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77)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78화(77/119)
가족들이 놀러 왔다 간 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농사를 하고 슬라임도 합성하며 시간을 보냈다.
“후우.”
오늘은 드디어 첫 납품일.
그동안 신세만 져 왔던 길드에 내 농작물과 과채즙 등을 전해 줄 차례였다.
물론 돈을 받지만 내 아이템은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인 만큼 보답이 되겠지.
“이규성규성! 다 된 것이다!”
“어! 수고했어!”
수확한 작물들을 상자에 담아 차곡차곡 쌓았다. 종류별로 쌓인 상자들을 보자 괜히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제 이것들을 밖으로 옮긴 후 길드에 보내는 게 문제였는데…….
준비가 대충 끝난 나는 던전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던전의 앞에는 길드에서 보낸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인솔한 한울 형님도 기대가 듬뿍 담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규성 동생, 끝났는감?”
“예. 이제 밖으로 옮기기만 하면 돼요.”
내 말을 들은 한울 형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꺼냈다.
공간 확장 아티팩트.
내 농작물 상자들이 충분히 들어갈 숫자였다.
“한울 형님이 굳이 오실 필요 없이 직원분이 아티팩트만 가져오셔도 되셨을 텐데…….”
“첫 납품이기도 하거니 항상 신중해야지.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법이야, 규성 동생.”
너무 자주 마주쳐서 한울 형님이 한가해 보였지만 사실 아라홍련 길드는 대기업과 비견되는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이사급 임원이 매번 얼굴을 내비치는 격이라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한울 형님 자체는 상관없다. 그저 2팀장이라는 직함이 부담될 뿐.
“된 것이냐?”
던전에서 고개만 슬쩍 내민 아라가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인 것이다!”
“오오~! 우리 아라가 아침부터 고생이 많군!”
“재밌는 것이다! 고생이 아닌 것이다!”
“으하하하! 그래, 그래!”
아라와 강한울이 인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상자를 옮겼다.
방울토마토 100상자, 당근 50상자, 레일라 10상자, 감자 100상자, 고구마 70상자, 가지 30상자, 엠버그릴 50kg, 딸기 50상자.
아이템인 것도 있었고, 아이템이 되지 못한 작물도 있었다. 따로 분류해서 상자에 담았다.
그렇게 확인해 보자 굉장히 많은 양이었다.
물론 이것도 매일 꾸준히 소환한 슬라임들 덕분에 감당이 가능한 물량이었다.
‘오이는 일부러 뺐지.’
오이는…… 아무래도 난리가 날 것 같아서 뺐다. 오이의 피부 미용 효과는 꽤 큰일이었다.
특히나 실감하는 게 요즘 오이를 엄청 먹어치운 아라의 피부가 아주 반짝반짝 윤기가 맴돌 정도였다.
가족들에게나 나눠 줘야지. 물론 효과는 말하지 말고.
“으하하하! 많구만! 많아!”
“헤! 헤! 헤! 많은 것이다!”
한울 형님의 웃음소리를 흉내 낸(전혀 닮지 않았지만) 아라가 이내 나를 향해 물었다.
“오늘은 밖에 나가는 것이냐?”
“음, 글쎄? 그냥 건네주고 끝내도 되긴 하는데. 나가고 싶어?”
“오랜만에 외출인 것이다!”
하긴 요즘 납품 일자를 맞춘다고 가족들이 돌아가고 난 이후에 열심히 일만 했지.
그리고 슬슬 탐식의 던전에 심은 작물들도 수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쉴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지금밖에 없을지도.
“이규성 각성자님, 여기 선지급 마석입니다.”
“아, 확인했습니다.”
직원들이 꼼꼼히 작물의 수량을 체크하며 아티팩트에 집어넣는 가운데 한 직원이 내게 다가와 작은 상자를 건넸다.
대금의 일부는 마석으로 받겠다고 했는데 바로 건네주는 모양이었다.
‘탐식의 던전이 마석을 먹으니…….’
이거로 오늘 번 금액의 반이 날아갔다.
그래도 상관없는 게 탐식의 던전을 풀충전 몇 번 할 양의 마석을 구입한 거라 괜찮았다.
“어차피 외출을 할 거면 같이 가지?”
“예. 아, 그 전에 잠시만요. 옷 좀 갈아입을게요.”
조금 전까지 일을 해서 꾀죄죄했다. 나는 괜찮지만 우리 귀여운 아라는 예쁘게 하고 나들이를 나가야지.
일단 아라와 함께 던전에 돌아와 마석을 고이 모셔 뒀다.
“아라야, 오늘은 뭐 입을까?”
“으음…….”
아라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어느새 잔뜩 늘어난 아라의 옷들은 오히려 아라를 선택 장애가 오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그런 아라의 대답을 기다리며 대야에 물을 받아 와 아라의 얼굴을 씻겼다.
