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Round Farmer With Slime Synthesis RAW novel - Chapter (83)
슬라임 합성으로 만능 농사꾼-84화(83/119)
낚시하는 아버지와 텐트에서 아라의 재롱을 구경하는 어머니를 두고 나 혼자 슬라임 던전에 올라왔다.
선아? 걔는 이제 신경도 안 쓴다. 알아서 할 거 하겠지.
“독독아!”
올라오자마자 독독이를 부르자 보라색의 슬라임이 출렁거리며 등장했다.
뾰롱!
“그래, 독독아. 이제 진화할 시간이다.”
나는 미리 만들어 둔 4레벨의 슬라임도 불렀다.
‘빨리 먹기’라는 특성을 지닌 녀석이었다.
그리고 아껴 둔 액체 합성을 바로 시작했다.
‘액체 합성이 2번 사용할 수 있게 돼서 참 다행이다.’
1번이었을 때는 매번 24시간의 쿨타임을 1초라도 절약하기 위해 매번 같은 시각이 되면 곧바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정확히는 첫 번째 액체 합성만 신경 쓰면 되고 2번째는 아껴 뒀다가 쿨타임 직전에만 사용하면 됐다.
슈르륵!
뽀롱!
순식간에 두 마리의 슬라임이 합쳐지더니 이내 익숙한 메시지가 떴다.
[슬라임 LV.4와 슬라임 LV.4가 합성합니다.] [합쳐지는 슬라임들이 모든 기억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특화 능력을 선택해 주십시오.]“독.”
꼬물거리던 슬라임은 이내 뿅! 하고 완성이 되었다.
보라색의 몸체는 그대로.
근데 레벨 5가 되자 변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뿔?”
뿔보다는 돌기라는 표현이 더 맞는 걸까?
자그마한 돌기 하나가 머리 한가운데 돋아났다.
[독독이(슬라임) LV.5]특이한 슬라임이다. 이규성의 사역마이다.
‘액체 합성 가능’
능력 : 독 LV.4, 마나 탐지 LV.1
“오오?! 새로운 능력이 붙었네?”
마나 탐지? 어디다 사용하는 건지 몰라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혹시 레벨 5가 되면 랜덤 능력이 또 하나 붙는 건가!
이렇게 되면 마크투도 빨리 레벨 5로 성장시켜야겠다.
“독독아, 좀 어때?”
쀼룽!
독독이는 그저 몸을 위아래로 흔들 뿐이었다.
그런 독독이를 데리고 나는 탐식의 던전으로 돌아왔다.
쀼룽! 쀼룽!
“강해진 독의 능력부터 한번 볼까.”
[독 LV.4]독성을 내뿜어 상대를 중독시킵니다.
중독된 상대는 최소 1분 뒤 마비에 걸립니다.
“오오, 강해졌네!”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레벨 1과 2일 때는 최소 10분, 그리고 3일 때는 최소 5분이던 것이 무려 1분이 되었다.
이 정도면 멜루카 꽃을 확실하게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내 품에 안긴 독독이가 출렁였다.
독만 가져가도 되는데 굳이 이렇게 직접 데리고 온 건 겸사겸사 새로운 능력도 함께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독독아! 마나 탐지!”
쀼룽!
들판 한복판에 서서 독독이를 내려놓고 외쳤다. 그러자 독독이도 머리에 난 작은 뿔을 쫑긋거리며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
…….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독독이는 한참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마치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시늉을 해 보였다.
“통역가가 필요해……!”
독독이의 저 반응이 무얼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슬라임의 언어를 어느 정도 해석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인 듯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전속력으로 세계수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푸르륵을 못 봤는데 잘들 지내고 있을까?
-오! 대군주님!
“응. 금방 왔지?”
품에 안고 있던 독독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프레이가 기대에 가득 찬 시선으로 독독이를 바라보았다.
-헉! 사도님이셨군요! 저희의 구세주……!
“사도?”
-대군주님께서 내려 주신 슬라임분들은 모두 사도라 부릅니다! 대군주님의 사도분들!
“그, 그래? 어쨌든 다시 한번 해 보자.”
