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6)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7화(76/119)
-흐으, 좋다!
알프헤임의 여왕, 프레이가 뜨뜻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얼마 전 규성 덕분에 온천의 존재를 파악한 프레이는 이런 식으로 종종 몸을 담그러 오곤 했다.
-이야!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니!
-감사합니다, 여왕님! 혼자만 사용하지 않고 저희에게도 알려 주시다니!
-아니지! 엄연히 말하면 혼자 가려던 여왕님을 우리가 쫓아와서 안 거잖아! 히히히!
그리고 프레이의 곁에는 꽤 많은 알프헤임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캬아, 시원하다!
-이거 한번 마셔 봐! 맛이 이상해!
-우웩! 신기한 맛이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프레이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이럴 줄 알고 혼자만 오려고 했던 거다! 나는 나쁘지 않았어!
프레이가 결국 불만을 토로하며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너희! 할일들은 끝내고 놀러 온 거야?!
-물론입니다, 여왕님!
-여왕님이 수상한 곳에 혼자 가신다기에 얼른 일을 끝내고 왔습죠!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요정들을 보며 프레이가 부들부들 떠는 사이 누군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여왕니이임!!
-무슨 일이야?
-대, 대군주님이 오고 계십니다!
-뭐?! 대군주님께서 이곳에!
프레이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글바글한 요정들이 온천에 둥둥 떠다니거나 물장난을 치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아, 안 돼!
이곳은 대군주 이규성의 힐링 스팟.
규성이 없는 틈을 타서 몰래 애용하던 장소였는데 이 광경을 보게 되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모, 모두 숨어라!
-수, 숨어라!
규성의 존재를 알린 전령과 프레이가 애써 외쳤으나 요정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미 한번 프레이에게 속았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이번에도 혼자만 온천을 즐기기 위해 부리는 꼼수라 생각했다.
-으아아! 대군주님께서 오신다!
-대군주님?!
그러나 슬슬 규성이 오는 방향에 있던 요정들로부터 반응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
-대! 대군주님이시다!
-다들 도망쳐! 아니, 숨어!
이곳이 규성이 찾은 장소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요정들은 괜히 양심에 찔려 사방팔방으로 날뛰었다.
오히려 그런 정신없는 모습 때문에 온천은 부산스러워졌다. 프레이는 그 혼돈의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망했다.
* * *
“응?”
온천에 다다른 우리는 무언가 바글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온천의 수증기로 인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굉장한 소란이 벌어졌음을 느꼈다.
“뭐, 뭐야?”
선아가 경계하는 기색으로 몸을 움츠렸다.
부모님도 슬쩍 걸음을 멈추시더니 내게 시선을 던졌다.
“글쎄. 뭐지?”
“요정들인 것이다!”
“요정?”
눈을 게슴츠레 뜨고 시야에 집중하자 수증기를 뚫고 희미하게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라가 요정이라고 하자 정말로 요정처럼 보이더니 이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놀러 왔나 보네.”
저번에 프레이도 와서 온천을 즐기더니 다른 알프헤임들한테도 알려 준 모양이었다.
귀여운 요정들이 온천을 즐기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근데 왜 저렇게 정신이 없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부산한 기운을 느끼며 나는 가족들에게 안심하라고 전했다.
“손바닥만 한 요정들이에요.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요정?”
“예.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요정. 엄청 순하고 귀여운 애들이라 아마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
부모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믿기지 않아 하셨고, 선아는 움츠렸던 몸을 풀며 두 눈을 이글거렸다.
“귀여운…… 요정……?”
음. 선아한테는 괜히 말해 준 것 같다.
스위치가 켜진 선아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 뒤를 아라와 곰곰이가 쪼르르 따라갔다.
“내가 온 것이다!”
아라가 환하게 웃으며 온천으로 돌격했다.
요정들에게 인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ヽ(゚Д゚)ノ!!
-(☍д⁰)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요정들은 기겁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왜 저러지?”
이제야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나는 황급히 다가갔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작은 돌덩이 뒤에 머리만 박고 숨은 프레이가 보였다.
날개 때문에 누가 봐도 프레이였다.
“프레이? 거기서 뭐 해?”
움찔!
프레이는 살짝 몸을 떨었으나 아직도 자신이 숨은 게 들키지 않았다고 믿는 모양인지 대답이 없었다.
그때 아라가 눈치 없게 프레이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으힉!
“찾은 것이다! 프레이가 술래인 것이다!”