아라는 얌전히 얼굴을 맡기며 외쳤다.
“오늘은 이 옷이 좋은 것이다!”
“지금 입고 있는 작업복?”
“응!”
그러더니 어딘가를 삿대질했다.
아라가 가리킨 곳은 아라의 또 다른 컬렉션인 모자들이 놓여 있는 곳이었다.
“밀짚모자?”
“응!”
오늘은 농부 패션인가.
작업복이 좀 지저분해서 솔직히 갈아입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라가 원한다면 뭐.
대충 손하고 얼굴을 씻긴 나는 밀짚모자를 아라에게 씌워 주었다. 호랑이 귀 부분만 쫑긋 튀어나온 게 귀여웠다.
“된 것이다.”
진지한 얼굴로 스스로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확인한 아라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단순히 외출을 하는 것뿐인데 마치 전장에 나서는 것처럼 진지한 게 조금 웃겼다.
‘아라의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렇게 아라를 챙긴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세수와 머리만 대충 감은 다음 밖으로 나섰다.
“기다리셨죠?”
“음? 아, 나도 일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도 슬슬 끝나가니까 먼저 내려가 있어도 되네.”
생각보다 꼼꼼하게 작물을 확인하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산을 내려와 기다리고 있자 금세 한울 형님이 오셨다.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차 한 대를 가리켰다.
“으하하! 타라!”
“오, 이거 형님 차예요?”
“원래 회사 차를 몰고 다니는데 오늘은 그냥 중간에 내가 끼어든 거지. 규성 동생 놀래켜 주려고 말이야.”
“워낙 자주 봬서 놀라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크흠!”
요즘 새로 나오고 있는 마석 자동차였다.
디자인부터 확 티가 나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고급 차종이었다.
나도 슬슬 차를 한 대 뽑을까.
아무래도 항상 아라와 곰곰이를 데리고 다니는 만큼 대중교통은 불편했다.
“규성 동생도 차 한 대 사지 그러나? 길드 혜택으로 할인도 받을 수 있을 텐데?”
“오, 그런 혜택도 있어요? 그럼 적당한 거 한 대 사 볼까…….”
주차가 문제긴 한데 그거야 뭐 요 근처에 대놓으면 되겠지.
“오오오! 이규성규성도 이런 멋있는 걸 사는 것이냐!”
아라가 눈을 빛내며 한울 형님의 차를 구경하다가 외쳤다. 어찌 보면 로봇과 같은 장난감으로 보이는 외형이었으니 아라가 좋아할 법도 했다.
“그럼 나온 김에 차 구경이나 해 볼까요? 오늘 납품 대금도 들어올 텐데.”
“으하하! 좋지! 근데 벌자마자 차를 사는 건가?”
“안 그래도 아라를 데리고 밖에 나설 때 차가 필요했어요. 아무래도 눈에 띄기도 하고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제가 다 챙겨 줘야 하니까요.”
“그것도 그렇군. 원래 가족이 생기면 차부터 사야 되는 법이야.”
흠, 가족.
그러고 보니 가족이 참 많았다.
던전에서 열심히 놀고, 아니 일하고 있을 슬라임들과 아직도 잠에 취한 곰곰이, 그리고 옆에 있는 아라와 본가의 가족들까지.
대식구네.
물론 차랑 상관없이 그냥 생각난 것뿐이지만.
“일단 타라. 내가 매장까지 태워다 주마.”
“예.”
아라가 앞좌석에 앉고 싶다고 해서 아라를 품에 안고 조수석에 앉았다.
이내 출발하면서 한울 형님이 물었다.
“규성 동생, 요즘 최영성이가 뭐 하는지 알어?”
“글쎄요? 저번에 고구마를 받아 가신 이후로 딱히 연락이 없으시네요.”
“일본까지 갔다.”
“일본?”
“이노 준이치가 차린 양조장에 갔어. 둘이서 규성 동생 고구마로 술을 만든다고 열심이더군. 하하하!”
이노 준이치랑 또 연락이 닿았나 보네.
재성이는 열심히 하고 있을까?
한울 형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아라가 창에 달라붙어 밖을 구경하고 있을 때쯤, 우리는 자동차 전시 매장에 도착했다.
‘갑자기 살 떨리네.’
계획 없이 온 거라 갑자기 이게 맞나 싶었다.
전시된 마석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휘황찬란했는데 이거 내가 괜히 무리하는 건 아닌가 했다.
“……오늘은 일단 구경만 하고 가야겠어요.”
“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차가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니 말이야. 그래도 마석 자동차는 이 브랜드 게 제일 나아.”
“예에…….”