멜루카 꽃밭으로 가자 마크투가 뾸뾸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더니 독독이와 나를 발견하고는 한달음에 기어왔다.
꿀렁!
쀼룽!
그러고 보니 얘네들 오랜만에 만난 거지.
반갑게 인사하던 둘은 이내 내 지시 없이 알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독독이가 독을 뱉고 마크투가 그걸 조심스레 멜루카에 바르는 모양새였다. 주변의 흙도 전부 독으로 적셨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다가 슬쩍 프레이에게 물었다.
“프레이. 혹시 이 주변에 돌이 많은 장소를 알고 있어?”
-돌이라면 여기저기 널려 있지 않습니까?
“아니, 돌이라기보다 바위라고 해야 하나? 바위가 많은 장소.”
-바위……. 있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오, 그래? 혹시 많이 멀까?”
-벌레를 타고 가면 1시간?
“그 정도면 가깝네!”
그 정도면 이 넓은 던전치고는 꽤 가까운 거리였다. 그리고 별빛벌레의 이동 속도는 내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느리니 한번 길을 안내받고 난 이후에는 빠르게 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이 던전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라서 언제 한번 날을 잡고 던전 일주를 해야 하긴 하는데…….
“나중에 안내해 줄 수 있어?”
-당연히 됩니다!
당장은 조금 애매했고 적어도 며칠 정도 돌아다닌다 생각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야지. 이왕 하는 김에 다른 곳도 둘러볼 겸 말이다.
그러나 오래 미룰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프레이의 말에 따르면 석 달 정도만 지나면 겨울. 그 전에 조금이라도 돌아봐야지 않겠나?
꿀렁!
마크투가 다가왔다.
그러자 프레이가 곧바로 통역을 해 주었다.
-오! 모든 작업이 완료된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둘 다 수고했어.”
마침 세계수까지 온 김에 나는 독독이에게 다시 한번 마나 탐지를 부탁했다. 그러자 독독이의 뿔이 쫑긋하더니 다시 가만히 있었다.
쀼룽!
그러더니 이내 몸을 들썩거리며 어디론가 향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싶어서 프레이와 마크투를 데리고 따라가자 세계수의 어느 한 뿌리의 근처였다.
“뭔데?”
-탐지에 뭔가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오?”
이내 독독이가 어딘가에 멈춰 서서 몸을 튕겼다.
-이 흙을 파면 뭔가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
유독 말라비틀어진 세계수의 뿌리 근처였다.
혹시 세계수 버섯을 발견한 건가 싶었으나 일단 땅부터 파 보기로 했다.
도구가 없어서 손으로 대충 팠다.
그럼에도 금방금방 파졌는데 이내 손에 딱딱한 무언가가 걸렸다.
‘뭐지?’
나는 흙은 조금 더 넓게 파고, 이내 딱딱한 무언가를 캐내기 위해 힘을 쏟았다.
촉감은 단단했지만 맨질맨질한 느낌.
플라스틱? 아니 근데 그런 게 왜 여기 있어.
……하는 순간 나는 캐내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석?!”
설마 했는데 진짜로 마석 같았다.
탐식의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꽤 많은 마석을 만져 보고 사용했기에 대강 짐작이 가능했다.
나는 급하게 마석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캐냈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내 짐작대로 마석이 맞았다.
“와아, 아니 이걸?”
노란색의 마석.
즉, 3등급 마석이었다. 최소 50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
-오오, 정령의 돌이군요!
“정령의 돌?”
-네! 저희는 그렇게 부릅니다!
아, 하긴.
풍문으로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정령을 사역마로 기르는 각성자들은 정령들의 먹이로 마석을 준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식비가 어마무시하다고…….
어찌 됐든 뜻밖의 장소에서 마석을 발견한 나는 이내 씨익 웃었다.
흠칫!
내 미소를 본 독독이가 갑자기 몸을 떨었다.
“독독아?”
…….
“아이구, 우리 독독이. 설마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얻었을 줄이야! 우리 독독이 앞으로도 이렇게 마석을 찾아 주면 참 좋은데 말이야?”
독독이.