아라가 마치 잘했지 않냐는 듯 콧대를 높이며 나와 선아를 보았다.
-오, 오셨어요?
“오! 프레이. 잘 지냈어? 근데 무슨 일 있어? 애들이 왜 이렇게 사방팔방 날뛰고 있는 거야?”
-네? 아, 네? 애들이요? 어디요?
“??”
프레이가 고장 난 기계처럼 더듬었다.
사방에서 날뛰는 요정들이 안 보이나?
프레이의 두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나는 등에 멘 보끔이에게서 딸기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딸기를 프레이에게 강제로 쥐여 줬다.
-엥? 이건?
“딸기라는 과일, 아니 채소? 어쨌든 먹어봐. 정신 차리게.”
거의 자신의 몸통만 한 딸기를 받아 든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슬쩍 시선을 올려 우리를 보았다.
그 모습이 또 선아의 마음을 직격했는지, 선아는 어느새 정신없이 딸기를 들고 있는 프레이를 찍고 있었다.
찰칵찰칵!
말없이 사진을 찍는 데 열중한 선아의 모습이 슬슬 무서워지는 가운데 부모님이 슬쩍 다가와 프레이와 요정들의 모습을 살폈다.
“정말 요정이네!”
“허어, 꼭 꿈속에 들어온 기분이구나.”
요정들은 어느새 진정되었는지 처음 보게 된 선아와 우리 부모님을 바위 뒤에 숨어서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 똘망똘망한 눈망울들에 치였는지 어머니가 쭈그려 앉고는 손짓했다.
“이리 오렴.”
작게 손짓하자 말은 못 알아들었으나 의미는 알았는지 요정들이 슬쩍 숨겼던 몸을 드러내며 나왔다.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이제는 동영상 촬영을 하던 선아의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반드시 브이로그에 올려서 이 귀여움을 만천하에 알리겠어. 이런 걸 혼자만 독점해 오다니. 오빠는 중범죄자야!”
“하하.”
내가 어색하게 웃는 사이 아라가 보끔이에게서 딸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곰곰이에게 하나를 건네더니 자신도 프레이의 옆에 앉아서 딸기를 한 입에 쏙 넣었다.
“으음!”
볼을 감싸 쥐며 맛있어하는 모습에 프레이도 이내 조심스레 딸기를 베어 물었다.
-음!
깜짝 놀란 듯한 얼굴이 된 프레이가 이내 열심히 딸기를 먹기 시작했다. 오직 멜루카 꿀만으로 양분을 채울 수 있다고 했으나 맛을 못 느끼는 건 아니기에 열심히 흡입하는 모습이었다.
-(о゚д゚о)?
-( ・ω・)ノ
프레이의 모습을 본 요정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손가락을 빠는 몇몇 녀석들을 본 아라가 이내 딸기를 꺼내 나눠 주었다.
“다 같이 먹는 것이다!”
온천에 왔더니 갑자기 딸기 파티가 열렸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온천에 왔다는 사실을 잊은 채 이 작은 존재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저어, 대군주님.
“응?”
-저분들은 새로운 친구분들이십니까?
“아, 얘는 내 동생이고 저분들은 내 부모님.”
-헉?! 대군주님의 가족분들!!
딸기를 먹으며 말하던 프레이가 턱을 벌렸다.
그러자 과즙이 된 딸기가 주르륵 턱 밑으로 쏟아졌다.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제, 제가! 아니, 저희가 감히 대군주님의 가족분들을 몰라보고……!
“저번부터 느낀 건데 왜 그렇게 나를 어려워하는 거야. 편하게 해, 편하게.”
-여, 역시 대군주님의 마음은 하해와 같습니다!
내가 뭔 말만 해도 이렇게 칭송하니 기분이 아리송했다. 싫은 건 아닌데 뭔가 놀림받는 기분도 들고?
“그나저나 조금 전에는 왜 그렇게 허둥지둥 댔던 거야? 진짜 술래잡기라도 하고 있던 거야?”
-그, 그것이…….
프레이는 곤란한 기색을 띠면서도 두 손에 움켜쥔 딸기는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마침내 두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죄송합니다! 감히 대군주님의 전용 욕탕을 저희가 마음대로 쓰고 말았습니다!
“뭐? 내 욕탕?”
프레이는 두 눈을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입은 정직하게 딸기를 베어 물고 있었다.
