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8)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8화(8/119)
얼떨결에 끌려온 규성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아니 포식자 강한울이랑 동석하다니?’
포식자 강한울.
1세대 각성자이자 여러 전설과 같은 무훈을 남긴 전투 각성자였다.
비록 아라홍련 길드의 2팀장 자리를 맡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후배들을 위한 배려다. 실력이나 경험으로 따지면 이미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또한 대한민국 각성자 랭킹 10위 안에 반드시 드는 각성자이기도 했다.
“친구는 이름이 뭐지?”
“이규성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 규성이! 좋구만. 잘생겼고.”
호탕한 인상의 강한울이 씨익 웃으며 이내 주문을 했다. 그런 강한울을 보며 최영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하는 짓이 얼마나 무례한지 좀 알았으면 좋겠다, 한울아.”
“아, 그건 그렇지. 초면에 갑자기 끌고 와서 미안하구만.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앞뒤 재 보지를 않는 성격이라.”
“사람이 마음에 든 게 아니라 다른 게 마음에 든 거겠지.”
“어허. 이 강한울을 뭐로 보고! 당연히 둘 다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지. 안 그런가, 규성 친구?”
“하, 하하…….”
어색하게 웃은 규성은 최영성을 살폈다.
설마 최영성이 강한울과 아는 사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규성이었다.
“하여간 내가 대신 미안하다. 것보다 볼일 있어서 왔던 거냐? 아직 결과는 안 나왔는데?”
“아, 그냥 그간의 일이 감사해서 이것 좀 선물해 주려고 왔었죠.”
규성이 가방을 뒤적거리자 강한울의 시선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 번뜩였다.
“뭔 선물?”
“이거, 별건 아닌데 맛 좀 보시라고 가져왔어요.”
이전에 가져왔던 당근 하나와 봉투에 담은 방울토마토였다.
방울토마토의 색상도 당근과 마찬가지로 영롱했기에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마토도 발견한 거냐?”
“뭐 그런 셈이죠.”
그때 지켜보고 있던 강한울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거 영성이 주려고?”
“예? 예.”
“어이, 최영성이. 나도 하나만 먹어 봐도 되나?”
“먹지 말라고 해도 가져갈 거 다 안다, 이놈아.”
“으하하하! 역시 최영성이!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어!”
주문한 음식들보다 술이 먼저 나왔다.
이규성은 술을 잘 못하기에 어설픈 손짓으로 거절했다.
“제가 술을 잘 못 마십니다.”
“어, 그래? 그럼 음료수라도 마셔야지. 사장님, 여기 사이다 하나!”
그러고는 술 한 잔 따르더니 곧바로 혼자 들이켰다.
“크으, 좋군! 이제 안주로 토마토 하나를…….”
“규성아,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
“그럼요. 저도 먹었는걸요. 애초에 아이템창이 떠요.”
“……뭐?”
최영성과 강한울은 서로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더니 동시에 토마토를 집어 뚫어지게 노려봤다.
“지, 진짜네? 거기다 독 내성?”
“으하하하! 아이템 토마토라니 들어 본 적도 없구나! 독 내성이 있는 토마토라면 당연히 먹어도 되는 물건이겠지. 아암!”
톡!
곧바로 입에 쏙 집어넣고 씹은 강한울의 표정이 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영성이 걱정스레 물었다.
“뭐야? 왜 그래? 뭐가 잘못됐어?”
“으음…….”
심각한 표정으로 오물거리던 강한울은 슬쩍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방울토마토를 하나 더 가져갔다.
“이 새끼가, 밑장빼기냐?!”
“으하하하하!”
강한울은 곧바로 토마토를 하나 더 입에 집어넣었다. 잠시 우물거리더니 황홀한 표정으로 규성의 팔을 붙잡았다.
“대체 어디서 난 거지? 어디에 있는 던전이야? 내가 당장 가서 몬스터들은 모조리 쓸어 버리고 과일들만 가지고 오마!”
“영업 비밀입니다. 하하.”
“얼마면 되나? 이 정도 수준의 과일, 아니 채소, 아니 이걸 뭐라 하지? 하여간 이 정도 수준의 먹을거리면 돈은 쓸어 담을 수 있다! 내가 장담하지!”
“흐업!”