돈을 얼마나 벌든 내 간덩이는 아직 소시민에 불과했다. 나중에 납품을 몇 번 더 하고 돈이 좀 모이면 그때 사야지.
차의 시동이 꺼지자 매장 직원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달려왔다. 조수석에서 폴짝 뛰어내린 아라가 그런 직원을 보며 말했다.
“제일 멋있는 거 보고 싶은 것이다!”
“하하하. 귀여운 손님이시네요.”
아라의 행동에도 반갑게 맞이한 그는 이내 허리를 정중히 숙이며 우리를 안내했다.
“차를 보러 오신 건가요?”
“예. 일단 구경만…….”
“이쪽으로 오시죠.”
구경만 하는 것도 상관없겠지?
매장의 손님은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마침 차를 구경하던 사람이 우리를 발견했다.
“어어?!”
그리고 그는 당황한 목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대더니 냉큼 달려왔다.
“아니! 형님이 여기엔 어쩐 일로…….”
보아하니 한울 형님의 지인인 모양이다.
내가 살짝 옆으로 비켜나자 한울 형님이 다가온 상대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김길동이. 너야말로 여기에는 어쩐 일이냐?”
“아! 아들놈 차 한 대 뽑아 주려고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호오. 그래?”
한울 형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이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해라. 우리 아라홍련 길드의 뉴에이스다.”
“하하. 안녕하세요. 에이스는 아닌 신입 이규성이라고 합니다.”
내 인사에 김길동이라 불렸던 남자는 살짝 의미심장한 갸웃거림을 보이더니 이내 말했다.
“설마…… 요즘 뜨거운 소문의 주인이?”
“뜨거운 소문이요?”
그건 또 뭔 소리랴.
내가 갸웃하자 한울 형님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셨다.
“으하하하! 맞다! 이젠 숨길 필요도 없지! 여기 있는 규성 동생이 바로 네가 저번에 먹은 고구마 맛탕의 제작자다!”
“허어어억!!”
김길동이 경악한 얼굴로 휘청거렸다.
아니, 대체 뭔데 그래? 왜 나만 모르는 내 이야기를 둘이서 하시는 거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규성 님! 저는 맨주먹 길드라고 하는 작은 길드를 운영 중인 김길동이라고 합니다.”
급하게 명함을 꺼내어 공손히 두 손으로 건네는 아저씨. 그나저나 맨주먹 길드라면 꽤 이름 있는 중소 길드잖아.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맨주먹 길드의 길드장님이셨군요. 맨주먹 길드처럼 유명한 길드의 길드장님을 뵙게 되어 저도 영광입니다.”
“아이, 유명한 길드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그저 근근이 먹고 사는 중소 길드입니다. 허허.”
손사래를 치며 말하지만 기분이 좋은 게 보인다. 단순하신 분이네.
한참 하하호호 통성명을 하다가 김길동의 시선이 아라에게 향했다.
“따님이십니까?”
“예? 아, 예.”
이제는 완전히 딸이 되어 버린 아라를 보며 미소지어 줬다. 그러자 아라는 귀엽게 허리춤에 손을 얹더니 말했다.
“나는 이규성규성의 딸인 것이다!”
“허허허. 말투가 특이하네. 이름이 뭐니?”
“아라인 것이다!”
“오, 그러면 이아라겠구나?”
“헉? 나는 아라밖에 말 안했는데 이아라인 걸 어떻게 안 것이냐?!”
김길동이 이씨 성까지 붙여서 불러 주자 깜짝 놀라는 아라였다. 그 귀엽고 순수한 반응에 나를 비롯한 아저씨들이 미소 짓고 말았다.
“글쎄? 아저씨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어, 어떻게 안 것이냐? 아저씨는 초능력자인 것이냐!”
“허허허허!”
마치 귀여운 손주의 재롱을 본 듯한 반응을 해 보인 김길동은 어느새 나와 한울 형님은 완전히 잊은 모습이었다.
우리 아라가 마성의 매력을 지니긴 했지.
결국 끝까지 이씨 성을 어떻게 안 것인지 밝히지 못한 채 우리는 매장을 구경했다. 아라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도 금세 차 구경에 정신이 팔렸다.
“이것도 멋있는 것이다!”
“오오. 따님이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아라야, 그건 여기서 제일 비싼 차야.
결국 나는 차를 구입하지 않고 구경만 하다가 끝냈다.
김길동도 슬쩍 차의 구입을 뒤로 미루더니 어느새 우리 일행처럼 붙어 다녔다.
“혹시 두 분 모두 이후에 일정이 있으십니까?”
“전 없어요.”
“나도 없다.”
나와 한울 형님이 고개를 젓자 김길동이 기대 어린 모습으로 물었다.
“그럼 저희 길드에 잠시 방문하셔서 대화를 좀 나누는 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