죄송한 이유는 둘째 치고 그 와중에 딸기를 먹는 건 좀 웃기다.
“여기는 내 전용이 아니야. 누구든 와서 사용해도 돼. 애초에 이곳에 있는 모든 게 다 내 게 아니야. 다 같이 쓰는 거지.”
-?!
프레이는 우물우물 딸기를 씹다가 다시 충격받은 얼굴로 턱을 벌렸다. 아니 딸기 아까운데 자꾸 그렇게 뱉을래?!
-……어쩜 이리 마음씨가 넓은 대군주님이신지! 저희는 정말로 축복받았습니다!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는데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온천 좀 즐기다 갈게. 괜찮지?”
-무, 물론입니다!
“너희도 이제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즐겨. 난 또 왜 그렇게 야단법석인가 싶었네.”
이제 보니 허락도 없이 온천을 쓴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던 중에 내가 왔으니 놀랄 법도 하지.
이내 프레이가 요정들을 향해 내가 한 말을 전달하자, 모두 환호성 비스무리한 외침을 쏟아 냈다.
그 모습이 정말로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귀여운 풍경이라 괜히 흐뭇해졌다.
“어머, 어머. 그래, 이리 올라오렴.”
요정들은 이내 마음이 놓였는지 부모님과 선아도 거리낌 없이 대했다. 몇몇 요정들은 부모님과 선아의 몸을 타고 올라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재잘댔다.
“귀, 귀여워!”
“허허.”
선아는 어느새 핸드폰도 내려놓은 채 요정들과 교감을 했고, 표현이 서투신 아버지도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요정들을 간지럽혔다.
첨벙!
“후우.”
나는 이미 요정들이 익숙했기에 먼저 탕에 들어갔다. 피로 회복의 탕이었는데, 회복할 피로는 없었지만 여기가 가장 내 마음에 드는 탕이었다.
“흐아. 좋다!”
아저씨처럼 중얼거려보며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요정들이 얼굴을 빼꼼 내밀며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같이 목욕할래?”
-(≧∇≦)!!
뭐라는지 모르겠으나 이내 요정들이 탕에 들어와 둥둥 떠다녔다. 이제 보니 몸이 가벼워서 물 위에서 떠다니는 녀석들이었다.
“시원하구나.”
아버지가 뒤따라 들어오시더니 씨익 웃으셨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변에 나무 좀 심고, 돌 같은 걸 쌓아서 진짜 온천처럼 꾸미는 건 어떠냐?”
“아버지. 그거 직업병이에요.”
농담처럼 대꾸했지만 아버지의 말대로 꾸미면 훨씬 좋을 것 같기는 했다.
어느새 어머니와 선아, 그리고 아라와 곰곰이도 함께 들어와 온천을 즐겼다.
프레이가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아라와 곰곰이에게 가서 함께 어울렸다.
“그림이 따로 없네.”
선아가 흐흐흐 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흑심이 너무 드러나는 거 아니냐, 동생아.
그렇게 온천을 즐기고 있자 아버지가 중얼거리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라도 챙겨 오는 건데.”
“온천 하시면서 술 드시는 건 위험해요.”
“그래도…….”
술이라…….
그러고 보니 영성이 형에게 맡겼던 술 관련 프로젝트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네.
잘하고 계시겠지?
* * *
최영성은 현재 일본에 있었다.
정확히는 이노 준이치의 양조장에 와 있는 상태였다.
“우선은 이 정도입니다.”
“오오.”
최영성이 규성에게서 받은 고구마를 쏟자 준이치가 감탄을 토해
냈다.
“……이 맛있는 것들을 주류 제조 시험을 위해 희생한다는 게 좀 아쉽군요.”
감탄하던 준이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도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주는 무슨 맛일지?”
“최영성 부장님도 아시겠지만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재료는 그 자체의 맛보다는 스피릿(술의 원료)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지가 더 중요하죠.”
“그렇긴 합니다. 스피릿으로 만들어 보고 만약 별로라고 생각되면 규성이한테 보고해야겠죠. 하지만 이제 겨우 하나입니다.”
“겨우 하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규성이가 기를 수 있는 작물은 굉장히 많습니다. 고구마는 그중에서 겨우 하나라는 뜻이죠.”
“흠! 고구마가 실패해도 다른 시도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제 감이 잘될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고구마로 만드는 술도 성공할 것 같아요.”
최영성의 말에 준이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입니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주류 업계의 폭풍이 될 프로젝트.
이제 그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