때마침 최영성도 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어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전직 연구원이었던 그조차 이러한 농작물은 처음이었기에 맛 자체보다 분석하기에 바빴다.
“이건, 던전에서 난 작물이겠지? 근데 마력이 깃들었다는 건 무슨 작용으로 가능한 거지? 이전부터 던전에서 작물을 재배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전부 실패했었는데…….”
“으하하! 뭘 또 그리 고민하고 있나, 최영성이! 그냥 우린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으하하!”
말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토마토로 가는 강한울의 손을 최영성이 쳐 냈다.
울상이 된 강한울에게서 토마토가 든 봉투를 멀리 떨어트린 최영성은 이규성에게 물었다.
“이런 걸 그냥 줘도 되는 거냐?”
“딱히 상관없어요.”
“음…….”
최영성의 심각한 반응에 규성은 혹시 자기가 뭘 잘못한 건가 싶었다.
사실 이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생각한 규성과 달리 전직 연구원인 최영성의 눈에는 각성자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물건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보는 건 너무 실례고.’
최영성은 고민 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입 안에 남은 토마토를 느끼고 있던 강한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여, 최영성이. 어디 가게?”
“난 이거 좀 알아보러 가야겠어. 규성아, 갑자기 가서 미안하다. 다음에 또 연락하자.”
“예? 예. 살펴 들어가세요.”
아무리 규성이어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농작물에 불과했다.
“맛도 있고 이상한 버프도 달려 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좋은 것도 아닌데…….”
“아직?”
“아, 레벨 1짜리니까 더 높은 건 더 맛있고 대단하지 않을까 했어요.”
“그러고 보니 방금 그게 고작 레벨 1짜리였군! 으하하하! 대단해!”
규성은 가방을 뒤적거려 토마토를 좀 더 꺼냈다. 원래는 가족들에게 주려던 것인데 가족들에게는 언제든 줄 수 있으니 강한울에게 조금 나눠 주기로 마음먹었다.
“여기 더 드세요.”
“오? 정말 그래도 되나?”
“예. 토마토는 꽤 있거든요.”
“……이규성이.”
강한울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규성은 흠칫했다.
“예?”
“……잘 먹으마! 으하하하! 고맙다, 고마워!”
“예, 뭐.”
“이규성이 혹시 약속이 있었나? 나 때문에 붙잡힌 건 아니고?”
“아, 원래 가족들을 보러 가려고 했어요.”
“오! 내가 큰 실수를 했군.”
강한울은 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을 한 장 건넸다.
“내 번호다. 혹시 친구 번호도 내가 알 수 있을까?”
“아, 물론이죠. 잠시만요.”
곧바로 명함에 있는 번호로 통화를 하자, 규성의 번호가 강한울의 핸드폰에 찍혔다.
“으하하하하! 좋았어!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예?”
“가족들 보러 가야지! 어서 가 봐!”
“식사는…….”
“에이, 괜찮으니까 가 봐! 다음에 시간이 빌 때 한 끼 하자고! 으하하!”
안 그래도 강한울의 존재로 인해 점차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니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게 더 이상했다.
조금 전 최영성의 반응과 강한울의 강한 호응에 혹시 자신의 농작물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건 아닌가 싶던 이규성은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오, 그래! 다음에 또 보자고!”
그렇게 규성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자 혼자 남은 강한울은 손에서 토마토를 굴렸다.
“흐흐. 토마토 정도는 꽤 있다고? 아무래도 이거…….”
강한울의 짐승과 같은 본능이 알려 주고 있었다. 이 작물은 그냥 던전에서 나온 것이 아닌 이규성의 능력과 관련된 물건이라는 것을.
“친해져야겠어! 아예 호형호제 하게 만들어 주마! 으하하하!”
* * *
어휴, 정신이 없네.
강한울이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저런 성격인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풍문으로 전해 듣는 것과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에는 꽤 큰 차이가 있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기 엄청 빨리네.”
그렇게 도착한 집에는 저번과 달리 가족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뭐야, 웬일이래.”
저번에는 없었던 여동생, 이선아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오, 우리 아들 왔니? 왜 또 말없이 왔어. 밥은 먹었고?”
“예, 먹었어요. 오늘은 그냥 뭐 좀 주려고 잠깐 들렀어요.”
나는 가방에 있는 당근과 남은 토마토를 전부 건네주었다.