너의 역할은 이제 멜루카 꽃을 위한 비료이자 마석 탐지 슬라임이다.
절대 내 사심 때문이 아니라 그게 독독이에게도 즐겁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하하.
마석을 독독이가 찾는다고 치면 땅을 파는 건…….
‘곰곰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가 땅을 파는 역할로 인한 이득, 그리고 곰곰이가 아라의 친구로 지내는 이득.
뭐가 더 이득일까?
“흠…….”
역시 아라한테 있는 게 더 낫나?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자 독독이가 슬쩍 다가왔다.
-여기서 지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합니다!
“오, 그래?”
-하지만 마나 탐지 능력은 하루에 많아 봤자 5번이 한계라고 합니다!
“아, 하긴 마나 탐지는 레벨 1이니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하루에 마석 5개? 아니지. 능력을 사용했을 때 꽝이 나올 수도 있으니 무조건 5개가 나오는 건 아니겠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탐식의 던전에 사용할 마석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은 운이 좋아서 3급 마석이 나왔지만 사실 3급도 흔한 게 아니라면?’
살짝 흔들리네.
일단 일주일 정도만 독독이를 마석 탐지로 굴려 볼, 아니 놀게 해 볼까.
“독독아, 그러면 일단 이 근방의 마석 탐지, 아니 마나 탐지랑 멜루카 꽃밭에 독을 좀 부탁할게. 할 수 있지?”
쀼룽!
독독이가 긍정의 의미로 몸을 흔들었다.
그렇게 독독이는 마석, 아니 마나 탐지를 위해 남겨 두고 마크투는 잠깐 동안만 멜루카 꽃 관리를 위해 요정 마을에 남겼다.
다시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어느새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어?”
텐트로 돌아오자 주변에 반가운 녀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마침 요즘 들어 보이지 않는다 했던 푸르륵이었다.
“어, 규성이 왔어?”
어머니가 품에 잠든 푸르륵을 쓰다듬으며 나를 반겼다. 아니, 푸르륵이 저렇게 얌전하게 잠을 자고 있다고?
아라를 보니 조랑말 크기로 변한 푸르륵의 등에 타고 열심히 놀고 있었다. 꺄르륵거리는 소리가 청량했다.
“이렇게 귀여운 걸 오빠 혼자만 알고 있었다니…… 피의자 사형.”
“뭔 소리야.”
헛소리를 하는 선아는 여전히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줄 몰랐다. 아버지는 여전히 낚시 삼매경이셨는데 나는 슬쩍 어머니 옆에 앉았다.
“얘네는 갑자기 어디서 온 거예요?”
“어머, 규성이 너도 모르는 애들이니?”
“아니요. 알고 있는데 요즘 잘 안 보였거든요. 워낙 조심성이 많고 예민한 애들이라…….”
아라랑 나는 레일라를 먹고 친화력이 높아져서 그나마 낯을 덜 가렸는데…….
‘아, 우리 가족들도 레일라를 많이 먹었지?’
내가 기른 작물을 가장 많이 먹은 게 우리 가족들이다. 몬스터 친화력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지.
그나저나 꾸물이들이 있는데도 딱히 경계하는 기색이 없네. 정령은 괜찮은 건가.
“어휴. 좀 쉬었다 해야지.”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낚싯대를 가볍게 정리한 아버지가 캠핑용 의자에 누웠다. 길게 펼쳐진 의자는 뒤로 몸을 젖혀 누울 수가 있었다.
“아버지.”
“응?”
“며칠 내로 이곳 탐사를 좀 할 거거든요. 그래서 건축 자재로 쓸 만한 게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요.”
“자재가 있어도 옮길 수는 있나?”
“그것도 살짝 걸리긴 하네요.”
잠시만.
나는 슬쩍 어머니의 품에서 잠을 자고 있는 푸르륵을 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갑자기 부르르 떨며 악몽을 꾸듯 꼼지락거렸다.
‘푸르륵을 운반용으로 쓰면 가능하지 않을까?’
흠칫!
이곳에 모여 있던 푸르륵들이 갑자기 단체로 몸을 떨었다.
다들 왜 그래? 꼭 무서운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