이었나?’
아마 어머니나 재성이라면 더 멋지게 요리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것도 꽤나 잘된 요리였다.
“이건 좀 걸리겠는데.”
아라가 잡은 생선은 워낙에 크기가 커서 피를 빼는 데만 한 세월이었다.
그사이 어느새 접시에 있던 생선을 다 해치운 아라가 두 눈에 불을 켜며 외쳤다.
“더 많은 생선이 먹고 싶은 것이다!”
낚싯대를 마치 무기처럼 치켜세우며 말하는 모습이 꼭 전장에 나서는 전사 같았다.
“허허. 할아버지랑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할까, 아라야?”
“오오! 내가 이기는 것이다!”
잔뜩 신이 난 아라를 보며 모두가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낚시 대결과 생선 요리가 반복되고 슬슬 지친 아버지가 패배를 선언하셨다.
“아라가 이 할아버지를 이겼구나.”
“오오오! 내가 이긴 것이다! 대군주군주를 이긴 것이다!”
-크앙!
두 팔을 번쩍 들리며 환호하는 아라.
그리고 그 옆에서 영문도 모른 채 따라 하는 곰곰이였다.
“오랜만에 신이 나서 무리를 했구나.”
“고기가 큰데다 잘 잡히니까 진이 빠지긴 하죠.”
“그래도 평생 볼 손맛은 다 본 것 같다. 아마 이 손맛에 중독돼서 또 생각날 것 같아.”
“오고 싶을 때 오세요. 언제든 낚시하셔도 돼요.”
“그럼 돈은 누가 벌고.”
“제가 벌죠.”
내가 당당히 말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선아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 규성이 오빠는 돈 엄청 잘 벌 거야. 아라홍련 길드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수준일걸?”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들 부양할 만큼은 법니다, 아버지.”
“그러냐? 그럼 아들 덕 좀 보자.”
아버지는 농담식으로 말씀하시지만 예전부터 나도 생각했던 문제였다.
“아버지. 진짜로 이 기회에 그냥 은퇴하셔도 돼요.”
“그래, 그래. 생각해 볼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요.”
“나도 농담 아니야. 진짜로 생각 중이야.”
어, 농담이 아니셨어?
“안 그래도 여기 오고 생각이 좀 변했다. 이런 곳에서 노후를 즐길 수 있으면 은퇴도 생각해 볼 만해.”
내 생각보다 더 이곳이 마음에 드셨나 보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매력적인 장소긴 하지.
“그러려면 일단 집부터 지어야겠네.”
흐음. 집, 집이라…….
알프헤임들한테 한번 조언을 구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