“아니, 이건 또 뭐니?”
“규성이 왔냐?”
“형?”
가족들이 방에서 나오며 내가 건넨 작물들을 살폈다.
“색이 왜 이래? 당근은 또 뭐 이리 크고.”
“어디서 난 거니?”
처음 보는 작물의 모습에 모두가 신기해할 때 나는 자랑스레 말했다.
“제가 길렀어요. 저 이제 그걸로 돈 벌어 보려고요.”
“아니, 규성이 네가 농사를 지었다고?”
“예. 원래 퀘스트 때문에 억지로 하던 건데 일이 꽤 잘 풀려서 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됐어요. 이건 저만의 기술이라 남들은 따라 하지도 못해요.”
“호오.”
고개들은 끄덕이지만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은 표정들이었다. 그래서 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한번 드셔 보시고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그래, 토마토 하나만 먹어 보자.”
어머니가 먼저 보석처럼 빛나는 방울토마토를 하나 입에 넣으셨다.
톡!
그리고 이어지는 새콤달콤한 토마토의 물결.
농축된 토마토의 맛과 질리거나 물리지 않는 단맛이 지금쯤 어머니의 입 안에서 춤추고 있을 거다.
“나도.”
작물을 유심히 살피던 재성이가 어머니를 따라 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아마 요리사가 꿈이었던 녀석이니 먹는 거에 특히 신중하겠지.
“으음!!?”
재성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머니는 아예 넋이 나간 표정이셨다.
“어디 나도 먹어 볼래!”
막내인 선아가 냉큼 토마토를 입에 가져갔고 아버지도 말없이 토마토를 드셨다.
“뭐야 이거!”
역시 발랄한 선아가 먼저 리액션을 터트렸다.
그녀는 한마디만 툭 뱉더니 이내 다시 토마토에 손을 가져갔다.
“이, 이게 정말 토마토라고? 말도 안 돼.”
재성이는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이, 괜찮냐?
“형!”
“으, 응?”
“이거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어? 아니, 토마토랑 당근밖에 못 해?”
“아니, 뭐…… 나도 이제 막 성공한 거라 아직은 이거 둘밖에 없는데 슬슬 늘리고는 있어.”
재성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토마토를 살펴봤다. 그러고는 토마토 하나를 들고 주방으로 가더니 혼자 지지고 볶았다.
“맛있구나.”
“그쵸? 제가 앞으로 매일은 힘들어도 주에 1번 정도는 수확한 거 가져올게요.”
“그래. 좋구나.”
모두가 좋아하니 나도 기뻤다.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뭔가 인정받은 기분이라 더 좋다고 할까.
“형!”
“왜 자꾸 불러.”
“배추나 양상추, 감자랑 아스파라거스, 이런 것도 있어?”
“아니, 감자는 심긴 했는데 나머지는 없어.”
“으음…….”
“뭔데 그래?”
“아니야,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뭘 고민한다는 거야.
설마 내 작물들로 요리라도 하겠다는 거…….
“어?”
괜찮은데?
물론 식당을 차리려면 품이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냥 막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 재성이의 고민을 기다려 주기로 했다.
‘나도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당장 농작물이 잘만 자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람은 항상 뒤를 생각해야 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돈이 없었다.
그리고 돈이 모이게 되면 식당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도 있었고.
‘던전을 사야 돼.’
내가 지내고 있는 슬라임 던전.
아직 던전 주인은 지하 공간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어서 빨리 지금 가격에 매입하는 게 좋았다. 물론 주인이 팔아 줄지는 확실치 않다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건 없다!
안 된다면 돈이 부족한 거다!
“저 이만 들어가 볼게요!”
“벌써 가려고?”
“일해야죠. 저 이제 쉴 틈이 없어요.”
“그래도 몸 상하지 않게 쉬엄쉬엄해. 건강이 우선이야. 아프면 다 소용없어.”
“오빠! 다음에 더 가져와! 너무 적다!”
그렇게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던전에 돌아왔다. 하루가 긴 것 같으면서도 금세 지나 버리네.
“나 왔다!”
꾸물!
지상에 있는 신병이 나를 반겼다.
나머지는 다 지하에 있나 보네.
어? 근데 저건…….
“레일라 열매야?”
꾸물!
드디어 레일라도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